지역문화 / 강원




이홍섭 / 강원일보 문화부 기자

문학

최근 강원도에서는 잇따라 문학비가 건립돼 주목을 끌었다.

도내에서 건립된 문학비는 동상과 함께 제막된 춘천 '김유정 문학비'를 비롯, 원주의 '송강 정철 시비', 강릉은 '교산(蛟山) 허균(許筠) 문학비' 등 3기.

유례없이 집중적으로 제막된 이들 3기의 문학비는 문학비 전반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각각의 문학비에 대한 지역적, 문학사적인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다.

지난 10월 23일 원주군 지정면 월송리에서 제막된 '송강 정철 시비'는 지난 1991년 삼척시 죽서루 경내에 건립된 '송강 정철가사의 터' 비에 이은 송강의 두 번째 문학비로「관동별곡」을 남긴 정철의 숨결이 강원도내 곳곳에서 숨쉬고 있음을 입증해 주었다.

이어 10월 25일 강릉에서 제막된 '교산 허균 문학비'는 문학비 건립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보유하여 강릉의 새로운 상징으로 우뚝 섯다.

지난 1992년 강릉시 강문동 교원연수원 입구에 건립된 누이 '허난설헌 시비' 곁에 나란히 건립된 이 비는, 지난 1982년 가까이 초당동에 건립된 아버지 '초당(草堂) 허엽(許曄) 시비' 와 더불어 전국 유일의 3부자(父子) 문학비이자, 유일한 오누이 문학비가 됐다.

또 허균 문학비는 지난 1982년 전국시가비 건립동호회가 허균의 체취가 짙게 남아있는 명주군 사천면 애월당 유적에 건립한 '교산 허균 시비'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진 비가 됐다.

이외에도 허균 문학비는 지난 1983년 원주군 부론면 손곡리에 건립한 허균의 스승 '손곡(孫谷) 이달(李達)시비'와 더불어 사제비가 함께 세워진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이번 허균 문학비 제막은 그 동안 도내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모했던 허균의 생애와 문학혼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같은 날 춘천에서 동상과 함께 제막된 김유정 문학비는 지난해 평창군 봉평면에 건립된 '가산(可山) 이효석(李孝石)'비와 함께 현대문학사를 대표하는 향토문인 추모사업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춘천시 삼천동 조각공원 입구에 세워진 이 비는 지난 1968년의암호변에 세워진 '김유정 문인비' , 1978년 작가의 고향인 춘천군 신동면 증리에 세워진 추모비로 김유정이 춘천을 상징하는 향토작가로 튼튼하게 뿌리내렸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같은 날 제막된 김유정 동상은 춘천종합문예회관 전시실 입구에서 문예회관을 찾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이외에도 20여기의 각종 문학비가 건립돼 있다. 옛문인으로는 정철, 이달, 허균가문 외에 김삿갓(영월), 원천석(원주), 신사임당(대관령, 강릉여고 교정), 왕방연(영월, 시조)비가, 현대문인으로는 김유정, 이효석 외에 김동명(명주군), 박인환(인제군), 한용운(백담사), 최인희(동해 무릉계곡), 이창환(태백기계공고 교정), 이태극(화천)의 비가 각각 지역을 상징하고 있다.

이번 시비 건립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지난 11월 4일 탄생 90주년을 맞은 철원 출신의 소설가 이태준의 비가 언제쯤 설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김유정, 이효석과 더불어 30년대를 대표하는 그가 지난 1989년 해금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역주민들에게 정신적으로 해금이 되지 못했음이 못내 안타까웠다「이태준 문학비」는 상허문학회가 건립을 추진해왔으나 지난 5월 7일 열린 주민 공청회에서 난상토론 끝에 '시기상조'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것은 또다른 상징이었다.

연극

지난 10월 31일, 11월 1일 춘천종합문예회관에서는 극단 '굴레'의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작「신더스」(야뉘스 그와보스키 작, 이영철 연출)가 무대에 올랐다.

10년을 넘기기 힘든 지역극단의 수명을 생각할 때 '굴레'의 61번째 정기공연인 이 무대는 축하 받아 마땅한 자리였다.

원주극단 '산야'(27년) 춘천극단 '혼성'(2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굴레'는 지난 1983년부터 꾸준하게 지역 순회공연을 갖고 있으며 청소년극장, 학교연극지도 등을 통해 연극인구의 저변확대를 꾀해오고 있다.

