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논단

아름답고 쾌적한 문화도시로

-21세기 문화도시의 비전과 전략




김순규 / 문화체육부 문화정책국장

문화적 도시환경은 왜 필요한가?

왜 문화적 도시환경이 필요한가? 도시가 문화적 환경을 갖추는 것은 부와 여유가 생기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어떤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있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적 도시환경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둘째, '삶의 질'이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그만큼 실질적인 생산성이 높아지므로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시민들이 삭막한 도시환경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업무 능률이나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여러 가지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

셋째, 문화적 도시환경은 실질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복지 형태이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그리고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가 국민들에게 베풀 수 있는 훌륭한 공공서비스이다. 이런 쾌적한 환경에서는 건전한 정서가 길러지고 젊은 세대들은 밝게 자랄 수 있다.

그밖에도 문화적 도시환경이 주는 유익한 혜택은 상당히 많이 있다. 21세기에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는 것과 병행하여 우리가 몸담고 있는 도시환경이 문화적으로 개선되어야 진정한 선진형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와 문화환경

우리나라의 각 도시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과거의 촌락형 도시에서 서구화의 물결에 따라 도로가 넓어지거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노변마다 상점과 상가가 밀집하여 들어서게 되었다.

그 결과 과거의 전통적인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구식으로 미리 짜여진 도시계획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도시가 형성된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각 도시가 특별한 개성이나 특색이 없이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팽창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도시만이 아니라 중소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추세는 결과적으로 각 도시의 원활한 기능을 해치고 주민들의 편익과 안락함을 빼앗고 있어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21세기에 우리가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도시환경은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도시의 환경적 요소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바로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이다. 도시가 기능적으로 아무리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더라도 문화적 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삭막한 도시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개인생활로 볼 때 물질적·경제적으로 풍요하더라도 문화적 요소를 갖추지 못하면 삭막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도시의 문화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도시는 외관 즉 도시미관에서 문화적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잘 정리된 도로와 도로변의 아름다운 건물, 도시의 스카이라인 그리고 녹색 공간과 같은 자연환경과의 조화 등 도시의 외관적 요소가 아름답고 개성이 있어야 문화적 환경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도시에는 문화적 활동을 위한 공간과 시설이 다양해야 하고 문화적 이벤트가 풍성해야 한다. 도시가 활기에 넘치려면 문화적 활동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이런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벌어져야 한다. 이런 활동이 없다면 도시는 그야말로 주거와 직업을 위한 하나의 산업공간에 불과할 것이다.

셋째, 역사적 보존이 잘 되어야 한다. 도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산물이다. 과거에 수많은 세대가 그 도시에서 살았고 또 미래에 많은 세대들이 거기에서 생활의 터전을 잡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시는 역사적 현장을 잘 보존하여 이를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적 구조물이나 특정 지구가 원형대로 보존될 뿐만 아니라 현대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복지 차원에서 본 도시의 문화환경

정부는 금년을 문화복지를 개막하는 해로 정하고 본격적인 문화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복지는 각 생활권역별로 주민들이 보다 쉽고 가까이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는 도시의 문화환경과 직결되어 있다.

도시의 문화환경은 바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기본적 요소이다. 이런 문화적 하드웨어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문화복지에서 말하는 하드웨어는 단순한 하드웨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를 담기 위한 그릇으로서의 하드웨어인 셈이다.

이와 같이 문화복지 측면에서 본 도시의 문화환경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도시 전체가 문화적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선진형 문화생활을 위한 시설자원이 갖추어져야 한다. 주민들이 도시 내에서 선진형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과 같은 기본적인 문화시설이 있어야 하고 도시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어야 한다.

셋째, 생활체육 활동을 위한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시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활체육공간이나 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공공운동장, 체육관, 자전거 전용도로, 조깅로, 공공 수영장 등 생활체육을 위한 각종 시설이 도시 내 주민들의 생활 주변에 설치되어야 한다.

