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가 문화관광 아이템이다
최승담 / 교통개발연구원 관광연구실장
문화축제 개발을 통한 관광매력 제공
관광객은 근원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려는 욕구를 가진다. 새로운 목적지에 도착하면 으레 그 지역에서 생성되어온 독특한 생활방식을 접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문화접촉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대부분의 선진 관광국들은 해당지역의 고유문화를 관광객에게 매력 있게 소개하기 위하여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문화축제의 개발인데 축제를 통하여 관광객에게 새로운 관광매력을 제공하며, 그 지역의 우수함과 전통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이다.
문화축제는 개최 지역에 여러 가지 득을 가져다준다. 먼저, 축제는 지역 공동체를 결합시키는 힘을 갖는다. 행사를 통하여 공동체의 자부심을 높이고 유대감을 제고시킨다. 둘째, 축제는 관광목적지로써 해당지역의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시킨다.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그 지역 관광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 때문이다. 셋째, 축제는 관광수입을 증대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축제의 개발에는 많은 투자비가 소요되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으로 운영되었을 경우 그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지역의 문화축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축제분위기를 즐겨왔지만 전통적인 축제를 매력 있는 관광자원 화한 그들의 지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지역문화축제는 그 기획이나 내용 면에서 몇 가지 특성을 지닌다. 우선 행사는 각 시와 현 등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주관하며 중앙정부로부터 특별한 도움을 받지 않고 있다. 행사를 위하여 민간업계와 긴밀한 협조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지방관광협회의 협조로 관광정보 안내지 등을 통한 행사의 홍보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축제가 동일한 고장에서 동일한 기간에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를 통하여 각 축제마다 뚜렷한 역사성 및 주제의식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방문객의 입장에서는 매년 같은 날 같은 장소로 찾아가면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축제기간도 현대인의 생활에 맞추어 양력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행사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일본의 문화축제에서는 꽃, 물, 불, 눈 등 낭만적인 소재가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 꽃을 소재로 한 대표적 사례로 접시꽃축제가 있다. 매년 5월 동경 시와 관광협회 주관 하에 동경의 한 신사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등장인물이나 사물의 주요 장식을 접시꽃으로 하고 있다. 축제에서는 신의 진노를 풀기 위하여 천황이 신 앞에 칙사를 보내어 제사를 지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축제를 통하여 칙사가 황궁을 출발하는 의식이 순서대로 재현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일본의 예절과 관습이 소개되고 있다.
물과 불이 어우러진 축제로는 물의 도시인 오사카에서 열리는 텐진 마쯔리가 있다. 오사카 시와 관광협회가 주관하여 매년 7월에 개최되는 이 축제는 일본 3대 축제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데 참가관객의 규모가 백만 명이 넘는다. 서기 949년 신령을 천만궁에 모시고 다음해 강변모래사장에 자리를 마련하여 신령을 옮긴 후 목욕재계시켜 부정을 씻었다는 데에 축제의 기원을 두고 있다. 축제에서는 아름답게 꾸민 가마를 참배자들이 짊어지고 행진하면서 사자춤을 추며, 해질 무렵 강가에서는 불꽃놀이, 선상에서는 전통예술공연이 펼쳐진다.
한겨울 눈을 주제로 한 삿포로 눈 축제
한겨울에 눈을 주제로 한 축제로 매년 2월에 1주일 동안 지속되는 삿포로 눈 축제가 있다. 삿포로 눈 축제 실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 참가자는 1,800명이 넘으며 운영요원만도 3.800여 명이고 관객도 160만 명이 넘는데 이 중 2만 명 이상이 외국인이다. 주요행사는 참가팀들에 의하여 제작되는 300여 개의 설빙상(雪氷像) 콩쿠르대회이다. 설빙상 제작을 위한 채설에만 보름이 걸리며 채설량도 트럭 7천여 대 분에 달한다. 행사를 위하여 200여 개의 기업과 단체에서 협찬하고 있으며 매년 눈 축제의 주제를 새로이 선정하고 미스 삿포로를 선출하여 행사를 선전한다.
