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OECD 가입과 문화예술 시장 개방 2. 애니메이션
올바른 문화적 위상 정립을 위한 성찰과 보완을…
박세형 / 세종대 영상만화학과 교수
■ 시대상황에 걸맞은 효율적 제도 정착을
만화산업의 부각은 영상 시대, 정보화 사회의 등장과 무관할 수 없고 무관해서도 안 된다. 부정적 문화개념의 대명사였던 만화가 어느 날 갑자기 대단한 문화적 가치가 생긴 것이 아니다. 영상시대의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특성이 효율적인 정보전달이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 만화 형식을 부분적으로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문화 예술적 측면에서도 만화계 자체의 역량이 자생적으로-오랜 기간 시민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축적된 것이라기보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대 예술 장르들이 서로의 특성들이 엉기는 형식 딜레마에 빠지면서 만화의 비문화적 요소들조차 그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실적 상황에서 볼 때 영상산업에서 대외 경쟁력을 그나마 갖고 있거나 가질 수 있는 만화, 애니메이션, 뉴 미디어뿐이라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영상물 수출의 95퍼센트가 만화영화-1994년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영상산업 발전 민간협의회). 그러나 대개가 선진국들의 하청 산업으로 노동 집약적 특성을 갖고 있고 기획, 창작, 유통 노하우의 축적이 유보되어 있는 지금, 올바른 만화 관련 작업의 문화적 위상 정립을 위해서도 위에서 지적한 부분들에 대한 성찰과 보완은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만화 붐은 공짜로 주어진 이익처럼 거품 현상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은 좋은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없는 공학적 기술이나, 또 이를 패키지 디자인화하지 않은 유통 노하우든지, 또 이를 뒤집어서 생각할 수 있는 그 어떤 경우라도 성공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적이고 유기적인 분야이다. 그런데 이 유기적인 상황에서 공학적 기술의 문제나 유통 노하우는 구조적 세계 시장 논리의 지배를 받는다(정책의 효율성 여부를 감안하더라도). 그러나 아트워크는 아이디어 산업 어쩌구하는 고부가가치 영역 그 자체이다. 이는 교육과 약간의 포상시스템, 그리고 관리로서 다른 산업의 이윤 순환 시스템을 훨씬 앞질러 극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21세기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의 시대 상황과 이에 걸맞은 효율적 제도 정착의 점검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어떤 시대와도 구별되게 아트와 테크놀로지가 밀접하게 엮어져 있는 이 시대의 특성을 훑어볼 때, 기술의 발달 속도가 20세기만큼 가속되고 빨랐던 적은 없었다. 후기 산업 사회로 정의되는 20세기 후반의 정보 기술 혁신은 19세기의 산업 혁명이 그랬던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질과 양의 변화를 야기했던 것이다.
컴퓨터 발명을 중심으로 한 뉴 미디어의 기술 발달은 산업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였을 뿐 아니라 인간 삶의 제반 영역의 위상에 변화를 일으켰고 그것은 인간의 의식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과학 기술의 발달에 불과했고 인간 자체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원시와 농업시대로부터 손과 발을 대체하는 기계산업시대까지 이르는 기술의 발전은 20세기 전반까지로 일단락 되었다. 20세기 후반의 과학 기술이 갖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는 그것이 이제는 인간의 두뇌기능을 대체하여 하고 있다는 점이다.
■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각된 만화 관련 사업들
소위 후기 산업사회 산업에서 결정적인 특징은 뉴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시장이 결정에 따른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과학이 산업에 대해 선도적 역할을 했지만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는 시장이 상품의 발전과 도태를 결정하며 테크놀로지는 시장 논리에 전적으로 종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각종 기기 산업 발전이 그 기기에 소요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 보급에 종속되는 경향으로 전개되고 이는 앞서 말한 유기적 상황의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디자인과 패션의 비중이 증가하고 비디오 아트라든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이 촉진되는 것이다.
