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화기행

인터넷을 뒤덮은 'X-파일' 열기




곽동훈 / 문화비평가

네티즌들이 좋아하는 최고의 드라마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X-파일」이다. 그리고 「X-파일」이 시작된지 벌써 5년째에 접어들지만 인기는 여전히 하늘을 찌른다. 현재 인터넷에는 800개가 넘은 'X-파일'소개 사이트가 있으며, 주요 등장인물들의 비공시 unofficial 홈페이지들과 「X-파일」만을 주제로 하는 채팅실, 「X-파일」관련 게임과 농담들이 전세계 네티즌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 인기의 실체「X-파일」이란 무엇인가? 아직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보자. 「X-파일」은 미국의 20세기 폭스 TV에서 제작, 매주 일요일 밤 방영하고 있는 시리즈물의 제목이다(1, 2 시즌에는 금요일 밤 방영). FBI요원인 폭스 멀더(데이빗 듀코브니)와 데이나 스컬리(질리언 앤더스)가 UFO, 연쇄살인, 초능력, 심령과학, 흡혈귀 등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기괴한 사건들(그래서 미해결, 설명불가의 X-파일로 분류되곤 하는)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골격을 이루는 이 시리즈물은, 1993년 가을 첫 선을 보인 이래 각 시즌별로 20∼25개 분의 드라마가 이미 방영되었고 현재 미국에선 4시즌의 마감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3월 17일부터 4시즌의 에피소드들이 방영되고 있다.

애초에 「X-파일」은 무명배우, 무명의 프로듀서, 촉박한 촬영기간에 맞춰 만들어진 전형적인 저예산 드라마였다. 프로듀서 크리스 카터는 내세울 만한 경력이라곤 서핑 잡지의 편집자 정도였고, 남자 주인공 데이빗 듀코브니의 명성은 세미 포르노물 「레드 슈 다이어리」의 나레이터 역에서 온 것이 고작이었고, 여자 주인공 질리언 앤더슨으로 말하자면 글자 그대로 완전 무명의 신인이었으니 말이다. 미국 내에서 가장 시청률이 저조한 금요일 밤 시간대에 편성되었던 것만 보아도 20세기 폭스사 역시 「X-파일」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X-파일」은 사상 유례가 없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처음 X-파일에 열렬한 반응을 보여준 이들은 지식인, 대학생 등의 젊은 시청자 층이었다. 그들은 매주 금요일 한 시간 동안 맛보는 짜릿한 공포와 서스펜스, UFO 신드롬을 자극하는 거대한 음모의 드라마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매료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X-파일」의 열기는 하나의 인터넷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열성적인 네티즌들은 인터넷이라는 국제적인 통신망을 통해 전 세계에 「X-파일」의 이름을 알리고 이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의 드라마에 대한 세밀한 감상과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두 주인공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 시리즈의 창안자이자 수석 프로듀서인 크리스 카터에 대한 질문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X-Phile(X-파일 애호가쯤 되는 뜻)이라 칭한 네티즌들은 자신이 직접「X-파일」의 시나리오를 써서 인터넷에 띄우고, 제작진들과의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으며, 월드와이드웹에 수많은 '비공식'「X-파일」페이지들을 올려놓았다.

이렇게 「X-파일」의 열기를 주도한 네티즌들의 뒤를 따라 언론들도 눈을 둥글게 뜨고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러한 평가가 잇따랐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컬트 드라마의 탄생!!!

