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개정을 조속히 실현해야 하는 이유
편집실
한국박물관협회와 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공동주최한‘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개정청원을 위한 발제 및 공청회가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융조 한국대학박물관협회장의 개회사와 이경재 국회문화체육공보위원회 간사의 축사로 시작된 이날 공청회는 전국국립대학교 박물관장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유원적 목포대학교 박물관장이‘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전면개정의 필요성, 개정방향 및 개정시안을 발표하였다.
유관장은“‘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 1991년 11월 전면 개정되어 공포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박물관의 핵심을 이루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대학박물관, 그리고 미술관의 핵심인 국립현대미술관마저 환전 배제됨으로써, 우리나라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을 망라하여 민족문화를 크게 진흥하겠다는 입법취지가 완전 상실된 일종의‘사립박물관 규제법’으로 전락하였다”고 말하면서“이렇게 된 것은 이 법의 전면개정 당시 문화체육부, 교육부,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법 개정의 주도권을 놓고 감정갈등 비슷한 분란이 야기되었던데 기인한 바, 이는‘부처이기주의’의 극치”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보다 8개월 전인 1991년 3월에 개정 공포된「도서관 진흥법」은 도서관 관계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협의를 거쳐 가장 완벽한 법으로 탄생되었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독서진흥을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확대하여‘책을 읽는 국민’의 기풍을 마련하기 위하여‘도서관 및 독서진흥기금’의 운용을 보완하여 1994년 3월 동법을‘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으로 재개정,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유관장은‘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의 전면개정시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문제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한 법의 테두리에 묶어 규정하여야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박물관과 미술관을 묶어‘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으로 입법하였던 당시의 입법취지가 오늘날에 와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다가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생활문화의 공간을 다양하게 요구하는 추세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 못지 않게 기능하고 있는 각종의 문화시설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도 이를 수용하는 법령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자료관, 사료관, 문서관, 보존서, 민속관, 민속촌, 전시장, 전시관, 향토관, 교육관, 과학관,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 문화관, 예술관, 갤러리, 야외전시공원 등도 넓은 의미의 박물관 또는 미술관으로서 동법에 수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들 문화시설을 진흥하기 위하여 문화체육부장관 하에‘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위원회’를 설치하여 여기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의 기본 계획의 수립, 진흥책의 수립, 설치 및 운영, 기금의 운용, 예산의 기본 계획 등을 심의토록 하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위상을 높여 이들 기관에서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의 일반행정을 담당토록 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의 개정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 조문을 체계화하여 총칙, 국립박물관 및 국립미술관, 공립박물관, 시립박물관 및 사립미술관, 대학박물관, 설립과 등록, 관리운영, 지도 감독, 심의·자문·협력기구 등 9개의 장으로 편장되어, 필요한 사항이 일목요연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둘째,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이 이 법 체계에 수용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립박물관 및 국립미술관, 공립박물관 및 공립미술관, 사립박물관 및 사립미술관, 대학박물관 등으로 편목을 분장하여 설립취지를 구현할 수 이는 사항을 규정하여야 한다.
셋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위상이 명문화 되어야 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법에도 시행령의 설립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단지‘문화체육부 직제’의 한모퉁이에 규정되어 있는데도, 타 법령에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과 관련된 조항이 많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정부조직법’에 부수된 하위법령으로 중앙부처 본부의 직할하부조직이 아니므로‘직제’가 아닌‘설치령’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전문인으로서 학예사(큐레이터)의 양성과 자격제 및 이들을 전문직으로 임용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직종에서 전문직이 되기 위하여는 정규대학의 교육과정에서 전문교육을 이수하면서 소정의 실습교육을 받고, 유·무시험의 검정절차를 거쳐 자격증을 취득케 하고 있으며, 이들 자격증을 가진 자를 전문직으로 임용토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학예사 자격증은 해당 전문학과에서 관련 전공과목의 학점을 취득하고 지정기관에서 실무·실습을 거쳐 국가자격시험을 치뤄 문화체육부장관으로부터 2급학예사를 취득케 하며, 대학졸업시 2급학예사 자격취득이 최고의 영예가 되도록 시험과 임용의 권위를 높인다. 이러한 자격제로서의 학예사는 전문직으로의 임용과 연계되어야 한다.
다섯째, 대학박물관이 규정되어야 한다.
대학박물관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규정이 교육관계 법령에 만들어져 예산과 학예직의 확충이 이뤄지도록 제도화한다.
여섯째,‘규제’법이 아닌‘진흥’법으로서 구체적인 진흥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박물관에 기부하거나 유물을 기증하는 인사에게 사회적, 문화적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거나 미술관과 자연사 및 산업과 관련된 전문박물관을 건립하도록 유도하고, 사립의 박물관 및 미술관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 등을 강구해야 한다.
시안발표에 이어질 지정토론에 앞서 김순규 문화정책국장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법적으로 통합한다는데 동의한다고 하였다. 또한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어도 예산이 없으면 현실화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는 것만을 법제화하고 정책, 행정화시킬 것과 구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지정토론자도 참석한 박영복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은 개정시안에 90퍼센트 정도 찬동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서로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박래경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일반적으로 미술관을 당대, 현재 움직이는 자료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박물관의 하위, 불분명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근대, 현대, 21세기 미술을 수집, 보관, 연구하는 일을 맡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인식상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국립중앙미술관의 성격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윤병용 부산시립박물관장은 각 지방의 성격을 나타내 줄 수 있는 문화재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고 지방에서는 복제품을 갖게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 지역의 문화재는 그 지역이 보존, 관리하고 다른 지역에 순환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의견을 나타내었다.
허동화 사전자수박물관장은 1991년 개정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은‘졸속법’이라는 의견에 대해 당시에는 최선의 법이었다며 극적으로‘진흥법’으로 개정한 것이 오늘의 자리가 있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용이 원광대학교 박물관장은 박물관 설치에 대해 사립대학교는 대학종합평가에서 제외대상이고 교육법 시행령에도 사립대학교는 선택, 공립대학교는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며 사립대도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유홍준 영남대학교 교수는 박물관은 한 나라의 문화유산이 모이고 나라의 전통 권위, 자존심이 모이는 것으로 한 나라의 문화유산의 상징적 존재라며 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은 사설미술관에게 불리한 점이 많다며 이제는 국가가 통제하지 않더라도 자율적으로 사립박물관을 이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토론 이후에는 개정시안에 동의하는 서명작업을 진행했고 한국박물관협회장 초청만찬이 이어졌다. 만찬에는 전국 박물관장 및 미술관장이 참석하여 친교의 밤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