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OECD 가입과 문화예술 시장 개방 2. 디자인
문화선진국 실현을 위한 독창성 지닌 디자인 개발을…
최대석 /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 OECD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오늘날 전 세계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동시대화, 지구촌화되어 말 그대로 '범 세계화 시대'라는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변혁의 소용돌이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분야에 걸쳐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시련에 봉착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수년 내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을 목표로 추구하는 세계화와 국가경쟁력 증진도 후발 개도국 등에게 추월 당하여 우리의 목표와 멀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엄청나게 많다. 먼저 세계 경제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능력배양과 국가경쟁력을 확충하기 위한 국가제도 개혁 등 산적해 있다. 따라서 지난 30여 년간 세계경제 발전 및 세계경제 질서의 구축에 선도적 역할을 해 온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에 가입한 것은 우리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OECD 가입은 우리에게 부담을 주는 면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경제·사회제도 및 정책운용의 선진화를 통한 '선진복지국가'의 실현을 앞당겨 실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며 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경제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 문제의 해결만이 우리의 살길이요 선진국을 실현시키는 길이라고 듣고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제 경제전쟁은 곧 문화전쟁이 되었으며 문화력이 곧 경제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고 문화력이 국가경쟁력 제고의 가장 절실한 수단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문화력 증진에 매진할 때다. 이제 지난날, 우리의 문화진흥정책에 있어서 항상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여유 있을 때 추진해도 된다는 발상은 버려야 할 때다. 무엇보다 먼저 문화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더구나 올해는 '문화유산의 해'라고 한다. 더 이상 구호와 일과성 행사로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의 진정한 민족문화의 유산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살려 세계화와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며 나아가 삶이 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의 구현할 수 있는 문화선진국을 이룩할 것인가를 우리 모두가 함께 심사숙고하고 바르게 모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OECD는 마샬 플랜의 효과적 집행을 통해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48년에 설립된 OEEC Organization for European Economic Cooperation에 가입했던 서유럽 18개국과 미국, 캐나다가 회원국이 되어 1961년 9월에 창설되었고 스위스를 비롯하여 일본, 미국, 덴마크, 독일 등 1996년 현재 총 28개 회원국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선진국인 회원국들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8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통합경제규모가 1994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GNP의 81퍼센트, 수출액은 69퍼센트, 수입액은 70퍼센트를 차지하고 1인당 평균 GNP는 약 20,106달러를 기록하는 등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함으로써 세계경제 운용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데 그 설립목적과 성격을 OECD 협정문 제1조에 명시된 주요목적에서 살펴보면 첫째 회원국의 경제성장 도모 및 세계경제 발전에의 공헌, 둘째 개발도상국에의 원조, 셋째 자유무역의 확대에 있다.
OECD는 국제규범을 직접 교섭하거나 재정 하는 기구나 아니지만, 세계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경제질서가 맨 처음 논의되는 장으로서, 새로운 통상 이슈는 OECD 회원국간 협의를 거쳐 합의를 이룬 후 범세계적으로 공존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현재 환경, 노동, 기술, 경제정책, 다자간 투자, 반부패 문제 등 향후 세계경제질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될 통상현안에 대한 국제 규범의 정립 논의가 진행중이다.
여타 국제기구가 무역, 통화, 환경, 개발 분야 중 특정분야만을 다루는 데 비해, OECD는 경제정책은 물론 경쟁, 에너지, 고용, 교육 소비자 보호 등 모든 경제·사회문제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경제기구로 각 경제정책 상호간의 관계를 종합적인 시각에서 연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OECD는 GATT / WTO 와 같이 시장개방이나 국가간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기구가 아니고 회원국간의 상호 관심 분야에 대한 정책을 협의하는 클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협의과정에서 회원국의 입장을 적극 주장할 수 있는 협의의 장이다.
또한 OECD는 선진국 및 주요 개도국에 대한 통계자료 및 연구, 평가보고서를 발간함과 아울러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통계작성, 분석 및 정책건의 자료를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자료공급원으로, 이 자료들을 범세계적 정보 전산망인 OLIS On Line Information Service를 통해 즉시 회원국에 배포함으로써 정책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OECD의 주요활동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되는데, 그 첫째는 각 회원국의 주요 경제, 사회문제에 대한 토의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 둘째 UR, 환경협상, 등 주요 국제회의에서 논의될 사안에 대하여 회원국들이 사전에 의견교환 및 협의를 통해 공동해결책 및 전략을 모색하는 일, 셋째 주요 국제경제문제에 대하여 회원국간 적용시킬 규범을 만들어 공표·시행함으로써 국제경제질서 형성의 산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활동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① 거시경제정책의 협의·조정 ② 산업구조 조정의 촉진 ③ 자유무역의 확대·발전 ④ 외국인 직접투자촉진 ⑤ 에너지 정책개발 ⑥ 환경보호 ⑦ 개발원조의 확대 ⑧ 경쟁 정책에 관한 연구 ⑨ 첨단기술 개발촉진 ⑩ 소비자 보호 ⑪ 농업 및 어업분야정책 ⑫ 기타 국제간 이중과세 방지 및 탈세해소 방안 모색, 교육제도의 개혁, 여성 지위향상, 농촌지역의 균형 개발, 정부 조직의 효율화 방안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정책개발·시행 등이다. 이러한 OECD 회원국이 되려면 방대한 가입 조건과 의무가 뒤따른다. 한마디로 다원적 민주주의 국가로서 시장경제체제를 보유하며 인권을 존중하는 문명국이어야 한다.
