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변화에 부응하는 복지모델 추구
정갑영 /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 문화복지의 진정한 의미는?
인류의 문명사적 변화가 전개될 것으로 예견되는 21세기의 시작을 불과 몇 년 앞둔 지금,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국가발전의 목표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두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국민복지의 증진이다. 그러나 국민복지는 과거와 같은 물질적 경제적 풍요를 보장하는 사회복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변화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고 우리의 여건에 맞는 국민복지 증진을 위하여 문화복지에 대한 비전을 정부가 제시했으며, 이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며 오히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문화복지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며 나아가 선거용이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평가가 어떠하든 이러한 개념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문화복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그 대상과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특히 전대미문의 문명사적 대변화가 전개될 21세기와 그에 직면한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정책에 있어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서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하겠다. 이러한 현실적인 요구에서 제기된 문화복지는 비록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주장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문화복지의 의의에 대해 살펴보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겠다.
■ 문화복지의 의의와 필요성
1. 문화복지의 개념적 정당성
낯설게 느껴지는 '문화복지'라는 어휘는 사실 이번에 처음 등장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문화정책의 전개과정에 있어서는 이미 80년대 초에 문화복지라는 어휘가 등장한 이래 '신한국문화창달 5개년 계획'에 까지도 사업계획의 하나로서 '지역문화의 활성화와 문화복지의 균점화'라는 제목으로 문화복지적 관점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별히 이 어휘가 여러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러한 '문화복지'라는 용어는 단지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해당부처의 영역을 벗어나서는 어떠한 관심과 반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복지'의 개념을 이미 잘 알려진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즉 복지라는 말의 뜻을 '사회복지'를 다루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복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그것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복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그 내용 속에 포함되지 않은 '문화'라는 어휘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자체도 역사적 산물이며 그 학문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와 내용 역시 역사적으로 제한된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주장되는 사회복지의 내용과 대상이 전적으로 고정 불변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사회복지의 궁극적 목표도 '복지사회'를 이루기 위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그 방법과 대상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를 복지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문화복지는 충분히 개념적인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산업사회를 넘어서 정보와 지식이 중심이 되는 탈산업사회에서의 욕구의 수준과 내용이 사회복지가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당연히 복지의 대상, 내용, 그리고 방법을 새로이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으며 문화복지를 주장하는 의의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 국민복지 증진을 위한 새로운 복지모형 제시
절대빈곤을 벗어나 삶을 질적으로 향유하려는 사회적 욕구가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금 '삶의 질' 개선이라는 복지정책에서의 새로운 과제가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삶의 질이란 개념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있으며 처한 입장과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른 정책적 우선순위가 가능할 것임은 분명하다. 우선 '삶의 질'이란 단순히 외형적인 생활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심리상태까지 포함하는 대단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만족과 행복의 상태를 지칭하는 삶의 질은 삶의 종합적인 상태를 말한다. 정치적으로는 개인의 기본권 신장은 물론 참정권의 확대를 포함하며, 사회적으로는 일에 대한 만족도, 가치합의와 사회적 통합, 사생활의 자유, 그리고 문화적 측면에서 예술과 교육의 발전, 문화향수권의 확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물리적·환경적·심리적 측면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상황에서 삶의 질 개념은 정의된다고 볼 수 있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경제의 지속적 성장, 소득수준의 향상, 분배구조의 개선 그리고 여가시간의 확대 등으로 개개인은 자신들의 삶의 질―일반적이고 넓은 의미의―에 대하여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물려서 세계의 중심국가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20세기의 '삶의 질'은 통상 물질적인 만족에 바탕을 둔 삶의 환경의 개선에 있었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발달과정에서 야기되는 물질적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여 의료보험, 연금제도 등과 같은 사회보장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특히 서구 등 선진국의 경우 건실한 경제적 기반은 토대로 모범적인 복지제도를 만들어 인간의 삶을 안정적인 기반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사회에서조차 인간의 정신적인 행복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인간의 행복과 그를 위한 복지를 물질적·경제적인 해결로만 보는 데에 기인한 점이 크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서구의 복지제도는 그 자체가 사회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최근에는 사회복지 제도의 근간을 고쳐 보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제기하는 문화복지는 서구의 복지제도가 갖는 결함을 보완하면서 21세기의 변화에 부응하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복지모델을 추구한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복지모델의 한 축을 이루는 문화복지는 사후적 복지가 아니라 예방적 복지이며 소비적 복지가 아니라 생산적 복지라는 데 그 의의가 크다. 정신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추구는 그 자체가 소비적인 것이 아니라 대단히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것이다. 과거 우리의 경제성장제일주의가 남겨 놓은 부작용과 그로 인해 치루어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큰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를 비롯한 각종 대형사고는 오로지 성장만을 외치던 지난날 성장제일주의의 결과로서 우리 사회에서 널리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향락주의와 그를 대변하는 듯 무분별하게 방방곡곡에 들어서고 있는 러브호텔을 비롯한 각종 유흥시설, 그리고 오늘날 황금만능주의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온갖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들이 이미 사회구성원 전체가 우려하는 수준으로 우리의 현실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삶의 환경을 둘러싼 부정적인 현상들의 경제성장에만 눈이 어두워 정신적·문화적 삶을 무시한 결과에서 야기된 것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복지는 노동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삶에서의 안식과 의미를 갖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예방적이고 생산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복지라고 할 수 있다.