국가별 애니메이션 비디오물 수입 현황
연 도 |
국내제작 |
국 외 제 작 |
계 |
|||
미 국 |
일 본 |
기 타 |
소 계 |
|||
1990 1991 1992 1993 1994 계 |
11(6%) 10(5%) 18(9%) 25(14%) 4(2%) 68(7%) |
94(47%) 93(51%) 44(23%) 35(19%) 59(34%) 325(35%) |
65(35%) 61(33%) 106(54%) 109(59%) 100(57%) 441(47%) |
29(14%) 19(11%) 27(14%) 14(8%) 13(7%) 102(11%) |
188(94%) 173(95%) 177(91%) 158(86%) 172(98%) 868(93%) |
199 183 195 183 176 936 |
이전에는 과학이 경제산업 발달에 기여했다면 뉴 미디어 시대의 과학은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게 되었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하여 전에는 분리된 것으로 인식되었던 제반 분야들이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된다. 즉 경제산업 분야, 문화예술 분야, 정보통신 분야 등의 상호연관성, 의존성이 보다 밀접해진 것이다. 영역들 간의 통합화 현상은 국제적인 전 지구적인 특성을 띄고 있다. 즉, 한 국가 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뉴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동일한 관심사의 생활권, 문화권, 경제권으로 재편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정보미디어(컴퓨터, TV, PDA, Videophone 등)의 발달과 통신네트워크(Internet, PSTN, Wireless, Cable 등)의 발달, 정보(지식, 학문, 보도, 예술창작물, 오락물)의 발달로 인하여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의 국가간 교류는 계속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 구도로 문화적 경박성, 부정적 교육환경의 대명사로 불리던 만화 관련 작업은 영상 시대, 정보화 사회로 불리는 이 시대에서 오히려 고부가가치 산업, 효율적인 시각적 정보전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고 어린이 학습물, 장난감, TV 등의 수단으로 아동 및 청소년의 교육 문화 환경으로도 중요한 부분을 점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복제 만화와 무분별한 외국 애니메이션 영화 수입 및 시장지배로 인한 외세 지향적 감성 주입의 온상이 되고 있고 영상, 출판, 팬시 등 각 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상업적 영향 등 문제점도 여러 방향에서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중 외국 애니메이션 영화수입 및 시장 지배 상황은 상업적, 문화적으로 매우 심각한데 우선 매일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방영해야 하는 공중파 방송이 자체 제작 물량 절대 부족으로 애니메이션 방영물량의 대부분을 외국 제작사의 작품에 의존하고 있다(극장용 90분 장편 만화영화 한 편의 수입단가가 평균 260만 원인데 비하여 국내 제작 시 1억 6천만 원에서 2억 5천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또 비디오물 시장에서도 외국 애니메이션의 지배는 절대적이며 특히 일본 제작물의 수입물량이 늘고 있다. 실제 대여율을 조사해 보면 일본 비디오물의 시장 점유율은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일본산 애니메이션은 제작단가를 최소화하여 경쟁국보다 저렴한 가격 대를 제시하는 실정).