우리의 지역문화축제의 현황은 어떠한가 ? 우리의 지방축제는 종합향토축제, 역사제의적 축제, 민속놀이축제, 예술제 등 매년 300개 이상이 개최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70년대 이후 제정된 것이고 주관기관은 문화원, 시, 군 순이다. 우리의 축제는 대부분 종교적 신성성과 연희적 놀이성이 가미된 형태를 띠고 있는 바, 노래, 춤, 술과 가락이 함께 융화되어 있다. 한편, 농경문화의 영향으로 축제의 대부분이 10월과 5월에 집중되어 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각종 지역문화축제가 개최되고 있기는 하나 아쉽게도 축제로써의 제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민속축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축제의 준비 및 진행에 있어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축제를 통한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전 장기간에 걸쳐 주요소구대상 및 홍보방법의 선정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행사개최 2∼3개월 전에야 행사추진 팀이 구성되고 구성원도 매회 교체되고 있어 짜임새 있는 행사진행이 어렵다.
해설 기능 또한 미흡하다. 문화를 접촉하고 이해하려는 관광객에게 문화축제에 대한 정확한 해설은 성공적인 축제의 필수조건이다. 축제에서 소개되는 전통적인 민속놀이 및 제의의 형식, 방법, 절차 등을 일반인은 대부분 모른다. 하지만 설명책자 등의 준비가 부족하고 일부 보수성이 강한 행사 주관 단체에서는 아예 행사의 내용을 일반인에게 의도적으로 알리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부 해설 기능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지루하여 참관 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매년 변경되는 개최일자는 홍보상의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는 행사 일정이 음력을 기준으로 하여 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관광객에게 문화축제가 실재 참관할 매력 물로써 인식되어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하려면 적어도 1년 전부터 개최일정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매년 일정이 바뀌는 관계로 효율성 있는 홍보에 장애가 되고 있다.
민속축제상품의 수요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그 수요의 규모가 작다. 대다수의 젊은 층이 현대적인 레저나 여가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문화축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축제의 규모가 대부분 소규모여서 외지의 관광객을 끌만큼 강력한 소구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이유로 여행사의 입장에서도 민속축제상품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전문적인 가이드도 양성되어 있지 않다.
지역문화축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은 ?
그렇다면 우리의 지역문화축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은 무엇인가 ? 먼저 민속축제의 규모를 대형화하여 축제의 소구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규모의 대형화란 단일축제의 규모를 크게 해야 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가급적 관련이 있는 축제들을 시기별 지역별로 묶어서 개최하고, 홍보도 같이하여 축제의 흥을 돋우고 참가 객의 선택폭도 넓혀 다양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축제행사 자체만을 위한 준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지역문화축제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즉, 전반적인 관광수용 여건의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쾌적한 숙박시설이 구비되어 있고 지역의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이 높아야 하며 개최지역까지의 접근성도 좋아야 한다. 또한 관광객은 근본적인 다양한 매력 물이 함께 이루어져 있어서 선택의 종류가 많은 관광지역을 선호하는 바, 축제지역은 주변에 연계 가능한 관광자원이 가급적 많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지방화 추세와 함께 관광이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주요전략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역축제는 분명 이러한 전략의 주요 아이템이며 그 잠재력 또한 크다. 하지만 그렇게 손쉬운 사업만은 아니기에 사업추진에 있어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요망된다. 왜냐하면 관광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며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전체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관광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관광발전을 위하여 지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의욕만을 앞세운 지역축제들이 졸속으로 기획, 집행된 결과 우리의 찬란한 문화가 외래 객에게 우스꽝스럽게 소개되고, 지역의 아까운 예산만을 축내어 지역 민이 축제를 활용한 지역관광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