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

관광산업 중 문화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문화관광의 활성화 방안




노일식 / 문화체육부 행정사무관

문화관광이란 '자연의 역사, 인위적 유산, 예술과 철학, 그리고 다른 지방. 국가의 관습, 제도에 몰입하는 것'이라고 세계관광기구 WTO 는 정의하고 있다. 문화관광은 관광산업의 다른 분야에 비해 초기 발전단계에 있으나 최근의 관광산업이 환경.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을 모색하게 됨에 따라 문화관광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문화관광은 문화시설 운영에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절약할 수 있고 관광의 계절성 문제 또한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유럽, 캐나다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보다 더 문화 지향적인 관광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관광정책이 문화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하여 관광산업과 문화관광은 어디에 위치하여 있고 문화관광을 통한 외래관광객 유치 증대를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관광산업과 문화관광의 위치

관광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일부이며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외래관광객 유치는 외화의 수입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자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관광협회 WTTC에 따르면 1994년도 세계관광산업의 산출액은 3조4천억 불로써 총 GDP의 10.1%를 점유하였고 고용인구는 2억 4백만 명으로써 전체 고용인구의 10.6%를 차지하고 있는 큰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광산업 총 산출액은 GDP의 5.2%, 고용인구는 5%를 점유하고 있으며 수출산업 중에서는 섬유, 전자, 기계, 철강, 자동차에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4년도 외래관광객으로 인한 순수 관광수입은 39억 불로써 무역외 수입의 17.5%, 총 수출액의 4%를 점유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관광산업 중 문화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세계관광기구는 문화관광은 전체 관광의 37%를 차지하고 있고 200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전체 관광 성장률이 4%인 점을 감안하면 문화관광이 전 관광산업의 성장을 리드해 나갈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캐나다는 가장 의욕적으로 문화관광을 육성하고 있는 나라인데 전체 입국관광객의 37∼40%가 문화동기로 캐나다를 여행하고 있으며 전체 관광수입의 33%가 문화관광 목적지에서 발생한 수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래관광객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속촌, 경주, 부여, 공주 등 3개 지역 방문객은 조사대상자 중 33%를 차지하고 있고 1994년도 여행사에서 유치한 전체 관광객 중 32.4%가 문화관광객이었으며 사찰, 유적지 등을 포함하면 50.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문화관광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문화관광의 범위와 관광 과정

문화관광의 범위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상이하나 대체로 역사유적지, 자연, 역사, 생활박물관, 민속축제 등 각종 이벤트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800여 곳의 공공 및 민간의 박물관과 공연장, 전시장, 200여 지역 민속. 문화축제, 역사유적지, 고궁, 도자기 등 산업시설이 대표적인 문화관광 소재가 될 수 있다. 문화관광객중 개별관광객은 특별한 문화목적을 가진 방한객과 비즈니스 등의 여타 목적 방한객 중 일정시간에 우리 문화 시설을 관광하는 자를 말한다. 반면에, 단체관광객의 경우는 보통 3박4일 일정 중 1일 이상이 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짜여지며 이러한 여행상품은 대개 6개월 내지 1년 전에 확정되어 국내 여행사와 관계가 있는 외국의 여행사를 통해 판매된다. 문화관광객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형태의 관광객보다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단체관광객의 경우는 통역가이드가 있어서 나은 편이지만 개별 관광객의 경우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각종 안내기능의 개선이 가장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문화관광의 활성화 방안

프랑스의 경우 4만 개의 기념물, 4천 개의 박물관, 연중 민속축제가 2천여 회 개최되고 있으나 관광수입으로 운영경비를 충당할 수 있는 경우는 1%에 불과하다는 점은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해 준다.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외 문화관광객 시장에 대한 분석과 관광객 성향을 고려한 한국적 문화관광 상품 CULTURAL TOUR PROGRAME의 개발, 유명상품 BRAND으로서의 이미지 구축, 특별한 유치, 홍보 전략이 필요하며 한편으로는 문화관광 목적지의 접근성, 각종 표지판, 안내문, 숙박, 통역, 화장실 등 수용요건 개선, 그리고 다양한 문화관련 상품 CULTURAL GOODS 개발, 판촉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그 동안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다. '1994 한국 방문의 해'를 준비하면서 관광공사를 중심으로 업계, 학계에서 공동으로 1992년에 180개의 한국방문 시범 관광코스를 마련하였는데 그중 박물관, 공연. 전시, 민속축제, 사찰관광 등 문화관광으로만 짜여져 있는 상품은 55종이었으며 국내의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벌려왔다. 문화관광코스를 개발하는데 있어서는 이에 대한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민관 합동으로 새롭게 주제별 지역별 모델관광 코스를 개발하여야 한다.