네티즌들의 열기에 뒤이은 매스컴의 찬사, 그리고 입소문과 호기심에 힘입어 이 드라마의 미국내 시청률은 급격히 상승했다. 금요일 밤, 무심코 잠자리에 들던 중년층도 데이트하러 나가던 청소년들도 자기집 거실에 앉아「X-파일」을 보기 시작했다. 굳이 밖에 나가야 할 경우라면 팬들은 비디오의 예약녹화 버튼을 잊지 않았다. 눈치 빠른 폭스사는 3시즌 방영을 시작하며 마침내「X-파일」에 일요일 저녁 골든타임을 내주었다. 또한「X-파일」은 전세계 60개국으로 팔려 나가 전세계에 수백만의 시청자를 생산해 냈다. 「X-파일」에 등장했던 소품들이 최고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팔려나가고, X-파일 관련 서적들이 쏟아지며, 팬들은 그들의 우상인 멀더와 스컬리가 드라마상에서 내뱉은 말들을 경구처럼 외우고 다닌다. 특히 "아무도 믿지 말라 TRUST NO ONE"나 "진실은 저밖에 있다 TRUTH IS OUT THERE" 등의 말은 현대의 새로운 격언으로 자리잡았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무리「X-파일」의 매니아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70여 편이 넘게 방영된 시리즈를 모두 본 사람은 드물 것이며, 특히「X-파일」의 인기가 지금처럼 치솟지 않았던 초반부의 에피소드들을 놓친 팬들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리즈물에서 앞서 일어났던 일들과, 등장인물들의 배경 등이 궁금하다면 인터넷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X-파일」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의 폭과 깊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인터넷에는 이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처치 곤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선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을 원한다면 20세기 폭스사의 공식「X-파일」홈페이지에 들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곳에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프로필, 각 에피소드들의 줄거리, 비하인드 스토리 등 그야말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정보들이 쌓여 있으므로 드라마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국내 미방영분에 대한 정보까지 구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궁금한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공식'홈페이지는 역시 어딘가 딱딱한 구석이 있다. 기본적인 정보는 있지만 아무래도 '그 이상'의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이를테면 주연배우들인 데이빗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에 대한 정보를 더 구하고 싶다면 이 배우들의 '비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면 된다. 그들의 고향이 어디인지, 어떤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는지, 그리고 키가 얼마이고 눈 색깔이 어떻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정보까지도 모두 알아낼 수 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오늘의 방영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비평을 보면 된다. 현재「X-파일」을 리뷰 하는 페이지로 가장 권위 있는 것은 Munchkyn을 ID로 쓰고 있는 사라 스티걸이라는 네티즌이 만든 것이다. 그녀는 거의 매주 빠뜨리지 않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에 대한 감상과 분석을 올리는데, 「X-파일」의 창안자이자 수석 프로듀서인 크리스 카터도 매주 그녀의 리뷰를 검토한다고 한다.

「X-파일」은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을 반영하고 있는 어둡기 그지없는 드라마이지만 좀 더 가벼운 기분으로 즐기고 싶다는 팬들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떤가. 당신이 직접 「X-파일」의 주인공 FBI 요원 폭스 멀더가 되어 초자연적이고 괴이한 사건을 수사해 보는 것이. 가능하냐고? 'X-파일 어드벤처 게임'에 참여하면 최소한 '가상현실' 속에서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순전히 장난끼에서 유래한 것인만큼 진지하고 무시무시하다기보다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X-파일 드링킹 게임' 역시 네티즌들이 만들어 낸 기상천외하고 엉뚱한 게임의 하나로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X-파일」을 보면서 술먹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규칙은 간단하다. 여러 명이 함께「X-파일」을 시청하면서 이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상황들과 아주 가끔씩만 등장하는 상황들에 따라, 그 빈도가 낮을수록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 예를 들자면 '시가렛 맨' 이 담배를 물면 한 잔을 마시고, 스컬리의 가족 중의 한 사람이 나타나면 두 잔, 주인공 중 한 사람이 다치면 세 잔, 이런 식이다.

이런 잡다한 유행까지 만들어 낼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는 「X-파일」이지만, 정작 그 제작사인 20세기 폭스사와「X-파일」의 창안자 크리스 카터는 최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스캔들 때문에 원성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은 20세기 폭스 TV는 다시 한 번 크리스 카터를 내세워 새로운 시리즈 물「밀레니엄」을 방영하기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의 공식 홈페이지가 인터넷에 오르기 전에 길 트레비조라는 대학생이 먼저 비공식「밀레니엄」페이지를 만들어 올림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동안 앞서 말했던 800개가 넘는 '비공식'「X-파일」홈페이지를 방관해 왔던 20세기 폭스사와 크리스 카터가 이번에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그 학생의 인터넷 계좌를 폐쇄하겠다고 협박했고, 그는 자신의 사이트가 상업적인 목적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해명도 해보았지만 결국 스스로 비공식 홈페이지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일단 굴복은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지「X-파일」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 결과 엄청나게 몰려든 항의 메일들 때문에 20세기 폭스사의 메일 서버가 다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인터넷에는 수십 개의 '「X-파일 / 밀레니엄」항의 사이트'들이 네티즌들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의 어두운 측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