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문화예술행정. 외국 문화공간의 모범적 예술행정 사례
자유스럽고 민주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이상면 / 연세대 독문과 포스트닥터 펠로우
■문화공간의 효율적 운영요소: 경영·인력·분위기
세계 여러 대도시에 있는 문화공간은 흔히 복합 예술공간 arts complex의 형태로서 음악 연주장, 연극 극장, 전시장 등 여러 예술공간들과 이들을 움직이는 행정조직, 예술과 기술인력을 한 건물 안에 갖추고 있으므로, 이 모든 조직체들을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경영 방법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증대한 시대에 거대한 예술기관 조직체들이 적지않은 전문인력(보통 400-900)과 여러 공간들을 과학적인 태도로써 효율성 있게 운영되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작품을 위해서는 능력있는 예술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시되지만, 이들의 작업을 후원하고 여러 조직, 시설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게 인식된 것이다. 서양에서는 대략 80년대 초반 이후부터'경영' 개념이 기업체에서 뿐만 아니라, 다목적 예술회관과 대규모 극장들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서 예술작품의 생산과 전달에 있어서도 일반 회사 경영의 노하우가 적용되었다.
오랜 극장문화의 전통을 갖고 있는 유럽에서는 대규모 문화공간들이 합리적인 경영과 민주적인 운영으로써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민의 문화생활에 기여하고 있다. 유럽 대도시의 복합 문화공간들 가운데에는 특히 런던의 사우스 뱅크 센터 South Bank Centere, 바비칸 센터 Barbican Centre 의 운영이 주목할만하며, 또 극장공간들 가운데에서 런던의 굴립극장 National Theatre과 베를린의 샤우뷔네 Schaubiihne극장 운영의 방법에서 모범적 실례가 된다. 그리고 지방문화공간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운영을 위해서는 영국 글래스고우와 버밍엄, 독일 뮌헨, 수투트가르트, 루르 지방의 공연장들이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런 문화공간들이 재정의 대부분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주, 시정부) 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 자기 극장 소속단체로서 극단이나, 오케스트라단을 갖고 있다. 이런 문화공간들은 정부의 예술원, 혹은 문화부 직속 기관이면서 행정적으로는 독립되어 있어서 영국에서 '팔 길이의 원칙 the arm's length principle'이란 말이 암시하듯이, 팔이 닿지 않은 범위에는 재정 후원자가 간섭하지 않는 원칙이 있으므로, 관립 예술기관이라 하더라도 예산 집행과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서 독립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시대마다 집권당이 보수적, 혹은 진보적인 정당이냐에 따라 프로그램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근본적으로 이 문화공간들의 예술작업과정에 있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고, 더 나아가서 탄력있는 운영으로써 다양한 행사들을 시민들에게 선사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어떤 사설 공연장보다 더 활발한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립 예술기관이라면, 방어적이고 안이한 행정에 길들여지고 타성에 젖게 되어서, 진취성이 결여되고 참신한 예술적 의욕을 줄이기 십상인 부정적 측면이 연상된다. 그래서 그곳에서의 작품은 월급의 대가로 진행되는 의무 수행 이상이 아니므로, '항상 그저 그렇다'라는 비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의 국립·시립 문화예술기관들은 어떻게 해서 타성에 젖지 않고 유연한 조직체로 작동하며, 다양하고 신선한 예술양식을 시민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지- 바로 이런 점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 보아야 할 것인데, 이 글에서는 위에서 열거한 유럽의 유명 복합 예술공간들의 경영 및 운영 방식들에 대해 서술한다.
■문화공간 예술경영의 분야 : 생산·관리·마케팅
문화공간의 경영에 있어서는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체의 경영 원리가 예술기관의 경영에 그대로 직접 대입될 수는 없지만, 분명 여러 부분에서 문화공간의 운영에 유익하다. 에술작품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문화공간은 경제성과 예술성을 같이 고려해야 하고,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국립·시립 문화공간의 경우에는 더욱이 수익성이 목표가 아니라, 보다 수준 높은 행사들로써 시민의 문화생활에 기여하여 '삶의 질 향상'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또한 경영 과정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예술작품은 기계작업을 통해 나오는 생산품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작품이고 인간의 정서와 정신에 호소하는 특성을 지닌 예술작품이므로, 기업 경영 방식의 적용에는 제한과 차별점들이 있다는 것이 잊혀져서는 안된다.
