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변화하고 있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사회환원 차원의 기업이미지 높이는 창조적 지원으로...




김해동 / KDI국민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사회공헌활동으로서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

급변하는 사회·경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의 여러 가지 노력 중 하나가 사회공헌활동에의 참여이다. 사회공헌활동은 직접적인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행되는 사회에 대한 경제적·비경제적인 모든 지원활동을 말한다. 이를 크게 사회공헌활동 Philanthropy과 문화예술활동 지원 Mecenat으로 구분한다.

사회공헌활동은 기업 본래의 목적인 이윤추구와 직접 관계가 없는 분야에서, 그리고 당장의 경영 이익을 모색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사회의 공익을 위하여 기업의 경영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의 활동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내용은 사회복지(건강의료 사업 포함), 스포츠 사업, 교육 학술 연구, 환경보호, 국가 및 사회단체, 그리고 정당, 재해 구원 및 종교적인 지원 등이며, 광의의 범위에서 문화예술활동 지원(메세나)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문화예술 활동인 경우, 정확하게 지원범위를 설정하기란 쉽지 않지만, 지원의 범위가 일반 대상이 아닌 순수예술과 학술 분야에 국한된다. 그러므로 문화예술활동의 지원 내역은 기업의 여러 가지 사회공헌활동 중 문화예술활동만을 지칭한 것으로 문화예술진흥법에 포함된 분야를 위주로 지원된다. 여기에는 음악(오페라 포함), 연극(뮤지컬 포함), 무용, 영화(비디오 포함), 미술(사진 포함), 이벤트, 문학·어문·출판, 연예, 전통문화(국악 등), 건축(조형예술 포함), 그리고 문화재단 및 문화시설 출연 등에 대한 자금, 물적, 장소 제공 등이다.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참여의 의미

최근 기업의 활동과 관련하여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는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조직과는 전혀 다른 양상에서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종래와 같은 형태의 조직과 구조로는 기업을 유지할 수 없는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이하였기 때문에 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게 되었다. 그러한 노력들 중 현저하게 눈에 띄는 활동으로 다음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에 대한 부문으로서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포함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며, 다른 하나는 조직으로서 일체감을 공고히 다지려는 기업문화운동이다.

이와 같은 기업경영의 새로운 변화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인 바 그 주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기업 경영의 전지구화 globalization에 맞추어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초일류 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선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기업조직의 창조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의 조직문화 운동을 통해 지금까지 기업 경영의 규모와 범위를 혁신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려 한다.

둘째, 소비자로서의 자의식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결과, 이제는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만족을 더 소중히 생각하여 소비자의 감정과 기호, 그리고 개성을 더욱 중시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기업의 경영목표를 최대의 수익성과 효율성으로만 일관해 온 경영의 방향이 소비자의 개성과 감성을 중시하며 소비자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기업이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소비자의 취향을 검토하려는 사례가 바로 기업 스스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또는 극장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과거와 같은 이윤추구 중심의 기업 경영은 새로운 사고와 취향의 소비자와 종업원에게는 부적합하였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적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기업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여 공급함으로써 고객의 기대에 부응함과 동시에 주주에 대한 배당을 통해 자본주의 제도를 유지하고, 종업원의 고용을 통해 사회의 안정을 꾀하며,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담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번영에 기여한다. 그러나 기업의 역할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 주변에 있는 여러 사회문제의 해결에 직접 관여하여 활력 있는 사회를 유지하여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예를 들면 장애인 지원, 노인복지, 의료 서비스 등 지금까지 거의 국가를 중심으로 공적 서비스에 의존했던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해서 가능한 민간의 손에 의하면 서비스가 전개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욕구와 이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기업을 상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조직만큼 자금, 인재, 기술적 능력이 탁월한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은 현대사회의 핵심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경영활동에 따라 생성된 이윤의 '사회환원'을 어느 정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에 대한 기업 이미지의 지속적인 호소라고 여겨진다. 더구나 지금까지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 생산된 제품은 곧 소비가 되었으나 향후 사회는 소비 수요 이상의 과다 공급이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은 사회(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선의의 관계를 유지하여야 존속할 수 있다.

