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문화의 세기, 미래의 문화. 문화비전 2000 방향과 목표

이상적인 삶의 보장과 문화중심국 역할을 위하여…




남인기 / 문화체육부 문화정책 국장



■ 새로운 문화세기의 도래

2000년 1월 1일 0시는 100년 단위의 2000년대가 시작되는 시점인 동시에 1000년millennium 단위의 '제3천년기'를 출발하는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예고하는 매우 뜻깊은 순간momentum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을 계기로 지난 2000년간의 우리 민족의 문화를 되돌아보며 총 점검하고 아울러 앞으로 새로운 1000년이란 시간의 스팬span위에 펼칠 우리가 창조해나갈 문화의 패러다임paradigm과 비전vision을 제시하여 2000년대 two millennium의 문화 한국을 구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러한 취지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 4월 8일 국무회의의 보고와 심의를 거쳐 '문화비전 2000'을 국민에게 발표한 바 있으며 그 목표와 과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 '문화비전 2000' 이 갖는 의미

다음 세기는 문화가 사람의 생활양식과 삶의 질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산업과 경제, 과학기술과 융합하여 우리의 국력을 선도하는 기능까지 수행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우리 민족은 서기 0세기부터 시작된 '제1천년기'에서는 원삼국이 건국, 서로 경쟁하다가 통일 신라로 흡수되어 1000년의 고도(古都) 경주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창조하였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오늘날에도 세계의 유산으로 지정되고 있다. 서기 1000년부터 시작된 '제2천년기' 에서는 고려 묵종의 시기로서 강감찬 장군이 거란의 침입을 막고 국력을 강력하게 다졌고 비록 몽고의 세계정복으로 우리의 역사가 굴절되기도 했지만 새로 건국한 조선조의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는 우리 민족문화의 정수(精粹)로 세계에 유례를 볼 수 없는 금자탑을 창조한 것이었으며 1960년대부터 30여 년간 이룩한 신바람 나는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 기적은 다른 선진국이 200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를 한 세대 generation 사이에 달성함으로써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고 세계의 후발 국가는 지금도 경제발전의 모델로 열심히 답습하고 있다.

바야흐로 900여 일의 2000년을 앞둔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 국가와 민족이 지나온 역정과 성취를 종합 점검 평가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열릴 세기에 획기적 도약을 위한 문화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는 역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국가발전의 미래지향적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시대적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며 나아가 우리 국민의 문화적인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 '문화비전 2000' 의 목표

첫째, 2000년대의 세계 주역으로 등장하기 위하여서이다.

세계적 시각에서 보면 한국은 20세기까지 동방의 작은 '은둔의 나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온갖 민족적인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살아 남아온 survival 끈질긴 민족으로서 지금은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는 국가로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우리 민족의 저력이며 면면히 이어온 문화적 잠재력이 공고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음 세기에 한국은 지금까지 축적된 문화적인 잠재력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문화적 창의성을 발휘함으로써 세계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서양중심의 세기가 끝나고 동양권의 높은 정신문명이 다시 위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세기에 우리가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다음 세기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 천년을 이어 내려온 문화적 축적을 바탕으로 뛰어난 독창적 미래를 건설해내야 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예고하듯이 2000년대는 문화적 역량이 국운을 좌우하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미래 도약을 위한 설계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문화적 풍요를 통한 진정한 '삶의 질'의 확립을 위하여서이다.

다음 세기에 국민들의 관심은 단순한 물질적, 경제적 만족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문화적 풍요를 통한 진정한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산업과 경제 중심의 가치체계는 문화적인 삶의 질을 추구하는 새로운 생활 패턴으로 바뀌게 된다.

문화는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에 활력을 주고 생산력을 올리는 원천이 된다. 문화적 만족도가 없는 생활은 활기가 없어지고 창의력과 의욕을 상실시켜 궁극적으로 사회의 생산력을 저하시킨다. 고도로 정보화 되고 첨단화될수록 더욱 문화적인 삶의 질을 희구하게 되며 풍요로운 문화적 환경을 추구하게 된다.

셋째, 문화적 창의성이 국가발전을 주도하기 위하여서이다.

다음 세기에는 문화는 문화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문화는 창의성을 유발하고 촉진하는 매개체로서 산업과 과학 및 교육 등 전 분야에 광범위하게 그 위력을 발휘한다. 문화적 창의성이나 감각이 없는 산업이나 과학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며 창의성이 풍부한 국가가 항상 앞서 갈 것이다.

앞으로 문화의 발전은 국가발전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고부가가치의 상품이나 고급인력을 창출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문화가 융성하여 활기가 넘치는 국가만이 2000년대의 치열한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에서 문화는 영상정보산업, 소프트웨어산업 등 많은 연관 산업에 파급하여 수 많은 직종을 창출할 것이며 또한 창의성을 본질로 하는 여타 산업과 과학에도 크게 영향을 주어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나 독창성은 이미 여러 면에서 입증된 바 있으나 보다 차원 높게 개발되고 확산되어 모든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한국의 세계적 이미지를 일류화하기 위하여서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일류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를 정예화, 고급화하고 내용을 풍부히 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수준 높은 한국문화의 이미지는 전세계에 뻗어나가는 우리 상품이나 기업의 이미지를 함께 상승적으로 좋아지게 할 것이다.

문화적 이미지가 뛰어난 국가는 항상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아울러 그 나라의 제품이나 브랜드가 일류인 것으로 평가받게 된다. 산업이나 경제의 발전과 함께 국가의 문화이미지가 일류로 평가받을 때 비로소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상품이나 브랜드도 일류로 평가받게 되어 지속적인 경제 번영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선진문화한국으로의 이미지 창출 없이는 절대로 선진국가로 평가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다섯째, 통일국가의 문화적 통합을 위하여서이다.

