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2 / OECE 가입과 문화예술 시장 개방 1. 음악
국제경쟁력 강화를 통한 철저한 대응책을…
김형주 / 음악평론가협회 회장
상업주의에 시달리는 문화예술
창조적인 예술행위나 그의 소산물인 창작품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인이 공유해야 할 소중한 문화재로서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다시 말해서 예술은 우리 인류의 정신문화의 고귀한 상징이자 영원히 추구해야 할 미학적 표상이며 위안받아야 할 영혼의 안식처가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인류는 문화예술의 가치 추구를 정신문화 쪽보다는 산업화 사회의 시대성과 고도의 물질문명의 개발에 힘입어 하나의 상품화에 치우쳐 문화예술의 향유가치를 산업 생산의 차원에서 평가하는 시류가 만연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대 사조는 근대 현대로 이어오면서 점차 심화되어 오늘날 우리사회는 문화예술의 전통성이나 미학적 가치추구 풍조는 희박해지고 산업사회의 경제구조에서 보는 하나의 상품이라는 시각에서 그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순수 문화예술이 창작행위나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평가에 상응하는 보상이 수반되는 것은 마땅히 수용되어야겠으나 자칫 상업주의에 영합하여 대중성이란 우산으로 가리고 예술성을 도외시하는 야합의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생활이 충족되고 일상 생활양식이 보다 풍요로워지자 문화예술 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우리 사회 환경의 변화는 바람직한 일이나 고급 문화의 예술성 접근보다는 대중성 지향으로 오락성, 유흥성을 앞세운 수용 방법도 현대 상업주의에 밀리는 한 형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
미술품이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은 일반 사회의 관례이고 작품성이나 내용성보다는 작가의 경력이나 관록이 평가의 바탕이 되고, 심지어 미술품이 재산증식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세계적 테너로 알려진 파바로티가 넓은 운동 경기장에 수만명의 청중을 모아 놓고 거대한 라우드 스피커를 통해 노래하기보다 굉음을 울리는 행위로 돈 벌기로 작정하고 나섰다는 비난을 받았던 행위도 상업주의 시대의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에서 하는 '열린 음악회'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국에서는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의 벽을 허물고 시청률이 올라 성공했다고 하지만 음악계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열린 음악회'를 모방하는 무대형식, 다시 말해서 오락성을 즐기는 연주회가 늘고 있고 기업체, 금융계, 사회단체가 창사, 창업 기념 공연 등은 거의 '열린 음악회'의 무대 형식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 청중들도 '열린 음악회' 습성에서 차분히 감상해야 할 연주회에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고 괴성을 지르는 소란한 감상태도의 변화가 만연해 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걱정되는 것이 출연하는 연주인, 특히 성악인들이다. 출연을 요청받는 연주인이라면 이름도 알려진 중견 연주인이고 대부분 현직에 있는 대학 교수들이다. 부단한 연구와 연수로 고도의 음악예술을 탐구해야 할 그들이 오락성에 의해 청중에게 서비스하는 무대에 맛들여 대중가곡 몇 곡으로 연명하는 나태해진 풍조가 또한 상업주의에 물들여진 나쁜 쪽의 단면이다. 한편 연극 분야에서도 순수 전통 희곡보다는 음악과 춤이 곁든 다채로운 무대 양식이 최근 연극계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평론가들의 진단이다. 그 두드러진 예가 근래 성행하는 뮤지컬이다. 이는 관람객, 즉 대중의 취향이 그렇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좌이기도 한다.
이와같이 순수문화예술은 그 본질의 창조적 예술성을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론 현대 경제 상황에서의 상업주의의 도전을 받기도 하고, 예술성을 침해하는 상업성과 싸우기도 하는가 하면 상업성에 적응하면서 때론 수용하기도 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문화예술의 입지가 상업주의에 많은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음악시장
음악시장이란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다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낱말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이 낱말을 극히 일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음악과 장사하는 시장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전면 별개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음악행위는 음악을 창작하는 예술행위지만 시장은 상업행위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말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의 시장은 실질적으로 음악행위, 즉 연주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연주자가 신작이든 기존 곡이든 연주곡목을 선택하고 그 작품의 분석과 해석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연습기간의 확보, 연주할 지역의 무대 확보와 홍보 선전, 왕복 교통편의와 숙박 등 연주에 필요한 모든 조건, 즉 업무기능을 말한다. 이 업무기능을 맡은 곳이 매니지먼트, 즉 음악사무소이고 그 책임을 맡는 사람이 매니저다. 매니저는 모든 업무를 맡아 연주할 현지 무대를 마련하고, 청중이 모여들 것인가 그리고 감상할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정보에 의해 판단하고 그 작업을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연주가 성공을 하고 거기에서 얻어진 흥행 수익으로 연주자에게 출연료를 지불하고 자신도 수익을 얻도록 치밀한 업무 처리를 한다.