만약에 어떤 기업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경우, 그 기업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질 것이고, 그 결과 상품 소비는 줄어들어 생존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1995년도 추계로 살펴본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 실태

그러면 우리 기업들이 문화예술 부문에 지출한 비용을 중심으로 문화예술활동 지원 실태를 알아보자.

한국메세나협의회의 잠정 추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1995년) 우리나라 기업들이 문화예술 부문에 지원한 금액은 총계 9백26억 3천7백52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4년 5백99억 9천2백만 원에 비해 154퍼센트나 크게 증액된 것이다. 이처럼 크게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광주 비엔날레' 개최와 관련하여 시설비와 기금들이 집중 지원된 것을 비롯해서 '광복 5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대규모와 경축 문화행사의 부대비용 및 민간의 크고 작은 많은 예술단체의 활동 지원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덧붙여 기업의 지원 내용은 총액 규모뿐만 아니라 건당 지원 규모도 크게 확대되었으며, 문화시설의 건립과 같은 문화적 사회간접자본에 투자 등 다양해지고 있어서 기업메세나 활동이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기업이 지원한 각 대상의 분야별 실적은 다음과 같다.

기업의 지원액중 규모 면에서 가장 많았던 분야는 미술분야로 전체 지원액의 36,1퍼센트인 3백3십억 4천8백만 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가 '미술의 해' 이자 '광주 비엔날레'가 개최되면서 시설비와 기금 등에 약 1백30억 여 원이 집중 지원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 같은 결과는 둘째로 지원액의 많은 부분(2백16억)이 문화시설에 지원된 사실을 보면 지난해에 얼마나 많은 문화시설에 투자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한편, 지원 건수에 있어서는 음악 분야가 3백42건으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원액의 순위로는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것은 음악 분야의 행사가 다른 예술 분야의 행사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미술과 음악을 제외한 여타 분야는 매우 저조한 실적은 보여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한편으로 치우쳐진 느낌이 든다. 향후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은 연극, 무용, 영화, 그리고 전통문화 등으로 유도하여 우리의 문화예술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문화예술 지원을 시행한 기업은 모두 3백80개 사인데 이중에서 1백49개 사가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의 회원사이며 이들이 지원한 금액은 총액의 85.4퍼센트에 해당하는 7백91억 6천2백만 원이다. 이처럼 기업메세나협의회 회원사의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가장 많은 회원사는 재단법인 삼성계열사로 총 지원 건수는 1백46건에 지원금액은 전체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다음으로는 포항제철, LG, 현대, 금호, 동아, 대우, 쌍룡, 대한항공 등이 10억 원에서 50억 원 이상을 지원했으며, 한국전력, 한국마사회, 한일은행, 롯데그룹, 신한은행 등도 5억 원 이상을 각각 지원한 기업으로 집계되었다.

기업과 문화예술지원 활동과의 관계

기업 메세나활동의 대두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은 산업화 초기부터 시작되었지만 구체적으로는 메세나 활동으로 정착되면서부터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나라마다 기업메세나 활동의 시작은 다양하였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메세나협의회가 성립되면서였다. 메세나 활동은 미국(1967), 영국(1976), 프랑스(1979) 등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에 시작된 보편적인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었고,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메세나 활동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메세나협의회가 결성된 1989년도부터이다. 이처럼 최근에 오면서 기업들이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흐름은 사회가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짐에 따라 삶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이 형성되었고, 경제 발전의 고도화에 따른 보유자산의 확대를 배경으로 소비자 대부분이 여유 있고 풍족한 생활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유와 풍요의 추구는 가치관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서비스 공급으로 건강, 환경, 문화 등에 대한 욕구를 더욱 높였다. 이와 함께 수년에 걸친 호경기의 성과가 바로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소비자의 몫임을 주장하게 되어 기업이익의 배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형성되게 되었다.

