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습적 관례 벗어나 참신한 기획과 열의가 급선무
임동확 / 시인
■ 지역특성을 특화한 첫번째 세계화의 성공적 시도‘광주 비엔날레’
민선 자치시대를 맞이하면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각종 문화축제의 활성화 내지 개발이다. 대체적으로 지역적 자부심과 자존의식을 지역산물과 역사적 전통과 연결, 21세기를 대비해 고부가가치의 관광산업이나 상품개발 등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19세기적 의미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나 정치·경제적 경쟁시대를 넘어 이제 바야흐로‘문화전쟁시대’임을 실감케 하는 각 지역의 사활을 건 생존전략 차원의 문화이벤트이기도 하다.
통칭 호남권에서는 작년 9월 20일부터 11월20일까지 개최된 광주 비엔날레가 그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세계 60여 개국 5백여 명의 작가가 차여한 이 대회는 우선 ‘문화적 빅뱅’이었다고 할만큼 미술계뿐만 아니라 건축·패션·일반행정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파격적인 실험 정신과 캔버스를 무시한 설치미술 등 그동안 일정한 틀 안에서 안주하던 문화계 전반은 물론 여타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음양으로 많은 문화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특히 전통적‘예향’이라는 자부심과 5월 광주항쟁으로 대변되는 민주성지로서의 긍지가 밑바탕이 된 광주 비엔날레는 여러 가지 잡음과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특성을 특화한 첫번째 세계화의 성공적 시도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차적으로 낙후와 저항의 이미지에서 문화메카로서의 ‘광주’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이어진바, 한 지역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향후 2년마다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 관광산업의 활성화, 지역상품의 해외판로 증진,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의 7백88억 원 정도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었다.
광주 비엔날레는 그런 점에서 한 지역의 지자체‘홀로서기’를 넘어, 모든 지역에 귀감이 되는 성공적 문화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다. 지속적 개최와 대회의 성공 여부에 따라 문화력이 지배하게 될 21세기 광주가 세계적 예술도시이자 문화산업의 메카로서 거듭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셈인 것이다. 또 그동안 이 지역에 운명처럼 덮씌워진‘후발’과 ‘낙후’를 떨치는 역사적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산 교훈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축제행사를 통한 문화관광코스 개발도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 같은 국제적 행사는 차라리 예외라 할 만하다. 크든 작든 각 시·군 단위 문화행사 역시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활을 걸고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로 무장하고 있다. 우선 한국 8대 축제에 당당히 편입된‘진도영등제’와 ‘완도장보고축제’가 대표적이다. 먼저 한국판‘모세의 기적’의 현장으로 널리 알려진 진도영등제(5월 3일∼5일)의 경우 올해 뽕할머니 동상 제막과 더불어 기존의 용왕제,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등의 행사를 치루면서 20여만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5월 6일부터‘청해의 꿈을 싣고 바다로, 세계로’란 주제로 열린 장보고축제의 경우 장보고 대사의 출정식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재현하고 무역항로 탐사, 전국 소년 장보고 선발대회와 더불어 보트 세일링, 세계 진기 바다동식물대회 개최 등 부대행사로 지역축제의 전국화 가능성을 심어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주제가 있는 문화관광’이라는 새로운 문화상품 개발, 국내외 관광객 유치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전남도는 첫번째 강진의 다산초당과 정약용의 유배지를 거쳐 완도·신안의 정약전 유배지를 1박2일의‘성지순례’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그 다음은‘문학코스’로 목포의 박화성문학관과 남농문학관을 거쳐 강진의 영랑 생가·다산초당, 해남의 녹우당·일지암, 완도의 부용동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완도의 청해진 유적지를 거쳐 해남의 명랑대첩지, 진도의 용장산성을 연결시켜‘역사기행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며 완도항을 기점으로 보길도·해남 땅끝마을과 진도의 관매도·신안 홍도를 돌아오는‘해양관광코스’를 기획해 놓고 있다.
