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통한 참멋나는 강원문화 창출을…
장정룡 / 강릉대 교수
■ 향토축제의 정착과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
향토축제는 지역문화의 총체적 표현물이라고 말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향토축제는 지역문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계승하는 공간체라고 해도 무리한 말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지역문화가 지역발전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대하다. 더구나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중앙집중적 행정형태에서 지역자치단체의 권한 이행으로 그 모습이 바뀌어가는 시점에서‘지역문화를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향토축제의 정착과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이러한 과제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은 강원도 20여 개에 달하는 축제 중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한 축제들을 돌아보고 장차 향토축제가 지향해야 할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과 같은 다원화된 시대일수록 지역문화의 전승과 창조, 보존과 개발의 두 측면은 조화로움이 필요하다. 그것은 지역문화의 개념이 단순하게 과거의 전통적 삶의 방식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전통의 바탕 위에 새롭게 문화적 전통을 쌓아 나가는 것까지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현대화나 과학화·도시화가 곧 지역발전의 전부가 아님은 우리의 만족한 삶이 물질적 풍요로움만 규정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따라서 지방화시대에 지역의 역사, 사회, 문화, 예술, 경제적 관념을 근간으로 한 주민들 나름의 삶의 목표를 설정해 나가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지방화시대의 과제는 지역의 세계화라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 과제를 향토축제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향토축제는 지역의 역사성을 반영하고 지역민의 삶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모색되고 있는데, 이러한 향토축제에는 지역민의 생활양식과 행동양식이 반영되어야 바람직하다. 말하자면‘지난날의 축제가 자기고향의 향토에서 그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이 신화적으로 재현했던 것처럼, 그렇게 축제는 언제나 삶의 축제, 생활축제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이상일의 지적에서도 알 수 있다.
문화는 태어나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득되는 것이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가치관, 지식, 신념, 생활의 유형들이 지역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행해지는 것이 향토문화다. 따라서 향토문화는 해당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생겨나는 일상적인 생활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자신들의 생활을 보다 충실하고 윤택하며, 인간다운 삶이 되도록 주민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가하고 창조해 나가는 지역문화이기도 한 것이다. 향토축제는 이러한 향토문화, 지역문화를 근간으로 구성된다.
축제는 오래 전부터 생활공동체 구성원들이 노동과 속박에서 벗어나 풍요와 안녕을 신에게 기원하며 벌이는 제의에서 출발하였다. 춤과 노래를 통해 자연스런 감정을 털어놓는 잔치며 놀이마당인 향토축제는 근원적으로 제의를 중심으로 세속의 세계를 성화하려는 의도를 지닌다. 그것은 곧‘원초로의 회귀’를 도모한다. 춤과 가면극, 노래, 경기 등을 수반한 축제는 혼돈을 질서로 바꾸는 장치며 동시에 현실세계를 신화적 세계로 환원함으로써 신성의 참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개별적인 노동의 세속적인 삶을 집단적 믿음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다시 말해서 일과 휴식, 신성과 세속, 선과 악, 신과 인간, 생과 사, 남과 여, 하늘과 땅, 이익과 손해, 가난과 부유함, 깨어 있음과 술취함의 이원적 가치나 성격들이 축제를 통해 하나로 융합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축제문화는 너와 나의 벽을 허물고 갈등과 반목의 고리를 풀어서‘우리’로 결집하는 기능을 준비하게 해준다. 그것은 억압된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표출하는 장터가 되며, 사회비판성과 사회적·종교적 목적의 활동공간이 되기도 하고,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 향토축제가 이처럼 지역문화의 구체적 표출이라고 한다면 향토축제를 통한 지역문화의 발전방안도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착되어가는 강원도 향토축제의 밝은 전망
