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입장료, 받지 않을 것인가?
글·John W. O'Hagan / 아일랜드, 트리니티대학교수
번역·오양열 / 문예진흥원 예술자료관 차장
1. 서 론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국립의 문화시설(특히 박물관)에 대한 무료입장의 원칙은 2백 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다(이와 같은 무료입장의 원칙은 Hans Sloane경이‘관람과 정밀조사를 위해 자유로운 입장을 원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하여’자신의 컬렉션을 국가에 유증(遺贈)하면서 강조한 견해이다. 그의 기증 행위에 의해‘대영박물관 The British Museum’이 설립(1753년), 개관(1759년)되었다). 워싱턴 시에 있는 주요 국립박물관 역시 요금을 받지 않고 있는데, 시장경제의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조차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784년에 이르기까지‘대영박물관’에 대한 입장료 부과문제가 계속 제기되었고 1929년에도 주장된 바 있다. 1974년에는‘대영박물관’에 대해 유료화 조치가 실제로 시행되었다가 정권이 바뀐 3개월만에 다시 무료로 환원된 바도 있다. 근래에 유료화의 압력이 다시 제기되어 오늘날 유럽대륙의 몇몇 국립 박물관과 함께 런던의 ‘국립역사박물관 National History Museum’및 영국 내 국립 박물관의 여러 분관들이 유료화되었다(코펜하겐에 있는‘국립박물관’은 표준적인 봉사와 서비스로 과연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표본으로 알려져 있는데, 몇 년 전의 유료화 시행과 관련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국립문화시설에 대해서는 입장료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을 아직도 매우 강하게 남아 있다.
이 논문의 연구대상인 국립박물관(특히 국립 역사박물관)의 핵심적인 기능 중의 하나는 교육기능이다. 이 기능 속에는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과거와 기원에 관한 지식과 정보의 제공이 포함된다. 만일 재정이 충분하여 박물관 소장품을 통해 다른 민족들의 과거와 기원에 관해서까지 지식과 정보의 제공이 가능하다면, 그 나라의 민족적 정체성과 세계 속의 위상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은 우선적으로 국민들이 박물관에 가서 관련정보와 함께 전시물들을 실제로 관람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박물관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컴퓨터, 슬라이드, 팸플릿, 비디오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서도 이러한 교육기능이 가능하다.
국립 박물관이 그 교육적 기능을 만족스럽게 수행하기 위해 물리적 대상에의 직접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논의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을 필수조건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고 따라서 박물관 내 물리적 대상에로의 접근의 증가라는 목표를 저해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모든 것은 배척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립 시설(특히 국립박물관)에 대한 입장의 유료화는 이러한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전제에 기초한 주장은 마찬가지로 유료화 반대의 주요한 근거로도 이용된다. 입장료 징수에 대한 찬반 주장 및 징수의 효과와 관련된 몇가지 새로운 증거를 살펴보기 전에 접근에 관한 문제를 검토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접근 access이란 과연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측정될 수 있는가? 국립 박물관 입장객들의 특징은 무엇이고, 총인구의 몇 퍼센트가 국립박물관에 가지 않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경험적 조사연구는 첫번째 질문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여러모로 흥미를 끄는 것은 뒤의 질문들이다. 국립박물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야말로 국립 박물관에 대한 공공자금 지원의 근거 자체가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들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제2절은 접근의 의미와 측정에 관한 문제를 살펴볼 것이고, 3절에서는 아일랜드에 관한 흥미있는 데이터를 통해 접근과 관련된 증거를 고찰할 것이다. 국립 역사 박물관 입장에 대한 유료화 문제는-유료화 주장의 차원 및 아일랜드에 있어 유사시설 입장에 대한 유료화의 경험이라는 차원에서-제4절에서 논의된다. 제5절은 접근과 입장료라는 두 가지 쟁점을 묶어 결론을 내릴 것이다.
