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200호 특집. 21세기의 문화예술 전망. 문학
휴머니티를 위한 컴퓨터의 도구화는 문학인의 몫
조기원 / 시인, 예인정보기획사 대표
국내외 정보화 환경과 문학의 미래
-인터넷의 환경과 문학의 현황
세계의 정보화 현장은 인터넷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이 국내에 소개된 후 최근 국내의 이용률이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세계화와 정보화 계획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기폭제 역할이 될 만하다.
그러나 2010년까지 45조 원의 투자와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정부의 의욕에 비해 이용자들의 정보화 마인드 확산에는 아직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일본 동경의 도서전시회 이후 관측된 일본 출판계의 동향처럼 인터넷을 통한 작품의 발표는 작가들에게 중요한 유통구조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작가들의 관심사는 좋은 사이트(인터넷상의 위치, 즉 지명도 높은 정보제공 호스트)에서 작품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몫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통신문학 환경과 CD-ROM등 뉴미디어 현황
컴퓨터통신의 특성은 쌍방향성, 익명성, 즉시성, 광범위한 전파성, 적극성(능동성)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통신문학은 새로운 문화환경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에 빌 게이츠가 호암아트홀에서 했던 강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종이에 인쇄된 글씨를 읽는 것보다 해상도가 높은 평면 스크린에 쓰인 글은 읽기가 더 쉬울 수 있다. 지금의 스크린은 굴곡이 있어 E-mail용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긴 문서를 읽는 데는 불편하다. 그러나 스크린의 해상도의 상승은 대량의 내용 검색을 수월하게 한다. 또한 휴대가 간편하여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또 무선 접속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전자도서관 또는 전자책의 가능성을 지적하는 한 예라 할 것이다. 즉 향후의 문학이용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시간에 필요한 책을 장소에 구애없이 구입이 가능하며 휴대용 무선 컴퓨터를 통해 읽을 수 있으며 음악감상이나 정지화상, 동화상 등의 가미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미래의 문학환경 변모 양상
-문화 전반의 변화 양상
인터넷과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진 초고속정보 인프라의 구축이 끝날 시점인 2010년대에는 문학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정치, 경제, 교육, 생활, 예술 등 그 변모 양상은 실로 다양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의 파급력은 정치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민주화에 일정 정도의 전자민주주의 영향력이 발휘되리라 본다. 쌍방향 통신의 특성상 전자적 매체를 통한 투표권 실현과 정책 참여 등이 높아져, 유권자의 요구사항이 곧 일대일 반응으로 실현된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는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며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통해 경제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빌 게이츠의 신서「미래로 가는 길」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눈에 뛴다.
첫째, 정보고속도로에서는 지금까지의 친구·이웃·공동체의 개념이 바뀐다. 국경이 없어지면서 세계인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산간 벽지 등에서도 화상수업과 같은 방식으로 도심지와 똑같은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지역간 불균형이 없어지는 셈이다. 둘째, 전자신문서나 PC 지갑이 일반화되는 것도 정보고속도로시대의 한 현상이다. PC지갑은 휴대용 정보기기로 신분증·신용카드·휴대폰 등이 하나로 통일된 시스템이다. 정보고속도로와 연결하면 각종 예약이나 정보 열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신속히 받을 수 있게 된다. 미래에 형성될 정보고속도로의 시장개념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1대 1로 만나는 곳이다.
소비자는 정보고속도로에 전시된 샘플을 보고 물건을 주문한다. 생산업체는 주문 받은 만큼만 생산하고 배달한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광고비·재고처분비 등이 들지 않아 상품 가격이 당연히 내리게 된다. 박형준(동아대 사회학과)은 해커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하고 있다.
궁극적인 정보민주화는 결국‘전자공간시민 cyberspace citizen’들의 몫이다. 여기에는 선봉이 될 ‘투사’도 필요하고, 광범한 일상적 참여자도 필요하다.‘해커’를 좋은 의미로 해석하여 그간의 투사로 본다면, 엄청난 수로 늘고 있는‘전자공간시민’들은 정보권력의 광범한 잠재적 감시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정보화 사회가 얼마나 정보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인가는, 정보권력의 독점적 공간을 무너뜨리기 위해 힘쓰는 건전한‘해커’들과 멀티미디어 시대의 쌍방향적 의사소통을 전자공간에서의 시민권 강화와 참여민주주의의 확산으로 이어지게 할‘전자공간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첨단 정보통신도시 싱가포르‘정보기술 2000’계획도 주목할 만한 것이다.