넷째, 여가 및 관광시설이 필요하다. 밀집된 도시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몸과 마음의 휴양을 취하고 싶은 것은 도시민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 주변에 휴양과 레크리에이션을 겸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다양하게 세워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가족들이 함께 자연 속에서 휴식과 운동을 겸할 수 있는 휴양림(캠핑 촌)이나 대규모 휴양 촌과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

다섯째, 청소년들을 위한 광장과 시설이 필요하다. 현대화되는 대도시에는 청소년들이 쉬거나 자유롭게 놀 장소가 없다. 도시의 학교는 갈수록 학원화 되어가고 있고, 극장·다방·거리는 성인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모여서 휴식을 취하거나 심신을 수련할 곳이 별로 없다.

이렇게 갈 곳이 없으면 청소년들은 자연 어른들이 출입하는 장소를 기웃거리게 되고 오염되기도 쉽다.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드나들 수 있는 청소년 전용 공연장, 영화관, 체육시설, 수련장이나 청소년광장이 도시마다 구비되어야 한다.

21세기 문화도시 비전

다가오는 21세기에 우리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 권 이내의 산업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소득 면에서는 2만 불 대에 들어설 것이며, 각 분야에서 세계화가 급속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실리 중심의 개발논리는 자칫하면 산업경제나 과학기술 면에서 세계 일류화 되는 것이 21세기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목표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 동안 치중되어온 산업경제 중심의 개발논리가 21세기까지 수정 없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갈등과 혼돈에 빠질 것이다.

이는 마치 산업화에만 치중하다가 산업공해로 인하여 자연, 식수, 대기가 오염되어 심각한 상황에 빠지듯이, 문화적, 환경적 측면을 무시한 개발 일변도의 정책은 전국의 각 도시를 갈 곳과 쉴 곳이 없는 삭막한 도시로 만들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시개발은 지금과 같이 어떤 계획이나 비전이 없이 함부로 개발되거나 확장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도시계획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서도 단순히 기능적 측면에만 치중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21세기의 도시개발은 분당이나 일산과 같이 단순한 주택단지 식의 특정한 용도에 치중하여 도시가 주민들의 삶의 안식처라는 기본 목적을 잃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미래형 문화도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첫째, 새로 개발되는 도시 또는 기존 도시 외곽에 확장되는 지구는 기본적으로 문화적 요소를 감안한 도시계획에 따라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계획 단계에서 문화적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가 뒤늦게 문화체육시설을 어렵게 세우는 것이 지금까지의 폐단이었다. 주요 문화공간과 문화체육시설은 도시계획 입안 단계에서 계획되고 이를 중심으로 시가지나 주택단지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문화적 측면의 고려라 함은 단순한 문화체육시설에 그치지 않고 도시미관이나 스카이라인, 녹색 공간, 공공 광장 Public Space, 역사 보존지구를 포함한다.

둘째, 기존 도시도 재개발 또는 확장 시에 문화체육공간을 최대한 많이 고려해야 한다.

대단위 아파트 재개발 지구에 적정한 문화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다든지, 시청과 같은 공공시설을 신축할 시에 문화공간을 설치하는 것과 같이 도심에 문화적 활동공간을 차츰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또 문화적 분위기가 있는 거리를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든지, 기존 대형 공공건물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개조하는 등 시민들이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을 많이 확보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시민들의 문화체육활동을 위한 다양한 문화체육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

도시의 문화체육활동은 문화체육시설이라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에도 다양한 문화체육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시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여 건립하는 국공립 문화체육시설 외에 기업체 등 민간 차원의 문화체육시설도 촉진되어야 한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단지나 인구 밀집지역에는 특정한 문화체육시설이 시행 주체에 의하여 의무적으로 건립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세워진 문화하드웨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뒤따르겠지만 이것은 별도의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로 본다. 그러나 전체적인 추세로 본다면 주민들의 소득이 높아지고 여가시간이 많아지면 자연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문화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결국 문화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창출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넷째, 생활문화가 시민 생활 속에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

문화도시가 되려면 문화와 체육을 생활 속에 필수적인 요소로 삼는 문화체육 인구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문화체육시설과 문화적 공간이 아무리 많이 들어서도 막상 시민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거나 방치해 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물론 특정 문화시설에서는 고급예술의 공연이나 전시가 행해지고 이를 즐기는 인구도 예상할 수 있지만,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에 실용적인 생활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예를 들면, 집안 장식이나 수공예, 꽃꽂이에서부터 노래부르기, 영화감상 등 문화적 취미활동을 가진 인구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문화체육시설이나 공간은 활기를 찾게 될 것이며, 상승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우리 고장을 문화 도시화하려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21세기의 각 도시는 지방자치가 성숙하여 웬만한 문제는 주민자치 원칙에 따라 처리될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각 도시를 문화도시화 하려면 시민들이 스스로 자기들이 살고 있는 고장을 수준 높은 문화도시로 만들려는 의식과 캠페인이 있어야 한다.

