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제언

작가의 작품세계를 넓힐 수 있도록 간접 지원을…




조광석 / 미술 평론가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적 발전과 함께 대중의 문화예술 향수의 욕구가 대폭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재 우리의 경제 수준의 향상에 따른 소비 형태가 단순한 의식주의 해결을 위한 물질적 만족의 단계를 벗어나 지적 소비와 정신적 만족 추구의 단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문화적 욕구는 인간이 본래부터 가진 지적 추구라는 점에서 정신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욕구의 변화에 따른 문화 소비의 확산은 문화예술의 대중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문화의 대중화에서 파생되는 현상들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본래의 가치를 추구하는 참(眞), 선(善), 아름다움(美) 등이 보존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는 상업성과 타협하면서 양적으로는 거대하게 팽창되고 있지만 그것과 동반되어야 하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정신성은 잃어 가고 있다. 그것은 문화 소비의 다양함에 따른 양적인 확산에 비해 질적 수준이 무시되고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보편적인 혜택이라는 점에서 문화예술의 상업성은 다수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대주의 가치관과 행위의 규범을 성숙시키는 것과는 거리를 갖는다.

이러한 대중문화는 보편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유행의 흐름에 민감하게 되고, 점점 더 문화의 획일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특정 공동체가 갖고 있던 고유한 문화 의식은 사라지고 윤리 의식의 혼동 상태마저 초래하게 된다.

20세기 우리의 모든 역사 과정은 동양적인 유교 체제하의 봉건사회에서 서구적인 산업사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많은 불이익과 시행착오를 하게 되고 삶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삶의 질과 관계되는 문화예술과는 거리를 갖고 있었다.

또한 이제까지의 우리 사회에서는 체제의 효율적인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자율적인 책임과 의무 대신에 강요에 의한 복종이 더욱 효력을 갖고 있었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질서 대신에 조직화된 권력에 의한 통제가 더 합당한 윤리적 규범으로 행사하고 있었다. 즉 관료적인 권위의식과 수직적인 계급의식 전부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위 고급 문화예술의 소비는 소수층에는 한정되었고 현실 도피적인 특수화의 경향마저 갖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상 문화예술이라는 것을 향유할 수 있었던 계층은 우리 사회 내에서 특수층에 불과했었다. 이러한 대중문화와 특수한 문화의 이중구조에서 파생되는 복합적인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는 문화예술의 소비 주체가 주도하였던 정신적 가치의 변화라고 하겠다. 그것은 문화예술과 삶과의 관계에서 자본과 지적 관심도를 병행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지적 만족도의 상승을 인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서 또 다른 예술의 개념이 출현하고 있음을 본다. 즉 급진적인 예술은 앞의 두 요소를 타파하려 시도한다. 급진적 예술의 성격이란 말하자면 기존 현실에 대한 의문 제시와 동시에 자유스러운 이미지를 미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고발과 도전이며 이러한 고발과 도전을 추구하는 이미지는 예술의 사회적 결정을 넘어서 예술의 존재를 억압하는 기존의 논리나 행위로부터 예술 자체를 해방시키는 차원에 근거를 두면서 예술을 승화시키려 한다.

이러한 새로운 예술에 의해 형성된 세계는 기존 현실을 압력 받고, 왜곡된 사실로써 받아들인다. 그리고 예술 작품의 내적 논리는 지배적인 사회제도에 통합되어 있는 합리성과 감수성에 도전하는 새로운 이성을 추구한다. 즉 작가들은 제도화된 이성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함으로써 본래의 모습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도권은 모든 지배에 도전하는 예술 체계를 수용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급진적 예술과 그렇지 않은 예술 사이에서 진정한 예술을 구분할 수 있는 구조와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그것은 작가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며 그들로 하여금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예술 창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