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케이블TV의 문화충격

문화를 통합하고 보급할 역할

―케이블TV와 지역문화와의 관계




김광식 / 종합유선방송협의회 부위원장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커진 케이블 방송의 역할

1991년 8월 19일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소련 지도부에 의한 쿠데타는 3일만에 끝났고 드디어 70년 동안 존속해온 공산주의와 소련이 영원히 지구상에서 몰락하는 운명의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1990년 쿠웨이트 전쟁에서도 그랬지만, 이 역사적인 정치발전에, 방송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우리는 안방에 앉아서 쿠데타의 숨막히는 생생한 장면을 순식간에 지켜볼 수 있었다.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당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크리미아 반도에서 유폐되었을 때 서방의 방송에 정보를 의존했었다면서 그 자리에 BBC기자가 없느냐고 물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기술의 발전이었고 이를 120% 이용하여 모스크바나 쿠웨이트에서 명성을 올린 것은 다름 아닌 CNN (Cable News Network)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CNN은 모스크바 쿠데타 취재보도 이후 시청률이 3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케이블 TV는 1950년대 초에 미국에서 특수한 지형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탄생하였으나 처음에는 아무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처럼 광활한 지역에 듬성듬성 퍼져 사는 산간지방 같은 데서는 지상을 타고 오는 전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들은 높은 산 위에 공동 안테나를 세우고 케이블 선으로 신호를 끌어와서 돈을 받고 마을에 텔레비전 프로를 공급했다.그래서 마을 공동 안테나 Community Antenna Television의 약자로서 CATV가 탄생했다. 오늘날 전 미국에는 총 가구의 62%에 해당하는 6천만 세대가 케이블TV를 보고 있다. 처음 기존의 공중파 방송계에서는 방송전파를 케이블로 보내는 것이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뒷날 이것이 그렇게 널리 보급되고 범용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중에 날려 보낼 수 있는 전파는 유한하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케이블은 기술의 발전으로 동축(同軸)으로부터 광케이블로 발전하여 머리카락 하나 크기의 전송 선로에 자그마치 전화 수십만 회선을 보낼 수 있을 만큼 그 용량이 증가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같이 움직이는 동화상을 신호화하여 전송하는 데는 한 채널당 전화 1,500회선이 필요하다. 케이블TV가 그 동안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기술의 진보에 힘입은 바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도입되는 450MHz 동축 케이블은 70개의 텔레비전 채널을 송신할 수 있는 용량을 가지고 있다. 초기의 케이블 방송업자는 이러한 여유 있는 채널 용량을 공중의 방송을 잡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주적으로 그 지역의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하거나 유무선 또는 택배 편으로 배달 받는 등의 방법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프로그램을 구입 또는 입수하여 내보내기 시작해서 다채널의 전문방송이 생겨나게 되었다.

케이블 TV의 특성

케이블TV의 특성은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다체널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케이블은 대용량의 전송능력을 가지고 있어 다채널을 보낼 수 있다. 현재 보편적으로 70채널 이상 500채널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유한한 공중전파 자원에 비하여 다채널 전송이 가능해서 다양한 전문채널 방송이 가능하다.

·화질 : 지상파는 멀리 갈수록, 그리고 도중에 장애물이 가로막으면 송출한 신호가 약해진다. 케이블의 경우는 유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에(적당한 거리에 증폭기를 설치하여) 이와 같은 열화 현상을 방지하여 환경의 장애를 덜 받고 깨끗한 신호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현재로서는 난시청지역 해소에 이 이상의 방법이 없을 것이다.

·양방향성 : 케이블에서는 공중파의 경우와는 달리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방송은 방송국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단방향으로만 널리 전파하는 데 비하여 케이블이 가지고 있는 광대역성으로 다채널 방송의 수신은 물론 이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리모트 컨트롤을 이용하여 되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광대역 전송능력을 이용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시청자의 반응은 물론 인스턴트 폴링 instant poling이 가능하고 주문에 따른 노래와 비디오의 감상 관람이 가능해진다. 장차는 1대1의 전화와 같은 개인 통신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러한 전화 서비스가 상용화 되어 가고 있다.

멀티미디어와의 친화성

컴퓨터에 CD-ROM과 소리기능을 가진 PC 기기를 우리는 흔히 멀티미디어 기능을 가졌다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멀티미디어티란 종전의 컴퓨터의 데이터를 주로 주고받던 기능 외에 음성, 화상(동화상을 포함)을 디지털 방법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기능을 부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는 종국적으로 원하는 때에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는 매체를 가리키며 가정에서는 이것이 곧 가전기기로 보급될 것이다. 그런데 케이블 방송이 이 멀티미디어와 대단히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좀 살펴본다.

