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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미술의 해 문 활짝 열려…




안혜리 / 중앙일보 기자

지난달 16일 미술의 해 시작을 알리는 선포식과 함께 '95 미술의 해'가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선포 식이 끝난 후 곧바로 '95미술의 해'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열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영화가 상영됐다.

선정된 작가는 동양화 부문에 노수현·변관식·허백련, 서양화 부문에 김환기·박수근·오지호·이종우·이중섭·장욱진, 조각에 김종영, 공예에 이순석, 서예에 손계형 등 모두 작고한 근·현대 작가들이다.

'미술의 해' 개막 후 첫 이벤트 행사로 마련된 영상작품 상영은 사진작가 문선호씨가 찍은 작가들의 인물사진과 작품들의 기록 등을 영상화한 것으로 약 20여 분에 걸쳐 상영됐다.

본격적인 '미술의 해' 행사는 다음달 1일 천안삼거리공원에서 펼쳐지는 '광복 50주년 및 3·1정신 계승을 위한 미술 횃불 대제전'으로 시작된다.

2월 미술계의 가장 큰 화제는 2월 5일에 펼쳐진 제17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이다. 이번 선거는 올해가 '미술의 해'이고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등 국내외적으로 미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행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라 전보다 더 큰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게다가 과거 미협 이사장 선거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서울대와 홍익대의 대결이 아니라 홍익대 동문끼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는 현 이사장인 박광진(62)씨, 이두식(48)씨, 한명호(38)씨로 노·소장간의 연령별 대결로 비쳐지기도 했다.

또 지난달 13일에는 선거에 앞서 미협 이사장 선거 사상 처음으로 후보와 미술기자, 미술평론가 등이 참여한 공개토론회가 마련돼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출마한 후보들은 실현성 여부를 따지지도 않은 채 듣기 좋은 말만을 늘어놓고 막상 당선되면 대부분의 약속들이 흐지부지돼 왔다. [월간 미술]에서 마련한 이번 토론회는 후보들의 능력을 진지한 토론을 통해 유권자인 미협 회원들이 파악할 수 있게 하고 또 이 기록이 인쇄매체를 통해 영구 기록되므로 앞으로의 선거에서 후보들의 공약남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달은 지난달보다는 전시가 많은 편이지만 연중으로 볼 때는 상대적으로 전시가 별로 많지 않은 달이다. 한해 동안 바쁘게 활동했던 화랑들이 1. 2월을 휴식기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기획전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추운 날씨 때문에 화랑을 찾는 발길이 적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화랑들은 이 기간 동안 [소장품전]이라는 이름으로 화랑이 가지고 있는 인기작가의 작품을 걸어 놓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주기로 활동하는 화랑의 관행은 이제 바뀔 때가 된 것 같다.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이미 많이 바뀌어 겨울이라고 관람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전시를 하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전시 때문에 좋은 기획전이 열리기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랑들이 내년 겨울 시즌부터는 겨울기획 전을 한번 마련해 볼만하다고 생각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번 달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큰 기획전은 별로 없지만 몇몇 외국작가의 전시가 눈에 띈다. 지난 연말부터 열리고 있는 서울미술관의 [클로소프스키와 뒤푸르 중대한 예외]전이 지난해 연말부터 이 달 20일까지 계속되는 것을 비롯하여 국제화랑에서 는 10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경계 위의 미술 Border Crawl]전을 펼치고, 신세계 현대아트는 1월 20일부터 이 달 10일까지 피카소와 세계 유명작가 10명의 세라믹 작품을 선보이는 [Cerammic Works of Picasso & Art for The Table]전을, 바로 이어서 15일부터는 프랑스 조각가 [아르망 작품전]을 연다.

[클로소프키와 뒤푸르 중대한 예외]전에는 클로소프스키 작품 10점과 뒤푸르 작품 12점이 전시되고 있다. 미술수업을 정식으로 받은 바 없는 철학자 클로소프스키는 일상적 삶이나 고대희랍신화가 주요한 작품소재로 신의 부인 등이 모델로 등장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경계 위의 미술(보더크롤)]에는 에쉴리 비커든, 코디최, 데이안 허스트, 잭 리어너, 미이어 베이즈만, 유키노리 야나기 등 동서양의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온 여섯 작가가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여섯 작가 모두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데 [경계 위의 미술]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격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데이안 허스트의 경우 [약국 Pharmacy]이라는 제목으로 갤러리 한 구석 방 하나를 전부 약국으로 꾸며놓는 설치작업을 보여 준다. 약국에 놓인 유리박스 안에 쥐 등 대담한 소재를 넣어 보는 이들에게 충격과 함께 새로운 미술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화랑 큐레이터 박경미씨는 "국가간의 정치·경제· 문화 교류의 증대는 개개인에게 많은 체험의 기회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심한 혼란을 줄 수도 있다"며 "이번 전시는 서로 문화적 배경과 개인적 체험이 다른 여섯 작가가 주어진 혼돈에 대한 물음과 답변을 통해 현대문명에 억눌린 인간의 제 모습을 찾으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신세계 현대아트에서 펼치는 세라믹전은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피카소의 평면작품 이외에 그가 빛은 도자기 위에 독특한 작품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화려한 색채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또 이와 함께 펼쳐지는 10명의 작가들의 테이블 웨어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참가하고 있는 작가는 아르망과 지난해 토탈미술관과 현대화랑에서 전시를 연 베르나르 브네, 프랑스 대표적 조각가 세자르, 팝아트 작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 형광작업을 하는 댄 플레빈, 이우환과 그밖에 신디셔면, 조지 시걸, 로버트 프랜젠버그, 올리비에 가그네르 등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작품세계를 독특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 달에 열리는 재미있는 전시는 15일까지 박점순 갤러리에서 열리는 [박점순 그라피아트전]이다. 지난 199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그라피아트전에서 박씨는 낙서화의 형식으로 하트, 물고기, 손 등의 상징들을 자유롭게 구성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 강남 지역에서는 박여숙 화랑에서 이수홍씨의 석남 미술상 수상 기념전(2월 17일∼23일)을 열고, 서림화랑 [작가를 찾아서] 세 번째 작가인 하현주의 동양화전(2월 10일∼20일), [김호룡 조각전」(박영덕화랑, 2월 3일∼12일), 베트남 작가 [부샹파이전」 (갤러리 포커스 2월 10일∼25일) 등이 열린다.

강북 지역 전시는 큐레이터들이 추천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95 이 작가를 주목한다] (동아갤러리, 1월 17일∼2월 1일)전과 [정형렬 유작전](워커힐 미술관, 1월 10일∼2월 15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