지난 해 3월 공표된 ‘도서관 2000’프로젝트는 일반인에게 정보화 사회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으며 모든 공공도서관을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한 후 다시 외국의 도서관과 데이터베이스에 접속시킨다. 도서관은 물론, 가정과 사무실에서도 전세계의 정보를 멀티미디어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계획인 것이다.
‘정보혁명 이렇게 생각한다’는 글에서 박형준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정보사회에 맞는 문화적 토양과 조직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다음 네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지시와 복종 중심의 수직적 관료제적 조직이 자율, 창의로 움직이는 수평적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개성과 창조성을 키워 주는 교육 아래서만 경쟁력의 결정요소인 지식인력이 배출될 수 있다. 셋째,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과 모험자본의 활성화,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넷째, 정보사회가 다원적 시민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전자공간이 민주적 의사소통의 공간, 다양한 시민문화 형성의 촉매작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보 인프라는 통신망 구축보다 조직, 교육, 가치관, 생활양식, 법질서 등 문화적 인프라를 주요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정보는 공유할수록, 그 이용 범위가 확산될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 기술만 생각하는 입장에서 문화중심의 정보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저작권 문제는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쳐 파생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관리 역시 뉴미디어 회사가 계약을 맺은 작가에 한해 관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 및 뉴미디어사 작가
전자 출판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선두는 와이드에리어 인포메이션 서비스 WAIS사다. 이 회사의 WAIS서버 시스템은 출판업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타임워너 일렉트로닉 퍼블리싱사, 하퍼 콜린스사 등 대형출판사들은 최근 자사 도서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출판사가 직접 인터넷에 뛰어들어 소설을 연재하거나 도서를 판매하는 건 처음이다. 때문에 세계출판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타임워너그룹 계열사인‘타임워너 일렉트로닉 퍼블리싱’은 인터넷을 통해 더글러스 쿠퍼의 신작을 연재하기로 했다. 이 소설은 책으로 출판되지 않으며 전세계 인터넷 가입자들에게 주 1회씩 무료로 제공된다. 이 소설은 문자뿐만 아니라 그래픽 이미지와 음성 등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한 하나의‘하이퍼 텍스트’로 전개될 계획이다. 온라인서점은 파일로 책을 한 권 공급하는데 2. 75달러, 추가시 1달씩 더 받는다. 한 사람당 1백달러어치 이상 주문할 수는 없도록 했다.
2010년이 되면 우선 출판사의 역할은 사뭇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단순하게 책을 출판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출판사의 영향력에서 작가는 벗어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그 까닭은 세계화가 지속됨으로써 작가는 굳이 국내시장만을 목표로 글을 쓸 이유가 없어진 것이 첫째 이유다. 글로벌화된 세계의 독자를 상대로 글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역과 홍보, 교섭을 맡을 저작권 에이전트 업무의 대리권을 맡은 뉴미디어 회사가 저작자와 더 긴밀한 업무의 협의 과정을 맞게 될 것이다.