이는 도시계획에서부터 문화체육시설의 건립이나 관리문제 또는 도시환경을 문화적으로 개선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문화적인 의식이 그 주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이나 제도에 의해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도시의 문화적 환경을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

도시계획 현행 문제점과 개선방향

도시계획의 현행 문제점으로는 첫째, 도시계획의 목표나 철학이 건설과 개발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도시계획이 건설이나 개발보다도 자연환경, 문화환경 등 도시민들의 안락과 미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고 도시구성과 도시미관을 배치한데 비해, 우리 도시계획의 제도나 현실은 주택건설, 도로 및 상가 배치 등 기능적인 면에 우선적 과제를 두고 있다. 그 결과 일산, 분당과 같은 신도시처럼 주택건설, 공장배치, 도로건설과 같은 기능적인 면에 치우치고 도시의 자연적·문화적 면에 대한 비중은 극히 미미하게 취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에 관한 제도 및 운용의 현실은 국토이용, 산업 및 교통의 효율성, 택지개발 등 기능적인 개발논리에 치중되어 있고 문화적인 배려가 없다. 그 예로서 도시계획법상 구분된 각 지구 및 용도는 녹지나 풍치지구 등 자연환경을 일부 보존하는 차원에 그치고 적극적으로 문화적인 도시환경 조성을 위한 장치가 없다.

둘째, 도시계획에 문화계획이 별도로 없다는 점이 큰 단점이다. 도시계획의 모법(母法)인 도시계획법에 문화지구의 적극적인 개념이 없고 보존지구로서 문화재 보존만 언급되어 있다. 문화시설도 필수적인 공공시설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임의적인 예시규정으로 되어 있어 현실적으로 문화시설이나 문화공간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없다.

이에 대하여 외국(선진국)의 도시계획에서도 별도의 문화계획이 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선진국의 도시들은 지난 수세기를 통하여 많은 문화시설들이 각 도시마다 건립된 관계로 문화시설이 거의 전무한 우리 중소도시와는 사정이 다르다.

셋째, 도시계획의 입안과정에 문화환경 전문가의 참여가 없다는 것이 우리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건설교통부 장관이 위원장인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관련 부처에 문화체육부의 참여가 없으며, 각 시도의 지방도시계획위원회에도 문화적 측면에서 의견을 제시할 인사의 참여가 거의 없다. 또한 건축이나 도시계획을 전공한 전문가일지라도 개발 위주의 논리에 숙달되어 있으며, 문화 환경적 측면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학자가 많지 않다. 이는 20세기 미국의 각 지역별 민간 도시계획위원회가 도시의 효율성과 미관을 기본 골자로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도시계획에 착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최근 경주의 고속전철 통과 문제나 가덕도개발계획 등 경제 중심의 개발과 문화유적 보존 사이에서 의견이 극심하게 대립되어 있는 현상이 우리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도시계획에 '아름다운 도시'와 '문화적인 도시'를 위한 문화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

각 도시계획이나 토지개발계획에는 기본계획에 반드시 문화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급 도시계획위원회에 문화환경에 관한 전문인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는 문화체육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둘째, 각 도시마다 '우리 고장을 쾌적한 문화도시'로 만드는 비전과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지방자치화 시대에 단순히 정부나 제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에 의해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 고장을 아름다운 문화도시로 만들려는 시민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적 환경에 전문적 지식이 많은 도시 계획가, 건축가, 미술가, 디자이너 등 전문가 그룹이 시민들의 도시미화 운동을 선동해야 한다.