또 모범관객 선정제, 관람소감 모집 등 독특한 제도를 마련, 지역인들의 연극사랑을 유도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창단멤버들을 비롯, 춘천의 선·후배 연극인들이 다수 참가해 청년기에 들어선 '굴레'의 성장를 축하했다.

지난 11월 9∼11일 춘천시립문화회관에서는 춘천지역 대학극회연합이 마련한「제1회 춘천지역대학연극축제」가 열렸다.

대학문화와 시민문화를 접목시켜 올바른 지역문화를 유도해낸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축제에는 한림대 '한림극회'와 춘천교대 '석우' 강원대 '영그리'등 3개 팀이 참가했다.

한림극회는 막심 고리키 원작의「밑바닥에서」, 석우는 김지하 원작의「밥」, 영그리는 엘리어스 카네티 원작의「75%의 노출」을 각각 무대에 올린 이번 축제는 왕년(?)에 춘천지역 연극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대학극단의 재기무대라는 점, 그리고 소극장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춘천 연극계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 동안 제대로 된 공연장을 갖지 못했던 원주지역 예술인들이 올해 '치악예술관' 개관을 계기로 한풀이를 하고 있다. 연극이 그 대표적 분야.

연극협회 원주지부가 10월 29일 제18회 서울연극에 작품상 수상작인 극단 '맥토'의 뮤지컬「번데기」(오은희 작, 이종훈 연출)를 초청한데 이어, 극단 산야가 11월 12∼13일 손숙이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모노드라마「셜리 발레타인-그 여자의 자리」(월리 러셀 작, 김동훈 연출)를 초청, 치악예술관 무대에 올렸다.

음악

늦가을, 플라타너스 잎 같은 시원한 마스크와 탁월한 성량을 지닌 세계적 메조소프라노 김청자씨가 고향 춘천 무대에 섰다.

11월 15일, 춘천종합문예회관에서 열린 김청자독창회는 20년만에 갖는 고향무대였고, 고향의 외로운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잔치, 보온의 무대였다.

춘천봉의국교 재학시절 담임교사와 죽림동 성당의 아일랜드 신부의 배려로 피아노와 음악에 눈뜬 김씨는 음악을 잉태시켜준 고향에 감사드린다며, 수익금 전액을 불우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지난 1970년부터 3년간 스위스 베른시립오페라단에서 전속단원으로 활동하다 귀국, 국립오페라단원, 중앙대·연세대 교수로 활동하며 많은 독창회, 오페라 무대를 가졌던 그녀는 지난 1978년 고별연주회를 끝으로 독일로 건너가 오페라의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예명이 '레양 김'으로 통하는 김씨는 「아이다」,「가면무도회」,「카르멘」「살로메」등의 작품을 통해, 독특하고 매혹적인 음색, 뛰어난 테크닉, 드라마틱한 연기력을 과시해왔다.

지난 10월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로 초빙돼,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녀는 이날 무대에서 쉰살의 나이를 무색하케하며「알마미아」,「돌아오지 않는 마음」,「새타령」등 국내외 가곡 20여곡을 선사했다.

한편 이날 독창회에서는 같은 춘천 태생으로 40년 전 같은 스승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던 윤금희 교수(이화여대)가 반주를 맡아 우정의 무대를 꾸몄다.

지난 6월 오페라「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춘천무대에 올렸던 김자경오페라단이 11월 11일 또다시 춘천종합문예회관에서「아리아와 가곡의 향연」을 선사한 것도 화제였다.

김자경씨 역시 춘천이 고향으로, 고향 무대의 따뜻함을 잊지 못해했다.

테너 박상열, 소프라노 신애경, 바리톤 고성진, 메조소프라노 강화자, 테너 최원범씨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한 이날 무대에서 '만년 28세' 김자경씨도 직접 나와 가곡「못잊어」, 「봄이오면」등을 열창, 박수를 받았다.

이외에도 춘천에서는 11월 8일 수원시립합창단 초청공연이, 원주에서는 11월 10일 부천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초청 연주회는 원주 출신의 정상급 지휘자 임헌정 교수(서울대)가 지휘를 맡아 눈길을 모았다.

미술

94 시도미술대전 수상작품전이 11월 4∼13일 강릉문화예술회관전시실에서 열렸다.

한국문예진흥원이 주최한 이번 작품전에는 전국 14개 시도미술전에서 입상한 한국화, 조각, 유화, 판화 등 9개 부문 1백7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지역미술의 현주소와 한국미술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회에는 지난 10월 제22회 강원도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김인자씨의 조소「가을날의 초상」을 비롯, 도전 입상자들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