3. 변화하는 삶의 조건과 욕구를 반영
21세기의 삶의 양식은 '삶을 지탱하기 위하여'로부터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로 바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21세기에는 다양한 여가활동과 문화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득수준의 향상과 여가시간의 확대는 개개인의 여가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우리보다 먼저 소득수준과 여가시간에 있어서 변화를 겪은 선진국의 경우를 비추어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자연히 오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건전한 여가문화의 정착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조건이 잘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소득수준의 향상과 여가시간의 확대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과거에 비해서 소득수준과 여가시간 등에 있어서 우리의 삶의 조건이 상대적으로 개선되었음에도 여가의 행태에서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전히 화투 등 잡기에 과도하게 몰두하거나 물의를 빚고 있는 각종 부정적 행태의 관광이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현상 등은 우리가 여가를 생산적으로 활용하는데 얼마나 미숙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것은 소득수준과 여가시간에 있어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의미있는 방향으로 지향하도록 조건을 마련하지 못한 데에도 이유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가의 활용의 측면에서 변화하는 욕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만 불, 이만 불로 소득이 증가하고, 주 48시간 이상의 노동에서 40시간 혹은 그 이하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인간의 욕구수준에 있어서 그에 걸맞는 변화가 나타나게 되며 그러한 욕구를 개인, 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해 유용한 방향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의 정신적·문화적 풍요를 지향하는 문화복지는 우리의 삶의 조건의 변화와 개개인 욕구의 다양화에 부응할 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방향으로 선도한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 문화복지의 추진방향과 과제
1. 개인-가정-지역사회-국가가 연결되는 복지공동체 형성
국민의 정신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는 문화복지의 추진 방향은 구체적으로 변화하는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하고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도록 하며, 탈 산업사회에서 해체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가정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지역의 정체성과 유기적 관계를 확고히 하는 방향을 지향하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복지의 주체는 개인과 가정이 되어야 하며 여기에 지역사회가 일정한 역할을 하여야 한다. 특히 개인과 가정이 강조되는 이유는 오늘날의 개인들은 과거와 다르게 자아실현에 대한 강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향후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은 사회의 가치관 전달과 질서유지의 최소단위이면서 후기산업사회에 들면서 보편적으로 해체 경향을 보이고 있는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핵가족화를 넘어서 부분적으로 해체현상이 일어날 것이며, 따라서 가정이 갖는 기능은 앞으로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자아실현과 더불어 가정의 고유기능 회복을 위해서 가정은 문화복지를 위한 또 하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우리의 지역사회는 지방화의 촉진과 더불어 독특한 문화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사회는 무엇보다도 개개인과 가정을 참여하도록 하는 장이다.
그리고 그러한 참여를 통해서 정체성을 형성된다. 그러므로 개인이나 가정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역시 문화복지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사회는 문화복지를 위한 주체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한다.