이외에도 당일코스로 강진 무위사벽화와 해남 녹우당의 고산유적·진도 남진미술관과 남농기념관을 연결하는‘미술코스’,강진 청자도요지를 거쳐 목포 행남자기·무안의 분청사기 도요지를 연결하는 ‘도자기 코스’등 문화관광 코스를 개발, 전국의 언론사와 여행사를 포함한 국내외 전역에 문화관광 홍보책자 1만여 부를 배포하기도 했었다.
여기에 맞춰 각 시·군 단위 차원의 지역문화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실정이다. 그 단적인 예로 전남지역의 경우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로 전남도와 구례군의 야심찬 기획행사인 제1회 향토음식축제가 바로 그것. 제33회 째를 맞는 기존의 지리산 약수제와 더불어 기획된 이 행사는 전통음식을 보존하고 특색 있는 향토음식을 천연의 관광산업과 연계시키기 위해 출품음식 전시회와 향토음식 판매장을 마련, 첫번째 행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유사한 지역축제로는 제4회째의 영취산 진달래축제(여천군)와 왕인벚꽃축제(영암군), 구봉산화전놀이(여수)와 전국복숭아꽃사진촬영대회(순천)등이 기존의 유서깊은 목포의 목포예술제·순천의 팔마문화제·여수의 진남제·민속경연 무대인 남도문화제 등과 더불어 새로운 지역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지역문화행사가 남도음식 대축제. 작년 9월 전남도가 광주 비엔날레와 연계, 남도 전통음식을 관광자원화하고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이 행사는 전통요리·개방요리·사찰음식·토속주 등 3백여 점을 전시·판매해 많은 관람객들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었다. 이어 광주시도 작년 비엔날레 기간 동안 염주체육관에서 사흘간 김치왕 선발대회, 학술토론회, 김치관련도서 전시 등을 마련, 남도인의 김치맛을 전국과 전세계에 알림으로써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행사를 마련한 바 있다.
■‘예향 전북’을 대표하는 ‘전주 대사습놀이’
전북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초순 전북도의회 문화·예술 특별위원회는 ‘예향 전북’의 자존심을 되찾고 지역 전통문화·예술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개발·육성함으로써 21세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북 르네상스운동’전개를 결의했다. 산업·경제의 취약성과 함께 최하위의 문화낙후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체 진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특위는 도내의 유무형 문화재와 문화예술단체, 예술 지원 실태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중앙 및 각 시도와 비교·분석 전북문화의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또 해당 문화예술인과 더불어 경제·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예술발전을 강구하기로 했으며, 공연 감상과 문화행사 참여 유도 등을 전개 문화진흥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도민의 애향의식을 결집시켜 지역발전을 일궈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 전북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는 주지하다시피‘전주대사습놀이’. 1784년 조선 정조 8년에 생겨나 2백여 년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명창들을 배출해 온 명실상부한 한국 판소리의 요람 구실을 톡톡히 해왔다. 현재 국내의 내노라 하는 명창들은 모두 이곳을 거쳐야만 행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권위와 전통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본디 명창대회나 국악경연대회가 아니라 관청의 여흥잔치로 시작된 전주대사습놀이는 해마다 10월경 판소리와 곁들여서 농악·기악·활쏘기·시조·춤 같은 대회와 함께 열리고 있다. 단지 거개가 나이든 축들이 그 행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뿐, 젊은 축들이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새로운 대책 강구로 한국의 대표하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발전시켜 나가는 대책과 방안 강구가 절실한 실정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또다른 문화행사의 하나가‘갑오동학기념문화제’.제폭구민과 보국안민의 기치를 내걸고 분연히 일어섰던 동학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갑오동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매년 정읍에서 개최되어 왔으며, 1백2주년이 되는 올해로 제29회째를 맞고 있다. 구한말 반부패·반외세 척결 등을 내세우며 농민 항쟁의 봉화로 불타올랐던 그날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 황토현 전적지 참배, 갑오농민혁명 1백주년 기념탑기공식, 전통검술 시연, 학술토론회 등을 개최해 오고 있는 중이다.