셋째, 현행 도시계획 관련법 및 토지와 건축에 관련된 법체계를 문화환경 조성의 측면에서 개정해야 한다. '도시계획법'에 문화지구의 신설, '도시계획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에 문화시설의 결정 기준과 설치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문화공간과 시설의 설치를 도시계획에 포함하도록 제도적인 기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문화 특구의 지정에 대한 현행 문제점과 개선방향

이제까지 서울의 인사동, 동숭동 일대 등 문화적 특성을 지닌 지역을 지정하여 특별히 보존 및 육성하려는 시도는 그 동안 여러 번 있었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이 강구되지 못하였다. 예를 들면 구역내의 문화업종과 문화시설에 대하여 세제혜택이나 건축법상의 건폐율,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 부여와 동시에 음식점과 같은 개인적인 영업행위를 방지하는 수단이 결여되었다.

이에 대한 개선 방향은 도시계획법 상에 문화지구를 신설하고 별도의 특별법(가칭 '문화복지시설 건립촉진법')을 제정하여 문화 특구의 지정대상, 지정절차, 각종 혜택부여, 유해요소 규제 등을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도시계획법 상에 보존지구를 설정하고 '문화재보호법'에서 이를 구체화하는 방식과 같다.

문화 특구는 기존 도시와 새로 개발되는 신시가지를 구분하여 기존도시는 구역내의 문화시설과 문화업종을 특별히 보호 육성하며, 신시가지의 경우는 그 구역에 문화적 업종과 시설이 집중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문화의 거리, 문화광장, 문화공원, 체육공원 설치에 대한 현행 문제점과 개선방향

현행 문제점으로는 도시 안에 문화의 거리, 문화광장, 문화공원 등 문화적 공간이 태부족이라는 점이다.

문화의 거리는 1990년이래 정부가 각 지방자치 단체에 권장하여, 현재 서울을 비롯한 23개 도시에 31개소가 지정되었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의 미비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관심 부족으로 시가지 미관 정리나 이벤트 개최 등에 그치고 있다.

문화광장은 로마시대 이래 서양 각 도시에서는 공공광장 Public Space의 개념으로 확산되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공공건물이나 대형건물 주변, 기타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시민들의 휴식 및 문화공간으로 발전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각 도시에는 이런 광장이 거의 없이 건축물이 조밀하게 들어서게 되었다(예를 들어 시청 앞 광장이나 서울역 앞 광장도 이제는 교통로와 주차장 화하여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졌음).

근대화된 도시의 문화공원은 도시의 공원 안이나 주변에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과 같은 문화시설, 조깅로와 같은 생활체육시설이 함께 설치되어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 공간으로 제공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도심에 공원이 적을 뿐만 아니라 공원 주변의 문화시설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개선 방향으로는 문화의 거리는 문화지구에 포함하여 특별히 관리되어야 하며, 특히 앞으로 각 도시별로 설치 도는 보행자 전용도로를 문화의 거리로 지정해서 각종 문화적인 환경이 갖춰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광장은 시청, 군청 등 공공건물 건립 시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고 대형 민간건물의 신축 시에는 문화광장의 공간만큼 건축법상 용적률의 혜택을 주거나 권장하고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문화공간은 각 공원 설치와 함께 공원 주위의 경관이나 환경에 맞는 문화시설이 함께 계획되어 공원과 문화시설이 병립되게 하고, 도심내의 많은 자투리땅을 문화공원으로 조성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공원법 개정 : 내년 시행예정).

근린 생활권 단위의 공공문화시설 설치 확대에 대한 현행 문제점과 개선방향

현행 문제점으로는 첫째, 현재 공공도서관 등 문화시설은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이나 '근린공공시설'에 거의 포함되지 않은 관계로 인구밀집지역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점이다. 이는 공공문화시설은 이용자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근린 생활권 단위에 설치되어야 하는 필요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둘째,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한 공동주택단지 건설시 설치가 권장하는 '주민복리시설'에 '문화시설'이 포함되지 않아 수만 명이 거주하는 주택단지에 문화시설이 전무한 현실을 초래하고 있다.

