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채복희 / 전남일보 기자
제2회 광주 비엔날레 기간동안 열릴 대형창작가극
1997년 제2회 광주 비엔날레가 열리는 2달여 동안 대형창작가극이 무대에 올려지게 된다. 제1회 비엔날레 기간에 아쉬웠던 점으로 지적된 광주를 대표할, 나아가 한국을 대표할 대형창작가극의 필요성에 따라 비엔날레 행사 기획실무위원회가 지난 9월 10일 총지휘에 극단 금강 대표 문호근씨를 선정했다. 이로써 일차 작업이 시작됐는데 문호근씨는 차근차근, 그러나 발빠른 행보로 역사성과 시대성, 개인성까지 담고 민족적 형식과 내용을 담보한 창작가극을 완성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극본은 공동창작을 할 계획이며 주연급 배우는 가능한한 지역에서 우선 선발하겠다는 방침.
'빛고을 예술의 전당' 문열어
각종 공연단체들에게 공연장을 제공하고 연습공간과 기획, 다른 장르와의 유기적 결합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소극장 '빛고을 예술의 전당'이 광주시 동구 금동 54-2에 문을 열었다. 인형의 집과 기획실Q프로트, 꼭두극단 각시탈, 선교인형극단 교육극단 소나무, 성인극단 무대, 영화 동아리 영화로 세상보기 등이 협력단체로 구성돼 있다.
협력단체가 되면 연습장이나 공연장의 이용 등 혜택이 주어진다. 개관기념 행사로 꼭두극단 각시탈의 호랑이와 곶감, 영화로 세상보기의 영화제, 인형극단의 인형극, 교육극단의 판토마임의 공연이 마련됐다.
극단 Y 25주년 기념 공연 마련
광주에서 창단 25주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Y가 기념공연을 마련했다.
13일부터 15일까지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올린 작품은 「그 여자의 소설」. 원제는 「작은 할머니」로서 지난 시대 굴절된 역사와 모순된 가족제도 속에서 고단한 삶을 감내해야 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한 남편과 두 여자, 그 중 큰댁은 아들을 못 낳기 때문에 작은댁은 남편이 있지만 생계를 위해 씨받이가 된 여자다. 배경은 6·25전쟁기를 전후한 유난히 질곡 많던 시기. 이 연극은 특히 부부연극인으로 활약하는 박규상·강유미, 노희설·정경아씨가 극중에서도 부부를 맡아 화제가 됐다.
극단 Y는 그동안 「유랑극단」,「놀부뎐」,「황혼녘에 생긴 일」등 작품을 올려왔으며 「잃어버린 사람들」,「낭자군」으로 각각 1990년, 1994년에 전국연극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키도 했다.
추석맞이 국악공연 풍성하게 펼쳐져
국악협회 광주지회의 '한가위와 함께 하는 국악대잔치'(15)일, 가을맞이 우리 소리 우리 가락 대공연(19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국악한마당'(20일), 광주예총 주최 문예발전 기금조성 국악초청 연주회(20일),등이 잇따라 무대를 마련, 지역주민들의 흥을 돋우었다. 특히 국악대잔치에는 국악인 김광복씨(전남대 교수), 판소리 명창 이임례씨, 풍물패 등 국악과 피아니스트 임동창씨와 테너 박채옥씨(광주교대 교수)가 함께 출연, 국악과 양악이 한 무대에서 어울렸다. 19일 공연 '가을맞이 우리 소리 우리 가락 대공연'은 원로 국악인 임윤수 선생의 팔순 기념공연으로 의미를 더했는데 조상현씨의 판소리, 김영재씨의 해금, 조창훈씨의 대금독주에 가야금병창, 사물놀이, 살풀이, 남도민요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20일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 문예발전기금 조성 국악초청 연주회는 명창 안숙선, 성애순씨의 가야금, 임이조씨의 한량무, 해금합주, 거문고산조 등 국내 정상급 국악인들이 나와 무대를 마련했다.
서양화가 황영성씨 작품전
서양화가 황영성씨(조선대 교수)의 작품전이 지난8월 28일부터 9월 15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부제가 '황소가족 이야기'로 붙어 있는 이번 전시회는 새롭게 변모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가와 마을, 황소, 농경, 가족 등 한국적 토속 정서가 어떻게 현대적 언어로 표현되는가를 보여주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정 정도 스스로를 가둔(다른 말을 쓰자면 자신을 방어해온) 틀을 깨고 솔직한 응시를 하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회색톤으로 일괄해온 '가족 시리즈'가 이번 전시에서는 '가족 이야기' 또는 '큰 가족 이야기'와 같은 제목을 달고 나왔는데 평면의 화면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춤을 추듯 묘사된 것이 흥미롭다. 색조도 바탕이 회색톤일지라도 그 안의 가족은 새나 물고기, 나뭇잎들을 통해 자연색조로 돌아가 있다. 또 채색이 화려하거나 노란색이거나 단색으로 된 모노크롬 회화 등은 치밀한 계산과 이미지들의 단편화, 그것을 통한 전체로서의 통합이라는 묘기를 펼쳐보여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화폭 가득히 그 질서, 그 아름다움을 진지하게 응시한다. 그러나 결코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게.
도립 옥과미술관 개관
전남 곡성 옥과에 자리한 도립 옥과미술관(관장 성춘경)이 지난 13일 개관했다. 옥과 성륜산 자락에 8년여의 세월 동안 준비작업을 거쳐 드디어 개관한 이 미술관은 당초 광주가 낳은 한국화가 아산 조방원 선생이 자신의 소장품 6천여 점과 미술관 부지를 기증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건립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아산은 남농의 제자로 현재 71세로 내년 고희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산은 일생 동안 모은 서화, 간찰, 목판류 6천여 점과 광주에서 승용차로 3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이 장소를 기증했던 것. 바로 옆에는 사찰 성륜사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는 태안사와 성륜사를 중심으로 선풍을 크게 일으킨 청화선사의 조실방이 있기도 하다. 아산과 선승 청화스님의 교분은 범속의 친교를 뛰어넘어 서로를 알아보는 관계들인데, 성륜사 부지 역시 아산이 오랜 기간 동안 자리를 봐 사들인 곳으로 결국 불가에 반귀의한 아산이 기증해 사찰이 건립된 짧은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옥과미술관이 부지도 확보되고 전시작품도 있는 상태에서 개관이 늦어진 것은 명칭을 두고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 건립기금을 지원하는 단계에서 전남도의회가 '도비 지원으로 지어지는 건물에 개인 이름이냐'라고 이의를 제기, 결국 아산미술관이 아닌 지명을 딴 옥과미술관이 돼 버린 것.
개관 당일 아산은 "내 그림 속의 산이 자꾸 높아가고 그 밑에 구름과 안개를 깔곤 하는 것은 속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에 응해 명칭문제나 그에 따른 불필요한 오해들을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보였다. 6천여 점의 작품들은 한꺼번에 전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는 기간 전시를 통해 부분적으로 보여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