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전북




김은정 / 전북일보 기자

마을 풍물굿 전통 찾기-남원 도산 마을에서 열린 화남좌도 정월대보름 굿

한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풍요굿판이 농촌의 마을현장에서 열렸다.

1997년 호남좌도 정월대보름 굿. 대대로 내려온 전통마을 공동체 놀이인 정월대보름 굿이 진정한 놀이문화의 멋과 흥취를 잊고 사는 도시 사람들까지 불러모아 걸판진 잔치를 벌렸다.

호남좌도풍물굿 보존연구회(회장 김재욱)가 마련한 이 굿판은 마을사람들이 손님들을 맞이해 벌인 새해맞이 정월대보름 굿, 전통마을 굿의 원형인 호남좌도풍물굿의 재현과 함께 어우러지는 푸진 가락과 신명으로 한해를 힘있게 열어 재쳤다.

호남좌도풍물굿의 원형을 오롯이 지켜온 쇠잡이 명인 양순용씨, 16일 오후 1시부터 남원시 주생면 도산 마을 일대에서 열린 이 굿판은 지난 1995년 급환으로 작고한 그의 치열했던 풍물 사랑의 삶과 정신을 추모하는 젊은 제자들이 스승이 앞장서 해마다 열어온 「호남좌도 정월대보름 굿」의 맥을 이어가는 의미가 담겨있는 자리였다. 호남좌도 굿의 뿌리인 임실필봉 농악을 끝까지 지켜 오늘에 그 탄탄한 맥을 내려놓은 쇠명인 양순용씨의 풍물과 함께 한 외길 인생이 전통놀이 문화의 오랜 단절을 접목시키는 걸음이 된 것. 양순용씨의 아들이자 국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젊은 굿패 양진성(31)씨를 비롯 양순용씨의 가락을 거쳐간 전국 각지의 수많은 제자들이 중심이 된 호남좌도풍물굿 보존연구회가 꾸린 이 굿판은 여기저기서 이름만 내세워 펼치는 얄팍한 풍물판과는 다른 마을 굿의 원형을 고스란히 재현, 그 진정한 신명과 놀이의 생명력을 고루 나누어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반적인 공연무대나 보여주기식이 행사가 아니라 해체되어 가는 우리의 마을을 지켜 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우리의 놀이, 우리의 굿으로 기획했다는 것이 보존회의 설명. 이날 굿판은 오후 1시 터울림과 길놀이를 시작. 문 굿-당산 굿-마당밟이-앞 굿 뒷 굿으로 이어지는 판굿과 달집태우기-뒤풀이까지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풍물의 흥과 신명으로 채웠다. 호남좌도 정월대보름 굿의 절정은 판 굿, 큰굿을 칠 때는 언제나 큰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풍물성원들의 푸진 가락과 다양한 진풀이, 그리고 구성진 구경꾼이 합세하는 대동놀이가 펼쳐지는데 이것이 판 굿이다. 이날 마을 굿 판 굿은 앞 굿과 뒷 굿으로 나누어 진행. 앞 굿에서는 호호굿, 풍류 굿, 방울진 굿, 미지기영산 굿, 가진영산 굿 등 1채 굿부터 7채 굿까지, 뒷굿 에서는 춤 굿, 노래 굿, 등지기 굿, 수박치기 굿, 군영놀이, 도둑잽이 굿, 탈머리 굿이 이어지는 대동 굿을 치면서 새해를 맞는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모처럼 휴일을 맞은 가족 단위 관객들이 찾아와 도산 마을을 가득 채웠다.

현대무용단 사포 11년 활동 결실 모은 작품집 발간

서울 중심의 공연활동 벽 허물기 11년. 전북의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신용숙)가 그 동안의 활동 면면을 모아낸 작품집을 냈다. 지난 1985년에 창단, 지역문화 풍토의 열악한 여건을 무릅쓰고 꾸준한, 그리고 열정적인 활동으로 지방 예술단체의 모범을 보여온 사포가 창단 12년째를 맞는 1997년 새해에 내놓은 작품집은 사진으로 담아낸 흔적이자 결실이다.