OECD 가입에 따른 우리의 정책과제로서 긍정적 효과의 활용면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OECD가 추구하는 목표와 이념, 그리고 각종 기준 및 규범에 부합되도록 우리의 현행법, 제도를 개선하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OECD의 주요업무가 경제, 정치, 사회,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으며 서로 연관성이 크므로 종합적 시각에서 다룰 수 있는 통상행정체제가 요구되는데 그 중에도 기업활동의 합리화 및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국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체제의 확립이 필요하며 전문적 지식을 요구하는 사안들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OECD가 요구하는 자유화와 각종 규범 및 기준을 수용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둔 산업정책 및 산업구조 조정을 실시해야 하고 인적자본 및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하여 생산요소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생산성을 제고하는데 산업정책의 역점을 두어야 한다.
경쟁 위주의 산업구조 조정을 실시하되 공정한 상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고 소비자 중심의 기업경영 전략을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OECD가 요구하는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환경 적합형 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품질 위주의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의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제공해야 한다.
■ 디자인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고 쓰는 '디자인'이란 말의 경우, 대부분 단편적이거나 한정된 의미로, 또는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단순기술, 기능, 기법으로만 이해하여 단기간에 숙련·습득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각종 자격시험제도나 교육이 이와 같이 행해지는 예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오늘과 같은 디자인 교육이나 디자인 진흥정책제도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 후반 이후이며 디자인의 의미가 이와 같이 제한 또는 단순기법으로 쓰이게 된 것은 그 동안 우리나라이 급격한 산업·생활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긴 해도 근년에 들어와 세계화, 개방화 바람과 더불어 각종 정보통신의 발달로 선진 각국의 문물과 함께 수준 높은 디자인의 중요성이나 인식의 폭이 넓게 확산되어가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사실 디자인은 인간의 생활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존재하고 생활 그 자체가 디자인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생활의 질 향상과 함께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근원적 의미에서 디자인 행위는 인간의 생리적 본능이며 생활이 있고 '만든다'는 행위가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 표현매체나 표현방식, 조형능력에 있어서의 훈련과 그리고 수준 높은 창의력을 지녔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누구나가 항상 디자인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분야만을 디자인 분야라고 설정하기는 어렵고 또 전문화된 분야도 매우 넓다.
예를 들어 인간의 주거생활 환경을 생각해보면 도시환경 디자인, 건축, 실내, 조경, 가구 디자인에서 공원, 놀이터, 각종 교통환경시설물, 가판대, 가로등, 휴지통 등과 승용차를 비롯한 각종 수송기기, 가전제품을 비롯한 제품 디자인, 광고, 포장, 공연예술 분야의 무대, 분장, 의상, 각종 박람회 등의 전시 연출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다만 좋은 디자인인가 아닌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인간의 생활 가운데에서 그 정신 및 수행방법에 디자인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디자인의 의미는 어떤 물건의 표면장식으로서의 문양이나 색채, 스타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 개념으로서 어떤 일의 계획 단계부터 완성되어 소비자(고객)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그리고 사용할 때와 사용 후의 처리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디자인해야 하게 되었다.
최근 각종 환경문제가 한 국가의 국내문제에 머물지 않고 지구촌적 문제가 됨에 따라 전세계 일반대중들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으며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선진국 정부나 국제환경협약에 의해 무역규제 조치들이 사용되면서 국가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현재 ISO 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가 중심이 되어 환경 분야의 기업행동에 관한 국제 규격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ISO14000 시리즈로 불리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그 목적은 기업이 환경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자는 것이다. 즉 환경관리와 감사를 위한 국제규격을 재정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산된 제품의 품질에 따라 기업의 우수성이 평가되어 왔지만 이제는 이와 더불어 환경품질의 우수성이 기업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환경경영이 기업성공의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하게 되었다. 환경경영은 기업의 고유한 생산활동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환경을 고려한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환경은 국내의 최고의 관심사로 부각되었으며 소비자의 경우도 물건 구매시 환경에의 영향을 생각하여 점차 환경적으로 건전한 제품을 구매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선호하는 환경소비주의 Green Consumerism 경향으로 될 것이다. 이렇듯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여 환경 친화적 상품개발과 환경손실을 최소화한 공정을 통하여 만든 상품으로 신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또한 기업은 주변환경을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있으므로 점차 지역사회의 주민들은 지역 내 기업들에게 높은 수준의 환경 성과를 요구하고 있는 등 지역사회와의 긍정적인 협력관계를 진작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 바야흐로 지구환경시대를 맞아 모든 분야에서 환경경영(그린경영)을 추구해 나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수동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적극적 대응으로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할 때다. 이렇듯 환경문제는 디자인의 출발에서부터 배려해야만 하게 되어 그린디자인 Green Design, Ecological Design과 재활용 디자인 Recycling Design이 등장하게 되었다.
