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식 / 제주




허영선 / 제민일보 기자

문화

새해 새아침 해맞이 행사인 '성산 일출제'가 3천5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산 일출봉에서 열렸다. 올해 2회 째인 이 일출제는 해뜨는 마을인 성산리를 내외에 널리 알리고 새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한편 광복 50주년을 맞아 통일과 번영의 한민족시대를 열어 가는 계기로 열렸다.

이날 일출제는 새벽 5시 30분 참석자들이 일출봉 정상까지 촛불행진을 시작으로 개막, 제주대 동아리 팀의 폭죽과 농악연주, 탈춤, 사물놀이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또 시인 이생진씨와 채바다씨가 통일염원 시 [이 아침에 솟는 해여] 등 여러 편의 시를 낭송, 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단법인 제주문화원이 12월 23일 오후 개원 식을 갖고 본격 출범했다. 제주문화원은 문화원진흥법 제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다양한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날 개원 식에는 식전행사인 축하길놀이가 용담 1동 민속보존회원 1백여 명에 의해 오후 2시부터 제주시내 일원에서 펼쳐졌다.

이에 제주의 대표적 민속놀이인 입춘 굿 놀이가 공연됐고 축하행사로 도립민속예술단 민속공연이 있었으며 저녁 6시부터는 제주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축하음악회가 문예회관에서 펼쳐졌다. 제주문화원은 지난해 8월부터 준비작업을 해왔으며, 원장 1명과 부원장 2명 문화예술 관련인사로 구성된 일반회원 등 모두 1백12명의 회원들이 참여했다.

이날 개원 식에서 양중해 문화원장은 "향토문화의 토대 위에서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꽃피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예총 제주도지회(지회장 오성찬)는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주문화예술자료센터를 개설키로 했다. 예총 로비를 활용해 마련되는 이 제주문화예술자료센터는 제주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문화예술단체의 기관지, 민속언어 등 제주관련 자료가 비치된다.

이 센터의 판매수익금은 실비를 제외한 전액이 저자 또는 출판사에 돌아가게 되고 비매품의 자료인 경우 수요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게 된다.

출판

제주의 원로소설가 최현식씨가 세 번째 소설집 [먼 산]을 출간했다. 지난 1985년 [흑묘일기]를 낸 후 약 10년간 틈틈이 각종 문예지 등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아 엮은 이 책에는 서울 변두리에서 6·25를 겪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아버지의 이름]을 비롯 [고동색 리본], [상란초] 등이 실려 있다. 중후한 삶 속에서 멋스러움을 찾는 그의 소설들은 담백한 문체로 정감 있게 묘사되고 있다. 작가는 함경남도 출신으로 피난민으로 제주에 왔다가 정착한 전직 언론인이다. 195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노루]가 당선, 등단했다.

한국이동통신 제주지사가 기업의 지역환원 사업의 하나로 '내 고향 의미 찾기' 출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두 권의 제주 관련 책은 [제주의 문화유산]과 [제주의 생태계]인데, [제주의 문화유산]은 유적과 민속 편으로 크게 나눠 상고시대의 시대별 유적 유물과 역사시대의 문화유적, 적거유적, 비석, 민간신앙 등을 다뤘으며, 각 마을의 바다 밭과 어로유적, 소금밭, 마을 주변의 용출수 등의 위치, 형태와 유래 등이 컬러 사진과 함께 소개됐다.

[제주의 자연생태계]는 이 지역의 기후와 지질, 지하수 등을 개괄하고 육상·해상동물로 나눠 동식물상과 생태계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 고찰했고 지역 사진작가들이 참여했다. 이 사업에 이동 통신은 1억1천만 원을 들여 각 권 2천 부를 제작했다. 국판 크기로 각 권 1백70쪽 분량이다. 집필진은 모두 지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인쇄도 제주에서 했다.

공연

세밑 제주무용 계에는 척박했던 이 지역 민속예술을 위해 한 점 씨톨이 되었던 무용 인에 대한 의미 있는 추모 무용제가 올려져 훈훈한 감흥을 선사했다.

12월 27일 오후 6시 30분 제주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부(지부장 김희숙) 주최로 열린 [고 송근우 선생 추모 무용제]가 그것으로 이 무용제는 고인의 생전에 가르침을 받던 제주여고 제자들과 동문, 동료들이 모여 엮어낸 것이다.

고인의 영정이 무대 중앙에 부착된 가운데 베풀어진 이날 무대는 모두 2부로 나눠 진행됐는데 1부는 제자였던 중견 탤런트 고두심씨가 추모 시를 낭독했으며, 2부는 고인의 제자이자 이 지역 중견 춤꾼 김희숙씨가 [추모의 몸짓] 독무로 고인의 예술 혼을 기렸다. 또 도립민속예술단과 무용협회 제주도지부의 [물 허벅 춤]과 [해녀 춤] 등 선생의 유작무대가 엮어졌다. 제주여고 무용부가 특별출연, 제주민요와 민속춤을 선사해 주었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고인의 제자였던 중견무용인 양성옥, 가수 은희 등 예인 제자들과 동문, 춤 애호가들이 객석을 메워 진한 감동을 주었다.

고 송근우 선생은 1930년에 출생, 대구사범학교를 나와 안병찬 무용연구소와 한국무용연수원을 수료, 국교 교사를 거친 후 제주여고 교사로 재직하면서 당시 무용예술의 불모였던 제주에 민속예술단을 창립하는 등 제자들에게 그 예술 혼의 씨앗을 묻었었다.