앞서도 말했듯이 애니메이션 영화가 주로 아동, 청소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아동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 올바른 정서함양에 위험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이는 이미 20년 이상 지속된 상황이다. 일본문화의 난잡한 성문화가 여과 없이 안방으로 침투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상하게 건강하고 예술적인 영화는 제외되고 로봇, 섹스 심벌 등 관련 상품과 연결될 수 있는 것만 들어옴으로서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청소년의 선호도가 증가함은 곧 일본상품에 대한 구매력 증가와 일치된다. 이는 국가적인 문제이나 영리적 목적에서 대안보다는 오히려 그 규모가 확대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만화 영화 즉 애니메이션은 2, 3차적 활용도의 개발과 개척 여하에 따라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잠재된 분야임에도 국내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수입업자만 호황을 누리는)로 다른 산업 분야와의 연관성이 매우 취약하여 이윤의 재투자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다. 또 출판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의 상호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산업의 불활성화, 또는 폐쇄성으로 인해 캐릭터와 팬시 산업 등 연관 산업도 발전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다시 자본의 투자 의욕을 미약하게 만들어 제작 판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영상 산업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함께 대기업의 애니메이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진 1994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태동하고 있으며 이에 또 선진인력의 발굴과 개발, 자원의 확보와 함께 정책적 지원, 정보 차원의 보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만화의 집(가칭)개설, 테마 파크 건립 계획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는데 만화계 자체의 결집력 부족과 행정 주체의 전문성 결여가 섣부른 외국 모델 지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지정학적, 또는 대중 문화적 상황은 미국, 일본 같은 대중 문화 대국의 직접 폭격권내에 있으며 그 영향은 빠르고 막강하여 전면 개방의 길도 멀지 않다. 대형 영화의 전면 승부가 가져올 비극은 이미 몇 번의 시도에서 처절하게 드러나고 있고 뉴 미디어, 팬시, 방송용 등 유격전 형태의 치고 빠지기 상품(아기 공룡 둘리)의 효율성이 그나마 낙관적 단초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업의 유지, 확대, 발전을 위한 정보, A/S센터는 이념적 구심점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터이다.
그리고 청소년에게 이러한 분위기를 고취하기 위해서 그들을 대상으로 한 뉴 미디어, 즉 컴퓨터를 사용한 1인 제작 애니메이션의 공모 및 포상은 지금 같은 하드웨어 상황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그 비용도 대형 영화의 스폰서 모집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아도 충분히 유지 가능한 것이다.
■ 만화계 발전을 위한 자기 성찰과 문화적 교류 나누어야
CATV에서 애니메이션 전문채널(투니버스)의 등장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 중요한 통로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아직 CATV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적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 관망 하에서 CATV의 의무 방영비율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을 활성화시키고 창구를 다양화함으로써 제작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데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젊은 인력의 제작 기회 부여를 공중파 방송과 함께 맡을 구체적 제도 정착을 모색하는 것은 결국 그들 자신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에 관하여 또 하나 1995년에 개최된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의 성공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존인식을 개선하는데 크게 작용하였다. 또한 각 대학에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신설한 것도 기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국제만화 페스티벌의 성공은 관객 동원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고 신속하고 저돌적인 행정 편의주의의 건재를 훌륭히 증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온 가족이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얼마나 있는가 ? 만화 페스티벌은 가장 이에 부합할 수 있는 조건이 많은 행사이다. 그리고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모두 현실과 공상을 넘나드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이러한 것의 창출은 만화를 그리거나 애니메이션 원화, 동화를 그리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다. 만화계 자체를 위해서도 디자이너, 문학가, 영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과 협력이 필요하고 자기 성찰을 위한 문화적 교류를 나누어야 한다. 그러한 과도기를 지나야 만화는 진정한 문화적 성인식을 치를 수 있다. 다른 예술 분야가 흔히 그러하듯 자화자찬의 심포지엄이나 권력의 주례사는 공허한 여운만 남길 뿐이다.
스스로 만화의 집이나 테마 파크를 꾸려나가고 수고하는 당국자들과의 효율적인 협력을 위해서도 광범위한 아트워크의 전문성을 교류를 통하여 수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만화계는 충분한 탄력성을 지녔고 그것이 타 분야에 대한 강점이다.
그리고 인력 양성의 측면에서도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갑자기 세계 최다의 만화학교 보유국이 되어 버렸다. 물론 교육 개방을 앞두고 특성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대학들이 '전망이 있다'는 만화과를 설립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양과 질은 엄연히 구별되는 것인데 우리는 결국 양을 택한 느낌이다. 제 밥그릇은 제가 타고난다고 자식을 많이 낳던 우리의 가난한 시절이 생각날 지경이다. 그 단적인 예로 일반 학교는 일단 제쳐두고라도 정부에서 복합적이고 획기적인 예술진흥을 위해 만든 '한국 예술 종합학교'조차 실기실이 없어 가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할 형편이다.
