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정보화시대 / 문화예술 창작과 향수

새롭고 다양한 실험을 통한 창작의 일반화

-음악과 뉴 미디어



황성호 / 작곡가. 서울대 교수

작가에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가 미디어

후기 산업화 사회에서 미디어의 의미는 컴퓨터, CD, LD, FAX와 같은 정보 유통을 위한 구체적 장치로부터 ISDN, 방송 시스템, 위성통신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것이지만 많은 이들은 일상적으로 앞서의 것들(생활용품으로서 친숙한)을 우선 떠올린다. 후자의 특성이 공공성이라면 전자의 것은 개별성이 될 것이다. 예술가의 경우는 이 양자가 모두 유용한 미디어이지만 후자의 것은 종래의 공연공간을 대신하는 소통의 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창작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자의 것이, 그 중에서도 컴퓨터 핵심적인 뉴 미디어가 된다.

단순히 미디어에 의한 결과물을 소비하는 입장의 일반인과는 달리 미디어를 통해 예술적 결과물을 창출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이를 운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역시 미디어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운용 소프트웨어에 따라 사무 기기, 혹은 예술의 미디어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술형태 및 특성을 결정짓는 데에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내재된 개념이 우세하기 때문에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역시 미디어로 생각하는 것이 합당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를 미디어로 취급한다.

현재의 음악도구는 무엇인가?

과거 '음악 만들기'에는 악기와 더불어 악상을 구체적인 기호화하기 위한 종이를 비롯한 전통적인 필기구가 유일한 도구였다. 현재의 음악도구는 무엇인가? 신시사이저, 드럼머신, 신호 가공기 등 일련의 컴퓨터 악기 computer music instrument와 더불어 컴퓨터 음악 시스템 computer music system이 음악도구로서 거의 모든 음악장르에서 그리고 아마추어에서 음악적 엘리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레벨에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전기에너지가 필수인, 이들 새로운 도구가 기술(記述)이라는 단순 기능의 과거의 것과는 달리 작곡과 연주상의 표현에 있어 큰 영향을 발휘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도구가 작곡가, 연주가 및 청중들이 요구하는 '예술적 표현이란 점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우며', 또한 '어떠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컴퓨터 음악에서 인간의 역할을 무엇인지',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사용이 작곡가와 연주가의 음악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등, 종래에 없던 질문들을 하게 된다.

음악에 있어서 뉴 미디어

컴퓨터

이제 컴퓨터는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경우에 있어서도 필수 물로서 사용되고 있다. 작업에 있어서도 필수 물로서 사용되고 있다. 작업이나 학업에 있어서 컴퓨터는 단순 필기기능만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작업환경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컴퓨터에 그간 인간이 축적한 음악지식 및 추상적인 음악성의 분석 데이터를 프로그램으로 처리하여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에 연유한 음악지능 music intelligence이란 개념을 낳기도 했다(North Texas대학의 작곡과 교수이면서 CEMI- the Center for Experimental Music and Intermedia의 소장인 필 윈저 Phil Winsor 는 그의 자동작곡에 대한 연구에서 일련의 음악적 알고리즘 작업을 이러한 개념으로 이야기했다). 그리하여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과 물리적 훈련이 안된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쉽게 고도의 음악지식을 이용한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음악전문가에게는 이전에 없던 것을 경험하게 하여 예술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확장되어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다시금 또 다른 확장의 동기가 되는, 피드백 현상을 일으켜 문화를 급속도로 변화시킨다.

