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문화관광 시대를 연다

문화관광과 문화상품 개발




김전배 /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문화관광은 세계화 위한 전략이다.

우리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충분히 개발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외래관광의 관광작태가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은 다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문화유적, 각종전시, 예술공연, 문화축제, 체육행사 등 풍부한 문화유산을 집중적으로 개발·정비해서 수준 높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편 부가가치가 큰 문화상품도 개발해서 그들에게 판매하여 관광수익을 높이자는 것이 관광산업의 세계화 전략이다.

그러면 문화자원 중 관광자원으로 개발이 가능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전국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적을 들 수 있다. 부여, 경주, 공주 등 고도는 물론 서울의 궁궐, 지방의 사찰 및 선사유적지, 국란극복 유적, 위인선열의 유적 등은 열거할 필요 없이 누구나 쉽게 아는 내용이다.

둘째, 문화축제와 공연예술을 들 수 있다. 특히 금년은 광복 50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대규모의 각종 문화축제가 개최되며 '미술의 해' 기념전시회, 민속경연대회, 강릉 단오제를 비롯한 지방문화축제 등이 전 국토에서 다양하게 전개된다.

셋째, 전통생활 문화의 현장이다. 민속마을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 '승주 낙안마을'' '제주 성읍마을'과 새로 조성된 용인의 '한국민속촌', 서울 필동 '한국의 집'이 있다. 또 순창의 고추장마을, 양평·홍성의 된장·간장마을 등 자연마을을 들 수 있고, 화문석(강화), 인삼(강화·금산), 도자기(여주·이천), 죽세품(단양)등 특산품의 생산현장도 훌륭한 문화관광 자원이 된다.

넷째, 문화재와 미술품이 수집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미술관과 각종 특수박물관을 들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공·사립박물관, 미술관은 물론 공예관, 농기구박물관, 옹기박물관, 해양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다섯째, 관광기념품 개발·판매 사업이다. 현재 관광상품의 보급은 매우 잘못되어 있다. 우선 지역별 특산품이 없다. 제주도와 관련이 깊은 돌하루방의 도매상이 서울 남대문시장 안에 있다. 전국 어느 관광지에 가나 관광상품은 똑같은 것들이다. 돌하루방을 사기 위해 제주도에 가도록 할 수는 없을까. 그 지역 문화환경에 알맞은 특산품을 개발하여 그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 문화상품개발에 대한 설명에서 언급하기로 한다.

여섯째, 각종 체육행사를 들 수 있다. 금년에는 제주 트라이애슬론 대회. 태권도 한마당, 설악 산악 마라톤 등 관광성이 높은 체육행사가 개최된다.

일곱째, 관광보조 자료의 제작·보급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각종 문화관광 자원에 대한 종합설명서 또는 개별 해설서와 국내에서 개최되는 중요 문화 예술행사 및 세시절 행사 등에 대한 소개자료를 각 국어 판으로 간행·배포하여 고급관광객 유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상에서 열거한 대상들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것들이나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만큼 충분히 개발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문화상품 개발 전략을 세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정비해서 관광 유치의 계기로 활용함은 물론 문화민족의 긍지를 과시할 수 있는 문화현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문화상품 개발 전략

문화상품의 범주에는 문화관광 자원은 물론 영화 산업, 음반, 비디오, 전자영상산업, 출판산업 등 문화산업의 산물이 모두 포함되나 여기에서는 문화관광과 직접 관련이 큰 협의의 문화상품 즉, 전통공예품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문화상품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문화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가. 또 문화상품 개발을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요즘 우리는 문화상품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문화상품이란 외국 상품을 단순하게 모방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적 전통과 지적 정서가 투영된 상품을 말한다. 현대인들은 산업 사회의 표준화된 규격품보다는 개성이 있고 다양하며 문화적 정서가 배어 있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앞으로 다가올 탈산업시대에는 문화상품만이 세계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관광상품으로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화' 추진의 일환으로 문화상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좋은 문화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전문도안사(디자이너)가 있어야 하고, 둘째, 솜씨 좋은 전통 장인(匠人)이 있어야 하며, 셋째, 생산과 판매에 실력 있는 전문업체가 참여해야 한다. 첫 번째 전제인 전문도안사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전통공예인들의 물건 만드는 솜씨는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 작품에 대한 변형이나 창작은 없고 배운 대로 만들기만을 고집한다. 그래서 늘 같은 작품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변화가 없는 같은 모양의 작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된다. 그래서 전문디자이너 문제가 대두된다. 전문디자이너의 필요성과 역할을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산하 전통공예관의 이전 확장 계획과 관련해서 검토해 보자.