2. 접근 access의 의미와 측정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박물관에 가서 전시한 소장품을 물리적으로 관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국립 박물관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언급하였다. 그렇다면 국립의 박물관들이 소장품에 대한 물리적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해당 소장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것이 가능한가? 즉 소장품에 대한 물리적 접근을 배제한 상태에서 기타의 의사전달 수단만으로 교육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물리적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과연 박물관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앞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의 수집과 기계화된 검색 체계는 서비스와 접근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힘과 진실성을 지닌 실물을 보고자 하는 대중적 욕구는 여전히 증가일로에 있으며 이러한 욕구는 결코 채워질 수 없다’Neill Cossons는 사실이 확실해 지고 있다). 만일 국립 박물관들이 일단 관련 조사연구와 정보기록을 완료하고 소장품을 영구히 일반대중에게 공개할 계획이 없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소장유물을 보존·관리하는가 하는 문제는 바로 이와 관련된다. 따라서 국립 박물관의 서비스에 대한 접근에는-특히 컴퓨터를 통해 유물에 대한 정보와 정밀한 사진을 얻는 추세가 증가함에 따라-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물리적 접근은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오늘날 소장품에 대한 물리적 접근이 박물관이 교육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일반대중의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물리적 접근의 수준은 때로 국립 박물관 운영의 효과성을 측정하는 궁극적인 수단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참가율은 박물관에 대한 물리적 접근의 수준 level 및 그 구성 composition의 측정수단으로 이용되는데, 단순히 입장객 수치를 누계하는 aggregated방식과 입장객의 구성을 분해하는 disaggregated방식으로 구분된다. 수치누계방식에 있어 참가율은 일정 기간 동안 국립 박물관을 관람한 인구비율에 관련된 것이다. 다시 말해 한 나라 전체를 통틀어 국립 박물관을 참관한 수치인 것이다. 이 측정 방식은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박물관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는다. 또한 방문기간이나 기타의 유사한 지표에 의해 측정될 수 있는 방문의‘질’도 고려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이 측정방식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참가 수준이‘만족스러운’것인지 혹은 수용이 가능할 정도로‘높은’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다.
박물관의 교육기능 수행에 있어서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물리적 접근 수준의 달성도 중요하지만, 참가의 균등한 분포(즉 균등한 접근)달성 또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접근이라는 문제와 가장 관계가 깊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구성 분해 참가수치로서, 이를 통해 누계수치 자체보다 누계 백분율 내에서 참가자의 구성분포(예컨대 사회경제적 또는 지리적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전체 누계수치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낮을 경우 구성분해 수치가 차선의 관심사가 되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시킨다. 예컨대 작년 한해 박물관에 전 국민의 5퍼센트만이 관람했다고 할 때, 구성분해 수치는 타당성이 있는 수치인가, 없는 수치인가? 결론적으로 말할 때 특정기간 동안의 국립 박물관 관람자를 구성분해 수치를 보여주는 박물관 조사(오늘날 수행되는 대부분의 조사유형)는 박물관 관람의 전체 누계 수준을 밝혀 주는 국가주관의 조사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구성분해 참관수치에는 두 가지 형식이 있는데, 상이한 사회경제적 집단 사이의 평등과 상이한 지리적 영역 사이의 평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중 어느 한쪽 면만의 평등성 결핍도 박물관산업 museum industry에서의 엘리트주의 elitism의 증거로 인용되곤 하는데, 공공자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박물관들의 경우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구성분해 참가율의 중요성은 평등한 접근이라는 용어에 어떠한 정의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평등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어 여러 가지의 서로 다른 사상을 지칭한다. 기회의 평등은 경제체제 안에 차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논문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개개인 누구나 똑같이 국립 박물관에 대해 평등하고도 왜곡되지 않은 관람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것은 현재의 선호구조가 개입된 평등한 접근과 관련된, 말 그대로의 사전개념이기 때문에 고도로 불평등한 참가유형이라는 현실적인 결과와 양립이 가능하다. 한편 결과의 평등은 사후개념으로서, 자원의 최후배분상의 평등(우리의 경우에 있어서는 참가율상의 평등)과 관련된다. 만일 정부가 기회의 평등에 관심을 갖는다면 구성분해 참가 수치는 이와 별로 관련이 없다. 반면에 결과의 평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구성분해 참가 수치는 성공의 결정적인 지표이거나 이러한 정부의 목표에 부합되는 것이 된다.