전국 최대의 민속축제로 손꼽히는‘남원춘향제’역시 전북의 자랑거리. 다분히 급조된 여타 지역의 행사와는 달리 판소리 춘향가를 근거로 한 이 행사는 올해로 66회째를 맞을 만큼 유서깊은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춘향묘 참배로 시작돼 5일간 32개 종목으로 치뤄지게 되는 이 행사가 지나치게 관에 의존, 자치시대에 걸맞는 행사계획 등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과거의 행사 답습이 되풀이되고 정치적 색깔을 띤 몇몇 인사들의 주도권 다툼양상이 내비치기도 해 지역주민의 무관심과 더불어 순수 민간문화축제의 의미가 퇴색해 가고 있다는 여론이 일었던 것이다.
이와 버금가는 문화행사로는 매년 고창문화원 주최로 열리는‘동백문화제’,실전가요「선운산가」로 유명하며 동백꽃으로도 유명한 선운산 일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해마다 산제분향을 필두로 국악명인 초청공연과 시조경창대회, 민속놀이, 미술실기대회 등을 개최해 왔는데 올해로 20회째를 맞는‘동백문화제’주최측은 이곳 출신인 미당 서정주 시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을 초청, 향토문예 진흥과 향토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었다.
그 가운데 전북도는 지난 5월 1일 전북 고유의 향토전통 음식 맛을 되살려 맛의 고장으로서 명성을 되찾고 국제적인 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향토음식 품목설정과 관련 연구소 설치 및 음식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키로 해 주목받고 있다. 도는 이를 위해 우선 향토음식별 조리백서 발간 및 개발 연구를 위한 향토전통음식연구소를 6월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하고, 음식문화센터 건립에 필요한 사업비 2백여 원을 식품진흥기금 등에서 확보키로 했다. 바다와 넓은 들, 그리고 산천을 배경으로 풍부하게 배달된 호남권의 음식문화를 국제적 상품으로 내놓기 위한 방안이 이제 본격적인 실험단계에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 동계 U대회, 전북의 세계적 도약을 위한 야심찬 기획행사
내년 1월24일부터 2월2일까지 무주와 전주에서 개최될 ‘동계 U대회’또한 전북의 세계적 도약을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행사. 현재까지 40여 개국이 참가 의사를 밝힌 이 대회는 예정대로 50여 개국이 참가할 경우 역대 최대 대회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바, 전북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새로운 전북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로 민관이 하나가 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익산시 통합 1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가 마한민속예술제전위원회 주최로 열려 주목됐다. 익산 시민의 날인 민속예술제에 앞서 열린 이날 학술회의에선 마한과 백제문화가 습합돼 있는 익산문화권에 대한 총체적 조명이 있었는데, 지역적 정체성 규명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의미의 문화축제화 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판소리로 대변되는 국악의 고장인 전북에서조차 도내 각급 학교에 국악전공자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고, 또 올해 전북도의 문화예술진흥금이 총 1억 원에 그치는 사정이고 보면, 당분간 문화예술을 중심축으로 새로운 전북의 탄생을 점치기엔 비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각급 시군 단위에서 연례적으로 열리는 문화행사들 역시 사정은 이와 비슷하거나 더욱 열악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가는 바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대부분의 행사가 특별한 차별성이 없이 미술실기대회, 민속놀이, 연예인 초청공연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행사보다는 농경사회의 공동체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회고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행사들이 주축을 이뤄 지역민은 물론 젊은이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민선 자치시대에도 불구, 아직도 주로 관변단체가 주축이 돼 행사를 치룸으로써 구태의연한 행사가 되풀이되고, 그야말로 행사를 위한 행사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그 실효성이 의문시도고 예산 낭비가 심한 행사가 많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여기에 차기 재선을 노리는 민선단체장들의 즉발적이고 인기성이 가미된 행사 개최도 가세하고 있는데 우선 지역의 문화와 특산물 등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학술토론회 등을 점검을 통해 그야말로 21세기 문화시대를 대비한 지역생존 차원의 전략을 짜가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