디자인의 목적은 디자인할 대상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사용자, 제작자, 판매자 그리고 사회 전체가 새로운 디자인을 받아들여서 그로부터 이익을 얻음으로써 이룩되는 변화에 더 관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처럼 단순히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판매수단으로서만 이해하거나 과소비와 사치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보여지는 일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또는 수출상품의 고급화에만 이용되는 도구로서만 인식해서도 안될 것이다.
디자인의 궁극적 목표는 대중을 그 봉사의 대상으로 하므로 인간의 행복을 위한 물질적 생활환경의 개선과 창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디자인 방향도 선진 각국처럼 일반인은 물론 어린이, 청소년, 노약자, 장애인 등과 그 중에서도 심리·정서·신체적 조건이 특수한 여건에 처한 소수 집단을 위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해야 할 때가 되었다. 디자인은 진실로 사랑과 평등, 봉사의 정신을 구현하는 도구로서 조화와 질서, 능률의 의미로, 과학정신과 예술창조의 의미로서 우리들의 질 높은 생활환경과 사회와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도구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OECD 가입은 선진화, 세계화의 일환이자 삶의 질에 대한 국민의 기호를 고급화하고 이를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사회로 변모시키게 될 것이다.
디자인은 우리들의 생활환경에서 추하고 균형 잡히지 않고, 조화스럽지 못한 대상물에 대하여 아름다움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미적 질서(美的秩序) 부여의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하나의 환경으로서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생활방식, 생활양식을 변화시킴으로서 결국 생활문화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품격 있는 생활문화의 창조와 삶의 질 향상
디자인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제해결 행위이다.
우리나라가 OECD 가입으로 경제운용 방식이 선진화, 세계화되며, 국민의식이 선진화되며, 관행이 국제화됨으로써 국민생활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OECD 가입은 우리가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OECD 가입을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보면 특히 소비자 권익보호, 국민보건 및 안전증진, 환경개선, 상거래 관행의 선진화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삶의 질이란 주관적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렵긴 하나 사회복지 수준과 같은 의미로서 그 개념을 살펴보면,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란 먼저 의식주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합리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할 정도의 소득이 있어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빈곤 속에서 생활하지 않아야 한다. 양질의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 건전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적절한 주거환경과 우호적인 이웃과 함께 살면서 좋은 환경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시설을 가져야 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적당한 여가를 가져야 한다. 건전한 사회에서는 사회병리현상이 적어야 하며, 비정상적인 행위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높은 공공질서 의식과 공공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안정적이고 건전한 가족제도를 바탕으로 파탄된 가정이 없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삶의 질의 조건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수준은 모든 분야에서 열악한 상태임을 각종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나타난 순위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인데, 문제는 우리식대로의 사는 방식에 길들여져 무관심 반 체념 반으로 불편하다는 생각조차 없어 그럭저럭 우리끼리 살아왔다. 점차 삶의 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성장에만 정신이 팔려 무관심해 왔던 '인간의 가치 있는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질 정도로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하여 삶의 질에 대한 평가기준과 평가척도 항목으로 생활수준, 주거환경, 사회환경, 교육, 의료, 여가 등에 따라 평가한 바에 따르면 양적인 면에서 교육 분야를 제외하고는 이제는 우리도 OECD 회원국이 됨으로서 당연시되던 생활환경이 우리 삶의 질 수준에서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상당기간 동안 여러 가지 충격을 우리 사회에 주기도 하겠지만 개방화된 사회에서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성숙된 모습을 갖추어 가도록 문화력 배양에 힘써야 할 것이다. 5천년의 전통문화를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전통에 뿌리를 둔 품격 높은 생활문화를 창조함으로서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 DR시대의 우리의 대응 방안
디자인은 창조성을 생활과 산업에 응용하는 기획의 수단이다. 지금 우리는 무한경쟁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였다.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인가 ?
