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문화예술행정. 총론

국민정서 함양과 풍요로운 삶을 통한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박응격 / 한양대 행정문제연구소장

처음에

우리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의 취임선서에서도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한다'는 의무를 보다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들 헌법상의 제조항을 종합·검토하여 볼 때, 우리나라는 문화국가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헌법은 국정의 지표의 하나로서 문화국가주의를 지향하는바, 문화 창단을 도모함과 동시에 국민에 문화·예술에 대한 권리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을 통한 행복추구의 권리를 보장케하는 것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정책은 정부 조직면에서 위상이 크게 증진되었다. 1990년 문화공보부가 문화부로 개편되어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1993년 문민정부 수립과 함께 작은 정부의 실현을 위한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기존의 문화부를 체육청소년부와 통폐합하여 문화체육부로 개편하였다.

지금까지 국가발전의 목표는 주로 경제적인 풍요로움에 치중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것이 국가 발전의 전략이자 목표였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경제적 욕구충족의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무한개발을 추구하는 것은 자원의 고갈과 낭비, 그리고 공해를 유발시키고, 계층간의 분배와 소비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사회불안과 자원낭비를 부채질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와 사회는 물질적인 경제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올바른 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대안으로 정신적·정서적 만족을 고양하는 문화예술 가치의 중요성이 점차로 대두되었다.

세계의 경제적인 무한경쟁 시대에서 우리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선진국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처음에는 경제가 문화를 선도하지만,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문화가 경제를 선도하기 때문에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은 이제부터는 문화부문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는데 행정이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본고에서는 문화예술 행정의 목적과 범위, 문화예술 행정 발전의 과제와 전망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문화예술 행정의 목적과 범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그러나 유네스코에서는 문화를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여 '문화적 유산, 인쇄물 및 문예, 음악, 공연예술, 조형예술, 영화 및 사진, 방송, 사회문화활동, 체육 및 오락, 자연과 환경에 관련된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를 통해서 우리는 예술은 문화의 중요한 한 부문이며, 예술행정 역시 문화행정의 중요한 부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문화의 영역을 이처럼 광의로 해석하기보다는 협의로 해석하여 예술이 곧 문화의 중심을 이룬다는 견지에서 문화와 예술을 복합어로 구성하여, 이를 동일한 선상에서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예술 행정은 사회구성원들이 물질만능의 왜곡된 삶의 목표를 순화하기 위하여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서 국민정서의 함양과 정신적 풍요로운 삶을 통한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화예술 행정의 목적을 부연하면, 국민의식의 함양, 불특정 대다수의 국민정서욕구 충족, 예술발전, 가치관·태도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 행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능을 살펴보면, 문화유산의 보존과 보급, 국민의 문화 향수 기회의 확대,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 증진, 가치관과 태도의 변화를 위한 전파와 교육을 들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문화예술 행정의 목적과 기능을 주체, 평등, 창의, 효용상의 이념을 대상으로 체계화하면 <표1>과 같다.

<표1>문화예술 행정의 체계

이념

목 적

영 역

주체

국민의식 함양

문화유산 보존

평등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

문화향수 기회 확대

창의

문화·예술 발전

창작지원

효용

가치관·태도 변화 유도

교육 및 학습


문화예술 행정의 범위를 문화체육부나 문예진흥원의 업무를 통해서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법이다. 문화예술행정 역시 정부 주체가 공익의 실현의 일환으로 정부조직을 통해서 재원을 조달하고 인력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행정은 여타 행정 영역과는 차별성이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정부는 원칙적으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배제한다'는 불문율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원칙에 입각하여 문화예술 행정이 펼쳐질 때, 올바른 문화민주주의 기틀이 마련된다 하겠다. 그러한 이유로 정부는 직접적인 문화예술 행정을 가급적 자제하고, 공익 문화단체와 일반 민간 비영리조직의 지원을 통해서 그 목적을 실현한다. 정부의 문화행정기관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을 맡아서 문화예술 활동을 이들 단체들이 담당한다. 이것은 행정기관의 경직성과 관료주의를 극복하고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살릴 수 있다는 취지뿐만아니라 해당 문화예술인들의 행정에의 참여를 진작시킴으로써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도 그 정당성이 입증된다 하겠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비롯한 문화예술에 관련된 공익 문화단체의 성격과 주요 기능은 <표2>와 같다.