50년대 말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제주민속예술단을 참가시켜 해녀놀이, 영감놀이, 입춘굿놀이, 새경놀이 등으로 대통령상을 비롯 작품상, 개인상, 공로상을 휩쓸었던 것은 거의 그의 공이었다.

한국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 피아니스트들이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성가의 밤]을 1월 14일 저녁 6시 제주도 문예회관 무대에서 펼쳤다. 국제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랑의 쌀 나누기 기금마련을 위한 자선음악회였다.

이날 수익금은 기독교총연합회의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본부로 보내져 국내 및 북한, 아프리카 지역의 불우이웃과 기아주민 구제사업기금으로 쓰여지게 된다.

이날 무대에 오른 출연진들은 테너 강영린, 바리톤 이종석, 메조소프라노 박연숙과 소프라노 신애경, 박나연 등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김영준씨이다.

이날 연주회는 제1부 한국가곡, 제2부 오페라 아리아, 제3부 성악곡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음악회의 반주는 1, 2부 우상임, 3부는 김영준이 맡았다.

사진

한국민족사진작가협의회(회장 홍순태) 회원전이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제주 세종 갤러리에서 열렸다. 1993년 11월 결성된 한국민족사진작가협의회가 출범 1년을 기념해 12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회원 전을 개최한 후 연이어 열리는 이번 회원 전은 제주에서 10일 동안 선보여진 후 1월말 다시 광주 전시 길에 오른다.

제주 전에는 1백여 점의 회원작품을 선보였는데 작품들은 서울 변두리 탄광촌 풍경에서부터 농촌, 도시, 동식물, 자연의 모습, 인물상 등 우리 주변의 삶과 자연을 생생하게 포착한 것들이다. 이번 제주 전에는 제주민사협 회원이며 한국민사협 창립회원들인 김남형, 송동효, 강정효, 신용훈, 김도경, 이상규씨 등 도내 6인 사진작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 제주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연극

아직도 차가운 제주 연극계의 현주소를 입증하듯 제주에서는 현재 도내 유일의 연극전용의 한 소극장을 살리자는 운동이 작지만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위기의 소극장 '세이레'는 젊은 연극인 강상훈씨가 지난 1993년 극단 '자유무대'의 연극전용 소극장으로 문을 연지 1년도 채 못돼 운영 난으로 폐관 위기에 직면하자 통합했다가 소극장 '세이레'로 재 개관했던 곡절을 갖고 있다.

45평의 면적에 90석 좌석으로 운영돼 온 이 소극장은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해 연극 [콜렉터]에 이어 최근가지 [굿 나잇 마더]를 장기 공연하는 등 애를 써왔지만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어 폐관위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소식을 안타까워하는 극단 '다솜'(대표 변종수)은 '세이레'와 함께 1월 10일 오후 7시 중앙로에서 '꺼져 가는 소극장, 우리가 살립시다'라는 내용의 전단 2백 장을 배포하며 거리마임 및 가두모금에 나섰다. 이들은 이후 일일찻집, 연극공연, 이벤트 행사 등을 계획, 도민들에게 호소하는 한편 새로운 자구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소극장 살리기에 나선 극단 '다솜' 측은 "지금까지 제주에는 수눌음 소극장, 하늘극장 등 소극장이 2,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비운을 겪었었다"며 이번마저 문을 닫는다면 다시는 제주에서 소극장이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기를 쓰고 살려내야 한다고 힘을 모아주고 있다.

더불어 극단 '다솜'은 1월 8일부터 28일까지 일정으로 제주시내 대림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제2회 변종수 팬터마임 강습회를 열고 있다.

몸짓만으로 상대방에게 말을 전달하는 무언의 예술 팬터마임은 이론 실기교육으로 진행되는데 14일간의 교육이 끝나면 수강생들은 실제로 팬터마임을 선보일 수 있다. 새로운 표현을 위한 강습회란 이름으로 열리는 이 강습회는 탈춤에서 우리 마임 찾기, 고전무용에서 우리의 것 찾기, 현재 우리 마임의 동향, 찰리 채플린·유진규의 비디오 감상, 마임테크닉 배우기와 제주민요 부르기, 서도소리 배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지고 있다.

겨울 제주 지역에서는 판소리 교실이 1월8일부터 25일까지 제주의 놀이 패 한라산(대표 양근혁)에 의해서 열리고 있다. 이 1995 겨울 문화교실은 '삶의 교실을 찾아서'란 주제를 달고 풍물교실과 판소리교실로 나뉘어 진행됐다. 판소리교실은 제주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눈길을 끌었는데 [오적], [똥 바다]의 명창 임진택씨의 지도로 11일부터 20일까지 오후 3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제주시내 제민신협 강당에서 열린 판소리에 대한 이해와 대중확산에 기여를 했다.

판소리교실은 [춘향가] 중 [놀부가], [서편제]에서의 [갈까부다], [쑥대머리]와 [수궁가] 중 [토끼화상], [고고천변] 등이 실기를 중점으로 열렸다. 판소리는 대부분 기초단계여서 발성법 단가 부르기 등 판소리의 기초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평을 얻었다.

풍물교실은 초급, 중급반 신청자들이 장구, 쇠북, 징 중 자신이 배우고 싶은 악기를 선택해 지도를 받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