전통공예관은 8개의 전시장, 12개의 공방, 디자인실과 매장으로 구성된다. 디자인실은 전통공예 기법과 전통재료를 사용하는 원리만을 적용해서 현대인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공예품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또 전통공예품을 현대생활에 활용될 수 있도록 용도를 창출하여 그에 알맞은 디자인도 개발한다. 여기에서 개발된 각종 상품이 공방으로 넘겨져 생산과정으로 들어간다.

공방은 8개의 전시실에 각각 부설되는데 도자기·옹기, 금속, 죽세, 목칠, 나전칠기, 피모·각골, 목석, 악기, 초고, 직물, 한지, 표구공방 등 12 공방이다. 공방에서 제작된 문화상품은 한국 문화재보호재단의 상표를 붙여 매장에서 판매하게 된다.

다음으로 전통장인의 양성문제를 풀어보기로 한다. 정부에서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를 지정하여 보호·육성하고 있으며. 기능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전수교육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무형 문화재 기능의 보존·전수 차원이지 생산인력 양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전통장인 양성문제는 일반 직업교육과는 차별을 두어야 한다. 전통공예 기능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데도 없고 생산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익혔다 하더라도 전통기법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전통기법은 원리대로 배워야 한다. 날림으로 배우면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더라도 날림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필요성에서 전통 공예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공예 기술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해 배우기를 자원하거나 이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적으로 문화상품이 각광을 받는 시대로 변했다. 전통장인을 양성해 폭발적인 문화상품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다가는 세계화 시대에 뒤떨어질 뿐이다.

전통 전수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예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종전의 문화학교로 운영되던 전통공예 강좌를 대폭 보강하여 '전통공예건축 학교' 운영을 추진하고 있는데 하나의 사례로 제시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 학교는 전통공예 기능자와 문화재 수리 기능자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24개 과정을 주 1회 강의, 1년 과정으로 운영하며 과목당 정원은 15∼25 명이다. 중진급 전문가들이 실기지도를 담당하고 분야별 기능 보유자가 월 1회 출강하여 전통기법의 원형 전수를 추구한다. 공예문화 의식을 심어 주고 수강생의 안목을 높이기 위하여 전공필수과목과 전공선택과목을 따로 두어 이수하게 하였다. 실기전공 강좌는 나전칠기, 목조각, 초고, 민화. 칠보, 전각, 자수, 문화재실측, 화각, 대목, 단청, 입사, 옹기, 표구, 매듭, 도금, 피혁, 소목, 침선, 사군자, 도자, 오색한지, 불화, 금속공예 등 24개 강좌로 구성되었다. 또한 나전칠기, 표구, 자수, 단청, 칠보, 입사 등 6개 강좌는 연구 반을 개설하여 수료 후 이수하도록 문호를 개방하였다.

마지막으로 문화상품 개발에 전문업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품은 많이 팔려야 생산활동이 활성화된다. 많이 팔린다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과 양질의 상품생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가내 공업적 생산으로는 문화상품시대의 수요에 대응할 수 없으며 기념품상 수준의 소매업으로는 세계화 물결의 탄력을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전문업체의 참여문제가 제기된다. 자금력이 있는 전문업체들이 참여하여 첨단 기술 개발의 경우와 같이 개발실 또는 연구소를 두고 뒷받침해야 효과적이다. 판매의 경우에도 훌륭한 매장 등 국내외 판매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에 문화상품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하면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미술전문기획출판사 API(대표 김 중돈)는 조선시대의 민화를 석판화로 재현, 판본민화 35점을 발표했다. API가 개발한 이 판본민화는 그레네이드사(미국 복제미술품 보급회사) 등을 통해 뉴욕과 LA 등지에 보급되고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 등으로부터 공급요청을 받아놓고 있다. 그는 "문제는 전략적인 문화상품의 소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국제 마케팅 능력이 없다"고 말하면서 고구려 고분벽화도 같은 방법으로 개발해 보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판본민화는 국내에서는 수요가 넘쳐 선별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작년 연말에 제작 판매한 연하장은 선풍을 일으킨 바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작품마다 성실하게 제작한 설명서를 첨부하여 최선을 다했음을 보증하였고, 한편 홍보·국제마케팅 전략이 탁월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