또 엄청난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전문 컴퓨터 그래픽 장비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정보센터는 업자를 통하지 않고는 얻을 길이 없다. 그 엄청난 가격의 장비가 가격 상승, 하락의 속도도 변화무쌍한데 도대체 고부가가치의 창출과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이 분야에서 정보를 얻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PC 통신은 거의 중고생의 장인데, 전문 아트워크의 고급 정보는 누구를 위해 이렇게 꼭꼭 감추어져 있는가 ?
■ 차세대 중심 산업으로 각광받게 될 만화 영상 산업
세계적으로 만화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극영화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는 극영화에 비해 산업적 연대, 즉 출판, 영상, 팬시 제조업 등의 산업 파급 효과 연결고리가 월등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로 대변되는 미국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극영화 즉 일반영화와의 직접 경쟁에서 만화영화가 흥행에서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1993). 팬시 등 상품 판매에서 이러한 조건이 잘 활용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일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자본의 문제를 상정하는데, 대자본이 유입되지 않는 시장의 상황에서는 국내 작품으로서 국제 경쟁력 있는 대작이 창작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획의 부재임을, 그리고 그에 따른 연구와 학문적 기반에 의한 경영전략의 부재임을 인정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절대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영화만을 가지고 기획하고 또 그에 따른 제작의 경제적 손익계산을 결정하는 것은 시작부터의 오류인 것이다. 즉 애니메이션은 경쟁력 있고 시장 테스트가 완료된 원작(캐릭터와 시나리오가 이미 대중에 선보여진)을 가지고 체계적인 기획력과 상품 메커니즘의 확대로 자본을 축적하여, 이미 개봉 전에 제작비 수준은 이익으로 환원이 완료된 상황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 것이다.
결국 하청 애니메이션, 즉 외국의 오더에 따라서만 작업해 온 단순작업 관행의 후유증으로 창의력 전개의 경험이 없고, 또 성공한 출판 만화의 원작을 갖고도 상품 메커니즘의 효율적인 전개와 이의 합리적인 디자인 프로세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특성(그림+소리+움직임)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미숙함으로 실패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 CD-ROM 등 복합 영상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법 등 모든 사업 분야에 애니메이션 기법이 다양하게 접목되어 애니메이션이라는 개념은 단순한 만화 영화만을 지칭하는 말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로부터 파생되는 문화산업은 비단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의 한 장르로 독립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므로 만화계의 모든 역량들이 이러한 특성에 주목하지 못한다면 이전에 만화계가 받았던 문화적·사회적 천시를 요즘 같은 일종의 거품현상 뒤에 다시, 훨씬 처절한 형태로 겪게 될 것이다. 이전부터 만화영화가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교육적 측면은 물론 디자인, 문학, 음악, 과학 등 각 분야와 연계되어 있어 그 비중이 실로 거대한데도 이에 상응한 문화적 대우를 받지 못했고 일러스트레이션, 또는 캐릭터 디자인 등의 이름으로 디자인의 조그만 분야로서 인정받았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그러나 어떻든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파생되는 캐릭터 산업, 게임 산업 등은 차세대 중심산업의 하나이고 결과적으로 컴퓨터 산업발전의 모체가 될 것이 분명하다.
■ 심의 기준 개선 등 문제 해소 방안 검토를...
범위를 좁혀 디즈니류의 만화영화 자체만 보더라도 우리의 현실과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아트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영화법 변천에 따라 문화영화로 때로는 영화 제작업으로 그 구분이 애매모호하고, 우리나라 만화영화의 제작허가 자체는 문화영화 허가로 받아야 하는 반면에 외국의 만화영화는 일반 극영화로 수입허가를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만화영화는 우리나라 영화로 둔갑하여 20년 이상 우리나라 3대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되어 왔고 후발 SBS도 이를 쫓고 있다.
