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이야기 ⑥
용호성 / 음악평론가
실용성과 음악성을 함께 갖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이번 글에서는 100만원 미만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몇 가지 추천하려고 한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하 인티앰프)는 지난 번에 설명한 것처럼 프리앰프와 파워앰프가 하나의 새시에 모아진 것을 말한다. 프리와 파워를 한 몸체로 만들면 가격도 저렴해질 것이고 매칭의 문제도 줄어들 텐데 왜 분리형을 따로 만들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기술적인 측면이다. 파워앰프는 스피커에 대응하여 만들어지므로 모든 특성이 스피커를 얼마나 잘 구동시켜 주느냐에 집중된다. 그러나 프리앰프의 경우 스피커보다는 각종 소스기기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포노(LP), CDP, 튜너, 카세트데크 거기다가 요즘에는 LD와 비디오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프리앰프는 다양한 출력을 내는 각종 소스기기들을 다독거려 나름대로의 음색으로 가다듬고 조정해 나가는데 그 힘을 기울이게 된다. 프리와 파워가 갖는 이런 상이한 기능 때문에 분리형 앰프는 존재 이유를 갖는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용자들의 허위의식이다. 아무래도 오디오라는 게 그저 순수하게 음악만 듣는 것보다는 그럴 듯한 모양새도 중요한 전자제품인데 그러다 보니 하나만 멀쑥하게 있는 인티앰프보다는 분리형이 속된 말로 폼이 나는 것이다. 거기가다 파워앰프가 듀얼 모노형으로 분리되어 있고 전원부까지 별도로 있다면 그럴듯한 모양새가 갖춰진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기술적, 음질적 우월성에 대한 입증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분리되어 가는 앰프의 추세는 아무래도 사용자들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어쨌든 앰프의 이러한 분리화 경향에도 불구하고 인티앰프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는 물론 1차적으로는 그 가격의 저렴성과 사용의 편리성 때문이다. 작년에 큰 인기를 끈 바 있는 코플랜드처럼 200만 원을 호가하는 인티앰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베스트바이 인티앰프는 100만 원 미만이다. 따라서 처음 오디오를 접하는 음악애호가들은 우선 인티앰프를 통해 오디오의 음색이라든가 매칭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더욱이 오디오를 수십년 하다가도 결국 조그만 북셀프형 스피커에 조그만 인티앰프로 돌아와 편안함을 느끼는 애호가들도 많다. 음 자체나 기기에 대한 사치에 큰 관심이 없다면 쓸만한 인태앰프와 더불어 음악 감상 자체에만 몰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몇 가지 인티앰프는 이미 국내시장에서 그 성능이 입증되어 베스트바이 기종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품들이다 따라서 어느 제품을 선택하더라도 음색에 관한 호오는 있을 지언정 엉망인 앰프라든가 바가지를 썼다든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듣는 음악 취향과 함께 매칭을 위한 스피커에는 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가장 먼저 소개해야 할 앰프는 단연 뮤지컬 피델리티의 A1(65만원)이다. 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이래 국내에 인티앰프의 선풍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이전에는 인티앰프라고 해봐야 일제 다기능 앰프나 고작해야 매킨토쉬에서 나온 한두 기종이 전부였다. 하지만 뮤지컬 피델리티의 앰프가 나온 이래 인티엠프로도 음악적이고도 완성도 높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뮤지컬 피델리티는 이후 그 여세를 몰라 A25와 A100을 비롯한 몇 개의 인티앰프를 더 내놓았고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하였다. 뮤지컬 피델리티는 인티앰프로서는 드문 A급 동작 방식을 취하였는데 비록 출력은 20와트밖에 안되지만 그 음악적 분위기에 많은 애호가들이 매료되었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한 아직도 뮤지컬 피델리티의 앰프를 아끼는 애호가들이 많다.