예술작품을 생산품으로 볼 때, 예술가는 그것의 생산자이고 관객은 소비자가 된다. 그러면 생산품을 생산자에게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유통과정을 담당하게 되는 것은 바로 예술행정가들의 역할이며, 이들은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 경영 방식을 필요로 한다. 예술작품의 제작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효율적 운영과 작품의 예술적 가치 향상, 보다 많은 소비자 창출을 위한 경영이 있어야 한다. 즉 작품 생산의 측면에서는 거대한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느냐,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인 예술작업이 진행될 것인가, 기획 사업으로서 외부 단체의 초청 공연과 방문 공연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작품 전달의 확산을 위해서 보다 영향력있는 홍보와 광고는 어떻게 하고, 관객 관리와 서비스 제도의 운영, 잠재 관객의 개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시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문화공간에서의 예술경영은 경제성과 예술성을 양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일반 회사처럼 생산·관리·마케팅이 경영의 주요 부분이 된다.
생산과 관리 분야는 작품의 생산과정을 담당하는데, 생산 경영에서는 작품 제작과정과 기획안 운영이 핵심 분야이며, 공연·전시를 위한 작품 선정과 초청 공연·작품선정, 작품제작과정의 운영이 있다. 단체 내부와 외부의 작품 선정은 그 예술단체의 성격과 이미지를 규정짓는 중요한 작업인데, 여기서는 독일에서 유래된 드라마투르그 Dramaturg (희곡과 연극이론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리 경영에서는 재정과 인력 분야가 주요 분야이다. 재정에서는 국가와 자치 단체의 지원금과 기업의 후원금(스폰서), 극장 자체 이익금(입장권 및 식음료 판매)분야가 있고, 인력 관리에서는 예술 및 기술인력, 행정 사무직원, 시설물 관리 및 유지 인력 분야가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작품의 전달(소비) 과정을 총괄하는데, '작품(생산품)→관객(소비자)'의 과정이 해당되며, 소비자의 수요 확대로서 언론 홍보 및 광고, 잠재 관객 개발과 전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관객 관리제도 (회원제)를 담당한다. 이것을 도표로 표시하면<표1>과 같다.
<표1>문화공간의 행정조직
생산과정(예술가+기술자→작품) |
전달(소비)과정(작품→관객) |
|
생 산 작품 선정,초청 및 방문 공연작품선정 작품 제작과정 경영 |
마케팅 |
언론 광고 및 홍보 출판물 제작 관객 관리, 개발 관객 서비스 |
관 리 재정 국가 지원금,스폰서,극장수익 인력 예술부-기술부-작업부-행정부-시설관리부 |
이 모든 부분들의 체계적인 조직화와 합리적인 운영이 작품 생산과 전달에서 효율성을 높여줄 것은 자명하다. 이처럼 행정상에서 운영의 묘를 극대화하는 것이 예술경영 내지 예술행정의 주된 목표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외면되어서는 안될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조직을 유연하게 작동시키는 '분위기의 요소'이다. 이것은 흔히 간과되기 쉽지만, 예술기관이 인간이 인간을 움직이는 곳이며, 이곳에서는 기계작업의 산물이 아니라, 예민하고 자기 주장과 개성이 강한 심성을 지닌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예술품을 갖고 움직이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업 분위기의 중요성은 명백해진다.
감독과 지도부의 권위주의와 독재적인 운영 방식하에서는 탄력있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공무원 특유의 경직되고 관료주의적이거나, 방어·안전 위주에, 무사안일주의(無事安逸主義)적인 행정 태도는 참신한 기획 아이디어와 작업자들의 진취적인 예술적 의욕을 꺾어버리고 만다. 그 때문에 예술행정가들의 성취욕을 북돋는 업적 평가제와 인센티브(성과급)제도를 도입할 수도 있고, 적당한 범위에서 타 공연단체와 경쟁은 주어질 수 있다. 예술작품을 생산하는 문화공간에서는 무엇보다도 자유롭고 민주적 태도가 바탕이되어야 모든 창조적 행위가 꽃피워질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술행정가들에게서 예술에 대해 열린 마음의 자세, 새 아이디어를 곧 실행할 수 있는 즉각적 반응성, 작품과 연출 선정 등에서 편견에 치우지지 않는 공평무사(公平無私)한 판단력, 우리 시대의 예술적 경향을 읽을 수 있는 안목, 그리고 행정적 추진력이 뒷받침되고, 공연 및 연주단체의 집단적 응집력 속에서 능력발휘가 되는 작업이 될 때에 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다.