지금까지의 전화 이용을 살펴보면 어떤 특정인이 누군가를 불러내서 1대1의 테두리 안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말하자면 송신자와 수신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방송의 경우를 보면 방송을 보내는 방송국 측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일방적으로 흘려 보내는 형식을 취한다. 이 경우 유한한 전파자원을 이용하는 종래의 방송의 경우는 보내는 채널이 한정되게 마련이고 정보를 보내는 측과 받는 측이 명확히 구분된다.

케이블 TV는 정보고속도로의 핵심체

그런데 이를 케이블이나 나아가서 광섬유로 전달수단을 전환하면 송수신할 수 있는 채널은 무한에 가까워진다. 가정에 있어서 정보고속도로는 궁극적으로 가전제품화 된 기기를 손쉽고 간단한 조작으로 데이터의 교환뿐만 아니라 동화상 음향 또는 게임을 각각의 단말기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블 TV가 들어오고 나면 앞으로의 확대 응용만 남았지 이미 그 기초인 정보고속도로 Information Super Highway의 개념에서는 각 가정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통신의 출입구를 설치하는 것인데 완전한 정보고속도로의 출입구는 전부가 광케이블인 FTTH(Fiber to the Home) 방식을 말하지만 FTTC(Fiber to the Curb)라 하여 각 가정의 근처까지 광케이블을 부설하는 혼합방식 Hybrid도 우선은 경제적인 부설 방법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 설치하는 전송망 케이블의 방식이 바로 FTTC 방식이다. 자동차 전용의 고속도로의 출입에는 그 수도 제한되려니와 아무리 재주가 있어도 찻간의 거리를 제로로 할 수는 없다. 정보고속도로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전파자원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될 경우 양방향 대화능력을 가지는 텔레비전 수상기는 보고 즐기는 수동적 도구에서 개인이 표현수단으로 혹은 즐기는 놀이기구로 다양한 능동적인 도구로 전환될 수 있게 된다. 물론 1대1의 대화형 도구로써 앞으로의 승패는 텔레비전과 컴퓨터 단말기와의 왕자 다툼이 될 것이다.

우리 나라 케이블 TV 방송구역 현황

우리 나라는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인구 30∼40만. 세대수로는 약 10만을 단위로 전국이 116개의 방송사업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1995년도 중에 방송을 시작할 지역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과 도청소재지 도시 등 54개 지역 780만 세대를 대상으로 종합유성방송사업을 시작하며 시청자의 가입 추세에 좌우되겠지만 금년 중에는 대략 200만 세대에 이런 케이블이 설치될 전망이다. 1995년도 중에 나머지 지역에 대한 사업허가도 주어질 예정이어서 내년까지는 전국 116개 전지역에서 케이블 방송 시청이 가능해질 것이다.

종합유선방송으로 청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내용은 우선 기본 채널과 유료 채널로 구분되며, 기본 채널은 각 지역의 지역채널과 공공채널을 포함하여 26개 채널과 공중파방송법에 의하여 KBS1, 2 및 EBS를 의무적으로 송출하게 되어 있다. 유료채널은 기본 수신료와는 별도의 요금을 추가로 내고 시청할 수 있는 영화전문 채널이다.

지방화시대 케이블TV의 역할

케이블TV의 등장은 수신자의선택의 폭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볼 수 있었던 텔레비전의 채널이 5개에서 30개로 늘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기 취향에 맞게 선택해 볼 수 있다. 취미를 위한 채널, 오락중신의 채널, 뉴스만을 24시간 방송하는 채널, 어린이만을 위한 채널이라든가 특정 종교들의 채널 등이 그것이다.

중·고교 학생 등 청소년을 위한 교육채널은 아마도 고질화된 사교육 문제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올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전국의 어디건 집에서 유명한 강의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면 특히 지방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커다란 혜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문화의 균점현상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지금 케이블TV의 가입 동기나 이유를 알아보면 상당수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가입한다는 가정이 지역에 따라 반을 넘고 있다.

현재도 많은 지역에서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중계유선도 있지만, 케이블TV가 지방에까지 보급되면 기존 방송의 난시청이 해소되고 깨끗한 화면을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된다. 마음 뒷산에 공시청 안테나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오는 10월부터는 홈 쇼핑이 채널이 등장하게 되면 집에서 쇼핑이 가능해질 것이고 앞으로 이러한 서비스는 확대되어 가까운 시일 안에 홈뱅킹과 같은 서비스로부터 방범 방재는 물론, 원격검침도 가능해진다. 머지 않은 장래에는 재택노래방도 들어설 것이다.