<표2>공익문화단체의 성격과 기능

구분

단체명

설립년도

법적성격

주 요 기 능

한국문화

예술진흥원

1973.3.28

특수법인

(문화예술진흥법)

·문화예술활동지원

·조사연구 및 교육

·문화공간운영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영

영화진흥공사

1973.4. 3

특수법인

(영화법)

·영화제작지원,보급,교류

·조사연구

·영화인 복리증진

저작권심의조정

위원회

1987.7. 1

법정기관

(저작권법)

·저작권심의 및 분쟁 조정

·저작권 교육 및 인식제고

·조사연구

공연윤리위원회

1986.1.30

법정기관

(공연법)

·영화, 가요, 음반, 비디오, 무대공연물, 공고물 등 심의

독립기념관

1987.8.15

특수법인

(독립기념관법)

·전시 및 자료수집

·조사연구 및 교육

예술의 전당

1987.1.17

재단법인

·복합 문화예술공간 운영

한국문화재보호

재단

1992.9. 1

재단법인

·전통문화의 전승 보급활동 지원

·전통생활문화의 창조적 개발

한국간행물윤리

위원회

1970.1.21

사단법인

·제반 간행물의 자윤심의

·조사연구

지방문화원

1965

사단법인

·지역문화예술진흥사업

한국예술문화단

체총연합회

1962.1. 5

사단법인

·예술문화상 시상,세미나개최,

「예술세계」발간

·예술가 권리옹호, 친목도모



문화예술 행정의 발전적 개선방향

우리는 문화예술의 발전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인간의 발전으로 이해한다. 문화의 발전은 경제발전의 목적이자 원동력으로 파악한다. 문화는 인간의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국가발전의 전략에서 문화는 결코 경제발전의 수단이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적인 목적가치로서 그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의 경제에 대한 위상정립이 부재할 때 경제발전의 종착역에는 대중문화의 저질화와 퇴폐화를 초래하여 향락적이고 과소비적인 사회병리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이제 생활문화를 민생차원에서, 문화예술 산업을 국가경쟁력 제고의 차원에서 정부의 투자 우선순위를 획기적으로 높혀나가야 할 것이다. 결론에 대신하여 당면한 문화예술 행정의 발전적 개선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 총예산대비 순수 문화예술 부문의 예산 점유 비율을 최소한 1퍼센트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3년 동안의 문화예술부분 예산 점유율을 보면 다음과 같다.

-1995년 : 0.55퍼센트(문화예산 2,993억 원, 정부 총예산 548,241억 원)

-1996년 : 0.56퍼센트(문화예산 3,508억 원, 정부 총예산 629,626억 원)

-1997년 : 0.62퍼센트(문화예산 4,423억 원, 정부 총예산 714,006억 원)

이처럼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문화국가주의가 무색하리만큼 미미하다. 더욱이 이러한 문화예산의 대부분이 문화재 보호나 관리 부문에 배정되기 때문에 순수 문화예술 부문에는 극히 저조한 편이다. 따라서 문화예산의 정부예산에 대한 점유비율을 최소한 1퍼센트 이상을 확보하는데 관계부처 및 국회와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며, 인상된 문화예산은 순수 문화예술 부문에 중점적으로 배정하여 문화예술 진흥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적립에 중단된 국고와 공익자금의 출연을 재개하여 문화예술계의 자립기반 조성과 문화예술진흥사업의 항구적인 지원을 통한 정부가 주창하는 문화국가주의가 퇴색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외문화 정책면에서 기구의 단일화가 모색되어야 한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대외문화 홍보체계는 문화기관으로 단일화되어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문화체육부의 재외문화원과 공보처의 공보원으로 이원화되어 있으나 기능의 중복과 예산의 낭비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문화원 체계로 단일화하여 대외문화 홍보의 효율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방문화의 활성화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지방문화원에 대한 사업비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아직도 지방문화원이 설치되지 않은 기초 자치단체가 49개나 되는 바, 지방문화의 균형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문화원의 설치가 시급하다. 그외에 지방의 문화향수권의 확대를 위해서 문화학교의 확대 지정, 문화학교 교양강좌 운영비 지원, 문화학교 관계자의 연수실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문화교류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예술 전문가 관리, 남북문화교류 공연물 분석, 탈북자 문화적응 프로그램 등의 사업에 주력하며, 아울러 남북문화교류의 중요성과 북한문화의 객관적인 이해를 위한 연구를 병행 실시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예술단체의 자율성과 자립성 제고가 요망된다. 우선 예술단체의 자율성 확대를 위해서는 임원 인선을 관련분야의 전문가 보임 유도하고, 예술 창작활동은 관련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은 확대하되, 간섭은 최소화하는 관행을 정부나 지원단체는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예술단체의 자립성 제고를 위해서는 예술의 전당법 제정 추진, 후원회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문화의 장려이다. 기업이 문화예술에 공헌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사회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통한 기업문화의 활성화이다. 이러한 기업문화의 활성화는 기업활동에 문화적인 요소를 확대 도입함으로서 기업 스스로 국민적 기업으로서의 사회적인 책임과 신뢰를 구현하며 기업의 문화부문 지원 확충을 통한 국민의 문화 향수권 신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예술진흥후원회와 기업문화협의회를 통한 기업문화의 진작을 통해 기업의 사회봉사와 문화예술 진흥에 이바지할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조

·김길수 「헌법학개론」, 박영사, 1989

·정홍익 「문화행정연구 -개념과 분석-」, 한국행정학보 제25권 제4호, 한국행정학회, 1992

·김문환 「미래를 사는 문화정책」, 나남출판, 1996

·대한민국국회,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지적사항」 제2권, 1996

·이상윤 「문화예술 행정의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