다음 세기에는 민족적 숙원인 통일이 필연적으로 올 것이며 이때 물리적 통합만이 아닌 문화적, 정신적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문화적 통합을 기할 수 있어야 진정한 통일국가로 번영할 것이다. 반세기 이상 분단된 상황에서 반목과 대립으로 골이 깊어진 민족갈등이 무리 없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비전을 설정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 '문화비전 2000' 의 과제

첫째, 문화를 통한 '활기 있는 삶'의 보장.

지역별 다양한 문화복지 시설의 균형적인 배치로 누구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또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문화생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국 네트워크 확립으로 전국민의 문화 향수 범위를 넓히며 도시와 마을을 문화적 환경으로 재구성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둘째, 문화의 정보화, 산업화, 과학화 실현.

세계적인 정보화 추세에 맞추어 문화의 정보화를 조속 실현함으로써 문화의 생산성과 고용창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셋째, 전통문화의 보존과 현대적 활용.

고도의 정보화 추세로 문화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시대에 국가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독창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하여 전통문화의 체계적 보존과 함께 이를 현대 생활에 적극 적용함으로써 개성 있는 문화국가로 발전하도록 한다. 이는 단순한 유형적인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무형적, 정신적 문화유산도 끊임없이 현대적으로 개발 적용함으로써 문화적 개성이 뚜렷한 국가로 발전되게 한다.

넷째, 문화선진국가로서의 이미지 형성.

세계 각 권역별로 문화, 체육, 청소년, 관광 등 각 분야별 국제교류를 활성화하여 한국, 한국인,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일류 국가화하는데 필수적이다. 또한 역사와 전통이 배어 있는 우리의 문화자원(국보, 보물, 문화재 등)을 국가이미지 메이킹에 적극 활용한다.

우리의 세계적인 음악가, 예술가, 화가, 문학인을 집중 육성하여 세계 무대에 적극 진출하며 노벨상 등을 수상하도록 자원체계를 확립한다. 서울 올림픽이나 대전 엑스포 등을 통하여 한국의 이미지 일류화에 크게 기여한 바 있으나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각종 비리의 발생과 한총련 등 학생 폭력시위 같은 사건은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켜 국가의 선진화 문턱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섯째, 통일국가로서의 통합문화 회복.

남북간의 이질화된 문화를 통합 회복해야 진정한 민족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 우리 역사에 대한 정통성 identity을 확립하고 우리말과 글을 순화하고 규범화하여 같은 민족으로서의 같은 의식과 사고의 공간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동질성, 운명공동체임을 확인하는 남북간 동참의 이벤트 행사나 문화공간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앞으로 남북문제가 잘 진전되어 남북한간의 TV 자유관람 같은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문화의 세기가 다가오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문화국가로 지향할 것을 강력히 제창하고 있다. 문화력이 국력임을 주창하고 제국주의적 국토 확장이 아니라 우수한 문화의 창출로 세계에 영향을 주면 그것이 바로 문화영토의 확장이고 문화선진국으로서의 국제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체육부 건물에는 '문화의 세기가 오고 있다'는 전광판이 2000년 1월 1일 기준으로 앞으로 남은 날짜 표시와 함께 부착되어 있어 '문화비전 2000'의 미래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을 암시적으로 전국민에게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1994년 2월에 문화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밀레니움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리니치 2000'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구상, 추진해 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복권수익금의 20퍼센트를 밀레니움 문화사업에 쓰기로 하고 이미 6천2백억 원이 집행되고 있으며 2000년까지는 2조 2천4백억 원이 밀레니움 위원회에 전달될 것이라 한다. '문화사업=돈'이란 등식을 믿고 있으며 영국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기념관, 전시관, 박물관, 세계 최대 규모의 돔, 밀레니움 휠 건설과 각종 문화행사의 실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 연장 5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전거도로를 2000년까지 완성하여 전국을 자전거 망으로 구축한다. 이제 영국은 '신사의 나라'에서 '문화의 나라'로 그 기틀을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문화의 나라 프랑스의 경우도 지난 4월 6일 2천년까지 1천 일을 앞두고 파리 시 중심의 '에펠탑'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 2천년의 도래를 알리고 있으며 프랑스 문화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문화 올림픽', '각종 박람회', '거리 패션 축제' 등의 각종 문화 이벤트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전국의 도시를 정원도시로 가꾸고 에펠탑 부근에 세계 최대의 시계탑을 설치하며 '초기인간문화관'을 비롯하여 '2000년 국제 전시장', '영화의 궁전' 등 각종 기념비적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전역을 정원처럼 꾸며 인간의 삶의 질을 드높이며 각종 박물관, 전시장, 영화관 등 기념비적 건물을 만들어 세계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다가오는 세기는 문화가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며 문화가 소비가 아니라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연결시키는 생산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문화에 대한 국민적 역량의 결집 여하에 따라 '제3천년기'를 어느 나라가 주도하여 갈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다. 문화가 첨단산업까지 이끌어갈 것이라고 선진국들은 예측하고 문화 우위의 시대에 걸맞은 삶의 양식과 가치관 정립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비전 2000'은 백년 단위의 역사 출발이 아니라 천년 단위의 문명전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도 새로운 천년기에 대비해서 현재 우리가 사는 이 한반도 삼천리 금수강산을 어떻게 꾸미고 개조하는 것이 이상적인 삶의 질을 보장해 주고 세계의 문화중심국으로 역할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여 국민적 총의를 수렴하여 실천에 옮겨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문화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창출에서 뒤지는 민족은 영원히 후진국으로 머물 것이다. 미래를 꿈꾸는 자만이 그 미래를 쟁취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에서도 우리는 '문화비전 2000'의 사업구상에 전국민이 동참하고 많은 의견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