대부분의 정책영역에서 정부의 관심은 결과의 평등보다는 기회의 평등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물관 관람에 대한 선호도가 소득집단이나 지리적 영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면,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고도로 불평등한 참가유형과 양립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불평등 참가유형이 정부의 주요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잇다. 첫째, 국립 역사박물관이 갖는 교육적 효과의 많은 부분이 참가수준이 높을 뿐아니라 사회경제적 집단과 지리적 영역간에 평등하게 퍼져 있을 경우에만 구체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국립 박물관은 공공자금으로 운영되므로 불평등한 참가율은 이 사실과 양립할 수 없으며, 박물관 자체의 존립 근거와도 양립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논의는 여러 가지 미해결의 과제를 남긴다. 첫째, 참가수준(즉 참가지수)상의 어떠한 변화가 수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불평등 수준을 구성하는가? 둘째, 어느 수준이 총 참가율상으로 수용이 가능한가? 이 두 가지 의문과 관련, 다른 국가의 입장이 가이드 라인이 될 수는 있지만 실제에 있어 이 의문에 대한 최종적인 해답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접근 : 몇가지 새로운 증거
이 절에서는 1986년도에 시행되어 분석결과가 아직 공표되지 않은 한 조사를 광범위하게 인용하고자 한다. 이 조사는 아일랜드 성인들의 박물관 관람 유형에 관한 것으로 아일랜드 수상실의 용역으로 한 시장조사회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이 조사는 변화지표 조사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는데, 전국에 걸쳐 60개의 장소로부터 추출된 1천2백 명의 성인표본을 기초로 하고 있다. 지역 내 전체 성인인구에 대한 기존의 인구학적 특성과 성, 연령, 사회계급 등의 비율을 일치시키는 할당통제를 통해 조사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조사의 전단계에 걸쳐 표준적인 질적 통제가 가해져, 좀 오래된 통계이기는 하지만 조사결과 지체는 매우 정확한 것으로 판단된다. 박물관 입장의 수준과 유형이 그 동안 크게 변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통계치의 시점 문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기타의 박물관과 미술관도 조사대상에 포함되어 있지만 조사의 초점은 국립 박물관의 양대 지주인‘국립 박물관 The National Museum’과 ‘자연사박물관 The Natural History Museum’에 있다. 또한 사실상 전자도 하나의 국립 역사박물관의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논문의 초점은 역시 이 박물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 누계 수치
접근의 첫 번째 측면은 참관자의 누계 수준이다. 〈표1〉은 아일랜드내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적이 있는 면접자의 백분율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성인인구의 거의 2/3가‘국립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비정상적인 수치로서 다른 나라의 유사기관과 그 수치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울 것이다.‘국립 박물관’이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수도인 더블린 Dublin에 있기 때문에, 이 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없는 더블린 거주 성인인구의 비율이 1/3 로서 나라 전체에 비해 배가 적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그렇다 해도 1/3 이나 되는 사람들이 학교에서 가는 박물관 견학을 통해서도‘국립 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를 아일랜드 내 다른 주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관람 수준과 비교해 보도록 하자. 낮은 수치임에도 불구하고‘국립 박물관’이 아일랜드의 다른 주요 미술관·박물관보다는 높은 성인인구 비율이 관람하여 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표 1〉에서 보는 대로 3/4이 넘는 성인인구가‘자연사박물관’이나‘국립미술관’을 가본 적이 없다. 15세에서 24세까지의 청소년의 경우 과거 20년간의 점진적인 교육적 각성에 힘입어 상황이 달라졌을 것으로 기대했을 수도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청소년의 2/3가량이‘국립 박물관’을 관람해 본 적이 없고 2/4이상이‘국립미술관’에 가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1986년 이후 전체적인 추세가 변했거나 앞으로 몇 년간에 걸쳐 급격히 변하리라고 믿을 만한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립 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에게 가장 최근에 방문한 시기가 언제인가를 설문한 결과가〈표2〉이다. 여기서의 비율은 나라 전체의 성인인구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국립 박물관’을 실제로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국립박물관’을 관람한 사람들 중 14퍼센트만이 최근 12개월 이내에, 그리고 29퍼센트만이 2년 이내에 관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방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3명 중 1명은 10년 전 그 이전에 방문하였거나 언제 방문하였는지 기억조차 못하였다. 이러한 수치를 관람객을 기준으로 한 비율이 아니라 전체 성인인구에 대한 비율로 관찰해 보면 그 결과는 더욱 놀라운 것이다. 성인인구의 35퍼센트가 일생의 어느 한때‘국립 박물관’을 관람한 반면, 성인 인구의 5퍼센트(0. 35×0. 14)가 못되는 인구가 전년도에 관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블린 내 성인인구를 관찰대상으로 할 경우 사정은 약간 나아진다. 즉 더블린 인구의 65퍼센트가 어느 한 때‘국립박물관’을 관람하고 더블린 인구의 12퍼센트(0. 65×0. 19)가 전년도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참관과 관련하여 토론될 마지막 문제는 방문의 횟수로서, 주요 결과가〈표3〉에 요약되어 있다. 표를 보면‘국립박물관’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평균 방문횟수는 3. 