뮤지컬 피델리티의 인기에 편승하여 이후 많은 영국제 엠프들이 국내에 등장하였는데 이는 하나의 트랜드를 형성하였다. 가격은 100만원을 넘지 않고 조잡하고 잡다한 기능만으로 음질 위주의 설계를 하였으며 작은 북셀프형 스피커로 클래식음악을 주로 듣는 젊은 층을 주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뮤지컬 피델리티의 인기를 이어받은 앰프는 오라의 제품이었다. 오라는 깔끔한 디자인과 더불어 자극성 없는 고역과 진공관에 가까운 따뜻하고 고운 음색으로 인기를 끌었다. 오라에서 나온 VA50(60만 원)은 특히 실내악 위주의 클래식을 주로 듣는 젊은층과 여성 애호가들로부터 큰 선풍을 일으켰다. 이후 오라에서는 VA100(90만 원)과 이를 마이너체인지한 모델을 몇 개 더 내놓았다 그러나 오라는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소리가 너무 미지근하게 느껴지고 셀레스쳔 SL6Si나 보스 등의 스피커를 올리기에는 힘이 모자란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지만 섬세하고 부드러운 중고역과 풍성한 처음으로 KEF Q90을 비롯한 영국계 스피커들과 매칭한다면 그 섬세하고 따뜻한 소리에 충분히 매료될 만하다.
미션에서 나온 사이러스3(95만 원)는 외관보다는 실질에 중심을 둔 인티앰프이다. 다소 투박하게 생긴 외모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오라나 뮤지컬 피델리티와 비교하면 조금 둔해 보이는 외관을 갖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리에 대한 평가는 이와 다르다. 오라만큼 예쁜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스피커 구동력이 좋고 특히 저음구동에 관한 한 오라와 비할 바가 아니다. 채널당 출력이 50와트이지만 청감상의 스피커 드라이브 능력은 100와트 이상의 앰프에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탄탄하고 질감있는 소리여서 특히 재즈의 재생에 탁월하고 같은 이전의 780같은 스피커뿐만 아니라 셀레스쳔이나 로쳐스의 스피커들과도 잘 어울린다.
재작년부터 대대적인 광고 공세와 함께 차세대 인기주자로 등장한 앰프가 오디오링크사의 스털링(85만 원)이다. 스털링은 매끄러운 크롬외관에 A급 동작으로 채널당 35와트, AB급으로 전환하면 채널당 70와트의 출력을 갖고 있다. 음색의 큰 특성은 없지만 스피커를 별도 타지 않으며 음의 분해능력이 높은 현이어서 여러 장르를 듣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앰프이다.
이밖에 부드럽고 깊은 울림을 자랑하는 알캄의 알파5(52만 원), 자유스럽고 따뜻한 톤을 갖고 있는 오디오탭의 8000A(100만 원) 등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 앰프는 대개 종래의 영국계 앰프에 비해 힘이 좋고 클래식 만이 아니라 재즈나 팝 등 소스를 가리지 않고 잘 울리는 편이며, 각 앰프 별로 독특한 음색을 자랑하기 보다는 어느 스피커에나 무난히 잘 적용하는 보편성이 장점으로 내세워진다.
인켈은 AX 9030R(69만 원)로 영국제 오디오에 맞서 국내 기종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전의 SAE 시리즈만큼의 인기를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웬만한 스피커에는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또다른 기대주로 등장하고 있는 앰프가 장덕수 앰프이다. 대단한 의욕과 함께 출발한 장덕수 앰프는 그 의욕만큼이나 충실한 음질로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동가격대의 국내외 앰프 어느 것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는 게 회사나 구입자들의 다같은 중평이다. 최근에는 하이엔드기종까지 내놓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할 회사라고 할 수 있으며 인켈보다는 한수 위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같은 기종말고도 덴센의 DM10 (160만원)이나 코플랜드의 CTA-401(220만 원) 그리고 이전에 인기를 끌던 매킨토쉬와 더불어 많은 AV용 앰프들이 있다. 그러나 덴센이나 코플랜드, 매킨토쉬는 가격이 높은 편이고, AV용 앰프는 음질 자체보다는 그 다기능성 때문에 주목받는 제품이므로 여기서 소개한 100만 원 미만의 소형 인티앰프와의 평면적인 비교는 곤란할 것이다.
*표기된 가격은 주로 오디오전문지에 소개된 가격이므로 실제 숍에서는 이보다 10∼20%정도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