강원도 18개 시·군의 20여 개의 향토 축제가 나름대로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강원지역의 향토축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면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지역민들이 자긍심을 지닌 생활문화로 축제가 자리잡게 되면, 이것을 통한 주민의 정신적 일체감 조성뿐 아니라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지역민의 지혜나 기술을 활용한 토산품의 개발이나 주변 관광자원을 연계한 주민소득의 획득 측면으로 이벤트 상품화가 가능하다. 물론 지역축제가 문화관계자의 일회성 행사가 되거나 외부 관광객을 위한 상품으로 전락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가능할지 모르나 지역문화 활성화는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나름의 문화적 긍지로 계승 발전시킴과 동시에 이를 자원화하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별로 차별성 있는 축제를 꾸미고 주민과 관광객들이 하나가 되는 열린 마당을 조성하며, 전통과 현대문화가 조화되고, 주변 지원행사가 다채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강원도 축제 중 몇 가지가 특성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강원의 대표적인 전통민속축제인 강릉단오제를 비롯하여, 춘천의 인형극제, 평창·용평의 눈 축제, 정선 아리랑 소리축제는 지역축제로 성공한 사례이다. 축제의 요소를 시기, 장소, 내용, 사람이라고 할 때 앞서 언급한 축제 이외의 강원도 축제의 차별화·개성화·특성화는 개선의 여지가 많은 실정이다. 우선 개최시기 상으로 보면 18개 시·군에 20개의 축제 중에서 10월중에 열리는 것이 춘천 소양제, 강릉 율곡제, 속초 설악문화제, 원주 치악문화제, 동해 무릉제, 삼척 죽서문화제, 태백 태백제, 홍천 한서문화제, 횡성 태풍문화제, 평창 노성제, 정선아리랑제, 철원 태봉문화제, 화천 용화축전, 양구 양록제로 무려 14개나 된다. 이외에 9월 중 인제 합강문화제, 고성 수성문화제가 열리고, 6월중에 강릉 단오제, 양양 현산문화제가 열리고 영월 단종문화제와 춘천 의암제가 4월중에 열린다.
이상을 보면 강원도 향토축제는 단오명절이라든가 기념일을 정한 것을 제외하면 이른바 종합형 향토축제로 10월 달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 달이 문화의 달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동시에 지역적·역사적·민속적 의미나 특색, 특정한 날짜의 상징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개최일을 정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지역의 축제나 동일하고 모두‘그게 그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축제 자체가 이러하다 보니 예산절감의 이유를 들어 향토축제 개최날짜와 시·군민의 날을 병행하여 선행시민을 시상하거나 주민들이 동네별로 모여서 체육대회를 하는 정도의 관제형 축제화에 그치고 만다.
행사에 참가하는 주민들은 체육복도 사고 운동화도 사서 신을 수 있도록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축제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발상도 하고, 동별로 시상금을 차별화하니 부정선수를 선발하여 경기에 참가하고, 그러다 보니 체육대회인지 축제인지 알 수 없고,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주체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축제를 개최하는 목적이 상실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특성화된 강원도 몇몇 지역축제는 이미 나름대로 생존권을 확보한 셈이다. 축제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최시기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아울러 축제 장소의 개선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 무조건 문화의 달인 10월 달에 행사를 열어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며 공설운동장 같은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직도 축제를 연다고 하면서 공설운동장에서 단체장이 훈시하고 체육복을 입은 주민들이 입장사열을 받는가 하면, 응원상을 받으려고 확성기로 떠들어대는 체육축제도 없지 않다. 체육대회라면 몰라도 운동장에서 행해지는 축제는 자연히 운동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제반시설이 관중과 축제 참여자를 이분화해 놓고 있으므로 경쟁심만 부추기고, 상품이나 상금 때문에 갈등이 야기되니 축제가 지닌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 것이다.
■ 춘천인형극제는 주제를 가진 국제적 축제로 성공
축제의 성공은 축제 시기나 장소의 세심한 고려에 달려 있다. 열린 공간의 확보가 축제 성공의 관건이 된다고 하는 것은 운동장 축제치고 성공한 축제가 전국적으로 하나도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 강릉단오제의 성공은 남대천변이라는 열린 공간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평 눈축제는 수려한 대관령 지구의 용평스키장과 기존의 스키어를 축제의 인적 자원화하여 전국적인 축제로 성공한 예다. 유행처럼 지방자치단체인 속초, 춘천, 태백에서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추진한 눈꽃축제가 별다른 호평을 받지 못한 것은 축제 성공의 배경으로 열린공간의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반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강원도 축제로서 성공한 사례로 춘천지역 인형극제를 들 수 있다. 춘천시는 7회를 맞이한 동심의 인형극제를 호반의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이끌어 1995년 올해의 문화자치도시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에 이르렀다. 축제의 내용이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춘천에는 소양제도 있지만 인형극축제는 주제를 가진 국제적 축제로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국내 42개 극단과 일본, 헝가리 등 국외 6개 극단이 참여하여 명실공히 국제문화축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여기에 마임축제와 만화도시까지 구상하고 있음은 인형극 축제의 성공에 고무된 것이다. 인형극제는 사실 춘천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호반의 도시 춘천은 이것을 유치하기 위해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부대행사를 다양화하고 체계적 홍보와 함께 춘천의 세계화 작업을 앞서 만들어낸 결과다.