컴퓨터를 사용한 음악행위는 '음 발생'과 '작곡'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사실 컴퓨터 음악은 메인 프레임 시기부터 이 둘을 병행해 왔다. 게다가 수십 년이 흐르면서 실시간 real-time제어 및 마이크로 프로세서에 기초한 음악 기기 들의 출현을 통해 이 둘은 제각기의 분야로 독립되기도 했지만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작곡과 음 발생 기능은 각각 시퀀서 ,신시사이저처럼 각기 고유 기능의 하드웨어로 분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 두 기능이 하나로 통합하여 워크스테이션 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역시 그간 개개로 제공되던 음 편집, 시퀀싱, 편곡, 녹음 등의 제 소프트웨어들이 하나로 묶여지는 통합음악툴 화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 화는 단일 악기형태로 서만이 아니라 개인 컴퓨터에 내장되는 음악카드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음악카드는 신시사이저 기능은 물론 소리 녹음, 편집, 더 나아가 파형 분석까지도 가능하다. 이는 카드 하나로 소리와 관계된 모든 일들이 손쉽게 처리된다는 것이다. 또한 발전된 디지털 신호 처리 DSP의 응용도 가능하여 간단하게 사용자는 원래 음 데이터에 여러 가공(잔향, 딜레이, 음 길이 변화, 음정 변화, 음색 및 음량 처리 등)을 실시할 수 있다. 따라서 음 발생은 더 나아가 다양한 '음 발생 및 처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옳겠다. 작곡의 경우에도 이제는 많은 면에서의 가능성들이 실시되고 있어서 무엇이라 하나로 이야기하기 힘든 형편이다.

음악구축 과정에 있어서 '모델링', '시뮬레이션', '디자이닝' 이라는 컴퓨터만의 막강한 기능을 최대로 활용하는 컴퓨터를 이용한 작곡은 다른 어떠한 음악적 응용보다 최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의 작곡은 작곡가가 떠오른, 아니면 계획한 일련의 악상을 기호화하고 나서 연주라는 단계를 통해 소리정보화 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 속에서 앞서의 세 과정이 시도되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모든 것이 데스크탑 출력 desk-top output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용할 경우, 더 나아가 이를 보존하는 신시사이저와 같은 음 발생기를 병용할 경우, 작곡가의 작업은 보다 선명해지며 많은 가능성들을 실험, 선택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음악구조는 몇 개의 음악재료의 전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원형의 복사(흔히 모방으로 이야기하지만 뉴 미디어에 어울리는 개념으로 복사 copy란 단어를 사용했다. 모방에는 음고 차원에서 봤을 때 동일 음도 상의 반복과 다른 음도 상의 시퀀스가 있다. 또한 축소, 확대 복사의 개념인 리듬 면에서의 확장 augmentation과 축약 diminution도 있다)와 변화들로 이루어진다. 음악에 있어서 형식이란 바로 이러한 사고에 기초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 발전의 폭은 악기 및 연주자라는 물리적 제한에 따라 음 조직, 속도, 음량, 음색 등 제 파라미터에 구속되었다. 결국 이러한 제한에 작곡가의 음악적 사고(思考)는 한정된다. 그러나 20세기에 들면서 전통에 대한 파격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다각적으로 실험된 현재 작곡가의 음악사고는 팽창하고 있는 우주처럼 미지의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계단식의 음 조직(음계)은 가청 주파수 안에서의 제한 없는 제어로 고형 적이었던 음색은 융통성 있는 음색 변화로, 전통적 화성개념은 보다 다층 적인 음향으로 더 나아가 고정된 음원개념은 자유로운 음의 공간배치 등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현재 인간의 물리적인 연주는 작곡가들의 광범위한 사고를 감당하기에 많은 문제가 있다. 창작의 상상력은 통념이라는 궤도를 이탈하려 하지만 중간 매체로서의 연주자의 전통악기의 구조적 한계가 중력으로서 이탈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갈등은 작곡가들의 뉴 미디어 경험을 통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일부 작곡가들은 컴퓨터를 비롯한 뉴 미디어들만으로 문제점을 극복하려 한다. 뒤에 기술하겠지만 새로운 매체 만으로의 작업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한다. 그중 하나는 새로움의 낯섦이다. 창작가는 물론 수용자에게 역시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 매체의 낯섦이다. 그러나 뉴 미디어의 놀랄만한 성질-대중성은 얼마의 시간만 흐른다면 이를 곧 극복한다. 낯섦이 곧 일상화하는 경우를 전자 음악 기기와 컴퓨터가 증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까지 아웃사이더처럼 인식되던 전자음악이나 컴퓨터 음악은 점차 음악계의 필수불가결의 것이 되고 있으며, 머지 않은 장래 음악에 있어서도 '컴맹'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드웨어로서의 미디어, 컴퓨터는 음악가에게 있어서 도구 이상의 상상력을 키우고 경험하는 사이버 공간이다.