디자인이 '인간적 가치를 부여받는 문화창조 행위로서 사람들이 사용할 대상물에 의미와 형태를 부여하는 수단'이라고 할 때 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조건은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용가치, 경제적 가치, 미적 가치(민족성, 풍토성), 사회적 가치(미풍양속, 윤리·도덕), 역사적 가치(시대성) 등을 지녀야 하나 여기에 무엇보다 독창성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므로 한 지역, 한 나라의 디자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이나 또 그 나라 민족 고유의 디자인을 만드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는 수출도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품에도 우리 문화가 깃들어야 경쟁력을 갖게 된다. 디자인을 통하여 이러한 문화적 특성들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게 되는데 이처럼 디자인은 세계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비가격 경쟁요소이며 디자인이 좋으냐 나쁘냐는 바로 그 제품의 가치와 연결된다.
선진 각국은 이미 오랜 선조들의 전통문화를 오늘의 산업과 잘 접목시켜 일상 생활화함으로써 디자인이 개인생활에서부터 직장, 지역사회, 기업, 국가기관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도입되어 독자적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다 우수한 디자인을 발굴하여 산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계몽하기 위한 굿 디자인 Good Design 선정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이미 1946년에 일반대중에게 디자인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Britain can make it'이라는 이름의 전람회를 개최하여 굿 디자인 제품을 선정·전시하였다
세계 각국은 일찍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제도를 통해 디자인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라마다 운영방식이 다소 다르지만 대체로 부문별로 나누어 실시하는데 전기전자, 주택설비, 레저·스포츠·취미용품, 사무 기기, 산업기계, 교육용품, 의료 기기 등 세분화하여 심사하며 그 심사 기준도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크게 몇 가지 요소와 세부 기준으로 나누어 평가하는데 요약해 보면, 먼저 인간 요소의 세부 기준 항목은 안전성, 편리성, 유지관리의 용이성, 인간공학적 배려, 사용자에 대한 유의, 고객이나 제조사에 대한 유의이며 조형요소로서는 심미성(외관), 독창성(혁신성), 용도, 기능의 시각화, 고품질의 디자인, 감각적·지적 자극 등이고 제품 요소로서는 기능(성능, 실용성), 품질내구성, 재료(프로세스) 사용의 적합성, 양면성, 합리적 가격 등이다. 환경요소로서는 자원의 효과적 이용, 공해방지 기여도, 환경과의 조화, 기타 요소로 적극적인 사회적 영향, 문화적 기여도, 수출기여도 등이 있다. 이와 같이 디자인할 때 배려해야 할 조건은 고객(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점점 많아지고 그 조건을 최대로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경제 질서가 개방화를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환경라운드 GR, 기술라운드 TR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만들고 있는데, 상품 선택에 가장 직접적이고 강한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역시 새로운 무역제제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산업 전반의 기술 수준이 평준화되는 고도산업사회에선 품질과 기능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소비자의 눈을 끄는 매력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기술특허에 못지 않게 자국의 디자인을 도용하는 기업, 국가 등엔 강력한 응징을 하기 시작하였다. 디자인라운드는 이미 곳곳에서 무역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기업에 따라 다르긴 해도 자체 개발한 디자인은 20퍼센트 정도의 불과하고 80퍼센트는 OEM 방식이나 모방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의 보호장벽이 강화될수록 각종 분쟁은 물론 우리 상품의 해외 수출에도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독창적 디자인 개발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다. 디자인은 객관적 증명이 가능한 기술개발과는 달리 판단기준이 애매모호할 뿐 아니라 국가별로 관련 법제도의 운영이나 적용방식이 달라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형편이며 각국은 디자인도 지적 재산권의 하나로 간주하여, 여러 가지 디자인 보호제도를 마련중이다.
디자인은 또한 '이미지 창조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이나 사회단체, 기업, 국가도 하나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디자인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의 경우 그 구성 요소로서 상품·브랜드·구성원, 건물, 광고 등의 전체를 하나의 통일된 통합 이미지 Coorporate Identity를 구축함으로써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형태 소재(재질), 색상, 크기 등의 요소를 잘 조합함으로써 좋은 형태, 호감 가는 배색, 거기에 브랜드 등의 조화되는 배치 등등으로 새로운 상품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상품의 이미지로서 그 회사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오늘의 소비자는 이미 어제의 소비자가 아니다. 소비자는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고 있다. 개성을 찾고 구매과정을 중요시하며 상품과의 교감을 중요시한다. 점차 창조적 소비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에게 개성이 있듯이 각 사회단체나 기업, 국가도 나름대로의 감성 있는 색깔을 만들어가야 한다. 상품이나 기업, 국가의 이미지도 감성평가로서 선호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통하여 이미지를 혁신함으로서 과거의 어둡고 부정적이었던 이미지를 젊음이 넘치고 활기찬 밝은 새 이미지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예술과 기술의 결합인 디자인력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력자원뿐이다. 더욱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풍부한 감성력을 지닌 민족이다. 개성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력으로 문화선진국을 실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