매니저는 자기 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자체 매니지먼트의 조직망, 즉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지 매니저와 상호 협약에 의해 협력하는 제휴 시스템으로 서로 연주 단체나 연주가를 공급하고 한편으로는 받아들이는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한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나 선진 외국의 경우 매니저들은 대부분 여러 분야에 걸쳐 자기 전속 연주 단체, 즉 교향악단이나 실내악단, 그리고 연주가를 확보하고 있고, 그것도 정상급이라고 하는 일류 연주가로부터 이류, 내지는 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연주가를 현지 시장의 요구에 따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연주수준은 시장경제에 의해 평가의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이른바 정상급의 일류는 일년에 약 80회 내지 100회의 연주를 소화하고 있는 연주가, 이류는 약 60회에서 80회 정도, 삼류는 약 30회에서 60회 정도로 연주 횟수에 의해 구분하게 된다. 외국에 거주하면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급의 정경화, 김영욱, 강동석(이상 바이올린), 백건우(피아노) 등은 모두 일류 내지는 이류로 인정받고 있다.
음악은 물론 장사를 하거나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행위는 아니다. 미적 창조를 위한 예술행위가 목적이다. 그러나 그 창작 행위나 연주행위를 하기 위한 신분보장이나 생활보장에는 경제적 보수가 따르기 마련이고 이는 청중의 입장료가 바탕이 된다. 따라서 연주 수준이나 주기능의 우열에 따라 연주료, 즉 개런티가 정해진다. 그러기에 원했던 워치 않았던 연주가나 연주단체는 돈으로 흥정이 되고 그 자체가 시장기능에 의한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역시 현재 경제 체제의 울타리 속에서 경제적 사회기능에 따라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현재 세계 연주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유럽과 미국이다. 이들 문화 선진국들은 역사가 깊고 전통이 뒷받침이 되어 좋은 문화 환경이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수준 높은 연주단체와 연주가를 가지고 있고 풍부한 고객인 청중을 확보하고 있어 연주 시장으로서 좋은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들 나라들은 경제적으로도 강국일 뿐 아니라 업무면에서도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강력한 주도권을 가지고 세계 연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비해 러시아를 비롯 체코, 헝가리 등 과거 공산권이었던 동구권 국가들은 연주 수준은 서구권에 과히 뒤지지 않지만 경제 사정이나 생활여건이 어렵고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열악한 상태다.
이른바 음악 강대국들의 세계 음악시장 주도권을 놓고 매니지먼트의 치열한 각축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거니와 특히 자국의 우수한 연주 단체와 연주가의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고, 나아가 문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이를테면 아시아권, 남미권, 아프리카권 등 아직 미개척 시장의 확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어느 시장에서나 원한다고 즉시 연주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상위권에 속하는 우수한 연주 단체나 연주가일수록 연주일정이 폭주하는 상태에서 적어도 4, 5년 전에 연주 계약을 맺지 않고서는 초청이 불가능하다. 물론 하위권으로 갈수록 용이한 편이고 미국이나 서구권보다는 러시아나 헝가리, 체코, 불가리아 등 동구권은 오히려 초청해 주기를 기다릴 정도로 섭외하기가 쉽다.
지휘계의 거장 카라얀이 작고하기 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7년이나 끈질긴 교섭 끝에 겨우 내한 연주가 이루어진 과거의 기록도 얼마나 정상급 초청이 어려운가를 입증하고 있다. 자기네 연주를 이해 못할 후진국에 뭣하러 가느냐고 고집부리던 카라얀이 우리의 높은 감상 수준에 만족했던지 이번에는 자기가 다시 오고 싶다고 토로한 것으로도 국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세계 음악시장에서 볼 때, 우리의 위치는 아직 미약하고 모든 여건이 미숙한 상태다. 음악시장으로서 국제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 국제 시장으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경우 20여 년 전이지만 본격적인 시장기능을 갖추어 세계 음악 시장으로서 국제적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특히 서울 올림픽부터라고 보아야 한다. 아직 국내 매니지먼트도 자리 기반이 미약하고 국내 음악환경이나 여건도 국제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열악한 실정이다.