또한 컴퓨터는 이외의 다양한 음악 연구활동에 있어서도 유용한 도구가 되는데 이러한 새 영역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음악이론 추론화 시스템

(2)컴퓨터 보조교육

(3)음악학에 있어서의 제 실험 및 분석, 통계

(4)악보편집 및 출력

(5)음향심리학적 현상 연구

(6)음향물리학

(7)건축음향학

(8)공연 제어 및 공연환경 시뮬레이션

(9)미학적 인식이론

(10)정보이론

(11)인터미디어 응용 등등.

센서를 이용한 연주행위의 분석,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시스템에 의한 음향구조 실험 등 음악과 연관된 일련의 피지컬 모델링 physical modeling과 같은 실험들도 컴퓨터 음악의 한 분야로서 언급되고 있다.

MIDI

미디는 연주를 위한 인간의 모든 동작정보 값과 더불어 시간정보, 전자악기의 정보 데이터를 여러 기기 사이에서 통신하기 위해 표준화한 약속이다. 따라서 하드웨어가 아니다. 이를 전자 음악적으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미디란 다수 전자악기와 기기들 사이에서 실시간 real-time과 비실시간 nonreal-time에 의한 연주와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또한 연주와 제어, 양 데이터의 통신용 표준 제어언어이며 하드웨어의 스펙이다.'

미디를 통해 작곡가는 그의 음악적 사고를 정확한 수치 값으로 표현, 수정, 재현할 수 있다. 오선과 음악성에만 의지하여 막연했던 음악정보가 구체적인 값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음악에 대한 신성이 깨지는 것으로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소위 정보화 사회의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제 미디에 의해 모든 것은 정확하며 표준화된 값으로 분석이 가능하며 그에 의한 합성 역시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이는 앞에서 언급한 '모델링, 시뮬레이션, 디자이닝'의 바탕이 되었고 음악을 구체적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했다.

작곡환경 시스템

작곡환경 시스템이란 작곡 및 실시간 공연에 있어서 유용한 기능을 사용자 스스로가 설계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주로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되어 있다. MAX의 경우는 그래픽으로 처리하지만 내부적으로는 C언어로 프로그래밍 된다. 이를 통해 작곡가는 자신만의 음악 패턴과 음 발생용 패치 등을 하나의 모듈로 만들어 데이터 베이스화한 후 이를 이용해 자신만의 음악언어를 실험시킨다.

MAX

1988년 파리의 IRCAM Institut de Recherche et Coordination의 밀러 푸케트 Miller Puckette가 개발한 MAX는,1990년부터는 데이비드 지카렐리 David Zicarelli에 의해 미국의 옵코드 Opcode사를 위한 상업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 현재 발매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실시간 작업으로 음악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그래픽 프로그래밍 환경 graphical programming environment이다. 원래 맥용이지만 IMW IRCAM Musuc Workstation계획에 따라 NeXT 컴퓨터용으로도 개발되었다. MAX의 기본 개념은 패치이다. 그리하여 제어와 프로그램 시그널 흐름 등 모든 패치가 선과 오브젝트 상자에 의한 독특한 그림환경으로 나타난다. 이는 개발 때부터 미리 프로그램이었다. 이유는 IRCAM의 초기 신호처리 엔진인 4X가 시리얼 MIDI 연결을 통해 맥과 통신되었기 때문이다. MAX는 현재 전 세계의 많은 스튜디오 및 연구소, 대학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모듈들이 개발되어 공개되어 있다.

UPIC

UPIC Unite Polyagogique Informa tique de CEMAMU(1972년 야니스 크세나키스에 의해 음악 합성에 관한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기관)에서 작곡 툴로서 개발되었다. 현재 윈도우즈 환경에 기초하는 UPIC 프로그램은 부수 하드웨어로서 실시간 합성장치 real-time synthesis unit와 그래픽 디지타이저 스크린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용자가 그 디지타이저 스크린 위에 어떠한 파형을 그리면 그 결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 환경 프로그램은 장클로드 리세 Jean Claude Risset, <피에르 베르나르 Pierre Bernard, 다케히토 시마츠 Takehito Shimazu와 같은 작곡가들의 작품 환경이 되었다.