둘째, 매체의 다양화로 인해 작가는 2차적 저작권을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현재도 영화, 연극, 드라마 등의 2차적 저작권에 친숙해진 작가들에게, 새로운 미디어에 의한 유통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 매체들이 저작자의 이익을 대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매체로는 현재의 CD-ROM에서 더 발전된 고용량 매체 등과 인터넷상의 전자책 형태 등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셋째, 텍스트 외에도 저자의 서문을 대신하는 인터뷰나 관련자료의 소개가 음성과 동화상(움직이는 관련 자료 화상)등으로 제작될 것이다. 따라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가 현저하게 증진될 것이다. 넷째, 출판유통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PC통신을 활용한 유통의 영향력이 높게 증대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원고는 그 필자의 집에서 바로 온라인 통신을 통해 뉴미디어 출판사에 도착된다. 뉴미디어 출판사는 종이책 또는 전자책으로 제작할 것인지 통신으로 올릴 것인지, 외국에 번역 의뢰할 것인지, 한다면 몇 개 국어의 언어로 번역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여 발간하게 된다. 제작과정에서 전자책은 더이상 나무를 베어 종이를 만들지 않아도 되므로 환경친화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각광받게 될 것이다. 또 중요 작가의 경우는 뉴미디어 출판사의 편집 담당자에 의해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갖출 것인지, 연재와 함께 출판할 것인지, 타 매체와의 동시진행 등에 관한 중요 결정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현독자와 미래의 독자
요즘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의 가장 커다란 특징을 정리한 빌 게이츠의 입장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률이 증폭되고 있다. 둘째,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의 연령분포 demographi다. 사회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대부터 55세까지가 제일 컴맹이 많다. 55세 이상은 30퍼센트가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층은 컴퓨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능숙하게 다룬다(그러나 한국의 실정은 20대와 30대가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10대 그리고 40대 이상이 나머지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셋째, 온라인 공동체 현상이다. 1963년 ARPNet에서 시작한 인터넷과 사설 bbs들이 엄청난 속도로 번져가고 잇다. 당시는 미소 냉전이 그 극에 달했던 때였기 때문에 그는, 도저히 파괴할 수 없는 망을 구상했다.
그가 구상한 망은 중앙이 없는 망이었다. 그 결과 인터넷은 멈출 수 없는 망, 중앙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 탈중앙화된 망이 되었다. 당국 authority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통 접하는 질서엔 모두 중앙 권위가 있다. 그런데 인터넷엔 중앙 권위, 중앙 당국자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무질서한 무정부 상태인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결과로 작가도 일방적이거나 권위는 다소 독자 친화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4초마다 하나씩 새로운 홈페이지가 생기고 있고, 웹사이트의 숫자가 50일마다 갑절로 늘어나고 있다. 2000년엔 전세계적으로 10억 명이 연결된다. 지금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 통용되는 전자화폐, 네트케사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을 활용한 비지니스가 매우 활발해질 것을 뜻한다. 이는 사실상 초국경이다. 만약 세금을 내기 싫다면, 호스트를 카리브에 두면 될 것이다. 몇년 안에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의 규모는 연간 5천억 달러에서 2, 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학의 독자는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순수소설은 좀더 영향력을 갖는 문학으로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그보다 더 많은 대중소설과 새로운 매체에 어울리는 작가군이 새롭게 탄생되며 예로써 머드 게임 형태와 같은 원작 소설에서 영화로 그리고 멀티미디어 매체로 작가의 저작 분야도 늘어나리라 판단된다. 게임의 형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만나고 협상하고 살아가고 흥망하는 가상 세계에 많은 독자들은 탐닉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세대에 작가군의 탄생은 이러한 사이버 문학의 새로운 장르에 저작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문인들의 몫으로 남겨 있는 것
문화의 위기를 논한 박성현(전 나우컴 사장)의 글처럼‘한국의 문화적 생명력과 저력은 엄청난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대륙에 속한 민족으로서 스스로의 언어, 문자, 음식, 주거, 풍습의 정체성을 꾸준히 유지 발전시켜 온 민족은 한국뿐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었던 한자, 유교, 불교, 문명권에 바로 붙어 있으면서도, 이를 주체적으로 소화해 낸 문화적 저력과 전통을 가지고 있다. 금속활자의 발명은‘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싼 비용으로 지식을 전하겠다’는 욕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글에 이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게 된다. ’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작가와 독자 그리고 문화 생산층인 문단과 출판계가 함께 새로운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그저 지켜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배우고 참여함으로써 좀더 인간적인 문화구조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다가올 세상, 정보사회의 미래는 참여 속에서 진행될 때 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컴퓨터로 대표되는 미래문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즉 인간이 중심이 되고 컴퓨터는 인간이 더욱 휴머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제자리를 찾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역할이 문인들의 몫으로 남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