베를린의 샤우뷔네 Schaubiihne극단은 민주적 운영의 모범적 실례를 보여준다. 여기서는 극단 운영에서 권위주의를 배격하고, 예술부와 기술, 무대작업, 행정 분야의 대표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자기 영역의 문제와 극단의 진로에 대해서도 상의하는 방식이 있다. 또한 이 극단은 독일 회사의 노동조합에 있는 공동결정체 Mitbestimmung를 도입하였는데, 총감독 연출자의 독단으로만 극단의 중대 사항들이 진행될 수 없고 여러 분야의 합의를 바탕으로 협력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유명한 연출가이며, 60년대 후반의 학생운동 세대에 속하는 페터 슈타인과 그의 그룹이 70년대 초에 만들어 놓은 운영제도이다.
■대도시 예술공간의 운영 사례 : 프로그램 구성
복합적 예술공간의 운영 상황을 근거로 대도시(수도)에서의 실례를 살펴볼 때, 런던의 사우스 뱅크 센터 Sarbican Bank Centre와 바비칸 센터 Barbican Cemtre가 떠오른다. 이 두곳은 음악 연주장과 연극극장, 미술 전시장을 모두 갖추고 있고, 음식점과 바, 서점 등과 행정 사무실 등 여러 공간들을 한 건물 안에 갖추고 있는데, 실제로 서울 예술의 전당이 이들을 모델로 건설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예술행사, 관람만이 아니라, 연극이나 무영, 미술, 음악 교육 강좌도 있으며, 여러 휴식 공간도 있어서 시민들은 거의 종일 열려 있는 이곳에서 편하게 만나고,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예술과 교육, 친교와 같은 다목적 기능을 지닌 공간이란 점에서 두 곳은 '사회 문화센터 socio-cultural centre'의 역할을 하는 문화공간이다.
사우스 뱅크 센터는 템즈 강의 남쪽 제방옆에 세워졌고, 워털루 브릿지를 사이로 국립극장과 갈라져 있다. 위치는 시내 중심가에서 가까워서 전철과 도보르 합해 20분 내에 닿을 수 있는데, 강변을 내다보는 시원하고 탁 트인 전망이 사우스 뱅크 센터의 지리적 장점이다.
이곳의 여러 공간들은 두 건물에 들어 있는데, 대연주장인 왕실 축제홀 Royal Festival Hall이 있는 건물에는 서점과 음반 가게, 음식점, 카페와 넓직한 로비 공간이 있다. 다른 한 건물 안에는 중극장인 엘리자베스 여왕홀, 소극장 퍼셀 룸 Purcell Room Hall, 미술 전시장인 헤이워드 화랑 Hayward Gallery 이 같이 있고, 건물 바깥에 강변 쪽으로는 맥주와 음식을 파는 야외 카페가 있다. 유명 연주단체인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곳의 전속단체로서 왕실 축제홀을 주무대로 연주활동을 하며, 연극이나 무용 전속단체는 없다.
사우스 뱅크 센터의 운영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예술행사에 있어서 개방성과 다양성이다.
이러한 복합적 예술공간 자체는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특히 프로그램 구성에서 이 두가지 요소는 이곳을 다른 문화 공간과 다르게, 그리고 자신을 계속 새롭게 보이게 한다. 모든 공간들의 전체 프로그램에는 영국 음악의 연주회나, 영국 희곡작품의 공연, 영국 화가의 작품 전시회는 몰론 외국 것보다는 더 많지만, 배타적이지 않고 편향적이 아니어서 여러 외국 단체의 행사들을 포함하고 잇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처럼 같은 서양 문화권의 예술행사들 이외에도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아랍권의 행사들도 사이사이에 들어 있어서 프로그램 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시도를 수용하는 태도는 이 문화공간을 열려 있고, 젊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지난 1993년 여름의 행사들 가운데에는 발레 공연, 재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회, 실내악 연주단체 연주회, 합창단 발표회 등 평범한 행사들과 더불어, 민속음악, 무용극, 캬바레 공연도 있었다. 매년 1월에는 국제 마임 축제, 가을에는 '무용-우산 공연 축제'가 있고, 여름에는 2주간 무용 워크숍(로비에서 진행됨)에서 여러 나라의 무용 강습을 하고, 인도 무용단의 초청 공연 등이 진행되었다. 나라별 특집 행사도 있어서 호주 특집에서 '초기 호주인들의 모습과 소리'는 음악,무용,스토리텔링이 합해진 종합적 공연이고, '이다키' 에서는 호주 원주민의 악기, 기타, 오르간과 전자 음악과의 협연이 있었고, 인도 특집에서는 음악 연주와 무용극 '마야-생의 마술적 비전' 공연이 있었으며, 모두 왕실축제홀과 퍼셀룸에서 같이 진행되었다. 또한 멕시코 대중음악과 노래, 무용을 소개하는 행사, 재즈 연주 '거쉬인의 밤', 플라멩고 무용극, 영국 볼카노 극단의 뮤지컬 공연, 새로운 오페라의 시도인 「바커스」(오페라 공장)등과 많은 실내악 연주회가 여왕홀에서 진행되었고, 퍼셀룸의 고정 프로그램인 '소리 상자 시리즈'는 낭송과 토론이 있는 '작가와의 대담'이다.