이외에도 Csound와 같은 프로그래밍 환경이 최근 작곡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악기들

음악에 있어서 뉴 미디어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새로운 전자악기들이다. 전자악기가 상품으로서 성공한 이래 무수히 많고 다양한 기능의 악기들이 매해 신상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음악의 결과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미디어로서의 전자악기는 매우 중요하다.

기록매체

20세기에 우리는 음악을 기호정보에서 소리정보와 AV 정보로, 더 나아가 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정보로 저장,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기록이란 그 목적이 재생에 있는 것이다. 실연이라는 것 외에 다른 재생장치가 없던 기호정보시대에서 음악은 오로지 실연만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AV 정보의 재생은 물론 수정, 편집 등이 용이한 현재, 더 나아가 이들을 소프트웨어로 활용하는 막강한 시장경제와 방송매체가 있는 현재, 이러한 미디어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여담이지만 이와 같은 기록매체가 없던 시기, 어떠한 작품이 명곡으로서 후대에 남기 위한 첫째 조건은 뭐니뭐니해도 악보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CD, LD 등의 기록매체가 첫 조건이 될 것이다.

PA System

PA System의 등장은 실연의 향수공간을 확장시켰다. 이 미디어 없이 핑크폴로이드의 포츠담 광장에서의 공연은 물론 원형 경기장에서의 아이다를 생각할 수 없다. 단순히 소리의 증폭을 떠나 오늘날의 발달된 PA System과 그 제어술(원격조정까지 포함한)은 소리의 이동, 배치 등을 정교하게 프로그래밍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종래의 '고정음원(固定音源)' 개념을 생동감 있는 것으로 바꾸었고 더 나아가 소리에 성격을 부여하는 정도로 발전되었다(이에는 음향 심리적인 면이 따라야 할 것이다).

뉴 미디어에 의한 새로운 창작 개념

디지털 시대의 작곡과 공연

변화하는 문화감각

뉴 미디어는 '새 술은 새 포대'라는 성서의 말씀대로 종래와는 다른 개념의 창작적 사고를 요구한다. 이전에는 '새로운 실험'이었던 것이 이제는 평범한, 그리하여 진부할 정도의 표현언어가 되기도 한다. 종래 연극적인 막(幕), 장(場) 개념의 진행에서 시공간 처리가 자유로운 영화적 사고의 영향을 받고 있는 문학의 경우처럼(요사이 소설에서 분명히 영화적인 면들을 흔하게 발견한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 이미 일상적인 것이며, 편집에 따른 급격한 장면변화는 동시 다층의 스토리구조, 리듬감을 느끼게 하는 시퀀스 등의 새로운 면을 만들었다). 작곡에 있어서도 전자 미디어의 경험에 따라 이러한 종류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1940년대 말에 나타났던 구체음악의 고전기법, '샘플의 스플라이싱 splicing'수법은 이미 샘플러 sampler로는 미디어의 도움으로 랩은 물론 컴퓨터 음악에서 즐겨 쓰는 기법이 되었다. 즐겨 언어의 해체로 이야기되는 이 수법은 그 기원이 작가의 미학적 근거에 따른 의도적 해체라기보다는 미디어 속성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본인의 작업에서는 특정 동기의 작위적 삽입, 또는 형식적 되풀이의 배제, 빠른 음악적 변모, 극단의 가청주파수대의 활용, 일정음악 부분의 알고리즘화, 음의 공간 이동 및 배치에 따른 성격화 등이 모색되고 있다.

조그만 예일지 몰라도 종래의 우연성 음악과 같은 실험 역시 MAX 등을 통하면 진일보할 수 있다. 일례로 작가가 정의한 환경 속에서 시도되는 우연성 실험 등이다. 더 나아가 그 제한 역시 여러 조건들 중에서 랜덤(우연성)으로 선택되도록 지정할 수도 있다. 물론 케이지의 작업에서도 제한된 조건을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우연적 조건들을 더욱 복잡하게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가능성이다. 이는 '통제되는 우연성 음악 controlled aleatory music'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 우연성에 대한 다양한 실험은 우리로 하여금 비 일상적인 것들을 경험하게 하여 이를 하나의 자연스런 것으로 인식시킨다.