또한 풍부한 우리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각종공연, 축제는 해외홍보기간을 포함하여 최소 1년 전에 일정이 확정되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개최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업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통문화 상설공연장의 관광코스화는 그 좋은 예가 된다. 국악 등 공연 내용은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통역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막 또는 개인별 녹음기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 전시장, 한국의 집, 민속촌 등 문화시설의 개방 시간은 관광객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문화관광으로 인한 수입이 많은 네덜란드의 경우 주 7일, 하루 12시간씩 문화시설을 개방하는 반면, 문화관광 자원에 비해 수입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태리의 경우는 주 6일, 하루 6시간씩 개관하고 있는 점은 좋은 비교가 될 것이다. 또한 역사적 건축물, 고궁, 유물, 기념관 등은 조명시설이 개선되어야 하며 고궁에는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등을 위해 전통의상 대여, 정통복장을 입은 수문장을 세우는 등의 배려가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관광수용시설의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외국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안내표지판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관광객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내여행시 가장 큰 불편한 것으로 의사소통 문제를 들고 있으며 안내체계상 문제점으로는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는 설명문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자문화권에 있는 우리로서는 각종 표지판에 한자병기를 확대해야 한다. 1994년도에 한국 방문의 해를 계기로 문체부에서 주요 도로변에 한글, 영어, 한자를 병기한 문화재, 사적지 안내 방향표지판을 신설한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문화시설 구역 내에서는 각종 안내표지판, 문화시설 설명문, 각종 팜플렛을 다양한 외국어로 표기. 제작해야 한다.

창덕궁 등 일부 시설에서 전문안내원을 두고 있으나 다른 특정한 고궁, 박물관 등에도 '전문안내원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단체관광객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개별관광객의 경우 전문안내원이 없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의 예를 들어보자. 개별 자유관광객은 입장권을 구입하여 취향대로 돌아보면 되지만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자 하는 경우는 추가요금을 지불한다. 안내를 받는 관광객과 자유관광객의 입장 및 관람순서는 역순으로 되어 있어 자유관광객이 안내를 받는 관광객과 뒤섞일 염려는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6천2백여 명의 등록된 통역안내원이 있는데 이들의 재교육을 강화하고 그들 스스로 공부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통역안내연구센터가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문화관광 시장에 대한 분석과 이에 따른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문화관광객은 문화관광만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계층(전체 문화관광객의 5% 정도),한번의 여행에서 여러 곳을 여행하는 주유형 계층, 휴가. 회의 등의 목적으로 여행하다가 잠시 시간을 내어 박물관, 콘서트, 전람회 등을 방문하는 계층(전체 관광객의 2/3)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대체로 관광객이 문화상품을 알게 되는 매체의 중요도는 신문, 전문잡지, 친구, 친지 등의 구전, TV,라디오, 각국의 관광홍보기관, 여행사, 항공사 등의 순서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문화관광객 유치 홍보는 언론인 취재지원을 통한 기사화, 전문지 광고, 여행업계 인사의 초청답사, 수학여행단의 유치 등이 중요한 소구력을 갖게 될 것이다.

최근에 세계 각국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문화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가 1991년에 '모차르트의 해'로 관심을 끌었고 1992년에는 '농민 - 우리의 생명,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관광객을 유치하였다. 1995년에는 네덜란드가 '튤립 400년' 행사를, 영국은 '예술과 문화축제 1995'를 개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독일이 '루터의 해'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작년에 '한국 방문의 해'를 주제로 외국관광객 유치에 노력하여 북 핵문제를 비롯한 어려운 여건에도 1993년보다 7.5%성장한 358만 명을 유치하였다. 그러나 한국 방문의 해의 더욱 중요한 의의는 정부와 국민의 관광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였고 관광산업에 대한 30여 종의 각종규제 철폐와 육성지원 시책의 추진으로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였으며 출입국 절차의 대폭간소화, 도로, 관광표지판 개선 등의 수용여건을 개선함으로써 관광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데 있다.

민관의 적극적이 협력 필요

문화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관광공사, 문화시설 관리기관, 단체, 관광 행정기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와 관광공사에서는 관광상품 개발 및 유치홍보에 노력해야 하며 관광행정기관은 문화의 관광자원화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각종 수용여건의 개선에 힘써야 한다. 이태리 지방정부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목적지를 소개하도록 여행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가 된다. 또한 문화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문화관련 시설의 운영주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화시설 내의 각종 안내표지판, 설명문, 안내 리플렛, 개방시간, 음식,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 등을 관광객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활발한 토론과 넓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