셋째,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대규모 택지 개발 시에 확보하게 되어 있는 '공공시설용지'에 '문화시설용지'가 포함되지 않아 택지가 조성된 다음에 별도로 부지를 확보하거나 근린 생활에서 먼 거리의 부지를 확보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넷째,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 관련법의 '공공시설' 및 '도시계획시설'의 범위에 '문화시설' 규정이 미비한 상태이다(도시재개발법, 토지구획정리사업법 등).

이에 대한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첫째, 문화체육시설의 설치 가능한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건축법상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 내 문화시설 허용 범위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 공공문화시설을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이나 '근린공공시설'에 포함시켜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현재 도시계획법 상 개발제한구역 내에 공공도서관만 건축 가능하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하는 일정한 전시시설이나 공연장 건축을 허용해야 한다.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인데 문화시설을 환경 파괴적이 아닌 환경 친화적 시설로 정립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본다.

셋째, 문화체육시설 건립 및 부지확보 의무화가 필요하다.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한 공동주택 및 아파트 지구개발 사업에 '주민복리시설'에 일정한 문화 시설을 포함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넷째,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신도시 택지 개발 사업의 토지이용계획 수립에 문화시설계획을 포함하고, 공공시설용지에 문화시설용지를 확보해야 한다.

다섯째, 도시계획, 도시개발 관련법의 '공공시설' 및 '도시계획시설'의 범위에 '문화시설'을 포함해야 한다.

여섯째, 도시개발계획에 문화시설 설치계획을 수립, 제도화하고 공공문화시설 설치를 위한 토지 및 건립 재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와 토지 수용을 할 때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개발자에게 무상 혹은 조성원가 이하로 분양하는 방법이나, 문화시설 설치 재정-국고보조금, 지방자치 보조금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역사적 환경 보존 문제와 개선 방향

현재의 문화재보호법, 도시계획법 상으로는 도심내 역사환경의 효율적 보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화재보호법은 개별 건물의 지정과 보호구역 지정으로 주변의 고도제한이나 어떤 개별적인 행위제한에 그치고 있어, 도시의 일정 지구를 역사환경으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보존하고 불이익을 당하는 주민들에게 체계적으로 보상을 해주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이의 개선 방향으로는 도시계획 입안과정에 역사적 환경 전문가 참여가 제도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속전철 등의 문제나 가덕도 개발 문제 등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역사적 환경 전문자가 기본적으로 참여돼야 한다. 또한 역사환경지구를 설정하여 지정 구역 내를 종합적으로 보존 개발하고, 여러 가지 보상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맺는말

지금까지의 도시개발과 도시계획은 경제개발의 논리에 따라 효용성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각 도시의 외관과 기능은 과밀하고 불편하며, 쾌적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도시의 개발과 팽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그야말로 주거와 생활을 위한 울타리일 뿐 주민의 '삶의 질'이나 안락한 환경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도시개발은 기능적인 효용성이 무시될 수는 없겠으나 이와 똑같은 비중으로 자연환경, 문화적 환경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논리가 적용되어야 앞으로 21세기에 아름답고 쾌적한 문화도시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는 도시계획이 단순히 경제나 행정 전문가에 의해서만 다루어져서는 안되며 계획단계에서부터 전 실행과정에 걸쳐 문화환경 전문가나 문화재 전문가 또는 도시디자인 전문가가 광범위하게 참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 도시계획에 문화계획이 포함되어 문화시설이 필수적인 공공시설로서 일정한 부지가 의무적으로 확보되고 또 다양한 문화시설이 근린 생활권에 많이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도시개발 또는 재개발에 관한 각종 법규나 제도는 문화시설을 형식적으로 언급한 현행 제도에서 녹색 공간과 함께 중요한 요소로서 비중 있게 포함하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크고 작은 도시들이 잘 짜여진 도시계획으로 공원과 각종 문화시설이 도심의 곳곳에 산재하여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안락을 주듯이, 우리의 전국 각 도시들도 문화적 환경을 갖춤으로서 미래형 선진도시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문화복지를 앞당기는 길이며, 이를 위해 각 도시마다 '우리 고장을 아름답고 쾌적한 문화도시로' 라는 모토를 앞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