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지방자치시대의 지역문화축제. 해외 페스티벌

국경이나 시대 초월한 예술적 가치의 창출…




정승태 / 홍보조사부 차장

■ 세계 페스티벌의 개최현황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간된 예술연감에 의하면 현재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고 있는 예술페스티벌은 2천여 건에 달하며, 미국(404건), 프랑스(198건), 독일(151건), 영국(148건), 이탈리아(120건) 등이 특히 활발하다. 이에 비해 아시아는 48건으로 상대적으로 개최수자가 적다. 그러나 정보의 지역편차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을 것이다.

페스티벌의 역사는 근대도시 형성의 역사, 극장, 무대예술, 혹은 미술과 영화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1883년에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창설된 것도 있으나, 대표적인 페스티벌의 대부분은 전후에서부터 1970년대에 걸쳐 시작되었다.

유럽에서는 종전 직후부터 1950년대에 걸쳐 전쟁에 대한 반성을 배경으로 국제교류와 세계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적 규모의 페스티벌이 열렸으며, 전후에는 새로운 국가가 생겨남에 따라 자국의 아이덴티티를 모색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페스티벌도 있다.

이 시기에 시작된 북미의 페스티벌은 지역경제의 부흥을 목적으로 한 것이 많았다. 그 이유는 1950년대에 예술계가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었으며 새로운 재원확보와 관객 층의 확대가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1970년대는 60년대만큼 활발하지는 않았으나 도시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페스티벌이 창설된 것이 특징이다.

그에 비해 아시아에서는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된 페스티벌이 거의 대부분으로, 구미 여러 나라의 영향 아래서 서구문화와 전통문화 사이에 자국의 아이덴티티를 모색하기 위하여 창설되었다.

예술페스티벌의 기본적인 성격은 크게 예술작품의 소개(완성도가 높은 예술작품의 소개가 중심인 것), 예술창조(새로운 예술창조를 강하게 의식하는 것), 도시(예술) 활성화(컨셉이나 목적에 개최도시가 강하게 의식되는 것), 지역진흥(지역활성화가 중요한 목적인 것), 예술가의 육성과 예술교육의 보급(예술가의 육성과 예술교육의 보급적 요소가 강한 것) 등 5가지로 집약되며, 실제로는 이들이 복합된 것도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예술페스티벌이‘소비’의 장에서‘생산’의 장으로 가기 위하여‘예술창조’의 성격이 더욱 중시될 것이다.

■ 페스티벌의 내용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은 종합적인 예술장르로 구성된 것으로 음악, 연극, 무용 등의 무대예술 외에 미술, 영화, 건축 등 여러 가지 예술장르를 포함하는 종합형과 같은 주최기관이 시기를 늘려 여러 장르의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으로서, 연중 운영되는 사무국이 필요하고, 운영기반의 정비가 필수인 복합형, 그리고 주가 되는 단일한 예술 분야가 있고, 예외적으로 다른 분야를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단일형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예술장르의 경계, 그 자체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기존 장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이와는 별도로 정식 참가단체는 아니지만 젊은 컴페니에 의해 개최되는‘오프’나‘프린지’라고 불리는 페스티벌이 있다. 메인 페스티벌의 국제적인 평가가 높아지고, 수준 높은 예술마케트로서의 성격이 강해지면, 페스티벌은 세계 관계자가 모이는 귀중한 기회가 되는데 젊은 컴페니에 의한 ‘오프’나‘프린지’의 개최는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켜 페스티벌의 개최지 전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게 된다.

개최지가 휴양도시나 지방도시냐, 혹은 대도시냐에 따라 페스티벌의 성립에 큰 차이가 있다.

휴양도시의 경우, 여름 관광시즌에 맞추거나 예술단체의 시즌오프의 활동거점과 연결하여 개최하는 것이 많다. 대도시의 경우는 연간 다양한 예술 이벤트가 활발하게 벌어지는데 이들 일상적인 문화적 공연물과 페스티벌을 어떻게 차별화 하는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단,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의 성립 가능성에서 보면 대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현실적이기는 하나 대도시형 페스티벌의 개최는 기존의 예술활동을 벗어난 존재의식의 표출이 선결과제일 것이다.

또한 이 두 타입의 페스티벌이 정착하려면 휴양도시형 페스티벌이 새로이 제작, 공연한 작품을 대도시의 극장이나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등 앞으로 양자가 제휴해야 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과제이다. 구미의 휴양도시에서는 페스티벌의 장소로 중세의 성 등에 가설무대를 설치하는 예가 있어(핀란드의‘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등), 일반 극장이나 콘서트홀에서는 얻기 힘든 예술적인 체험을 얻는 공간으로서 페스티벌의 상징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페스티벌 주최에 따라 크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행정주도형과 주식회사나 비영리단체, 공익법인 등이 주도하는 민간주도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유럽에서는 행정조직이 중심이 되어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중앙정부에 의한 이니시어티브가 강하고, 독일에서는 지방정부가 문화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다. 또, 영국에서는 정부가 직접 간여는 않지만 민간주도의 예술계 비영리단체에 공적 지원을 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미국은 민간기업이나 재단, 개인에 의한 예술지원이 아주 활발하여 예술단체나 문화시설 등의 운영주최는 민간비영리단체이다. 따라서 페스티벌의 주최기관도 민간주도의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시아의 경우는 정부기관이 직접 실시하는 것이 주류로, 민간이 주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드물다.

행정주도의 경우는 정부기관과 지방자치체의 협력체제를 정비함은 물론, 행정시스템으로는 할 수 없는 운영의 유영함을 주기 위한 특수법인이나 재단법인 등 별도의 운영체제를 정비해야 하며 민간주도의 경우는 문화 재단이나 문화시설이 주최하는 것이 좋으나 정부차원의 재정적, 행정적인 적극 지원이 바람직하다.

