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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애호가를 위한 오디오 이야기. 7




용호성 / 음악평론가

100만 원 미만의 스피커 추천

아르바이트로 장만한 뮤직센터나 결혼하면서 멋모르고 사들인 컴퍼넌트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처음으로 본격적인 오디오를 구입하려 한다면 어느 정도의 시스템이 좋을까? 아마도 지난 호에 소개한 소형 인티앰프와 더불어 자그마한 북셀프형 스피커를 조합해 100∼200만 원 정도의 시스템으로 시작하는 게 정석일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100만 원 이내의 가격에서 구입할 만한 괜찮은 스피커 몇 개를 골라 보려고 한다.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기기 들이야 중평이라는 게 있어서 어느 가격 대에서는 어느 제품이 그래도 괜찮다는 식의 조언을 들을 수 있지만 스피커에 관한 한 다른 사람의 조언은 별로 도움이 안된다. 직접 들어봐서 자신의 소리 취향에 어울리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없을 때는 메이커의 전통을 보고 선택하는 게 큰 실패를 방지하는 길이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피커를 먼저 정하고 다음에는 이것을 제대로 올려 줄 만한 앰프를 고르고 마지막으로 예산에 맞춰 소스 기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혹자는 업그레이드를 고려하여 스피커에 과감히 예산을 투자하라고 말하지만 오디오를 구입하는 목적이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음악을 듣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뻔히 알면서도 불균형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오디오 시장에서 오래도록 인기를 모아온 몇 가지 기기를 살펴보도록 하자.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한 제품은 당연히 와피데일의 다이아몬드 V이다. 다이아몬드 시리즈로 첫 모델이 나온 지 10년도 넘었건만 이 모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가격대 성능으로 말하자면 이 모델을 능가할 만한 게 거의 없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 조그만 몸체에서 어떻게 저런 소리가.....하는 놀라움을 갖게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한 음으로 정위감이 뛰어나고 26.5x17.8cm의 크기에 비하면 중저역의 소리도 단단한 편이어서, 특히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소비자 가격은 35만 원이지만 그 이하의 가격에 구할 수 있으며 중고제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악성 좋은 영국제 인티앰프들과는 대체로 매칭이 잘 이루어지지만 락이나 재즈를 즐겨 듣는 애호가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제품이다.

이와 경쟁할 만한 스피커로 셀레스쳔 5가 있다. 40만 원 이내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소리의 완성도가 뛰어나 다이아몬드 V와 90년대의 베스트셀러 스피커로 당당히 기록되었다. 저역의 소리나 대편성 악곡에서는 소형스피커로서의 한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작은 방에서 듣기에는 안성맞춤인 스피커이다. 클래식 외의 장르에서는 다이아몬드 V보다 적용성이 뛰어나다. 이보다 한 수 위의 제품인 SL6Si같은 모델도 추천할 만하다. 80년대 초반에 나와 이른바 고성능 소형스피커 시대의 선두주자가 된 이 제품은 스래쉬 메틀을 제외한 다면 대부분의 음악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스피커의 크기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넓은 음장감이 재현될 뿐만 아니라 소형 스피커치고는 대역간 균형도 비교적 잘 잡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앰프 선택이 쉽지 않다. 오라 같은 앰프를 물리면 음색 자체는 아름답지만 저역의 드라이브가 조금 힘들다. 베스트 매칭으로는 보통 미션 사이러스나 뮤지컬 피델리티의 적당한 인티앰프가 권해진다. 스피커의 가격은 100만 원 정도로 다소 높은 편이다.

보스 301은 첫 모델이 나온 지 25년이나 된 롱셀러 제품이다. 보스의 대부분 제품이 그렇지만 이 기기 역시 간접 음을 중시하는 유니트설계로 실제 음악회 현장과 유사한 사운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AV에서 특히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AV시스템을 구성하는 경우 메인으로 이 스피커를 선택하고 후회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소리가 워낙 독특해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명백히 구분되며 주로 젊은 층에 인기가 있는 스피커이기도 하다. 소리는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편이며 저역이 뛰어나 재즈나 락을 주로 듣는 사람이라면 AV가 아니더라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선입관만 아니라면 클래식에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격이 62만 원 정도이다.

미션은 사이러스 앰프로 유명한 회사이지만 최근에는 760i이라는 스피커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그 동안 미션은 스피커에 관해서는 그리 지명도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실구입 가격이 대략 25만 원 정도여서 과연 서민적인 소박함을 그 장점으로 내세울 만하다, 소리의 스케일 감은 셀레스쳔 5보다 조금 떨어진다. 셀레스쳔 5에 비견될 모델로는 760i보다 하나 위 모델인 780i(35만 원 정도)가 있다. 매칭은 같은 미션사의 사이러스 앰프나 오라 정도면 잘 어울리지만 앰프의 수준에 따라 스피커의 수준이 달라지는 대표적인 스피커이기 때문에 앰프는 가능한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을 쓰는 게 좋을 것이다.

KEF는 프로악과 함께 피아노 소리가 좋은 메이커로 잘 알려져 있다.Q90은 KEF의 Q시리즈 가운데 최상급 기종으로써 고역이 잘 가다듬어져 있고 소리 경향은 중립적이며 다소 어두운 편이다. 음악 장르는 별로 가리지 않고 앰프에 대해서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 스피커이다. 가격은 100만 정도.

좀더 현대적인 소리를 원한다면 로이드 신드라 II도 권할 만하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메이커이지만 대역의 폭이 동급의 스피커들보다 넓은 편이고 해상력이 좋다. 일반적으로 따뜻하고 풍성한 분위기의 영국제 스피커들과는 달리 이 기기는 음상형성이 샤프하고 소리에 탄력이 있으며 상당한 밀도감이 느껴진다. 70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JBL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를 모아온 스피커이다. 요 몇 사이 다양한 메이커의 제품들을 쏟아져 들어와 옛날에 비하면 인기가 시들해지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락음악 애호가들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4312는 JBL의 중저가 모델 가운데 가장 인기를 모은 기종인데 모양은 투박한 편이지만 모니터 스피커답게 소리가 정직하다. 가격은 보통 90만원 정도이지만 조금씩 사양을 바꾼 모델이 여러 가지여서 8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클래식음악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편이며 에이징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앰프도 영국제 소형 인티보다는 매킨토쉬 같은 대출력을 물리는 게 좋다.

태노이 식시스 611은 기존의 태노이 모델들이 갖고 있는 영국계열의 전통적인 소리에 미국적인 소리가 가미된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셀레스천 5에 비하면 스케일감이 좋은 데다 65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어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종류의 스피커를 세팅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저역을 알맞게 튜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은 전용스탠드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스피커 스탠드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10만 원 정도 하는 스탠드면 최소한 그 몇 배 이상의 돈을 스피커에 들인 것만큼의 음질 향상을 가져온다. 또한 스피커 케이블의 영향력도 간과 할 수 없다. 소스기기와 앰프들 사이의 인터커넥터만큼 음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스피커 케이블 역시 스피커 가격의 10%정도 선에서 별도로 책정되어야 한다.

*스피커 가격은 제품의 수입시기. 시장인기도. 그리고 오디오 숍에 가격문의를 한 뒤에 구입하는 게 좋다. 그리고 처음 오디오를 장만하는 것이라면 일단 스피커는 중고를 구입할 것을 권하고 싶다. 스피커는 가격이 적당한 중고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