이는 이미 심대한 후유증을 수반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심각한 것은 일본 문화를 청소년의 의식 속에 주입시키는 것이다. 이미 일본 캐릭터들은 우리의 주인공이 되어 있고 숱한 우리의 출판 만화들은 이들과 너무 닮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만화 행사 관련 후원자들이 이 일본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 상품을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고 있다.
미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만화영화는 상품 판매를 위한 지속적인 이미지 광고를 한지 오래이다. 56편, 즉 2년 이상 방영될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의 판매는 보장된 수익 그것자체이다.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이런 영화 일변도로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조장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농구 만화의 성공이 스포츠의 인기 판도를 바꿀 정도로 영향력이 큰 시대인 지금, 일본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그린 주인공에 우리의 이름을 붙여서 이익을 창출하면서, 공식 행사에서 개방 시대의 우리 만화의 살길을 논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또 방송사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 중심적인 기획의 주도권을 점유하게 됨에 따라서 그러한 애니메이션의 상품화 권이 편향되어, 기존의 스토리를 만들어낸 작가에게는 저작권의 해당 분이 전환되지 않고, 최소한의 원고료만이 초판에 지급되며, 따라서 연계된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에 있어서도 그 지적 소유권한이 보장되지 않는 자본의 의도적 편중도 또한 나타난다.
이러한 만화 상품화 권 메커니즘의 원인은 만화 상품화에 투자되는 자본의 구조에 있어서 만화제작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무하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만화가가 투자하지 않고 상품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합작으로 투자하여 제작함으로, 만화가는 완성된 상품에 있어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이러한 논리에 의해 만화가는 지속적으로 자본의 영세성을 반복하게 되고, 초판의 대량생산에만 집중하게 되어, 작품성에 있어서는 투자하는 비율이 감소한다. 그러므로 결국은 전체적인 소프트웨어 질의 수준은 저급화되어가며, 국제 경쟁력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악성 연결고리지만 특히 만화계가 가져왔던 그간의 정치적 사회적 위상을 생각할 때 그 처절함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귄위 지향적인 사회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보이는 막강한 힘을 생각해 보라.
국가별 애니메이션 비디오물 수입 현황
구 분 |
캐 릭 터 명 |
수 익 금 |
해외 캐릭터 |
배트맨 드래곤 볼 스누피 |
10억 원(91년) 4억 원 5억 원 |
국내 캐릭터 |
아기공룡 둘리
날아라 슈퍼보드 |
3억5천만 원 (10년간) 1억 원 |
이러한 사회 문화적 배경 아래 이루어진 비전문가들에 의한 획일적이고 비민주적인 심의기준은 개선되어야 한다. 만화가, 애니메이터들은 학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나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최소한 다른 법조인이나 사회활동가들 만큼은 보장받아야 한다. 특별한 우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균등한 기회를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출판 만화나 만화영화는 청소년 유해매체 및 어린이용이라는 고정관념이 상존 하여 이는 바로 창작의 다양성 및 질적 향상의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해악한 모든 만화의 책임 회피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문화예술의 모든 분야에 해악한 아류의 존재는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간행물 윤리위원회(만화)/공연 윤리위원회(영화/비디오)등의 심의 기구는 민간자율기구에 의해 수행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심의 내용 자체도 연가, 중가, 불가등 등급을 세분화(비디오의 경우)하고 동일작품의 경우, 최초 영상심의시 각 매체별 등급을 일괄적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일본 만화 영화의 경우에서 언급하였듯이 고질적인 심의에 관한 문제인 일관성 상실과 불합리성, 심지어는 뇌물부조리 의혹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의 해소방안을 공개적으로 재검토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위에서 살펴 본 모든 문제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균등한 기회로 성찰되는 자체가 우리의 미래로 나가는 첫걸음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