5회, 더블린의 경우는 다소 높아 4. 5회, 15∼24세 사이의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예상보다도 낮은 평균 2. 2회로 나타난다. 그러나 전체 평균 방문횟수는 전체적인 참관의 분포를 나타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유용한 통계치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국립 박물관’관람객의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박물관 방문은 1회성으로 끝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방문자의 50퍼센트 이하, 즉 전체 성인인구의 20퍼센트에 불과한 사람들이 전 생애에 3번 이상‘국립박물관’을 방문하는데, 더블린의 경우에는 그 수치가 상당히 달라진다. 즉 64퍼센트의 방문자, 즉 더블린 성인인구 전체의 40퍼센트 이상이 3번 이상 국립 박물관을 방문한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더블린 내 성인인구의 경우를 제외하면‘국립 박물관’은 일반적으로 높은 참관수준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데, 이것이 차례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참관수준에 관하여 명시적인 목표치가 없기 때문에 기존에 달성한 참관수준이‘충분한’것인지 혹은‘적절한’것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국립 박물관’을 방문한 사람 수의 거의 두 배의 사람들이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국립 박물관’에의 접근의 적정성에 관하여 의심을 일으키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둘째는 박물관 관람을 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박물관 관람객에 대한 면접, 여기서 인용되고 있는 조사의 주요 취약점, 박물관 참관에 관한 여타의 조사 등만을 살펴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박물관 관람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표 1〉아일랜드 주요 박물관·미술관 관람 경험이 있는 성인인구 비율
단위 : 퍼센트(%)
박물관 / 미술관 별 |
나라 전체 |
더블린 |
15∼24세 |
국립박물관 National Museum |
35 |
65 |
36 |
자연사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
24 |
47 |
30 |
국립박물관 National Gallery |
22 |
41 |
24 |
민속박물관 A Folklife Museum |
16 |
12 |
16 |
휴 레인 미술관 Hugh Lane Gallery |
10 |
23 |
8 |
첼시국립병원 Royal Hospital |
9 |
19 |
7 |
캐슬타운 하우스 Castletown House |
7 |
12 |
3 |
표본수 = |
1, 202 |
361 |
288 |
2)사회경제적 구성
극단적으로 낮은 참가율 누계 수치가 주어질 경우 구성분해에 수치의 적실성은 제약을 받게 된다. 박물관 참관에 관한 대부분의 조사와 마찬가지로 본 조사 역시 사회 경제적 집단들 간에는-가장 높은 사회경제적 집단의 방문빈도가 가장 낮은 집단의 그것보다 6∼7회나 많은 횟수를 보임으로써-방문빈도 상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가장 낮은 사회경제적 집단에 있어서 10명 중 1명에 불과한 사람이 박물관을 관람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비해 가장 높은 집단에 있어서는 10명 중 7명이 몇번씩 국립 박물관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지역으로부터 온 방문객의 참관수준에서 이미 암시되고 있지만, 더블린 시민의 참관유형은 아일랜드 내 타 지역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두번째로 높은 비율이 33퍼센트이고 코노트 Connaught 얼스터Ulster지방이 13퍼센트에 불과한데 비해 앞서 본대로 더블린의 경우는 65퍼센트나 되는 시민이 ‘국립 박물관’을 관람하였다. 실제로 더블린과의 거리와‘국립 박물관’참관율과는 거의 역비례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 번이라도 박물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더블린 시민은 훨씬 더 자주 박물관을 방문한다.
전체적인 상황은 이제 명백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일랜드 성인인구의 2/3가 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인 ‘국립 박물관’에 한 번도 가 본 경험이 없으며, 95퍼센트 이상의 성인이 전년도에 그곳에 간 적이 없다. 그러나 관람률은 지역별 및 사회경제적 집단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더블린 내 상위의 경제사회적 집단들에 속해 있는 성인인구는‘국립 박물관’을 방문한 경험의 비율은 높지만, 더블린 이외의 지역, 특히 하위의 사회경제적 집단들이 속해 있는 성인 인구는 지극히 낮은 비율만 이 방문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고 있지 않다고 해서, 물리적 대상이 아닌 박물관 서비스에의 접근이라는 차원에서나 혹은 박물관 자체의 존재가치라는 차원에서,‘국립 박물관’으로부터 어떤 편익을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다음 절의 주제인 박물관 소장품에의 물리적인 방문에 대한 요금부과 문제에 일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표2〉방문시기별‘국립박물관’관람자 비율
단위: 퍼센트(%)
방문시기별 |
나라 전체 |
더블린 |
15∼24세 |
1년 이내 |
14 |
19 |
19 |
1년 ∼ 2년 사이 |
15 |
11 |
22 |
2년∼10년 사이 |
38 |
33 |
50 |
10년 초과 |
28 |
32 |
5 |
기억할 수 없음/모름 |
5 |
5 |
5 |
〈표 3〉방문횟수에 따른‘국립박물관’관람객 비율
단위: 퍼센트(%)
방문시기별 |
나라 전체 |
더블린 |
15∼24세 |
1번 |
34 |
17 |
52 |
2번 |
18 |
18 |
14 |
3번∼9번 |
30 |
44 |
29 |
10번 이상 |
10 |
14 |
2 |
모름/기억 안남 |
6 |
6 |
4 |
평균 방문횟수 |
3. 50 |
4. 48 |
2. 2 |
4. 입 장 료
1)입장료 징수의 경우
일반 대중의 소장품에의 물리적 접근이 국립역사 박물관에게 매우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때, 이러한 접근이 무료로 제공되어야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과거에 이러한 의문에 대한 대답은 단호히 긍정적이었을 테지만, 국립의 박물관들에 대한-적어도 성인들에 대한-입장료 징수는 오늘날 매우 흔한 일이다. 아일랜드를 포함한 몇몇 나라가 아직도 유료화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사회 일각으로부터의 입장료 징수 압력 또한 여전히 감소되지 않고 있다.
