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혼, 그리고 불의 조화 여주 도자기 대축제
이영규 / 경인일보 기자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젖줄을 따라 기름진 들녘을 품에 안고 있는 여주는 아름다운 산하와 맑은 공기, 풍요로움과 순박한 농심이 함께 어우러져 축복이 넘쳐 나는 애굽의 땅이다. 이런 천혜의 조건을 바탕으로 여주는 도자기를 비롯하여 쌀, 땅콩, 참외, 민물생선, 금사옹기, 고구마, 표고버섯, 배 등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또한 이곳은 선현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도처에 산재하고 있어 경기도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국보 4호인 고달사지부도 등 국가 지정 문화재 25점을 비롯하여, 도지정 문화재 20점, 군지정 문화재 15점 등 문화재만도 60점에 달한다.
이처럼 전통 문화를 올곧게 간직하고 있는 여주가 지난달 8일부터 열 하루 동안 '흙과 혼, 그리고 불의 조화'를 주제로 '제8회 여주도자기대축제'를 개최했다.
이 지역 도자기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널리 홍보, 도자기를 관광 상품으로 육성, 발전시키고 전통 도자기 전국 최대 생산지로써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올해부터 전국 규모 행사로 격상돼 더욱 성대하게 펼쳐졌다.
여주군은 우선 이번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기존 6백여 대 분에 불과한 주차 공간을 관광버스 1백여 대와 승용차 1천 5백여 대 등 총 1천 6백여 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대형 주차 공간으로 개조, 이곳을 찾는 내외 관광객들의 주차난 해소에 발벗고 나섰다.
이번 축제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주도자기축제 추진 위원회도 관내 조합 가입 업체 1백20여 곳과 함께 비조합 가입 업체 4백여 곳의 협조와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테마를 설정, 함께 하는 축제 한마당을 마련했다.
또 해외 관광객 유치에 따른 관광 수입 극대화를 위해 문체부와 외무부 등 정부 관계 부처를 후원으로 끌어들이고 한국 주재 해외 공관원 2백여 명을 행사장에 초청, 범국가적 축제로 승화시켰다.
이처럼 완벽한 준비 속에 진행된 여주도자기축제는 8일 여주군 싸리산 고령토 채취장에서 풍부한 도자기 원료와 임산 연료를 바탕으로 도자기가 이 지역에서 발달하게 된 데 감사드리는 '고신제'와 도자기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여주 도자기아가씨 선발 대회'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개막됐다.
본 행사 첫날인 9일은 학생 미술전을 비롯하여, 농악놀이패 공연, 여주 농악놀이, 풍년제 개막식, 풍년 기원 무용, 풍물놀이, 쌍용거줄다리기, 횃불봉송, 도공제, 경기도립무용단 '한국춤전' 등이 다채롭게 꾸며졌다.
특히 전시 면적 2백80평 규모의 향토사료관 개관에 맞춰 이날 오전 9시30분 신륵사에서는 지역 선현들의 향토 유물 전시와 함께 문학인들에 대한 문학비 제막식도 행해졌다.
또 지난해 용인에서 처음 개최된 풍년제가 올해도 대풍을 기원하며 신륵사 주 행사장에서 열렸다
둘째 날인 10일은 제2회 청년 작가전을 비롯, 학생 미술전, 수석 전시회, 점동 농악놀이, 전국 국궁 대회, 국립 국악 관현악단 및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 공연 등이 행사장 곳곳에서 마련됐다.
전국에서 1천여 명의 궁사들이 참가, 개인과 단체전으로 나눠 치러진 제1회 국궁 대회에서는 김세훈, 하기철, 김재훈씨가 남자 부문 개인상을, 오영애씨가 여자 부문 개인상을, 강릉시 율곡정이 단체 부문에서 영예의 수상자로 결정됐다.
또 신륵사 주행사장에서 펼쳐진 서울팝스오케스트라 공연에는 1만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으며 우리에게 친숙한 무인도, 안개, 향수 등 대중가요를 비롯해 모래성, 꽃밭에서 등 동요, 영화음악 메들리 등이 연주됐다.
11일에는 10일에 이어 제2회 청년 작가전, 학생 미술전, 수석 전시회, 가남 농악놀이, 전국 사진촬영대회 및 전시회, 청소년 어울마당 등이 개최됐다.
신륵사 조경광장에서 펼쳐진 전국사진촬영대회 및 전시회에는 전국에서 사진작가 5백여 명이 참석, 자신의 기량을 뽐냈으며 작품 전시회도 열렸다.
12일은 제2회 청년 작가전, 전국 국궁 대회,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연구 발표회, 학생 미술전, 수석 전시회, 농서 농악놀이 등의 흥겨운 무대가 마련됐다.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한 지역개발 기본 방향'을 주제로 여주전문대에서 마련된 이날 발표회는 1부 주제 발표와 2부 문화재, 사적지 관람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발표회에는 전국에서 15개 시·도의 장단도 참석, 지방자치 성공과 관련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석가모니 탄생 2541주년을 맞은 14일은 제2회 청년 작가전, 학생 미술전, 금사 농악놀이, KBS 전국 노래자랑, 봉축 행사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송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전국 노래자랑에서는 지역 내 예선을 통과한 30여 명이 출연, 자신의 노래 실력을 뽐냈다.
석가모니 탄생을 맞아 특별 행사로 치러진 봉축 행사에서는 의식 행사를 비롯하여, 독경, 주지 스님의 봉축사, 국회의원과 군수 등 지역 관계자들의 축사가 있었으며 찬불가, 애기 불상에 대한 욕불의식도 재현됐다.
또 신륵사 입구 여주 문화원에서는 '한글 서예전'이 마련돼 서예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세종대왕 탄신 6백 돌을 맞아 마련된 15일 행사는 제2회 어가 행차, 산북 농악놀이, 숭모제전, 도립 국악단 공연, 백일장 대회, 이동 현대미술 전시회 등이 펼쳐졌다.
세종대왕 탄신일을 맞아 해마다 5월 15일 영릉에서 개최해 온 '숭모제전' 은 이번에 6백주년을 맞아 의식 행사와 함께 세종대왕께서 직접 만든 「여민락」,「봉래의」에 맞춰 궁중무용단의 무용 공연으로 꾸며졌다.
총 4백여 명이 동원된 어가 행차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조선시대 임금의 행차를 그대로 재현한 이번 행사는 세종대왕 영전이 모셔진 영릉에서 신륵사까지 총 7킬로미터 구간에서 벌어졌으며 행사 내내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16일과 17일에는 MBC '푸른음악회'와 '경기창작가요제', '전국 천문공개관측대회'가 열려 축제를 더욱 빛냈다.
16일 주행사장에서 열린 '푸른음악회'에는 인기 가수 신효범, 쿨, 유열 등이 나와 자신의 히트곡을 불렀으며 17일 '경기도 창작가요제'에는 예선을 통과한 예비 가수들이 나와 자신의 자작곡을 열창했다.
특히 17일 신륵사 조경광장에서 열린 '전국 천문공개관측대회'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천문관련 사진작가들이 대거 출전해 일식, 월식, 별 이동 과정, 달 표면 등을 찍은 약 2백여 점의 사진을 전시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신륵사 주행사장에서 5백여 개 도예 업체 대표들이 참석해 '도예인의 밤'을 개최하고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써 도예 산업을 육성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열 하루 동안의 대장정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