프로그램의 입안에 대하여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예술감독제가 주류를 이루는데 테마의 설정이나 기획입안의 대부분을 맡고 있어 예술면에서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다.

이에 비해 아시아에서는 복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개성에 의해 페스티벌 전체의 영향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위원의 합의에 의한 방법을 채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내용은 페스티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독자의 기획을 입안하여 명확한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으므로, 페스티벌이 명확한 목적을 갖고 예술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예술감독제의 도입이 바람직할 것이다.

페스티벌 운영재원의 예산규모는 개최지역이나 나라의 경제 정세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있는데 소요경비에 따라 크게 80억 원 이상, 40억∼80억 정도, 15∼40억 원 정도, 15억 원 이하 등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을 지역별로 보면 역사도 길고, 개최 건수도 많은 유럽에서는 대규모적인 것이 많고, 아시아지역은 대부분 사업비 15억 원 이하로 개최되고 있다. 예산규모는 페스티벌의 목적과 내용,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본격적인 종합페스티벌은 40∼80억 정도, 중규모의 것은 15∼40억 원 정도 든다.

페스티벌의 주최기관은 행정주도형과 민간주도형으로 나뉘어지고, 주요재원의 종류(공적 재원, 민간조성, 입장료 수입 등)에 따라 5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정부기관이 주체적으로 조직을 설립하고 페스티벌의 운영재원도 정부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이 중심이 되는 것.

둘째 행정주도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체적으로 조직을 설립하고, 페스티벌의 운영재원도 해당 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중심인 것.

셋째 예술활동을 주도하는 개인, 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창설된 민간 페스티벌로 운영재원의 대부분을 공적지원에 의존하는 것,

넷째, 민간주도로 페스티벌이 창설되고, 운영재원도 민간기업의 협찬금, 민간예술단체의 지원금, 혹은 주최자의 자체재원에 의존하는 것,

다섯째 민간조직이 주최하는 페스티벌로 운영재원의 대부분을 입장료 등의 사업수입으로 확보하는 것 등이 있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행정주도로 공적인 재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북미는 민간주도로 입장료 수입에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많다.

■ 페스티벌의 향후 방향

위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예술페스티벌은 첫째, 대도시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종합예술 페스티벌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존 페스티벌의 육성과 예술활동을 도시정책의 중요과제로 설정,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를 상징하는 페스티벌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음악, 연극, 무용, 영화나 미술 등 예술의 여러 장르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 페스티벌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당장 실현이 어려우면 특정 장르로 특화하여 시작한 후 서서히 대상장르를 확대해 나가는 방법과 예술의 경계영역이 애매해지는 현시점을 바로 보아 장르를 초월한 표현활동으로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리고 페스티벌의 영역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신인의 발굴이나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프린지나 오프의 개최도 필요하다.

둘째, 앞으로의 페스티벌은 해외작품의 소개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품의 창조와 공개를 중심적인 사업으로 설정, 21세기의 국제적인 재산이 되도록 예술작품에 대해 문화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자국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게 될 뿐 아니라, 해외의 예술가와 협력에 의한 국제적인 수준의 작품창조를 추진하는 등, 작품의 제작과정이 국제적인 문화교류와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테마로서 민족과 예술, 예술과 테크놀로지, 예술장르의 융합 등 동시대의 예술이 직면한 과제를 중심으로 삼아, 시대의 조류나 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현대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갖는 작품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셋째, 페스티벌을 일과성 예술 이벤트로 끝낼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전체의 기반정비나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예술이나 예술가를 육성해 가야 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기관의 설치나 콩쿠르의 개최 등을 통하여 예술가의 교육, 육성에 힘써야 한다. 또한 워크숍이나 심포지엄,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등 예술의 교육보급 활동에도 더욱 힘을 기울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술활동 전반에 걸친 감상자의 육성과 관객층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페스티벌은 예술에 관련된 생생한 정보가 모이고 교류하는 장이다. 예술가나 관객만이 아닌 프로듀서나 연출가, 평론가, 언론인 등이 페스티벌에 모여 서로 정보교환과 교류를 하는 장으로서 준비되어야 한다. 아울러 페스티벌에 의해 모여진 정보를 축적, 활용하는 예술정보의 거점 만들기가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요즘 지방의 문화시설 확충이나 예술활동의 활성화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페스티벌은 이들 지방도시에서 예술활동의 거점을 만드는데 아주 유용할 것이다. 지방도시나 휴양도시의 페스티벌에서 예술가가 일정기간 체재하며 작품활동을 한다든가, 예술단체의 시즌오프 기간의 활동거점으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 공개하는 장으로서 방향성을 갖는다면 대도시에서 갖기 힘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작품창조에 몰두하는 것은 예술가에게 있어서는 크게 의의가 있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자연공간이나 역사적 건조물을 활용하여 대도시에서 갖지 못하는 환경을 제공, 그것이 페스티벌을 상징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지방도시의 페스티벌은 지역활성화나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지역진흥은 2차적인 요소로 페스티벌의 테마나 프로그램의 구성, 내용 등에 명확한 정책과 특색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페스티벌의 발전과 나아가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서는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존 민간 페스티벌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적지원을 늘려, 민간페스티벌의 불안정한 재원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21세기는 국제사회의 상호의존 경향이 더욱 짙어져 갈 것이고, 민족이나 언어를 초월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예술페스티벌의 중요성은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국제적인 상호이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역할은 정치나 경제활동 이상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페스티벌은 국경이나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가치의 창출이 주요한 테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페스티벌이 구체화되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각종 민간기관이나 예술단체 등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불가결한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