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허영선 / 제민일보 기자
수중사진작가 고 이성환씨 사진 기증 화제
'청색으로 흘러내려간 생명체를 찾아 나의 몸을 던져 보면 그곳은 오묘한 색과 모양,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었고 그 생명의 참모습들은 내 마음에 충만함으로 다가온다' 최근 제주에서는 살아있는 동안 바닷속 신비의 세계를 누비며 온몸으로 영상에 담았던 한 젊은 수중사진작가의 삶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94년 제주도에서「청색의 화산도」란 이름으로 첫 수중사진전을 열어 이목을 끌었던 사진작가 고 이성환씨가 그다.
최근 동생 성예씨가 지난 1995년 3월 지병인 간암으로 40세에 세상을 떠버린 오빠의 작품들을 모아 보관해 오다 슬라이드 필름들을 제주도 민속자연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기증필름은 도감자료 932점, 창작부문 879점, 마이크로필름 54점등으로 모두 2천 580점, 제주 바닷속 비밀을 캐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바다 속의 색깔, 바다고기, 산호, 말미잘, 어류 등 각종 해양생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바다의 부채뿔 산호, 쏠배감펭, 연산호, 금빛 나팔, 뿔산호 등 희한한 바다생물의 다양한 세계화 해녀 작업모습,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있는 모습 등 바다 속 생명체를 환상적으로 드러낸다.
이씨는 생전에 사진 한 컷을 건지기 위해서 36컷짜리 필름 2통 정도를 소모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유독 바다에 대한 사랑이 컸다. 1990년 제2회 한국수중 사진대회 표준 부문에서 은상, 1992년 제1회 한국수중사진공모전 도감부문 동상 및 창작부문입상, 1993년 한국수중사진촬영대회 대상, 제3회 한국수중사진공모전 창작부문 금상을 수상했던 수중사진작가였다.
1백∼2백 미터에 걸쳐있는 서귀포 문섬 일대의 산호병풍의 아름다움은 세계적이라고 평소 말했던 이씨의 꿈은 수중생물을 갑각류, 희귀종, 미기록종으로 나눈 주제별 사진전과 바닷속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기증자인 성예씨는 '바다 속 비경을 탐구하던 오빠의 유작들이 사장되지 않고 빛을 발하게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 박물관에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오는 6월 특별전으로 이씨의 수중사진 유작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1회 대한민국환경사진전 및 '새봄-남몰래 피는 꽃' 전시회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사진가 연합(이사장 육명심)이 '이 땅이 아니라면 어디에서'를 주제로 내건 제1회 대한민국 환경사진전이 3월 6일부터 11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 땅의 환경실상을 생생히 영상에 담아낸 이번 작품전은 전국 순회전의 일환으로 지난 2월 서울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회. 우리 환경현실을 그대로 재현, 그 중요성을 일깨운 전시회였다.
회원들이 꾸준히 준비해온 환경사진 2백여 점이 전시된 이번 작품전은 한국사진가 연합이 1995년 시행했던 1995우리 환경사진전의 작품을 모은 것.
특히 출품 규모나 그 수준에 있어 주로 환경파괴 고발에 머물렀던 지금까지의 다른 환경관련 사진전과 달리 어미 새의 사랑을 표현한「모정」등 풋풋한 정감이 깃들인 작품들도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 아름다운 환경을 영상을 통해서나마 체험케 함으로써 잘 보존시킬 것, 지속적 관심을 보여주어야 할 것, 생활속에서의 환경보존 운동을 적극 실천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제주도내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하는 등 관심을 끈 전시회였다.
제주 토종꽃을 주제로 한 그림전 열려
새봄에 제주의 토종꽃을 주제로 한 상큼한 그림전이 열렸다. 탐라미술인협의회(대표 고길천)가 한 집 한 그림 원화 걸기 차원에서 마련한 1997 탐미협 소품전. 3월 7일부터 13일까지 제주 세종갤러리에서 열렸다.
꽃그림의 실사정신을 계승하면서 산과 계곡에서 남몰래 피는 제주의 들꽃에 애정을 불어넣어 그려낸 이번 그림전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됐다.
목판화, 실크스크린, 유화, 묵화, 펜화 등으로 유채꽃, 해바라기, 인동초, 깨꽃, 찔레꽃 등 제주의 꽃 30여 점이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서귀포지역에도 문화예술 봄바람
주로 제주의 문화예술 활동이 제주시를 중심으로 펼쳐져 왔으나 올 봄부터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산남지역에도 문화예술계의 봄바람이 훈훈하게 불고 있다.
3월 들어 무용협회 서귀포 지부가 한국무용협회로부터 정식 인준을 받고 활동에 들어갔고 '서귀포연극협회'가 창립되는 등 분주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 연극협회는 서귀포를 중심으로 연극활동을 벌이고 있는 새왓, 오름, 예드르 등 현대극을 중심으로 무대화하고 있는 3개 연극 단체의 젊은 연극인 32명이 모여 탄생했다. 4∼5월중 연극협회 축하공연을 올리고 규모를 짜임새 있게 갖추는 대로 연극협회 지부 인준작업도 들어간다. 현재 예총 서귀포지부 회원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오창순 회장은 "흩어져 있는 연극인들의 규합은 공연의 질 향상은 물론 공연장이 거의 없는 서귀포지역의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연장 유치와 지역민들의 후원을 얻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창단연주회를 갖고 정식 출범한 '서귀포관악합주단'은 음악협회 서귀포지부장을 맡고 있는 양경식씨가 지휘를 맡으며 탄생했다. 전문음악인 대학생 등 32명으로 구성됐다. 연말까지 40명 단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합주단은 서귀포지역의 대표적 축제인 칠십리축제를 비롯 한라문화제, 제주국제관악제 참가 지역사회와 직장 방문 연주, 불우이웃 돕기 자선음악회 등을 통해 서귀포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기회와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제주민속유적」출간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제주도가「제주민속유적」을 출간,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 선인들의 유산이 깃들어있지만 점차 그 원형을 잃고 있는 민속유적을 기록하고 이를 보존, 학술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간됐다. 이 책은 지난 1994년 9월부터 11월까지 조사한 도내 신앙 민속유적과 생산기술 민족유적 등 두 분야로 나눠 엮어졌다.
신앙 민속유적 편에는 포제단·신당·방사탑이, 생산기술 민속유적에는 와요·도요 및 포구와 원. 소금밭이 차례로 수록됐다.
조사원들은 유교식 마을제를 지내는 포제단으로 안덕면 사계리 및 한경면 금릉리, 제주시 도평동 우도면 포제단 등 4개소를 그 대상으로 선정 조사·집필했다.
신당은 성산읍 시흥리 소재의 당을 비롯 53개소, 방사탑은 19개소가 소개됐다. 이밖에 생산기술 민속유적으로서 각각 기와, 항아리를 제작했던 와요와 도요 43개소를 비롯 포구 11개소, 원 12개소, 소금밭 4개소가 허물어져 가는 현재의 모습과 함께 수록됐다.
이 책은 포제단 및 신당 분야에는 민속연구가 문무병씨, 방사탑 및 와요·도요는 강창언씨(제주대 박물관 연구원) 포구·원·소금밭은 고광민씨(제주대박물관 학예연구원)가 조사·집필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