둘째, 국제화와 세계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국가간의 무역마찰, 자금 여력을 배경으로 한 해외 직접 투자의 급속한 확대, 그리고 외국 노동자의 유입이나 국내시장에 대한 개방요구 등은 우리나라에 제2의 개방을 강요하고 있다. 이렇게 밖을 향한 국제화와 안에서의 지방화의 동시 진행은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회체계system의 개선을, 다른 한편으로는 행동원리에 있어서 국내적인 규제domestic rule로부터 국제적인 규제international rule로의 체질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은 지금까지 우리 기업의 이미지였던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을 불식시키고, 문화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셋째, 기업조직의 확대는 조직으로서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인다. 핵가족의 증가와 많은 여성노동력의 사회진출로 인해 지금까지 가정에서 이루어졌던 많은 문화적인 부분들을(여가생활을 포함한) 이제는 기업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시장경제가 점차 확대된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다. 즉, 사회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증대된 것을 의식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이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에 대한 요구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기업과 문화의 관계는 기업 본래 활동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것에서부터 기업조직의 활동에 관한 모든 범위를 바꾸지 않을 수 없는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구나 기업의 문화활동은 단순히 홍보나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지칭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다양화되고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에 들어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기업활동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사회는 성숙하였는데 비하여 기업조직은 사회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영하고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활동의 지원 이유

기업과 문화의 관계가 확대되는 최근의 현상은 기업의 여러 가지 사회공헌활동 중에서 문화예술 부문에 지원을 강조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문화예술활동을 강조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화를 판매에 활용하는 것이다'. 즉, 문화예술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예컨대 기업이 자사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판매증진을 위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콘서트concert나 미술전람회 또는 심포지엄이나 세미나 등을 협찬 또는 주최하고 이 행사에 고객을 초대한다던가 주제에 기업 명이나 상표명을 붙여 기업의 이미지image 제고를 시도하는 것 등이다.

둘째는 기업이 '문화 자체를 판매는 것'으로써, 기업이 문화를 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다른 측면보다 비교적 역사가 길다. 예컨대 일본에서의 가부키(歌舞伎)나 문악(文樂)의 공연, 박물관, 미술관, 흥행 비즈니스로서의 광대 등은 에도(江戶)시대로부터 성립되어 왔으며, 이것이 근대에 들어와 일부의 오락을 제외하고는 문화사업으로 발전하였다. 이처럼 과거부터 성행하여 온 일부 문화사업은 근년에 들어 '신문화 사업'으로 변모되어 사업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 사업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극단, 창극단, 무용단, 발레단, 오페라단, 합창단의 운영, 영화나 음반사업에의 투자, 영화 등의 영상출판 사업, 비디오사업 또는 문화산업과 관련한 학교경영 등이다. 이러한 문화사업은 기업에 따라 장기적인 기업전략으로 채용되기도 하고, 전체 그룹의 수익에 높은 비중을 미치고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대체로 이러한 경우에 기업이 지원하던 사회공헌활동이 그 기업의 중요한 문화사업으로 정착되는 예를 발견할 수 있다.

셋째는, '문화에 공헌하는 것'으로 기업이 문화활동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대중 문화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발굴하거나 과거의 문화가 쇠퇴하는 것을 막고 보존하기 위해 지원하는 문화활동을 말한다.

이때 기업은 문화활동의 지원에 따르는 직접적인 담보나 이윤을 찾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협의의 메세나 활동이라고도 한다.

기업에 대한 문화비 지출 요구 증대 경향

이같이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대한 기업의 참여 욕구가 높아진 이유로는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성숙되었다는 점이다. 즉, 국민소득의 상승, 기본생활의 만족, 사람들이 가진 욕구의 다양화로 공적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전에 비하여 매우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공익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합의는 증대되었으나, 공적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욕구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커졌다. 그 원인은 공적 서비스의 경직성과 서적 서비스의 고부담 사이에서 개별적인 욕구들이 급속히 진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다양성을 갖는 기업들이 직접적인 채산성(이윤 추구)을 도외시하고 사회적인 서비스에 관여할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에 의한 사회공헌활동은 공적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구석구석까지 지원할 수 있다. 게다가 기업의 조직규모와 전문성에 따라 활동할 수 있어 다양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므로 사회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공적 서비스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인정을 받고 있다.

둘째, 구미 사회에서는 기업도 개인과 같이 '좋은 시민'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상이 뿌리깊이 박혀있기에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은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중요한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과 문화예술에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좋은 기업의 조직원, 즉 좋은 시민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기업의 두드러진 문화예술활동 지원은 기업 종사자들에게 조직활동의 활성화를 높여주며, 종국에는 자신의 조직행위가 기업의 이윤추구를 도와주면서 사회에도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업조직의 활동에 의해 사회가 활력을 갖게 된다면 기업에게도 커다란 이익이 된다.