향후 문화복지의 실현은 초창기는 정부의 주도하에 시행되어야 하되 민간 부문의 참여가 활성화되는 방향을 지향하여야 한다. 정부 역할이 주도적이어야 하는 만큼 문화복지 정책의 실행을 위한 재정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재정의 급격한 확대가 기대되기 어려운 만큼 초창기부터 기업과 사회단체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유도되어야 한다. 더욱이 2020년부터 인구감소와 더불어 우려되는 정부재정 수입의 감소는 복지정책 전반에서 정부역할의 축소가 예상된다. 이런 의미에서 서구사회가 복지국가에서 복지사회로 이동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많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자원봉사제도의 활용은 문화복지의 구현을 위해 지향해야 할 방향 가운데 하나이다. 자원봉사제도는 단순히 재정부담의 분담이라는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참여를 통한 개개인의 자아실현과 복지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복지공동체의 구축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국민의 문화생활과 여가생활을 위한 기반구축
문화복지가 표방하는 국민의 정신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확보를 위해서는 논의되어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 철학적 배경에서부터 구체적 추진방법과 조건에 이르기까지 연구되어야 할 많은 과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연구 없이도 당장 거론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문화생활과 여가생활을 위한 기반시설을 가까운 장래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와 여가의 형태 및 조건이 다른 만큼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행태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문화생활과 여가생활을 위한 최소한 시설이 일상생활 가까이에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의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을 비롯한 각종 문화생활을 위한 시설의 열악함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더욱이 문화생활 및 그 조건에 있어서의 지역적인 불균형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것은 문화시설에 있어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순수한 여가생활을 위한 시설을 비롯한 기초조건 역시 전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여가활동의 다양성을 위한 조건은 고사하고 변변한 캠핑장이나 휴양시설조차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소득이 늘어나고 여가시간이 늘고 또 고령화 되어가는 사회가 될수록 개개인이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는 것은 세계적인 보편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자신의 기초체력을 다지고 건강을 체크하며 삶 속에서 체육을 생활화할 수 있는 시설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고 하겠다. 어느 면에서 이러한 우리의 문화와 여가를 위한 삶의 여건은 중진국은 고사하고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문화와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시설이 우리에게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일상의 삶 가까이가 아니라 특별한 계획을 세워야만 도달 가능한 곳에 있기 때문에 결코 생활화되거나 대중화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문화복지는 우선적으로 문화생활 및 여가생활을 국민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에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데 그 추진방향의 우선을 두어야 할 것이다.
3. 문화복지의 구현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
문화복지는 사회복지와 더불어 국민복지를 구성하는 두 축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므로 그 사회적 실천을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복지 영역 안에서 정신적·문화적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하며 동시에 문화복지를 주관하는 부처의 업무 영역에서 복지적 측면을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부의 여러 해당 부서가 공동으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복지에 관련된 법조항들을 검토하여 개정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충분한 연구와 토의를 통해 얻은 결론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법제도화 해야 한다. 즉 복지정책의 실천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에게서 문화복지가 거론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문화정책의 테두리에서만 머무른 것은 국민복지의 차원에서 고려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복지 구현을 위한 재정의 확보 및 법적 뒷받침을 받지 못했던 것이며 더욱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제 올해 발표된 문화복지 기본구상은 문화복지를 정신적·문화적 삶의 풍요를 지향하는 국민복지의 영역으로 간주된 만큼 기존의 복지정책을 위한 법적 재정적 틀 안에 문화복지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문화복지는 21세기의 우리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책이 되는 것인 만큼 신속하게 그러나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거쳐 제도화시켜야 할 것이다.
■ 문화복지의 성공 여부로 달라질 우리 삶의 조건들
찬사와 비판을 함께 받고 있는 문화복지는 우리 사회에 과제로서 일단 주어졌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복지의 성공 여부는 단지 의미 있는 문화생활과 여가생활의 활성화 혹은 정신적·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얻는가 아니면 못 얻는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사적 변화는 문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경제, 정치 등의 문화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복지의 성공 여부는 문명사적 변화를 겪게 될 21세기에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동시에 향후 우리의 삶의 조건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복지'라는 어휘는 분명 우리에게 아직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화복지가 등장한 배경과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에 대한 주장은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되었고 공감을 얻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제기와 주장들을 문화복지라는 어휘로 개념화한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 실현방법 및 그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이 생소한 어휘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동의를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