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 대전매일 문화부 기자
무용
올 한 해를 결산하는 대전시립 무용단(안무장 김란)의 송년무대가 12월 16일(저녁 7시)·17일 (오후 4시) 두 차례 걸쳐 대전우송예술회관 무대에서 펼쳐졌다.
타분야에 비해 다소 활동이 미미한 무용계에 모처럼만에 훈훈한 무대로 선보인 이번 송년공연은 서민들의 한과 애틋하나 사랑이 야기를 토속적인 몸 동작으로 표현한 「애환이 흐르는 땅」
안무장 김란씨의 순수창작극인 「애환이....」는 시립무용단이 지난 7월 미국 북캐롤라이나 국제 민속축제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면서 마련했던 「머슴살이」를 전면적으로 수정보완해 내놓은 작품이다.
「애환이....」는 「머슴살이」를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보완·사랑·한·고통 등의 감정표현과 토속저인 춤사위를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머슴이라는 신분을 대한 이들이 갖은 속박과 굴레 속에서 한과 고통을 억누르며 살았던 삶과 이들의 삶을 통해 현대인들이 무엇인가 느끼고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에 임했다는 게 안무장 김씨의 설명.
제1부에서는 가난 속에서도 노모에 대한 애틋한 효심을 지닌 머슴을 구성진 가락과 신명나는 춤사위로 표현했다.
「이별이야」라는 이병욱씨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극의 주인공인 머슴 춘성이가 겪는 애환과 주인아씨 매화와의 사랑, 이별을 그려내는 2부에서는 머슴이라는 신분 탓에 사랑마저도 이룰 수 없는 아픔이 토속적인 춤사위를 통해 전무대에 흘렀다.
또 2부에서는 머슴 춘성과 매화아씨의 사랑을 질시하는 상머슴 대수의 훼방이 극의 고저를 이뤘다.
사랑의 아픔에 이어진 3부에서는 간절한 사랑을 지난 두사람의 아픔이 더욱 애잔하게 엮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한층 가깝게 다가서게 했다.
이번 공연은 시립무용단 맞는 무용단의 원숙미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주인공인 머슴 춘성과 매화아씨 역은 수석단원 이강용씨와 훈련장 최영란씨가, 상머슴 대수와 노모역은 복성수씨와 김향연씨가 각각 맡았다.
연극
지역극단들의 송년무대와 함께 광주항쟁·동학혁명을 소재로 한 초청공연이 겨울 공연가를 뜨겁게 달궜다.
한해 마무리를 위해 지역극단이 마련한 무대는 극단 예사랑의 「가을 소나타」, 금강의 「돼지와 오토바이」, 거듭나기의 「여배우와 도둑」등.
상설 연극전용소극장의 운영문제로 한동안 공연이 뜸했던 예사랑이 침묵을 깨고 선보인 「가을 소나타」는 제목처럼 잔잔한 서정미로 연극팬들을 사로 잡았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샬로트가 7년만에 딸 에바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되는 「가을 소나타」는 음악가 가정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평소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을 생각케 했다. (11월 22∼27일 소극장 예사랑)
어느 극단보다도 올 한해를 분주하게 보낸 금강은 「돼지와 오토바이」를 12월 6일부터 31일까지 소극장 예사랑 무대에 올렸다.
대전에는 보기 드물게 장기공연에 들어간 「돼지와.....」는 일그러진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
작품의 중심인물인 나이 43세의 황재규라는 한 남자의 지나온 삶의 굴곡과 황재규의 새로운 삶을 부추기는 여제자 박경숙의 발랄함이 위태롭게 조화를 찾는 내용이다.
젊은 연극인들로 구성된 거듭나기의 「여배우와 도둑」은 창단 세 번째 정기공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오는 좌절을 겪은 나배우와 이 시대의 평범한 도둑 국민도가 서로의 약점을 통해 자신 인생의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졌다. (12월 16∼18일 가톨릭문화회관).
1994년 제4회 민족예술상 수상작인 광주극단 토박이의 「모란꽃」이 11얼 27일부터 28일까지 가톨릭문화회관에서 공연됐다.
광주항쟁을 다룬 「모란꽃」은 5월 광주사건 당시 충격과 그후 계엄군에 체포돼 모란꽃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간첩으로 조작되기 까지 한 개인의 정신적·신체적 상처를 사이코드라마 형식을 벌어 담담하게 그렸다.
동학 1백주년인 1994년을 마감하면서 무대에 올려진 가극단 금강의 「금강」 또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12월 13·14일 양일간 한남대 성지관에서 공연된 금강은 신동엽 시인의 대서사시 「금강」을 김봉석·원창연·문호근 극본, 문화근 연출로 선보인 작품.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삶의 모습이 담긴 우리 음악극의 전형을 찾자는 뜻있는 예술인들의 모색의 결실로, 봉건관료의 압제와 외세의 침략에 맞선 조선 민중들의 고난과 투쟁, 사랑이 묘사됐다.
전시
겨울 화랑가는 젊은 작가들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채워졌다.
1989년 한남대 미대 졸업 후 창작활동에만 전념해온 유홍빈씨의 첫 유화전이 11월 23∼30일 한신코아아트홀에서 여렸다.
정물과 풍경화를 중심으로 한유씨의 작품은 정형적인 사물파악에서 탈피, 형태를 풀어내는 작업을 통해 내면의 사물인식을 표현해낸 것들로 색감에서 오는 향토적인 이미지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역시 한신코아아트홀에서 개인전을 가진 서양화가 이영우씨는 그동안 개인전과 각종 공모전을 통해 독창적인 구상회화를 내보여온 작가.
인간본능의 형태에서 얻어지는 조형적·시각언어적 작품들로 화강암 기법의 독특한 마티에르와 기하학적으로 대상을 해석 표현한 새로운 구상회화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또 전성규씨는 12월 2일부터 8일까지 홍인갤러리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을 통해 "표현"과 "은폐"라는 상반된 두 세계가 만들어내는 일련의 작업을 전시했다.
'드러내기' 또는 '말하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그의 작품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고 표현하기 위해 화면의 요소요소에 산발적으로 위치시켰던 형상들, 상징들을 세련됐다거나 계획적이라 할 수 없는 붓자국들로 반복해 덮어 나감으로써 좀 더 절실한 표현의지를 나타낸 것들로 평가 받았다.
국악
국악의 해 마지막 달을 장식하는 「한밭의 명인 초청공연」이 12얼 20일 대전시민회관 대강당에서 펼쳐졌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의 명인들이 한 무대에 선 「한 밭의....」는 우리 고장의 명인을 발굴하고 그들의 예술성을 재조명함으로써 국악의 맥을 이어나갈 기틀을 마련한다는 취지아래 열렸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범패·토속민요 등이 올려져 국악의 해를 매듭짓는 무대로서의 풍요로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시립연정국악원 악단의 관현악이 배경으로 깔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는 정금례씨의 「김종기류 가야금산조」(가야금), 송순갑씨의 「웃다리농악」(농악), 이청봉 스님의 「아미타불」「재하방」(범패, 고석근씨의 「들말농요」(토속민요), 진성봉씨의 「옥추팔랑경」(안택굿), 한자이씨의 평시조(시조), 민소완씨의 「심청가 中」(판소리)가 무대에 올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