시민의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고, 독창적인 활동을 지원하여 보다 좋은 사회를 건설하려는 기업의 사회활동은 바로 건전한 소비자를 양성하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적 번영을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큰 기업조직일수록 문화예술활동 지원과 사회공헌활동의 참여를 더욱 강조하게 된다.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의 성공 사례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기업의 선정은 다음을 기준으로 삼았다. 먼저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비의 비교를 통하여 선정하였고,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 좋은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어준 기업을 선정하였다.

많은 기업들이 분 사례에 포함되지만, 지면관계상 민간 대기업, 공기업, 민간 중소기업으로 나누어 대표적인 경우를 성공 사례로 삼아 제시한다.

문화예술 전분야의 지원 아끼지 않는 기업

삼성

삼성그룹은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기업답게 문화예술 전 분야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삼성의 대표적인 메세나 활동을 수행하는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미술관 운영, 시상, 학술 등 문예진흥사업들을 연례적으로 수행해오며 1994년 예산은 380억, 1995년도는 시설투자비를 포함하여 700여 억 원에 이르고 있어 전체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의 과반수를 삼성이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각 계열·사별로 지원사업도 매우 활발하다. 지원 분야도 미술, 음악, 문학, 영화, 문화재 보호 등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며,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먼저 재단이 운영하는 미술진흥사업으로는 호암미술관과 호암갤러리가 있다. 용인 자연농원 내에 자리잡은 호암미술관은 연건평 1천3백여 평의 규모에 450여 평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는데, 1층은 기획전시 공간으로, 2층은 고서화, 금속공예 등 고미술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또 본관에는 수장고(收藏庫), 학예연구실, 보존과학실, 도서자료실이 갖추어져 있다.

호암미술관의 소장품은 선사시대 유물부터 현대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2만5천 점에 달하며, 국보 및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91점이 포함되어 있다.

소장품을 중심으로 매년 3회의 상설전시 및 수많은 특별기획전을 개최해 온 호암미술관과 호암갤러리는 유명 외국작가의 세계적인 걸작품을 국내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삼성재단은 해외로 유출된 우리의 문화유산이 관리 소홀과 인식부족으로 홀대받는 점을 고려, 이를 정리하고 해외에서 올바로 보존되고, 소개되도록 하기 위하여 1992년 영국 빅토리아엘버트 박물관 내 한국미술품 상설 전시실을 설치한 바 있다.

한편,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하여 도의문화 저작 상을 1993년부터 삼성문예상으로 개칭하여 문예창작 지원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소설과 희곡, 동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되며 총 상금도 5천3백만 원에 이르러 국내 정상급 문학상 공모제로 정착했다.

재단의 문화문고 발간은 1971년부터 지금까지 총 2백4종에 이르러 동서고금의 명저 1천만 부를 발행하였다. 이 책들은 전국의 국·공립도서관을 포함하여 대학 및 중·고등학교, 문화예술단체 등에 무상으로 기증하였다.

대중문화의 보급에도 주력하여 1992년부터 한국영화인의 축제인 대종산 영화제를 주최하고 있다(연간 7억 원 이상 지원), 게다가 영화제작과 관련하여 우수한 작품 제작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며, 단편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전통문화는 우리의 혼이요 긍지라는 사명감'에서 출발한 서울국악대경연은 재단이 매년 약 4억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이 행사의 경연 부문은 창작, 판소리, 풍물, 현악기, 관악기, 민요, 정가, 무용 등 국내 최대 규모로 권위 있는 등용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21세기 문화예술 분야를 선도할 인재 양성을 위한 맴피스트 MAMPIST 제도를 실시한다. 향후 10년간 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음악, 미술, 영화, 영상, 연극, 무용 및 예술경영 등의 6개 분야에서 200여 명의 인재를 육성할 이 제도는 21세기의 문화전쟁에 초석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 지원활동 폭넓히는 데 주력…

