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은정 / 전북일보 기자
전북도제 1백주년 기념, 강암서예학술재단 주최 서예전
전북의 예술 전통을 오늘에 잇는 작업이 활발하다. 예부터 빼어난 서예가들의 활동으로 묵향을 널리 알려온 전북의 독창적인 예술 흐름을 조명하고 오늘의 서단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내는 대규모 서예전이 열렸다.
강암서예학술재단(이사장 진기례)이 주최, 8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주 강암서예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북서예 어제와 오늘전'은 전라북도로 명명한 역사적인 시점으로부터 1백주년을 맞은 올해의 연대기적 의미를 함께 실어낸 자리이다. 한국서단의 중심을 꿋꿋이 지켜온 강암 송성용 선생의 예술세계와 인품을 높이 기리는 인사들과 후학들이 뜻을 모으고 발족, 서예의 학문적 정립과 체계적인 발전을 이어가는 강암서예학술재단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이번 전시는 전북지역 출신이거나 전북지역에서 활동했던 작고작가부터 오늘의 서단에서 왕성한 창작열과 역량으로 전북서예의 전통에 자부심을 불어넣고 있는 현대작가들이 폭넓게 초대된 전북 서단의 축제 마당이랄 수 있다.
초대작가는 작고작가 16명과 현재 활동 중인 원로·중견·청년작가 31명 등 47명. 한 시대를 학문과 예술의 품격으로 이름을 떨쳤던 작고작가들의 세월을 뛰어넘는 묵향을 만날 수 있는 감동도 크거니와 전통서예로부터 창작과 실험정신이 발휘된 새로운 감각의 예술성으로 현대서예의 창출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오늘의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작품을 한 곳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통해 오늘의 전북 서단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회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숙종과 청나라 강희제(康熙帝)의 찬탄을 한 몸에 받았다는 송재(松齋) 송일중(宋日中,1632∼1717), 영·정조시대 명성을 널리 떨쳤던 창암(倉巖) 이삼만(李三晩,1770∼1845)을 비롯 호산(湖山) 서홍순(徐弘淳, 1798∼미상), 간재(艮齋) 전우(田愚,1841∼1922),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1∼1910), 벽하(碧下) 조주승(趙周昇,1854∼미상), 유재호(劉載鎬), 성산(醒山) 이순재(李舜載),1869∼1943),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1882∼1956), 효산(曉) 이광열(李光烈,1885∼1967), 설송(雪松) 최규상(崔圭祥,1891∼1956), 유하(柳下) 유영완(柳永完,1892∼미상), 석전(石田) 황욱(黃旭,1898∼1993), 보정(普亭) 김정회(金正會,1903∼1970), 예제(藝霽) 윤재술(尹齋述, 1904∼1986), 석당(石堂) 고봉(高烽,1913∼미상) 등 작고작가들의 작품이 전북 서예의 어제를 보여준다. 또 오늘의 서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는 송성용, 최정균, 권갑석, 이규진, 김규완, 송정현, 김종범, 송하경, 김승방, 송명석, 소병순, 하수정, 이철우, 박원규, 류석영, 송현숙, 이용, 조수현, 최난주, 김기동, 김용배, 황방연, 이태중, 김병기, 여태명, 윤점용, 송동옥, 진영근, 정천모, 김두영, 이은혁씨가 초대돼 각자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담아 낸 작품들로 서예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에 대해 강암서예학술재단 진기례 이사장은 "선대의 흐름을 주도했던 작가들의 명품과 오늘날 그 흐름을 주도해서 이어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전북서예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 도예 조각전 '한국의 흙불전'
한국의 흙과 불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전북지역의 조각 도예가들이 한국문화의 독창성을 조망하는 흙과 불의 미술잔치를 열었다.
지난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익산시 함열읍 성광요업에서 '97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 국제조각 도예 공동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외국작가 30여 명, 한국작가 1백20여 명, 작업조수 1백50명 등 3백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대규모 축제, 동계유니버시아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전북에 미술관 건립을 소망하는 작가들의 바람이 실린 자리였다.
국내외 조각가와 도예가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제작, 각자의 예술세계를 교류하고 공동체의식을 공유하는 새로운 체험을 통해 문화예술 발전과 한국의 조각 도자예술의 독창적인 면모를 발휘해낸다는 취지를 가진 '한국의 흙불전'은 당초 이 지역의 조각가와 도예가들이 익산 황등에 소재한 성광요업의 가마를 보전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성광요업의 가마는 너비 2.8M, 높이 2.4M, 길이 1백70M의 대형 가마로 그 벽의 두께도 보기 드물게 두터워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가마로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이 가마의 쓰임새가 적어지면서 폐쇄 위기에 놓이자 조각, 도예가들이 이 가마를 복원, 미술관 건립으로 이어내자는 의지가 모아졌던 것, 이러한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 기념사업위원회가 주최를 맡고 나서 국제적인 행사로 그 규모가 확대되었다.