우리 음악 시장의 현황
구미 선진국도 제 2차 대전 후에 다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고도 하지만 그들은 오랜 역사가 있고 뿌리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서기에 그다지 큰 힘이 들지 않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달랐다.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자 미군정하의 사회 혼란기에서 바로 6·25동란을 맞게 되었고, 수복이 되어 안전을 되찾게 된 것이 겨우 6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터다. 이때부터 정신을 차려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고 음악정보를 수집하고 음악활동을 하면서 서구 음악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몇 우리의 연주가들은 이 무렵 미국 등 일찍 외국에 나가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국내 음악 환경은 여전히 어려웠고 더구나 경제부흥 일변도의 정책에 밀려 정책적 뒷받침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음악인들의 의욕에 의해 교육등 음악의 기반시설과 역량을 축적, 70년대까지 착실히 다져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국제시장으로 시야를 넓혀갔다. 하나의 전환기라고 볼 수 있다. 세계 음악 열강들이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80년대로 우리나라가 음악 시장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따라서 80년대 초부터 점차 외래 연주가 잦아졌고 후반기부터는 많은 물량이 우리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상황도 음악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국력의 증강에 따른 음악계의 발전과 역량이 증폭되었다고 하나 연주기능은 아직 음악 선진국에 뒤진 것은 사실이고 음악 업무 처리 기능도 아직 미약한 상태다. 현재 국내 음악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업체는 서울예술기획, 한국무지카, 미추홀예술진흥회, 프로아트, 음악 친구들, 한누리, 세종예술기획, 세실예술기획, 동인기획, 동서기획, 아트피아, 아트코리아, 파코스 등이다. 거의 대부분 영세업체로 자체적으로 기획 주최해서 흥행을 하고 연주자의 연주료를 주고 자체의 수지를 처리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연주자에게 수수료를 받고 업무를 대행해 주는 심부름센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연주를 서울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 시장을 확장 개척해야 함에도 전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매니지먼트 업체는 아직 한 군데도 없다. 따라서 대행 업무도 대부분 서울에 한정된다.
이중 현재 외국 연주 업무를 맡고 있는 업체는 한국무지카(대표 송희영)와 서울예술기획(대표 박희정) 정도로 그것도 연주 단체나 연주가가 소속된 그쪽 매니저 즉 음악사무소의 공급을 받아 일본 연주 중 하루를 한국에 할애하는 식의 방법을 도입하고 있거니와 이에 일정의 제한, 높은 연주료 지급 등 어려움이 많다. 이밖에 주한 외국 대사관의 외교적 루트를 통해 받아들이는 케이스도 있다. 그리고 외래 연주는 방송국이나 신문사가 어떤 기념공연으로 초청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상적인 방안은 아니고 또 국내 매니지먼트의 육성을 위해서도 자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음악시장의 세계화라는 시대의 요청에서 볼 때 국내 연주기능의 향상, 음악교육의 내실, 음악환경의 개선 등 개혁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가장 큰 취약점은 음악시장이 좁다는 사실이다.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남한의 극히 제한된 시장에다 그나마 서울에서 한 번 연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소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주 등의 지방 도시 정도는 가능하지만 국내 연주인이나 외래 연주가가 이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옛날처럼 공연장이 없는 지방도시는 연주는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조그마한 도시에도 문화예술회관이 건립되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인천, 부천, 수원, 울산, 창원, 마산, 진주, 포항, 춘천, 청주, 원주, 여수, 순천, 목포, 공주 등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매니지먼트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면 능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가장 시급한 문제가 국내의 좁은 시장이나마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에 힘써야 하고 이러한 기반 시설이나 환경조성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국제 시장경쟁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 개방과 전망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함에 따라 완전 시장 개방시대를 맞게 되었다. 물론 경제계는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첨예화된, 사활이 걸린 노력이 요구되는 중요한 전환기에 당면하고 있고, 우리 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외래 연주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 정책상 배려에서 취소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나 거의 모두 당국의 승인을 얻어 공연해오고 있기에 크게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현재보다 많은 숫자가 유입될 것이고 그중에는 국내 수준에도 못 미치는 연주가가 들어오는 경우를 예상해야 하고 그에 따른 사전 선별이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1996년도 분야별 외래 연주 현황
분야월 |
교향악단 |
실내악단 |
피아노 |
바이올린 |
첼로 |
관악 |
성악 |
합창 |
기타 |
1 |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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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
2 |
1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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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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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2 |
1 |
|
2 |
2 |
1 |
3 |
2 |
2 |
4 |
2 |
2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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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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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4 |
1 |
5 |
1 |
2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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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3 |
3 |
1 |
2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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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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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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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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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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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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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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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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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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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2 |
9 |
3 |
|
1 |
|
3 |
|
1 |
1 |
1 |
10 |
3 |
1 |
2 |
|
|
|
1 |
1 |
3 |
11 |
6 |
1 |
2 |
2 |
1 |
3 |
|
2 |
|
12 |
4 |
1 |
1 |
|
|
1 |
1 |
1 |
|
합계 |
28 |
19 |
17 |
9 |
10 |
10 |
7 |
17 |
8 |
◆ 총합계 125회
※ 기타는 만도린 또는 기타, 하모니커 등
※ 8월의 합창은 예술의전당이 기획 주최한 '세계 합장체' 행사 관계로 많음
참고로 지난 해 1996년도의 외래 연주 통계를 보면 위 표와 같다.