동아

1991년에 시작된 부평의 동아갤러리와 1993년 신 사옥 준공을 계기로 생긴 서울 동아갤러리가 생기면서 동아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은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하였다. 동아갤러리는 연간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연평균 12회의 기획전을 마련하면서 이와 함께 미술과 관련되는 인접 예술을 폭넓게 수용하여 미술영역을 개방·확대하는 종합 문화 예술 공간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동아갤러리는 순수 미술의 건전한 미술품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고객 유치 방안으로 사회 각계에서 선별한 회원제를 도입, 아트클럽Art Club을 결성, 운영하는 방안과 미술품을 일정 기간 대여하는 미술은행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그 동안 열린 주요 전시회는 ‘EC12개국 세계 거장 / 젊은 날의 명화전’,‘카미유 클로델과 로뎅전’,‘프랑스 현대회화전’,‘이 작가를 주목한다’ 등으로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공산미술제는 한국미술계의 도약과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자 1994년에 처음 마련하여 짝수 해는 평면, 홀수 해는 입체로 나누어 매년 치러지는 공모 미술제이다.

1982년 동아는 백제문화개발연구원을 문화재단으로 설립하여 백제문화 관련 학술 연구와 유적지 발굴사업에 대한 지원, 그리고 연구 및 발굴조사 결과를 집대성한 출판사업을 수행하고 백제문화와 관련한 세미나, 심포지엄 등 각종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연구원의 지원 사업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활동이 한남대 박물관이 주관한 충북 진천 백제토기가마터 발굴조사 사업이다. 이 사업을 계기로 백제시대의 경질토기 존재 여부를 둘러싼 학계의 논쟁을 마무리하였고 우리나라 도자기 문화의 기원을 밝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다.

이밖에 '국악의 해' 기념 '서울 전국판소리명창대회' 의 창설을 협찬하여 국악 인구의 저변확대를 도왔으며, 국제 콩쿠르와 스포츠조선의 '한국뮤지컬상'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활동 지원의 폭은 점점 넓어져 극단 유의 「문제적 인간 연산」, '96신춘 환경음악회, 한 빛 독립영화제 등의 다채로운 문화행사에 협찬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촉망받는 장한나 양에게 후원회를 통해 첼로를 지원하였다.

문화예술 재조명하는데 큰 역활해…

미원

미원그룹은 현 미원문화재단의 전신인 세림문화재단을 1971년 설립, 장학사업을 펼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전통문화 및 지역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한 각종 행사 지원과 다양한 공익 문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미원은 '우리의 소리'인 국악의 활성화를 위해 1988년부터 매년 '중앙국악관현악단'을 지원해 오고 있다. 1987년 창단된 중앙국악관현악단은 순수 민간공연단체로서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매년 전국의 6대 도시를 순회하며 연주회를 가지며, 국내 대중가요의 정상급 가수들을 출연시켜 국악과 현대음악의 접목을 도모,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우리의 말'을 보존하기 위해 출판사업을 지원한다. 현대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 가는 전통기능 및 민중정서의 보유자들을 발굴,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구어체로 엮은 뿌리깊은 나무사의 「민중자서전」 20권 출간을 도왔다.

한국 영화사업의 발전과 한국영화의 국제화에 기여하기 위한 은막의 대제전인 청룡영화상을 후원하고 있다. 미원은 청룡영화상을 1회부터 10회까지 단독 협찬했으며, 이 상이 부활된 1994년 12월부터 다시 단독 지원을 하고 있다. 상금도 대폭 높였으며, 영화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를 감안하여 특별상과 영화평론상을 신설하였다. 매회 1억 7천여 만 원이 지원된다.

우리나라 국악계의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를 1984년부터 매년 지원하고 있다. 1975년부터 시작된 대사습놀이는 판소리, 농악, 시조 등 9개 부문에서 경연이 진행되며 수많은 명인·명창이 배출되고 있다. 한편, '지방문화의 육성과 생활의 문화화'라는 취지 아래 '정읍사 문화재', '고창의 모양성제', '전주의 풍남제' 등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미원은 1987년 한국음식문화연구원을 설립하여 우리의 전통음식문화 등의 연구를 위해 80여건의 사업을 지원하였으며, 이 결과 우리 전통음식의 제조과정을 영상화한 비디오, 연구논문, 그리고 160여 건의 음식문화 관련 자료를 펴냈다. 이러한 작업은 우리의 음식문화를 재조명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 미원은 미원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남한산성과 오포에 국가와 사회를 위한 간접교육 도장으로서 민족도장을 운영하고, 그리고 각종 장학사업 및 학술사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새로운 기업문화의 창출 강조해…

