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허영선 / 제민일보 기자
사진작가 김승률의 첫 개인전
제주의 젊은 사진작가 김승률(34)의 첫 개인전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6월 9일부터 15일까지 제주시 탑동 해변 공연장 전시실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10여 년 동안 제주 사람들의 삶과 얼굴만을 포착해 온 작품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영상은 오랜 세월 세상과 화해하며 옹골찬 삶을 버팅 겨온 제주 노년의 얼굴들이다. 여기엔 모두 떠나버린 빈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할머니의 얼굴, 온갖 세월의 그을음으로 이가 다 빠져 버렸으나 환하게 웃음 웃는 건강한 노년의 얼굴들도 있다.
평생 농사일, 바다 일을 하면서 굳어진 얼굴들, 모두 정겨운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들을 담아냈다. 예사롭게 지나쳐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이 얼굴들은 소박한 관람객들의 마음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작가는 마을을 다니다가 이들을 만나면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함께 이야기하고 친밀해진 후에야 카메라를 들이댔다고 한다.
흑백영상 20점은 얼굴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고, 컬러사진 20점은 삶의 텃밭을 가꾸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풍경들이다. 작가는 삶의 어려운 풍상을 이겨낸 우리 어머니, 아버지 등 제주 사람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출품작들에는 자신이 이야기를 시처럼 곁들여 슬며시 웃음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정진태씨 사진전, 탐라목석원에서 열려
또 하나, 제주인의 얼굴은 아니지만 소외된 장터의 사람들 모습이 전시되고 있어 화제를 끌고 있다. 고희를 맞은 목포 출신 사회사업가이며 사진작가 정진태씨의 사진전이 제주의 유명한 관광지인 탐라목석원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목석원의 세 번째 기획전. 사진작가이며 탐라목석원 주인 백운철씨가 자신이 봐왔던 목포의 1960년대 풍경과 1990년대에 찍었다는 정진태씨의 사진이 너무나 흡사하더라며 전시를 열어주고 사진집 출간을 하는 등 연을 맺은 것이다.
백씨는 "요즘 세상에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세상에 중국 연변도 아니건만 아직도 반세기 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인가"고 놀라워한다. "상처받은 영혼들이 장터의 계곡에서 서로 만나 한의 강을 이루며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육순 회갑의 나이에 본격적인 사진작업을 했다는 정진태씨의 사진들은 호남전역 오일장을 찾아다니며 1990년대 초반부터 기록한 사진들이다. 본격적인 사진작업은 10여 년밖에 안됐지만 아름다움의 극치는 인간의 얼굴에서 극명하게 보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작가 정진태씨. 그는 저자거리의 사람들 속에서 시대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흙에서 살면서 조상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음을 느낀다.
빗자루장수, 옹기장수, 각설이, 막걸리 한 사발에 시름을 달래는 노인, 뿌연 담배연기로 세상을 다 사는 것 같은 할아버지의 얼굴 등 1990년대에 이런 풍경이 살아 있었을까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영상들이다. 전시는 금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므로 제주도에 여행을 온 사람들은 목석원 관람뿐 아니라 이들의 얼굴을 만나는 즐거움도 누리게 될 것이다.
제주 조각의 현주소를 읽게 한 제주조각회 조각전
제주 조각의 현주소를 읽게 하는 조각전이 열렸다. 제주조각회(회장 문기선)가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이번 조각전에는 12명의 회원이 2점씩 출품, 개성 있고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 주었다.
강희수의 「분리」외 1점, 고명희의 「관계의 파장」, 김방희의 제주의 돌과 바람을 표현한 「돌-인상 9606」, 문기선 「운소」, 박금옥 석고작품 「가상의 제국」, 박기호 「무속 1」, 송재경 「탈춤」, 양용방 「세상보기」, 조기완의 「인물습작」, 조윤득의 테라코타 「업」, 최용삼의 「무제」가 출품됐다.
탐라미술인협의회 북한동포돕기 그림전
탐라미술협의회(대표 고길천) 16명의 화가들이 선뜻 1∼2점의 작품을 내놓아 북한동포돕기 그림전을 열었다.
6월 6일부터 9일까지 제주해변공연장 전시실에서 열린 이번 그림전은 북한동포돕기운동 제주본부가 주최한 것으로 여기에 나온 그림의 수익금은 북한동포돕기 기금으로 쓰이게 된다.
개막식에서는 옥수수죽 만찬이 베풀어지기도 했다. 고길천 탐미협 회장은 "도내 미술인 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북한동포돕기운동에 기꺼이 동참한 것 자체가 큰 의의"라고 말했다. 또 이는 "이 시대의 미술인 들에게 사회적으로 주어진 일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총 18점의 그림 중 10점이 팔렸는데 나머지 그림들은 운동본부 측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전시회에 작품을 내놓은 화가들은 강요배, 강정효, 강태봉, 고길천, 고민석, 고혁진, 김수범, 김충의, 박경훈, 양미경, 오석훈, 오윤선, 이경재, 이원우, 정요성, 정윤광 등 16명.
제8회 탐라합창제
제주도가 주최하고 한국음협 제주도지부(지부장 이춘기)가 주관한 제8회 탐라합창제가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중창과 합창 부문으로 나눠 열린 이번 합창제에는 중창 9개팀(학생부 1팀, 일반 8팀), 합창 19개팀(학생 9팀, 일반 10팀)이 출연, 열띤 경연을 벌였다. 영예의 대상은 삼성여고 합창단과 제주은행 중창단에 돌아갔다.
이번 합창제는 예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우수하다고 평하고 합창의 조화로운 선율을 위해서는 수준에 맞는 합창곡의 선곡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시립합창단의 제31회 정기연주회가 6월 17일 오후 7시 30분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연주회는 '윌리엄 버드의 미사와 한국 창작합창곡을 중심으로'란 부제가 붙었다.
강문칠 지휘, 우지숙 반주로 열린 이번 연주회에서 시립합창단은 윌리암 버드의 4성부를 위한 미사, 여성합창 윌프레드 벤넬의 「샬로트의 숙녀」, 「밤에 바구니를 짜는 여인」,「깊은 골짜기로 간다」,「폭풍우 속에서도 나를 붙잡으시네」를 불러 주었다.
또 한국 창작합창곡은 원로 작곡가 이상근씨가 한국의 사계를 꽃으로 표현한 진달래(봄), 패랭이꽃(여름), 들국화(가을), 동백꽃(겨울)을 들려주었다. 작곡가 이씨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미 조지 피바디 대학원과 탱글우드 하계음악학교를 수학했다.
이밖에 혼성합창으로 「안녕, 내 사랑」,「상주 모심기 노래」등 귀에 익은 노래 다섯 곡을 들려주었다.
베이스 김요한씨가 특별 출연 「청산에 살리라」등 3곡을 선보였다. 명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씨는 40여 회의 국내외 오페라 주역으로 활동했고 4백여 콘서트 무대를 가진 국내 정상급 성악가.
제주시립교향악단의 '청소년을 위한 협주곡의 밤'
제주시립교향악단도 19일 오후 7시 30분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청소년을 위한 협주곡의 밤' 무대를 가졌다. 시립합창단과 미래 제주 음악을 이끌 주역들 간의 화합무대인 이 연주회에서는 경남오페라단 지휘자 이동호씨가 객원지휘했다.
이번 무대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가 연주됐다.
피아노 김수연(사대부고 2년), 바이올린 강유리(서울예고 1년), 플릇 강수희(서귀중앙여중 3년), 첼로 이윤석(아라중 3년), 피아노 방선정(제주여고 1년)이 차례로 협연무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