문화의 균점

케이블 TV는 문화환경이 열악한 지방이나 산간지방에서 태어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의 특성은 중앙과 지방을 구별하지 않는다. 이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우리 나라의 경우 지방 거주자들은 서울과 대도시 거주자들에 비해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열등한 위치에 놓여 있다. 문화를 수도문화와 지방문화로 나누기는 매우 인위적인 점이 없지 않지만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우선 인적자원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서울에 편재해서 활동하고 있고 지방의 문화시설 역시 그 질량 면에서 대단히 빈곤하며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재원도 거의 모두가 중앙에 편재되어 있다. 요즈음에 이르러 이런 불균형 현상은 다소 시정되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거의 모든 예술활동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가고 있음은 여전하다. 무한경쟁시대에 있어 이제는 지방문화의 발전과 경쟁력 제고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도 이룰 수 없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 그 지방의 문화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도 하고 또 앞을 다투어 국제 자치단체간 교류를 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케이블TV의 도입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중앙과 지방 할 것 없이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문화의 균점현상을 촉진하고 이를 실현하게 된다.

텔레비전 방송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겠으나 우리 나라를 문화적으로 통합하고 문화의 보급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고 특히 전파를 통해 거리라는 장벽을 극복하여 서울과 지방의 대중문화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 역할은 적다 할 수 없다.

지방화와 지역채널

금년도에 지방자치가 실현된다고 한다. 지방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주민의 생활의 질이 향상되고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실현되려면 다른 많은 것들이 선결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소통되고 지역 여론이 건전하게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채널이 있어야 된다. 지방의 인쇄매체가 있어 이런 역할을 기대하지만, 기초행정단위별로 지역 주민을 대변할 수 있는 매체는 아직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니다. 그런데 케이블TV의 경우를 보면 전국을 인구 밀집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행정구역의 시, 군, 구 단위로 분화되어 있고 지역 채널이라는 매개체가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것보다도 지역 밀착적인 매체의 구실을 할 수 있다. 지역 채널의 운영에는 아직 매체로서의 기능이 보도금지 등 제한적이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지역 커뮤니케이션의 거점 작용을 할 수가 있다.

정치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제도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각 후보에게 정견을 발표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 등이며, 행정 분야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케이블TV를 주민과의 홍보와 커뮤니케이션의 통로로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을 상태로 하는 홍보를 케이블TV를 이용해서 알리기 위해서 「시민의 시간」과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 제공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그 지역의 다양하고도 특수한 여건을 충분히 살린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지역 주민을 참여시킬 수 있다. 가령 어떤 특정 농업지역에서 지역민을 위한 특정 작물의 시장동향이나 우박, 서리와 같은 피해를 사전에 예고해 주는 일기예보 등은 그 지역 경제에 빼놓을 수 없는 생활정보가 될 것이다. 이제까지 전국적인 단위 경제상 텔레비전의 광고수단을 이용하지 못했던 지방의 중소규모의 사업자들도 새로운 광고매체를 새로이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 및 문화 분야에서의 기여 가능성은 아무리 작게 보아도 지역 주민의 생활과 문화의 거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시군민의 다양한 행사와 소식 등 공지사항을 케이블TV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앙에 편중 편재된 문화의 분산효과 말고도 그 지역의 전해져 오고 있는 전통문화를 포함한 문화예술의 역량을 조사 발굴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 주민의 채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케이블TV의 등장은 중앙과 지방이란 구도를 허물어 버리고 그 지역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마련된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아직도 많은 것을 다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있다. 케이블TV도 하나의 사업이교 영업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상업주의에 너무 빠져버릴 위험성이 있다든가. 매체시장의 질서가 아직 확립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이비 언론이 아직은 상존한다는 우리의 지방적 현실에서 어떻게 건전하게 육성 발전시켜 갈 수 있는가 등이다. 운영자의입장에서는 지역채널을 운영하기 위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투자와 인력의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동시에 다양한 주민의 피드백을 처리하는 문제, 그리고 지역 채널에 아직은 금지되어 있는 보도제한 조항과의 조화와 균형이다.

케이블은 바야흐로 지방화 시대를 맞는 시점에 맞추어 태어났다. 앞으로 할 일은 어떻게 하면 건전하고 유익한 지역매체로 그리고 지역주민의 창구로서 문화신장의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인가에 있다. 케이블의 등장은 이런 의미에서 문화적 충격이다. 그 충격은 지역주민이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고 중앙과 지방의 거리와 벽을 허무는 문화적인 충격일 것이다. 케이블TV는 뉴 미디어, 멀티미디어 시대의 총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