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관광의 접목이 세계화의 과제
우영진 / 문화체육부 서기관
또 하나의 만남, 문화와 관광에 대하여
우리에게는 요즈음 또 하나 새롭게 주목받는 만남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문화와 관광의 접목이라는 세계화 과제이다. 아마 외국 어느 유명도시에 가서 문화와 관광을 어떻게 접목시켰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그렇게 묻는 우리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 할 것이다. 왜냐하면 관광이란 당연히 문화를 보러 다니는 것이고, 문화란 국내든 국외든 관광을 예상하고 수용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문화와 관광을 연결하여 함께 생각한다는 것이 꽤나 참신하고 새로운 개념으로 들린다. 그만큼 우리는 그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달려만 왔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관광은 단순히 풍경, 풍습을 구경하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문화, 예술, 역사를 배우고, 여가를 즐기며, 사람을 사귀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관광자원 역시 자연경관, 문화 유적, 산업시설, 여가 위락시설 등 한 나라의 모든 것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문화적 관광자원은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의 예를 들면, 영국의 Brick House, 이태리의 Opera, 독일의 Symphonic Orchestra, 프랑스의 Wine, 러시아의 Ballet, 스페인의 Bullfight, 일본의 Garden 등은 한 나라의 이미 관광자원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예술행사는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관광은 예술관광객의 저변을 확대시킨다는 면에서 예술과 관광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국의 런던의 경우 미술관·박물관 방문객의 31%, 공연장 관객의 35%가 해외관광객이다. 이들 해외여행객이 소비하는 돈의 41%가 예술과 관련된 지출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관광은 무엇을 보여 주려는 관광이며, 우리의 문화는 무엇을 내용으로 하는 문화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러 유형의 문화관광 프로그램 개발해야
얼마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문화부 산하에 문화여행사라는 기관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문화부 산하기관으로 여행사를 둔 것도 특이하였거니와, 다섯 가지 유형의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조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역시 배울 점이 있다고 느꼈다. 이 문화여행사는 설립 된지 7년여에 불과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이미 중국의 대외문화교류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다. 외국의 예술단체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중국으로 초청하여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국제친선을 도모하는 일을 하는 기관이다. 예를 들어 이슬람문화를 중국이라는 틀 속에서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여러 가지 메뉴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 다섯 가지 유형의 첫 번째는 풍광(경치)관광이다. 중국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소재로 하는 것으로 문화와 역사를 결합시켜 조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건륭왕의 3일간의 남하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나 신비로운 왕국 티벳을 소개함에 있어 당나라 때 문성공주를 티벳에 시집보낸 일과 연결시키는 것 등이다. 이러한 풍광관광코스는 60여 개 정도 있는데, 주로 문화역사 이야기를 가지고 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유형은 민족명절관광으로, 이는 56개 소수민족의 역사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각 민족 명절들을 엮어서 프로그램화하는 것이다. 운남 적벽의 삼삼명절, 신강 위구르의 크로반절, 동북의 명한절, 연변의 노인절 등 어떤 여행사는 일년 열두달 이런 소수민족 명절 일람표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 유형은 학술적 관광 전문 사적관광이 다. 일본사람들은 울란의 고고학 유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곳은 2000년 전에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으로 1000년 전에 파묻혔다가 풍화작용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 네 번째 유형은 공연관광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북경의 경극, 장안의 진극, 그리고 곤극 등의 전통 오페라 공연뿐만 아니라 러시아 서커스단 등 외국 공연 단의 순회공연 등을 중심으로 엮는 관광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제적인 이벤트 문화관광으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초대형 오페라 등 국제문화예술 이벤트를 개최하여 각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부수적 효과도 가져오는 문화관광 산업
이와 비슷한 예로, 유네스코가 추진하는 실크로드, 믿음의 길, 대화의 길 그리고 유럽평의회 Council of Europe가 추진하는 바이킹의 길. 모차르트의 길 등 문화의 길 Cultural Routes 기업은 역사적으로 문물이 전래되었던 경로, 문화예술 거장의 생애 등을 추적하는 것들로서, 새로운 관광 코스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예를 살려 고인돌의 길, 장승의 길, 도자기의 길 등 전문 문화관광코스를 개발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의 방법은 어느 한 지역에 각종 이벤트를 집중 개발하여 세계적 관광명소로 키우는 일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인구는 40만에 불과하지만. 연중 각종 페스티발이 열리며 7월부터 9월까지 그 절정을 이루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특히 8월초부터 9월초까지 한달 남짓 열리는 국제축제에는 전세계의 미술, 음악,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가 개최되며, 이 기간 중 에든버러는 유럽 최고의 관광명소가 된다고 한다. 여름 5월부터 9월까지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호텔, 여관을 구할 수 없으며, 이 기간 중 도시 인구는 평소의 3배인 120만 명으로 증가한다. 이 페스티발은 영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스코틀랜드의 전통문화를 소개함은 물론 유럽 내 문화관광국으로서 지역경제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스코틀랜드의 예를 잠시 들어보겠다. 1991년 한해 동안 스코틀랜드를 여행한 관광객(하룻밤 이상 체류)은 98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사용한 돈이 17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 관광객 중 외국인의 비율은 16%에 불과하지만, 경비지출 면에서는 30%를 상회하고 있다(외국인들은 평균 10박 11일. 영국인들은 평균 5박 6일). 이리하여 문화관광산업의 시장규모는 4천만 파운드에 달하고 있으며 직업수로는 1천300개에 달하는 고용효과를 가지고 왔다.
이에 비하여 우리의 문화관광 현실은 너무나도 아쉬운 점이 많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에도 외국에서는 흔히 시내순환(hop & off : 여러 개의 관광명소를 연결하여 자유로이 타고 내리며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 관광버스, 유람선, 1일 자유 통행권제도, 스톱오버 stop over 항공권 등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 모든 것을 다 갖출 수도 없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우선 순위를 정하여 하나씩 완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튼 금번 정부 조직개편에서 문화와 관광이 함께 하도록 한 것은 너무나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의 문화가 해외 문화원과 관광지사는 물론 우리 공관 기업. 교민사회들을 통하여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날을 기대하며, 다시 한번 우리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