전북 가림다 무용단으로 출발해 1991년 현대무용단 사포로 이름을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는 사포는 이제 지방의 현대무용단으로서의 틀을 벗은 지 오래. 그 증거(?)는 이번 작품집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창작 춤 「어느 해 어느 날」과「공해풀이」로 창단 무대를 시작, 지금까지 11회의 정기공연을 비롯하여, 야외춤판과 소극장기획공연, 각종 페스티벌 참가 및 초청공연 등 80회가 넘는 무대를 올렸던 사포의 활동은 새삼스러울 정도로 풍성하고 활기가 있다. 사포의 대표작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작품만도 20여 개 「거울 속의 가드맨」,「그들은 꿈꾸고 있었다」,「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진혼곡」,「가끔씩 그 소리가 들렸다」,「그 해 오월」,「다시 핀 그대에게」,「취한 배」,「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9월의 신부」등이 뒤를 잇는다. 사포의 작품이 갖는 특징은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성찰, 대부분의 작품이 이러한 주제를 농밀하게 실어내고 있다. 자연히 내면세계를 묘사하는 분위기가 부각되면서 시적인 이미지가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사포의 몸짓 언어 확장 의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역사와 오늘의 상황에도 그들은 눈을 돌린다. 그러한 작업의 본격적인 시도는 1980년대 중반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무용단의 사포의 경력은 현재 예술감독으로 있는 원광대 김화숙 교수의 예술정신이나 삶의 장정과 그 궤적을 함께 한다. 이미 한국 현대무용사에 적잖은 발자취를 남긴 '김복희·김화숙 현대무용단'으로 1970년대부터 우리 무용사에 새로운 물결을 실어냈던 김화숙 교수는 원광대 무용학과에 재직하면서부터 갖게 된 전북지역과의 인연을 '전북 가림다 무용단' 창단과 오늘의 '현대무용단 사포'를 만들어 내는 결실로 이어냈다. '김복희·김화숙 무용단'이 서로 독립, 별개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그는 무대를 과감하게 떠나 무용교육자로서의 길을 택했지만 그의 예술정신은 현대무용단 사포를 통해 고스란히 발휘되었던 셈이다.

현대무용단 사포의 역할은 현대 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을 높이고 공연예술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점 말고도 무용수들의 꾸준한 발굴에서도 찾아진다. 이제 30대 중반의 가장 왕성한 창작활동의 시기를 맞고 있는 강형숙, 신용숙을 비롯하여, 전북 무용계 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 춤의 영역에서 한몫을 해나가고 있는 역량 있는 젊은 세대 춤꾼들은 그 결실이다. 이번 사포가 펴낸 작품집은 20여 작품의 장면 장면을 포착한 사진작품과 그 작품들에 대한 비평, 연보, 그리고 사포를 꾸리고 있는 식구들의 면면이 잘 정리된 사진집이다.

현재 현대무용단 사포는 김화숙 교수를 예술감독으로 강형숙, 신용숙, 황경숙, 최병용, 김옥, 박진경, 박순옥, 김창안, 오미선, 김자영, 이은희, 정경화, 이현승씨가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작품의 대본을 맡아 공동 작업을 해온 한혜리씨(경성대 교수)가 사포의 활동을 도와 조명의 김종호씨, 사진의 손규정씨가 사포의 이력을 함께 하고 있다.

공동체 놀이마당 신명 전한 작은 문화축제

전통의 생활문화를 어우르는 전승민속놀이 한마당이 시민들을 초대했다. '눈그림 6백년' 기획전으로 전국적인 관심과 함께 이번 U대회 문화행사 중 가장 큰 의미와 성과를 평가받은 국립전주박물관이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23일까지 작은 문화축전을 기획,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놀이마당을 선사했다. 특히 2월 1일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는 문화·예술·체육이 어울리는 잔치로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박물관 강당과 뜨락에서 펼쳐진 이 행사는 국립남원민속국악원의 민속음악 연주회와 천 년 전통의 무예 택견의 물 흐름 율동을 주제로 한 시연, 전북대 풍물패 연합 '땅의 소리'가 펼치는 풍물 한마당, 그리고 장승과 짐대 세우기 등의 전통 문화 마당이 뒤를 이었다.

국립민속국악원이 전주에서 모처럼 가졌던 민속음악 연주회(오후 2시 박물관 강당)는 우리 전통 음악의 진수를 보다 가깝게 감상할 수 있었던 기회. 산조합주와 가야금 병창 「호남가」,「춘향가중 사랑가」, 유영애의 판소리「심청가 중 황성 올라가는 대목」, 박광자의 「살풀이」춤, 남도민요와 사물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속음악과 춤이 관객들의 신명을 불렀다.

특히 이날 관심을 모았던 행사는 장승 제작과 장승 세우기, 충남 연기군 소정면 대곡리 한절골 장승제의 제관 박학규 서원홍 민태을 박종근 이창호씨가 참여한 장승 짐대 세우기에는 오랜 동안 장승제를 보존해 온 한절골 사람들이 직접 산진제를 올린 소나무로 장승과 짐대를 만들어 세우고 축원을 비는 행사를 통해 관람객과 함께 우리 민속문화를 체험하고 공동체 정서의 의미를 오늘에 되살려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박물관 뜨락에는 수십 개의 모닥불이 지펴져 마을 잔치와 같은 훈훈함과 신명을 돋우었으며 호남좌도 풍물굿패(대표 양진성)의 뒤풀이 마당이 겨울밤 흥을 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