위 통계표는 개인이나 단체의 내한 수를 합계한 것인데 개인 연주도 있지만 단체연주는 대부분 서울에서 2회 연주에 지방 연주도 하고 있어 실제 연주 횟수는 더 증가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과거 우리 나라를 다녀간 연주가들 사이에는 우리나라가 '봉'이라는 말까지 떠돌 정도로 좋은 시장으로 각광을 받았었다. 연주료를 후하게 주고, 세금을 떼지 않고(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대우 좋고, 외국인에게 인정이 많은 우리의 국민성에 자주 오고 싶다는 것이 우리 무대에 대한 그들의 인상이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거니와 문제는 이들 외래 연주가 국내 연주계에 주는 자극이나 경쟁력 촉발이라는 차원에서는 긍정적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반면 외래 연주가 국내 시장을 상당 부분 점유하기보다 침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연주가 지난해에 약 1천 8백여회 열렸는데 그중 외래 연주가 약 10퍼센트 정도 있었고 시장 개방에 따라 앞으로 15퍼센트내지는 17퍼센트까지 증가하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횟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국내 연주인조차 4대 1 내지는 5대 1 정도로 연주회장 얻기가 별따기 같은 현실에서 많은 무대를 외래 연주에 내주어야 하고 거기에 아무래도 우리보다 앞선 외래 연주에 청중을 내주어야 하는 어려운 처지, 즉 우리 연주인들이 설 땅이 점점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나마 OECD에 가입한 이상 행정적인 승인이라는 절차로 걸르는 과정이 이제는 할 수 없다는 시점에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매니지먼트에서 이 선별과정을 맡아야 하고 또 한 가지 우리의 연주를 수출하는 역할을 외래 연주 초청시 조건부로 계약하는 등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국제 경쟁시대와 그 대책 방안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니 이미 경쟁시대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그 대응책을 가지별로 요약해 본다.
첫째 국제 경쟁력 강화다. 우리 연주계의 기능을 구미 선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수출에 힘써야 한다. 현재와 같은 수입 일변도는 지양해야 하고 행정당국의 외교루트를 통해서라도 우리 연주(국내 연주)의 수출, 그리고 음악 환경 개선, 시장 확충 등 기반 경쟁력을 끌어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로는 국내 매니지먼트의 기능 강화다. 앞으로는 매니지먼트의 역할이 크므로, 행정적으로도 기금을 마련, 이들을 지원하는 등 매니지먼트는 전국 시장망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셋째로는 국제수지 불균형을 시정, 외래 연주의 초청시 국내 연주가의 해외 연주를 조건부로 하는 등 수출에 관심을 두는 일이다.
넷째로는 외국 매니저, 즉 매니지먼트와 직거래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이 업무상이나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유리하고 국제경쟁력 강화에 유리하다.
다섯째 이제는 매니지먼트가 할 일이지만 외래 초청의 경우 적어도 우리 연주 수준보다 앞서 있는 연주를 가려 초청하는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외래 연주의 과장 선전이나 위장 홍보 행위는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일곱 번째는 외국 음악교육 기관의 설립이나 외국 음대의 국내 분교 설립에 대한 대응책을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
여덟 번째는 외래 연주료는 국제 수준에서 책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많은 연주료를 지불하고 있다.
아홉번째는 방송계나 언론계는 가급적 외래연주 초청을 자제하고 매니지먼트의 육성을 위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