이번 행사에 초대된 작가들은 참여 작가별로 배치된 성광요업의 작업장에서 제작한 작품을 기증, 주최측은 2개월 동안의 건조과정을 거쳐 소성(가마에 구워내는 과정)해 완성된 작품을 U대회 기간동안 무주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또 이후에는 현재 그린크로스 전북지역본부가 익산에 추진 중인 환경예술조형공원에 상설 전시,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운영위는 이번 초대된 작가들에게 행사기간 동안 숙식과 작품제작에 필요한 1톤의 조합토와 재료를 제공, 외국작가들에 한해 500불에서 1천 불 정도의 제작비를 지급하지만 국내 작가들은 성광요업 대형가마의 보존을 위해 무상으로 참여,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제작된 작품들은 대부분 가로나 세로 1.5M에 이르는 대작으로 제작되었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국내외작가들이 각기 독창적인 주제와 형식으로 작품을 제작, 오늘의 조각, 도자예술 흐름을 폭넓게 보여주는 미술축제로서도 그 의미를 새롭게 발휘해내는 자리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박물관 문화학교 제5회 성인강좌
우리 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높아진 관심을 더욱 새롭게 이어내는 박물관 문화학교가 올해에도 운영되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이종철)은 박물관 문화학교 제5회 성인강좌를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연다.
올해 강좌는 고려 말부터 조선 초에 이르는 역사와 문화에 내용의 중심을 두었다.
'고려 말 조선 초의 역사와 미술'을 주제로 한 강좌, 이번 강좌에서는 이봉진 교수(원광대)가 대외관계사를 김정희 교수(원광대)가 회화를, 김영원 전주박물관 학예관이 도자기를 각각 강의한다.
또 최웅천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관이 금속공예를, 최성은 교수(덕성여대)가 조각을, 유응교 교수(전북대)가 건축을, 임영주 문화재전문위원이 장식 문양에 대해 강의했으며 15일에는 강의실을 나와 전북지역 유적 답사에 나서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을 현장 답사를 통해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도내에 거주하는 일반인과 교사,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강좌는 올해 3백여 명이 참가, 성황을 이루었으며 특히 일선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보다 새로운 지식 확대의 기회로서 호평을 받았다.
전주 창작극회 중국 공연
전주 창작극회가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중국 강소성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중국 강소성과 전북도가 자매결연을 맺은 후 문화예술단체로는 첫 번째 문화교류의 의미를 갖고 있는 이번 공연에서 창작극회는 소주시, 무석시, 남경시 등에서 곽병창 작류경호 연출의 「꽃신」을 세 차례 공연, 중국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번 중국 공연을 추진한 전북 연극협회는 "매 공연마다 1천여 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메워 성황을 이루었으며 고무영 강소성경극원 원장은 이 작품의 극중극의 형식에 호감을 보였고,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잘 결합되었으며 사물놀이와 무당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오는 10월에는 중국 강소성공연단이 전주를 방문교류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이번 중국 공연에는 류영규 전북연극협회장을 단장으로 29명이 참여했다.
제7회 원불교미술제
종교와 예술의 만남을 통해 미술 대중화의 새로운 영역을 확대시켜 가는 원불교미술제가 8월 3일부터 9일까지 원광대 박물관에서 열렸다.
회원전과 함께 원미술대전을 공모, 원불교 미술의 대중화에 힘을 불어넣어 온 원미술인회는 지난해부터 원미술대전을 원미술상 제정으로 형식을 바꾸어 시행하면서 회원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종교와 미술의 만남에 적극적인 힘을 붙여왔다.
올해 전시에 참여한 회원은 1백3명,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디자인, 서예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원불교사상과 이념을 형상화해낸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 출품작품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원미술상은 서양화가 김윤진(40)씨의 「중언부언일원(重言復言一圓)이 뽑혔다.
이 작품은 김씨가 오랫동안 화두로 삼아온 「중언부언」의 연작. 역사를 되짚어보는 주제로 동양사상의 정신적 근원을 추구해온 그는 원불교 교리와 사상을 대담하고 활달한 이미지의 형식과 구성으로 표현, 몰락의 위기에 처한 물질문명을 구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과 인생관 정립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동양사상의 정신적 기저를 추적해온 작가의 주제의식과 형식적 실험성이 돋보이고 특히 일원상 진리를 함축적으로 제시한 기법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1백50호 정도의 대작으로 특히 먹색으로 대별되는 검정색의 함축적인 이미지가 강렬한 것이 특징이다.
종교 사상과 이념을 형상화시키는 작업이 자유로운 창작정신으로부터 일정한 틀을 만들어주는 부담을 안겨주긴 하지만 종교세계와 예술의 만남은 새로운 창작작업으로서 자극을 준다고 설명하는 김윤진씨는 동양사상에 심취, '한국의 전통정신과 근대정신'을 주제로 한 연구 작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가이다. 김씨는 이번 원미술상 수상으로 3백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