실시간 제어

실시간으로 전자음악을 만드는 주목적은 음악가가 공연 중 음악에 적용되는 많은 실시간 제어를 실제로 행하는 데 있다. 이는 초기 전자음악이 스튜디오 안에서 작업되어 테이프로 완결되던, 소위 '테이프 음악'에 대한 반작용이다. 테이프 음악은 작가가 전체를 책임진다는 점에서는 흥미를 끌었지만 음악이 지닌 속성, 곧 공연이라는 점에서는 부자연스러웠다. 이는 당시의 제어기술의 수준으로 볼 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DSP 기술의 급성장은 신호 네트워크 자체를 악기 화하여 이를 마치 연주하듯, 실시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게 했다(사실 전통적 의미의 연주는 오늘날 의미로는 실시간 제어이다). 따라서 신호처리의 패치나 네트워크에 있어서 제어 대상은 음고와 템포, 음색변화, 음량 및 음고 아티큐레이션(cresc., 나 dim., 그리고 비브라토와 같은)과 같은 제반 음악 구성요소가 된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혹은 시퀀서를 이용해서, 혹은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그 알고리즘 자체도 다른 알고리즘에 의한 여러 제어를 받을 수 있다.

멀티 미디어 Multi Media, 확장 미디어 Extended Media

현재 문화에 있어서의 특징 중 하나는 멀티미디어이다. 음악에 있어 멀티 미디어는 이미 1970년대 중엽부터 언급되어 왔다. 당시 이 용어는 시어터 Theater, 확장 미디어 Extended Media, 인터미디어 Intermedia 등과 병용되었다. 이는 음악만이 아니라 연기, 행위, 조명, 무용, 그림 등이 어우러진 복합 장르를 의미했다. 그리하여 '보여지는 음악', '소리가 있는 미술' 등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매체들의 발전에 따라 TV 및 슬라이드, 영화 영상이라든가 전자음악 등이 또 관념적인 명상까지도 동참하였다(이는 각 장르 개개가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 하는 자폐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보그슬라브 쉐퍼 Boguslaw Schaffer, 조지 크럼 George Crumb, 몰튼 스보트니크 Morton Subotnick 그리고 TV를 위한 실험작품을 남긴 로버트 애쉴리 Robert Ashley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멀티미디어는 록음악 공연에도 영향을 미처 오히려 이 분야에서 많은 효과를 얻었다. 대단한 조명의 시도가 꾀해졌던 핑크 플로이드의 1980년도 '더 월 The Wall'공연을 비롯, 레드 제플린의 현란한 레이저쇼, 오지 오스본의 으스스한 해프닝(닭 머리까지 먹어 보였던) 등이 등장했다. 이시기 백남준과 제임스 시라이트 James Searight의 비디오 피드백(카메라의 초점을 그 자체 영사에 맞춤으로 영상 루프를 발생시키는 것, 촛불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거울을 마주할 때 얻어지는 효과를 생각하라. 차이는 카메라의 경우 움직임이 있어서 인상적인 잔상이 남게 된다)에 의한 작품들은 비디오의 미래 가능성을 인상적으로 보여 주었다. 7, 80년대의 탈 단일 장르의 아이디어는 AV 정보 전달 매체의 공존을 당연시하는 현재의 멀티미디어 개념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여담이지만 '열린 음악회'류의 음악회들도, 또 김영욱의 춤과 바이올린의 만남, 광복 50주년 기념 잠실 공연 등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멀티 미디어이다. 그러나 새 시대의 새로운 매체의 특성과 예술적 잠재력을 발휘하는 멀티 미디어는 기존의 오페라를 대신할 미래의 종합예술의 한 형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음악에 있어서 뉴 미디어의 문제점