국립 역사박물관이 갖는 교육기능이 대부분 공공적인 성격을 갖는 결과를 창출한다면, 표준적인 경제분석의 입장에서는 일부 비용일지라도 입장료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조세로부터 그 비용이 지불되어야 하다고 결론이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국립 박물관을 통한 교육 결과 등 공공선(公共善, public good)으로서의 편익이 사회 내에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 또한 만일 이상형의 조세제도 선택이 가능하다면 원칙적으로 혜택받는 편익만큼 세금을 지불해야 하므로 박물관의 공급에 대해서도 개개인이 각각 다른 액수를 지불해야 온당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조세로 박물관 운영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비슷한 액수를 지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주장은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립 박물관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그 박물관으로부터 가장 큰 편익을 얻는 사람들로서, 형평성을 이유로 편익과 직접 관련된 조세는 징수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방문객들의 일반조세제도를 통한 박물관에의 재정적 기여는 입장료의 부과를 통행 보충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같은 논리는 박물관 관람이라는 편익은 박물관 서비스나 자체의 존재가치에의 접근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편익에 대해 가외적인 것이라는 사실, 따라서 이러한 추가적인 편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가 지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의해서 그 타당성이 더욱 강화된다. 이는 (1) 박물관의 입장에서 볼 때 소장품에 대한 일반대중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보안·감시요원의 고용 및 난방, 조명에 따른 상당한 추가비용을 부담시킨다는 점(일단 이러한 접근이 제공되고 나면 추가 방문객을 허용하는데 따른 한계비용 marginal cost은 거의 영 zero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관, 연극공연장, 스포츠 행사 등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지만 이러한 장소에 대해 무료 개방을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추가비용을 참석자들이 지불하지 않는다면, 이에 참석한 적이 전혀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관련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행사 기간 동안 계속 통용되는 시즌입장권이나 이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은 개별 참가자에 대해 가격을 부담시키는 제로 한계비용 정책 policy of zero marginnal cost을 가능하게 하겠지만, 소장품에 대한 직접 방문을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접근 제공에 따른 전체 비용을 일부 벌충하는 차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2) 일반적으로 국립 박물관들에 대한 참관수준이 매우 낮고 사회경제적 집단 여하에 따라 그 수준이 매우 불균등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볼 때 특히 설득력이 있다. 위의 경우 중 후자가 아일랜드의 경우에 해당된다. 입장료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이점이 있는데, 요금의 부과가 박물관 직원들로 하여금 무료인 경우보다는 일반대중이 바라는 것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얼마가 되었든 입장료를 직접 지불할 경우 관람객들은 불만사항에 대해 훨씬 더 목청을 높일 것이고, 또 이러한 불만이 박물관에 의해 수용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입장료 부과에 반대하는 많은 박물관 직원들이, 박물관 서비스의 수준이 입장료 부과를 정당화시킬 정도에 도달할 때까지 요금이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때, 종종 무심히 이와 같은 주장에 강한 지지를 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요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입장료 부과의 또 하나의 이점은 입장이 공짜라는 이유로‘세상잡사로부터 피신하기 위해’혹은‘시간을 때우기 위해’(즉 박물관의 기능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활동을 위해)박물관을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들, 다시 말해 때때로 다른 사람들의 박물관 교육경험의 기회를 크게 감소시킬 수도 있는 방문객들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2) 요금 액수의 선택
입장료 도입 여부에 관한 논의는 이 논의가 마치 무료로 하느냐 아니면 강제적 성격의 정액요금을 징수하느냐 사이의 양단간의 선택문제인 것처럼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양단 사이에 다양한 요금 액수의 선택이 가능하다. 전액 무료입장 제도하에서는 입장료가 없을 뿐 아니라 개인이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기부금통 donations box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최소한 기부금통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박물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기부금을 받는 경우에도 두 가지 변형이 가능하다. 즉 자율적인 기부로서 기부 수준에 아무런 제한을 주지 않는 유형과 기부의 수준과 범위를 제시해 주는 유형이다. 