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문화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오춘호 /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한 외국인이 자신이 작곡한 국악창작품을 음반으로 내놓는다고 해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마르틴 에버라인씨, 그는 독일에서 뮌헨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전통음악에 심취,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에 와서 국립국악원에서 국악을 배웠다. 이후「비올라산조」,「해금과 하프를 위한 곡」들을 발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12월에는 가곡류의「청산은 내 뜻이오」를 작곡, 발표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는 이 음악들을 모아 내년에 음반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 음반이 만들어지면 전세계에 뿌려진다. 외국인이 우리 음악을 작곡해 세계에 전파하는 시대인 것이다. 물론 우리 음악을 작곡한 외국인은 에버라인씨 만이 아니다. 90년대 들어 우리 음악을 사랑해 작곡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우리 악기를 이용해 우리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악을 작곡한다는 것은 물로 좋은 일이다. 국악의 세계화라는 차원에서 이들이 우리의 할 일을 대신 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과연 무턱대고 좋게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서양음악을 바탕으로 한 이들의 음악은 분명히 우리 작곡가들의 음악과는 다르다. 국악자곡만을 한 사람들과 비교해서 세계시장에 내놓는다면 어느 것이 더 잘팔릴까. 더욱이 앞으로 이들의 창작품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국경없는 지구촌시대에 고유의 민족문화는 더이상 그 민족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화개방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전세계에 파급된 자메이카의 레게음악, 포르트갈의 파두음악은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문화제국주의 시대에 유행하던 샹송이나 칸초네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국교가 없어 교류가 없던 몽골음악과 카자흐 등 중앙아시아의 음악도 최근들어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있다. 21세기가 문화전쟁의 시대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이치이다.
이러한 시대에 한국문화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을 것인지 아니면 사라져가는 문화로 전략할 것인지 위상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의 세계화전략은 우선 고유문화를 고유문화답게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현대의 정서와도 맞도록 창조적으로 개발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져야한다. 창작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만들고 공연무대를 많이 열어야 한다. 차별화된 문화예술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유통과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문화산업시대에 걸맞도록 문화상품을 많이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21세기는 흔히 정보화가 진척된 후기산업사회가 도래될 것이라는 게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후기산업사회의 관건은 소프트산업이다. 멀티미디어시대를 향한 각종 신종매체 및 영상·음반산업이 이 소프트산업의 주역인 셈이다. 이는 그 사회가 갖는 지식력과 창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그 사회가 얼마나 유연한 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러한 소프트산업인 셈이다. 문화는 단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개념으로 문화예술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의 위상에 대해 문화예술계와 기업, 정부, 일반인들이 의식을 변환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는 물론 정서를 순환시키고 향기를 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사회 및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문화예술이 자리매김하는 시대에 맞도록 문화예술인들이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