기술은 아름답다

새로운 기술매체에 의한 예술의 경우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how'에 관심을 둔다. 어떠한 기술적 환경을 갖고 만들어진 작품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종래의 전통적인 미학적 기준은 '어떻게'가 아니라 '왜 why'였다. 물론 전자매체 이전의 음악에서도 기술은 중요시되었다. 바흐의 '음악의 헌정'이나 '푸그 기법'에서 작곡가의 푸그, 카논 기술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20세기 들어 기법을 중시하는 풍조의 음악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한 형식주의의 전형인 소나타도 대가의 경우 '아름다운 기술'의 면모를 과시한다. 그러나 이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독창성과 뛰어난 심리적 구성, 평범하지 않은 수사법과 같은, 작곡가 개인만의 기술, 아니 재능이었다. 그러기에 이는 그를 존경하게 하는 또 신뢰하게 하는 근거였다. 그러나 현재 미디어의 기술은 그와 같은 전통적인 기술과는 다르다. 현재 많은 뉴 미디어 작가들은 뉴 미디어의 사용자 user로 전락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뉴 미디어가 제공하는 환경을 통해 훌륭한 창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워낙 미디어 기술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자신보다는 미디어 상품)에 대한 열망이 늘 잠재해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등감'은 작품의 평가에 있어서도 적용될 수 있다. 오늘날 초기 전자음악에 대한 평가에서 미학적인 것보다는 박물관의 유물처럼 연대기적인 면에 가치를 두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따라서 앞으로 뉴 미디어 문화를 대상으로 미학적 질문이 꾸준히 있어야 할 것이며 그러할 때 미래의 세대는 단순 기술을 능가하는, 즉 전통문화에서와 같은 예술 차원의 기술이 이야기될 것이다. 물론 예술의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앞으로의 현실로 볼 때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고도의 기술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자본은 아름답다-수요자로서의 대중

20세기 중반 컴퓨터 음악은 스튜디오 내 전문 집단에 의한 실험이 중요한 의미였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성은 현재 상업주의에 의해서도 활발히 실시되고 있다. 이는 상업주의 음악의 경우 마치 재투자와 같은 것이어서 꾸준히 개성을 추구하는 실험이 기술의 도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면은 자칫 예술음악의 순수성처럼 믿어왔던 실험에 대한 평가절하와 더 나아가 빈한한, 보잘 것 없는 순수예술을 낳게 할 수도 있다. 이는 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의 딜레마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뉴 미디어는 그 속성상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따라서 작가에서는 스폰서가 필요하다. 스폰서는 경우에 따라 자본가가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정부가 될 수도 있다. 이는 모두 이윤추구, 과시행정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난무하는 사이비 예술의 꼴을 지닌 이벤트들이 있다. '예술의 일반화, 대중화'라는 듣기 좋은 캐치프레이즈에 힘입어 더더욱 활성화될 멀티 미디어 이벤트는 어쩌면 본격적인 정보사회가 될 미래의 대표적인 장르인지도 모른다.

음악에 있어서 뉴 미디어의 문제점

음악에 있어서 미디어에 대해 광의로 생각해 보았다. 점차 음악문화가 자체만의 것이 아닌 다른 장르와 결합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곧 음악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아마 음악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전통음악 공연이나 CD와 같은 소리정보기록 미디어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새로운 미디어들의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종래와 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상상력은 기술의 힘으로 구현된다. 최근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좋은 예이다. 앞으로 우리의 사고 지평은 넓어질 것이다(물론 넓어질 때 잃는 것도 우리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

기술은 그 속성상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는 곧 자본을 뜻한다. 또한 미래 문화의 속성 역시 자본과의 관계가 밀접하다. 자본의 영향력은 문화를 대중화하며 상품화한다. 재미 fun가 문화의 최고 가치가 될지도 모른다. 또한 뉴 미디어는 늘 젊은 세대와 친숙하다. 따라서 가장 뉴 미디어적인 문화의 중심세대가 10∼20대인 미래가 곧 오지 않을까 ? 이것이 전통적인 작곡가에게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 천연기념물처럼 당국에 보호받거나 아니면 종래와 다른 사고의 전환을 뜻하는 것일까 ? 무엇이 정보자본주의 (정보 가치가 경제 및 문화적 활동의 중심이 되는 미래 자본주의를 일컫는, 필자만의 용어)시기의 예술정신일까 ? 문화행사의 주체로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공공기관의 심도 있는 문화의식의 전환과 미래지향적인 대비가 시급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