이 제도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 기부금이 아니라 입장료를 요구하되 그 액수는 개인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이 경우 바람직한 액수가 별도로 제시될 수도 있고 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요금제도의 주요한 특장은, 요금을 낼 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무료입장을 허용하면서, 입장료 지불의사와 지불능력에 정확히 상응하는 요금징수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방식이 요금징수에 반대하는 박물관측에게 실제로 입장료 유료제를 도입하지 않으면서 요금징수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을 무마시킬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면 사실 그 특장이라는 것도 진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본격적인 입장요금 징수제도는 정액의 강제적인 입장료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개개인과 모든 시간대에 대해 반드시 똑같은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이 제도하에서 다음과 같은 것도 가능하다. 학생(어른이 동행하는)과 같이 특정 범주의 관람자에 대한 입장료 할인 또는 면제 ; 특정 요일 또는 특정 주간 무료입장 ; 상시이용권 및 가족·단체 이용권, 특별전시에 대한 특별입장료와 평시의 기본입장료 ;‘박물관 후원자 friends of the museum’와 같은 특별회원제도. 이상에서 우리는 일단 입장료를 도입하는 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과,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요금 징수제 도입에 대한 반대를 극복하는데 이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아일랜드에서의 입장요금
전통적으로 소장품에 대해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는 정책을 취해 온 아일랜드에서 박물관에 대한 입장료 징수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실험이 시도되어 왔다. 여기서 특별전시에 대한 입장료 징수와 항구적인 소장품에 대한 입장료 징수는 구분되어야 할 것 같다. 많은 박물관에서 공통적인 관례로 행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는 아일랜드‘국립미술관’과 ‘국립박물관’도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전시에 대한 요금부과는 일반전시보다 저항을 덜 받는 것 같다. 이 절에서는 항구적인 전시에 대한 입장료 부과문제를 살펴볼 것이고, 주로 다음의 두 가지의 정보원을 이용할 것이다. 첫 번째는 더블린의 트리니티대학내 롱 룸 Long Room-9세기초에 완성된 라틴어 복음서인 유명한 켈즈서 The Book of Kells가 전시되고 있다-에 대한 입장료 도입의 효과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주요시설에 대해 무료입장을 고수하고 있는‘국립박물관’내 항구적인 컬렉션의 하나인‘귀보관(Treasury)’에 대한 요금도입 실험에 관한 것이다. 실험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행해졌는데, 여기서 얻은 데이터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신뢰성이 있거나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조사의 결과만큼은 흥미롭다.
여러 해 동안의 무료입장 정책이 시행된 후 1981년에 롱 룸에 대한 유료화가 도입되었는데, 50펜스로 규정한 자발적인 기부금을 부과하였다.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진 근거는 필사본, 초기 인쇄본, 도서관 보존과의 활동에 자금을 지원할 추가적인 재원의 확보에 있었다. 자발적인 기부 요구에 대한 반응이 부진한 것으로 판단되자 1983년 4월-특정 범주의 관람자에 대한 면제의 인정과 함께-관광시즌인 4월부터 10월까지만 의무적인 정책요금이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방문객들이 가져가는 무료 설명전단의 수가 엄청난 것으로 미루어 이 대학 도서관이 많은 수의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도서관 당국은 이미 의식하고 있었다. 또한 적절한 요금의 징수는 관람하고자 하는 마음을 단념시키지 않으면서 도서관에 상당한 정도의 가외수입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표 4〉는 1984년부터 1993년까지 5월부터 9월까지 입장자수와 요금단가에 관한 데이터이다. 트리니티대학 도서관은 어떤 해에는 4월 중 일부 기간 혹은 4월 내내 문을 닫기도 하는데, 요금의 경우 1989년에는 3월부터 1992년에는 일년 내내 징수되었다. 전체적인 패턴은 대체적으로 같은 기간 동안 대폭적인 입장료 인상과 입장자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적어도 입장료 징수가 입장 자체에 명백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고 실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 반대이다. 각각의 범주마다 대폭적인 요금인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자수는 계속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모든 범주 내 입장자수의 증가는, 수년간에 걸쳐 도입된 많은 수의 새로운 범주(롱 룸과 대학 내 다른 시설의 관람이 가능한 종합티켓 등)중의 한 범주에 나타나는 사람의 수만큼 적게 산정된 것이며, 〈표 4〉에서‘기타’라고 제목을 붙인 마지막 항목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왜 이와 같이 요금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입장자수는 계속 증가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첫째 이유는 요금징수에 대응해서, 특히 주요한 개보수가 이루어지고 전시장이 증설된 1992년에, 대학 도서관 스스로 입장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였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상품 product’이 수년에 걸쳐 개선되어-요금징수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 면도 있지만-이에 대응하여 입장자 수가 증가하고 이것이 수입을 더 증대시키게 된 것이다.