한국전력

한국전력은 공기업으로서 관료적인 조직 분위기가 기업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환경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를 어렵게 하고 있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지금까지의 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감대의 계기로 새로운 기업문화의 창출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기업의 뚜렷한 비전을 바탕으로 고객감동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기업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대내외 고객을 위한 문화행사로 1975년부터 시작된 한전음악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규모와 수준이 향상되면서 20회를 맞이하였다. 여기에 한전미술대전, 한전문예작품공모전, 전기에너지 사진공모전, 한전합창단 순회공연 등은 문화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별 이벤트 사업으로 1994년부터 KBS와 공동으로 서울신인음악콩쿠르를 개최하여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고 나아가 우리의 예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KBS 열린 음악회, 모스크바 볼쇼이국립방송합창단, 영국 BNFL관악단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이밖에 고객을 유형별로 나누어 문화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초등 학교 학생들을 위한 어린이 전기캠프, 민속문화 보급을 위한 전국 아마장기왕선발대회 등이다. 그리고 다목적 문화공간시설인 한전프라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갤러리, 문화강좌, 전기 상담코너 등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전력 사업의 총체적인 홍보를 도모하고자 지역사회에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복합문화공간인 전력문화회관(1998년 4월 준공)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란 목적으로 이뤄지는 지원들

바른손

카드·펜시 전문업체인 (주)바른손은 춘천시와 함께 춘천인형극제를 지원하고 있다. 춘천인형극제는 1989년부터 국내 16개 인형극단과 일본 미노무시 인형극단이 참가하는 소규모잔치에서 시작하였는데, 바른손이 주관하면서 해가 갈수록 규모와 명성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국제인형극제로 자리잡아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방도시 춘천에서 국제인형극제라는 문화예술축제가 정착되어 지속적으로 개최되는 데는 다음의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먼저 바른손이라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춘천인형극제를 지원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행사의 진행을 기업이 주도하면서 자칫 범하기 쉬운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는 순수한 문화예술 행사라는 점에서 문화 예술계로부터 물들지 않는 순수한 문화예술 행사라는 점에서 문화 예술계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회성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춘천이라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독특한 문화행사를 해마다 지속적으로 지원 육성한다는 점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순수한 목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른손의 문화예술 지원의 의미가 크다.

공식적인 행사지원 이외에도 사무국을 행사기간 내내 바른손 기업문화팀에 상주시켜 기업의 조직력을 이용하고 있으며, 각종 홍보물 제작 및 디자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대행사인 '어린이용품 물물교환' 행사에 바른손의 물품을 제공하여 어린이들에게 절약정신을 일깨워 주는 데에는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바른손의 춘천인형극제의 지원 사례는 향후 중소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 방향을 제시한다. 예컨대 대기업처럼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 없는 중소기업에서 하나의 문화예술 행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매년 3천만 원 지원), 특정지역에 기업의 이미지를 강하게 남길 수 있다. 게다가 인형극이란 특성이 어린이의 감수성을 함양시키기 때문에 문구업체의 장래 소비자 확보라는 장기적인 홍보전략까지 겸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한 분야 집중 지원…

서광

의류 전문업체인 주식회사 서광은 다른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지원하는 분야의 예술활동 지원보다도 비교적 기업들의 혜택이 적은 음악 쪽에 집중적인 관심을 두었다. 기업의 지원을 음악에 집중하는 이유는 고급의류 생산업체라는 기업의 이미지와 고전음악을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는 방법은 대기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활동비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적합한 매우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지원사례이다.

서광이 지원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1992년 남성복 보스렌자 출시 3주년을 기념하여 보스렌자음악회를 개최하여 올해로 5회째가 되며 전국 40개 도시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이들 행사는 대도시보다는 문화혜택이 적은 중소도시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지역문화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지출되는 비용은 중소기업으로는 적지 않은 2억 여 원이 든다고 한다. 앞으로 서광은 음악회를 신호탄으로 사진, 이벤트 등 문화사업에 적극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올해 서광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최근 세계적인 뮤지컬 「레미제라블」국내 공연을 후원하여 재벌기업도 어려운 후원기업의 타이틀을 얻어내 문화예술계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