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채복희 / 전남일보 기자
■ 조흥은행이 마련한 열린음악회
조흥은행이 광주시민을 위한 열린 음악회를 성대하게 마련했다. 은행 창립 9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인 이번 열린 음악회는 26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치러졌다. 무료로 시민들을 즐겁게 한 이번 음악회는 특히 클래식, 대중음악, 국악이 어우러져 흥겨움과 멋들어짐이 더했다. 판소리 흥취가 어느 지역보다 더한 이곳에 무형문화재 안숙선씨가 불러준 흥부가 「박타는 대목」, 인기인 오정혜씨의 춘향가중 「오리정 이별」이 있었고 가수 해바라기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선희씨의 「J에게」등이 공연됐다.
클래식으로는 테너 임응균, 지양길, 소프라노 박미혜 교수가 나와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오솔레미오」, 가곡「목련화」등을 서울 아카데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불러주었다. 지휘는 장일남 교수, 금융권에서 이같은 대형 무대를 마련한 것은 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광주시민들에게 모처럼 큰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한국가곡과 신작 국악 성가와의 만남'도 다양한 장르가 한 무대에서 만난 공연이었다. 21일 역시 문예회관에서 열렸는데 테너 신영조, 소프라노 이명순씨와 국악 성가 배움터가 출연 「축배의 노래」, 「진달래꽃」등 다양한 노래를 선사했다.
■ 볼쇼이합창단 내한 연주회
이외 봄맞이 대형 무대로 25일 문예회관에서 러시아 볼쇼이합창단이 내한 연주회를 가졌다. 루드밀라 예르마코바가 이끄는 이 합창단은 이번이 세 번째 내한 공연. 「모래시계」의 주제가 「백학」을 비롯, 러시아 민요 「아무르 강의 물결」, 라흐마니노프의 「저녁기도」등 러시아 성가 등과 우리 가곡「그리운 금강산」을 비롯해 가요, 성가곡까지 무대에 올려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 청소년을 위한 '화요 예술 무대' 첫 공연
지난해 광주문예회관은 1년 동안 화요국악무대를 상설,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소극장을 찾으면 판소리, 무용, 사물놀이 등이 연주되고 있어 '단골'(?)까지 확보한 화요국악무대는 국악 보급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예회관은 이 달 5일 청소년을 위한 '화요예술무대' 첫 공연을 가져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끌었다.
'청소년을 위한 재즈와 타악기의 음악 대축제'라는 제목으로 오즈 재즈트리오와 타악기 앙상블이 꾸민 첫무대였는데 4백여 객석을 가득 메운 채 무대와 객석의 교감이 눈에 두드러진 젊은 무대로 호평 받았다. 화요예술무대는 앞으로도 국립극단과 국립무용단, 이길주무용단, 서울시립가무단, 서울예술단 등을 초청, 뮤지컬과 무용 등을 보여 줄 예정이다.
■ 박화야씨와 기금안씨 사진전
독특한 두 건의 사진전이 광주에서 마련됐다. 이 지역에서 부지런한 활동을 해온 사진작가 박화야씨와 현직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기금안씨가 각각 작품전을 연 것. 두 사람은 5∼11일까지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장소인 남봉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이미 서울에서 선을 보였던 박화야씨의 작품들은 작가가 늘 다녔던 공중목욕탕 단골들이 찾아와 축하 겸 관람을 하기도 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모델이 됐던 인물들. 사진 속에 벗고 자유롭게 들어앉아 있는 여성들은 제도적 폭력과 권력, 남성중심의 가치규범에서 해방돼 있음을 보여주었다. 남성관람자 중에는 '내 어머니나 누이'라면서 따듯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기금안씨는 홍익대 산업미술 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다. 일상적인 옷차림의 포즈에서부터 전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신체를 피사체로 담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관심 있고 흥미로운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작가는 앞으로도 자신의 존재 여부를 묻는 사진만을 찍겠다고 밝혔다.
■ 광주·전남 서예대전 대상에 박익정씨
남도서예협회(이사장 전종주 호남대 교수)가 주관하고 한국서협 공주지부와 한국미협 전남지부 서예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광주전남서예대전에서 박익정씨(43. 광주정양초등학교 교사)의 현대서예 「시우지화(時雨之化)」가 대상을 차지했다. 우수상은 김성임씨(35, 전남 순천시 상사면)의 문인화.
지난 17일 남동예술회관에서 열린 이번 서예대전에는 한글, 한문, 전각, 현대서예, 문인화 등 모두 5개 부문에 걸쳐 모두 6백9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남도서예의 창조적 계승과 발전, 참신한 신인발굴을 목표한 이번 공모전은 현대서예작을 대상작으로 선정함으로써 대회 성격을 분명히 했다. 고법에 충실한 글씨보다는 재해석력, 창의성이 드러난 작품에 비중을 두고 소전 손재형 이후 맥이 끊긴 이 지역 서예 현대화의 맥을 잇는다는 의도다. 그러나 현대 서예 전각 부문에 출품자가 불과 21명밖에 되지 않았고 작품 수준도 전체적으로 고르지 않은 결과를 보여 아쉬움을 주었다.
■ 정치와 미술전
총선을 앞두고 광주 신세계갤러리가 마련한 '정치와 미술전'이 19일부터 23일까지 열렸다. 세계 유명 정치선거 관련 20여 점의 포스터가 함께 곁들여진 이번 전시회에 국내 작가는 시사만화가 박재동, 주완수씨, 만화가 김수정씨, 화가 임옥상, 박불똥, 고낙범, 박찬경, 김영신, 김형수, 전용석, 정원철, 조경숙, 백종원, 서용선, 석영기, 윤동천, 이마리, 최진욱씨 등과 광주 전남지역에서는 최영훈, 송필용, 김익모씨가 참여했다. 단순히 정치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참여작가들의 시대정신, 세계관이 담긴 내용들이 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서울전은 4월 19일부터 보다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