둘째, 롱 룸에 대한 방문객의, 특히〈표4〉의 데이터가 적용되는 하절기 몇 달 동안의, 주요 범주 중 하나는 해외관광객이다. 그 기간 동안 더블린 방문객 수는 1984년 약76만 명에서 1988년 89만 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1989년에는 차원을 달리하는 변화가 있어 이후 연도의 수치는 그 이전 연도의 수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즉 해외로부터 더블린 방문객 수가 1989년에 115만 명, 1992년에 140만 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더블린시를 들르는 해외관광객의 이러한 폭증은 입장료의 대폭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롱 룸 입장객 수가 증가한 원인의 일부분을 설명해 준다. 입장료가 해외관광객의 전체 비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는 것은 사실 매우 미미한 것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는 전통적으로 가격에 덜 민감한 상황이 형성된다.
셋째 이유는 이 세상에 트리니티대학의 롱 룸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다-켈즈서는 여기 외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곧 소비자들이 롱 룸 유료입장이라는 수요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탄력성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귀보관에 대한 요금부과는 1986년 9월에 도입되었는데, 1987년부터 1990년까지의 기간 동안 일년내내 부과되었다. 다만 화요일은 무료 개방되었는데, 관람객들로 가장 붐비는 날이었기 때문에 박물관 지원에 의해 입장객 수가 관측되었다. 유료일에 부과된 요금은 다음과 같다. 성인 100펜스, 학생50펜스, 아동30펜스, 가족권200펜스, 노령연금수령자 무료, 단체할인권은 성인 75펜스, 아동 25펜스를 적용하여 계산하였다.
〈표 5〉는 유료로 입장한 성인, 학생, 아동, 가족 입장객의 개괄적인 숫자이다 (1990년에 가서야 겨우 1천 명 남짓한 단체할인권 이용자 수는 여기서 무시하였는데, 이 점은 롱 룸의 경우와 대비된다). 개괄적으로 말해서 상당수의 사람들이‘국립 박물관’내 귀보관에 부과된 입장료를 부담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수가 상당히 증가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귀보관에 대한 방문이 가장 피크를 이루는 달은 5월부터 9월까지로서, 성인과 학생 입장의 2/3이상이 이 기간 중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귀보관에는 1년 동안 유료기간 중에 5만 5천 명 정도가 입장하고 있는데 비해 롱 룸에는 거의 5십만 명의 유료방문객이 입장하고 있다. 귀보관보다 롱 룸이 더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고색창연한 트리니티대학 캠퍼스의 핵심부에 자리잡고 있다는 입지조건으로 일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롱 룸이 귀보관을 비롯한‘국립박물관’일대의 지역보다 더 중요하고 더 의미있는 역사유물을 소장하고 있다고는 주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또 하나의 요인은 관광책자 광고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롱 룸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탁월하다. 귀보관의 경우 학교 단위의 단체관람이 무료개방되는 화요일에 상당한 규모로 이루어질 만도 한데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표 4〉롱 룸에 대한 입장객수와 입장료
단위 : 입장자/1천명, 입장료/펜스
연 도 |
합 계 |
성인(요금) |
단 체 |
학 생 |
기 타 |
1984 |
159 |
62(50p) |
69(35p) |
미상 |
28 |
1985 |
162 |
61(100p) |
65(70p) |
5(70p) |
31 |
1986 |
120 |
50 |
36 |
5 |
29 |
1987 |
143 |
57 |
54(80p) |
7(80p) |
25 |
1988 |
147 |
58(125p) |
48(100p) |
14(100p) |
27 |
1989 |
158 |
45(175p) |
62 |
7(150p) |
44 |
1990 |
196 |
58 |
67 |
13 |
58 |
1991 |
200 |
66 |
63 |
13 |
58 |
1992 |
229 |
71(250p) |
86(150p) |
23(200p) |
49 |
1993 |
241 |
미상 |
미상 |
미상 |
미상 |
※자료:트리니티대학 도서관 내부자료. 1993년분은 4월부터 8월까지의 데이터로 추정한 수치임.
〈표 5〉‘국립박물관’귀보관 입장객수
단위 : 1천 명
연 도 |
성 인 |
가 족 |
학 생 |
아 동 |
1987 |
13. 2 |
4. 3 |
3. 6 |
1. 4 |
1988 |
21. 7 |
10. 0 |
2. 9 |
1. 7 |
1989 |
19. 0 |
9. 0 |
6. 3 |
1. 8 |
1990 |
31. 3 |
12. 0 |
9. 7 |
1. 8 |
※자료: 국립박물관 내부자료. 가족수는 판매한 티켓수에 4를 곱해서 얻어진 것임.
5. 결 론
국립 박물관에 입장료를 부과하는 데는, 특히 목청 높은 소수들 사이의 반대운동 등, 많은 문제가 있다. 이것이 박물관의 공적인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입장료 부과가 정치적으로 결정된 후 국민들에게 적절히 설명되거나 의사전달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이미지에까지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입장료 부과 문제의 이러한 측면은, 끝까지 분석을 해보면 접근의 문제와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기서는 일단 검토하지 않을 것이다.
