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율동과 넘치는 에너지의 무용수
장광열 / 월간 객석 기자
마사 그레이엄
그녀는 세계 현대무용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레이엄 테그닉의 창시자인 그녀는 자신이 만든 현대무용의 기본적인 훈련법으로 세계 곳곳에 현대무용을 전파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1990년 11월 마사 그레이엄무용단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97세였다. 노구를 이끌고 첫 내한공연을 가진 그레이엄 현대무용단은 우리에게 모더니즘의 미학으로 풀어간 현대무용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해외공연뿐 아니라 국내공연때에도 무용수들을 철저히 보호하기로 유명한 이 단체는 당시 내한공연에서도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자 극장 측에 히터를 틀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예정된 드레스 리허설을 갖지 않고 무용수들에게 두터운 옷을 입혀 무대점검을 마치기도 했다.
40년대의 안무작 네 편을 80년대의 안무작 네 편이 선보인 그들의 내한공연에서 마사 그레이엄과 함께 우리의 주목을 끈 사람은 바로 한국 출신의 무용수 유영하였다.
그가 남성 무용수로 드물게 국제적인 현대무용단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메스컴의 집중적인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한공연의「달의 유혹」과 「빛의 작용」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 유영하는 둘째 날에는 「밤의 영창」,「미궁으로부터의 사자」,「봄의 제전」등에서 자신의 춤을 선보였다. 그는「미궁으로부터의 사자」에서는 주연인 괴수 역으로 출연, 격렬한 율동과 넘치는 에너지, 탄탄한 테크닉으로 관객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세계적인 컴퍼니에서, 그것도 현대무용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현대무용단에서 주역을 따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직업무용단의 무용수들은 경쟁의 연속이고 그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탄탄한 정신무장과 철저한 훈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당시 공연 후 무대 뒤로 유영하를 찾아온 무용인들은 "놀랍도록 성장했다" "더 유명한 무용수로 성장해라"고 격려하면서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의 프로정신을 칭찬했었다.
유영하가 뉴욕으로 가기 전 공간 소극장에서 함께 공연을 가졌던 현대무용가 정숙경은 그의 공연을 지켜본 후 "공간 '현대무용의 밤' 기획 프로그램에서 초대되어「네가 귀 기울이고」라는 작품에서 함께 듀엣을 춘 적이 있는데 그 때 고집이 세 무척 싸우기도 했다. 그 고집 때문에 결국 세계적인 무용수가 된 것 같다."며 그의 노력을 높이 샀다.
한양대 체육과에 재학 중 김복희 교수로부터 현대무용을 배웠고, 유니버설발레단의 에드리엔 델라스로부터 발레를 배운 유영하는 1983년 도미, 마사 그레이엄 스쿨에서 수학 중 이 무용단의 2군 격인 마사 그레이엄 앙상블에 입단해 활동하다 1986년 오디션을 통해 마사 그레임무용단 정단원으로 입단했다.
179cm 75kg의 체격을 갖춘 그는 1990년 마사 그레이엄무용단이 가을 시즌 공연을 1주일 만에 끝내면서 생음악이 아닌 녹음음악을 사용해 공연하는 등 빈축을 산 와중에도 프랑스 리용에서 개최된 세계무용제에 참가, 「미궁으로부터의 사자」에서 주연으로 발탁되어 테레사 카푸칠리와 함께 공연, 뉴욕 타임즈의 권위있는 무용평론가 안나 미셀코프로부터 '대단히 위협적인 춤'이라는 호평과 함께 뉴욕타임즈에 사진까지 실리는 등 급 성장했다.
"우리 컴퍼니는 6개월 이상 해외공연을 합니다. 무용단의 수입은 거의 모두 해외공연을 통해 충당하지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의 무용단들은 모두 재정난에 봉착해 있습니다. 할렘무용단의 경우는 6개월 이상 공연을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 무용단의 재정 형편은 그래도 좋은 편입니다. "
그에게 지난 1992년 타계한 그레이엄 여사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그레이엄 여사는 무용단 내에서는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모든 단원들이 그녀를 존경하고 따랐지요. 그녀는 안무가나 교사가 아니라 댄서로서 남고 싶어 했습니다. 나는 댄서인 마사 그레이엄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늘 말했습니다."
직업무용단의 엄격함이 드러나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그녀는 어디서든 무용수들을 보고 있습니다. 무용수들에게 어떤 이상이 보이면 그 다음날 게시판에 당장 나붙지요. 절대로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어요. 연습 부족으로 인한 부진은 무용수들 자신이 더 잘 알겠지만 그레이엄 여사에 의해 발각되고, 이어 페이퍼로 공고되고 바로 배역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
그레이엄 여사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유영하는 매공연을 지켜보는 그녀의 정신력은 상상를 초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야채나 과일을 좋아해 하루에 사과 5개는 꼭 먹어야 된다는 그는 앞으로 머스커닝험, 폴 테일러 등 마사 그레이엄의 테크닉을 이은 정통댄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들려주었다.
현재 그는 퀸스에 있는 아파트에서 무용과 출신의 부인 박지숙과 아들, 딸 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