강릉단오제는 1967년 국가지정문화재 13호로 지정된 향토축제다. 이것은 전통문화를 충실히 계승하고 축제화한 결과다. 대표적인 민간주도형 축제로 인정받고 있음은 그 내용에 있다. 단오는 중국의 민속이지만 우리의 수리날 축제는 이미 동예국 사람들이 10월 달에 무천제를 열었던 것과 유관한 5월의 축제라는 점이다. 주야로 음주가무하던 예국사람들의 축제가 오늘날까지 계승되었으며 지역성을 강조함으로써 강릉단오제는 이제 세계적인 축제로 한국을 대표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성공적인 전통문화의 착실한 정착에 만족할 단계는 지났다.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홍보, 상품화와 함께 현대적인 의미를 수용한 전통이 가미된 창조축제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정선아리랑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아리랑의 원조격인 정선아리랑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알고, 또 한국에 관심있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익히고 싶은 우리의 소리다. 정선아리랑제는 실질적인 소리축제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지역방송사에서 후원을 하고 추진위원회에서도 방향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한 방향을 정선의 주민들과 행정관청에서 인식하고 있기에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 아리랑이 정선에서 울려 퍼져 한국을 뒤덮고 세계속의 우리 소리로 인식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정선아리랑이 금년에 21회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아리랑이 21년밖에 되지 않았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고려말에 충절을 다짐한 일곱 명의 선비들이 정선 남면 북동리에 은거하면서 나라 잃은 설움과 실향의 아픔을 노래하면서 퍼졌다고도 하지만 강원도민의 정서가 아리랑에 담겨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정선아리랑제가 일부 문제점이 없지 않으나 차츰 나름의 목소리를 내면서 장착됨에 따라 석공예단지나 생약단지를 만들어 석재와 약재를 상품화하고 주변의 약수나 동굴, 산간문화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들이 자리잡고 있음도 축제문화의 바람직한 정착사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 발전가능성 무궁무진한 강원도의 축제들
강원도의 축제문화를 점검해 보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태백산 천제는 신라 이래 국가에서 치룬 제의로서 한민족의 밝은 이상과 맞닿아 있다. 태백산 천제를 복원하여 민족적 이념을 되살리고 화전민속촌, 석탄역사촌, 무속촌을 조성하며 석탄산업합리화로 폐광된 지역을 개발한다면 축제도 살고 태백도 검은 탄광도시에서 밝음의 관광문화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속초 설악문화제도 마찬가지다. 신라 이래 이어져온 산신제를 되살리고 이북 5도민이 참여하는 남북통일의 기원제, 실향민이 함께 하는 통일염원의 축제, 설악산과 동해안, 청초호와 영랑호를 배경으로 한 자연친화형 문화축제로 다양화한다면 수려한 설악과 함께 충분한 볼거리로 성공적인 정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삼척 죽서문화제를 기줄다리기와 오금잠제라는 민속문화재와 함께 고대 실직문화권의 역사문화적 자원, 제왕운기의 저자인 이승휴 사상 선양, 허목의 척주동해비문인 전각문화와 신남의 남근제 민간신앙, 신라의 화전민 문화 등을 특성화하면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잡게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제의 뗏목문화는 합강문화제의 중요한 테마가 될 수 있고 이곳이 고향인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 시인도 거들 수 있다. 평창 노성제는 향토출신 이효석의 단편소설「메밀꽃 필 무렵」을 중심으로 한 봉평의 문학축제와 먹거리인 향토식품을 메밀요리축제로 연계하면 훨씬 향토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강원도 축제문화는 결국 축제 성격의 선명성과 함께 지역특성을 부각하고 자연자원을 활용하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 나감에 따라 그 성패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제를 통한 전통문화의 계승과 현대문화의 창조는 지역공동체 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상징으로 인식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향토축제를 통한 지역문화의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방자치화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관건이다. 살맛나는 강원의 건설은 궁극적으로 축제를 통한 참멋나는 강원문화의 창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