박물관 입장료 부과는 국립 박물관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입장료 수입은 오직 접근 제공을 위한 가변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도록 하고 있으며,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체 박물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 박물관 수입에 대한 요금부과의 간접적인 효과의 하나는 개인기부행위나 공적 보조금과 같은 기타의 수입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효과들은 국립 박물관 관리자들의 실질적인 관심대상이 되는 소스이긴 하지만, 요금부과 자체보다는 빈약한 정보·관리로부터 그러한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박물관은 요금부과로부터 나오는 수입 총액이, 무료입장일 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입장객에 대한 추가적인 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롱 룸의 경험이 아주 좋은 예가 된다. 실제로 새로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일반인들은 입장료 징수로 인한 수입의 증가에 맞추어 공공 보조금이 삭감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입장객의 수와 유형에 대한 요금부과의 효과는 앞에서 집중적으로 검토된 바 있다. 아일랜드에서의 두 가지 요금부과 실험 사례에 있어서 그 결과 데이터는 요금을 새로이 부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에 대해 어떠한 반발행위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특히 대부분의 입장객이 해외관광객이고 앞서 정의한 의미대로의 국립 박물관이 아닌 롱 룸의 경우는 특수한 사례라고 주장될 수도 있다. 다른 나라 국립 박물관들의 입장객 수에 대한 요금부과의 효과에 대해 일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더욱이 많은 연구가 박물관 입장은 두 가지의 차원-즉 관람객 수와 관람시간-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영국의 일부 박물관들의 경우 요금부과의 결과로 입장객 수는 줄었을지 모르지만, 관람시간의 증가는 그 이상을 보충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요소로 지적할 수 있는 점은, 아일랜드의 경우에서 보듯이 입장료를 무료로 할 경우에도 주어진 기간(1년 등)동안 많은 수의 국립 박물관에서 입장객 수는 여전히 매우 낮은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요금부과가 저소득층의 관람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의 증거는 이러한 논지를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 특히 런던박물관 Museum of London의 경우 요금부과제의 도입 이후 입장객의 사회경제적 구성의 개선(즉 평준화)이라는 정반대의 효과가 관찰되고 있다(이와 같은 예상외의 결과는 가장 낮은 사회경제적 집단들이‘무료개방된 것치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가장 강하게 갖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무료입장이 전 소득 계층을 통틀어 계층별 입장율의 고른 분포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어찌되었든 환상에 불과하다. 아일랜드의 경우를 포함하여 모든 증거들이 박물관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집단들에 의해 지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 집단들 사이의 낮은 관람율의 이유는 입장에 소요되는 비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비용이 그 한 저해요소가 된다고 할지라도, 이미 많은 박물관들이 시행하고 있듯이, 국립 박물관들이 아동과 노인과 같은 특정 계층에 대한 입장료 할인, 특정 요일에 대한 완전 무료개방, 할인 가격의 상시 이용권제도 같은 것을 시행하는 것을 중지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러한 제반 조치의 시행을 통해 요금부과에 뒤따르는 가장 큰 단점의 일부가 어렵지 않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영국에서의 한 조사에 의하면 상당 비율의 다수가 박물관에 대한 입장료 부과를 합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성인 1인에 대해 1파운드에서 2파운드 사이의 입장료를 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동시에 특정 계층의 입장객에 대한 양보와 면제도 광범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논의에서 명심해야 할 요소는 입장객의 상당 비율이 외국관광객이라는 사실이다. 이 경우에도 박물관이 지향하는 목표는 내국인 입장객에 대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즉 이 나라의 역사적 기원에 관한 이해와 인식을 제고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내국인 입장객에 대해서와는 달리 이 목적은 국가에 대한 깊은 정체감과 한 국민에의 소속감의 형성에 기여하는 데 있지 않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여가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방식으로 단순히 여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외국관광객들은 박물관의 운영과 유지보수를 위한 일반세 징수에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외국관광객에 대한 입장료 부과에 대해서는 거의 반박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료입장은 단순히 보다 높고 보다 균등한 관람 패턴 달성이라는 정책목표를 위한 명색뿐인 제스처에 불과할 뿐, 아직도 무료입장을 견지하는 많은 국립 박물관에 널리 일반화되어 있는 내국인의 낮고 불균등한 관람의 실제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대체적으로 비효과적인 것 같다. 국립의 박물관들에 대한 대규모의 공공자금 지원의 사례는 여기서 다루지 않았다. 여기서 제시된 대안은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전시와 접근 허용에 따른 추가비용 대부분은, 소장품을 관람하는 규모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에 대한 입장료 부과를 통해 자금이 조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상시 이용권과 무료 개방일·개방시간 제도의 도입을 통해 요금부과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주장들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