그 외에도 왕실축제홀의 넓은 로비 공간을 이용하는 교육프로그램과 전시회, 간단한 공연들도 있어서, 무용 워크숍, 도자기 전시 및 판매, 아마추어들의 조각, 사진전 등도 있었다. 이 시기에는 매우 독특한 공연이 하나 있었는데,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작곡가 스티브 레이치 Steve Reich는 비디오 아티스트 버릴 코롯과 함께 서사적 오페라라고 지칭되는 자신의 신작인 「동굴The Cave」에서 컴퓨터 음악과 노래 혹은 낭송, 비디오 영상, 무용, 연기가 혼합되며, 5대의 대형 스크린과 거대한 무대장치 앞에서 13명의 연주자와 4명의 성악가가 등장하여 유대인과 아랍인의 정착과 발전에 관한 총체 예술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또 1996년 2월에는 스티브 레이치의 60회 생일 기념공연으로 「동굴」이후 새 작품들 가운데서 세 부분을 연주하는 행사가 마련되었다. 또한 1996년 2월 행사로는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연주 같은 기본적인 프로그램 외에 컴퓨터로 합성된 음악과 공연이 곁들여진 '하이퍼 음악 공연'과 영국 영화 100주년을 맞아 영화 상영 프로그램들을 추가하였다. 그래서 '영화와 음악' 행사에서는 오케스트라 음악 연주가 곁들여진 무성영화 상영이 여러 번 있었고, '미술과 영화' 전시 프로그램도 있었다. 이처럼 사우스 뱅크 센터는 세계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는 행사들을 환영하고,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수용하며, 공연장 외에도 로비, 야외 공간마저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비칸 센터는 런던 중심가에서 약간 북서쪽 지역의 주택가 안에 자리잡고 있어서 주변이 다소 비좁은 느낌을 준다. 반면에, 인근 주민들이 이 공간에 접근하기는 더 쉬운 점도 있다. 바비칸 센터에는 대연주장과 중극장, 소극장, 그리고 모두 6곳의 전시공간과 소규모 도서관을 갖추고 있으며,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왕실 셰익스피어 극단 Royal Shakespeare Company을 전속 단체로 두고 있다. 이 극단은 영국인들에게서 문화적 전통의 주요 근간인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위주로 공연하는 특성이 있으며, 물론, 다른 작가와 외국 작품 공연도 있다. 지난 1996년 2월의 공연에는 셰익스피어의 「제12야(夜)와 마르셀 까르네 감독의 유명한 영화인 「천국의 아이들 Les Enfants 여 Paradis」을 연극으로 만든 공연, 그리고 소극장에서는 「신비의 케인」,「살육의 도시」가 상연되고 있었다. 연주장에서는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앙상블, 독주회, 합창 혹은 독창회, 재즈 연주회 등의 공연이 거의 매일 밤 있고, 이 때 열리고 있는 전시회로는 '오늘날 여성의 이미지', '러시아 발레의 창시자 디아길레프' 등이 있다. 또한 바비칸 센터는 수년 전부터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평일 밤과 토요일 오후 시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명화나 얼마전의 개봉작들을 상영한다.
문화공간에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런던의 국립극장 National Theatre에서 주목할만한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는 어린이 연극 교육, 일반인 혹은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을 위한 연극 강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런 교육 자체에도 가치가 있거니와, 미래의 관객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방 도시 예술공간 운영의 특수성
수도와 지방 도시의 복합 예술공간은 다른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여기서 생기는 차이점을 고려하는 예술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용 공간과 재정 지원의 규모, 관객의 수 등에서 뿐만이 아니라, 지방문화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글래스고우, 버밍엄과 독일의 뮌헨, 슈투트가르트, 루르 지방의 도시에 있는 문화공간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자치제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참고가 될만하다.
이런 문화공간들은 수도권 지역과는 다른 문화적 특성을 부각시키며,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한다. 글래스고우의 시민극장 Civic Theatre은 잉글랜드 지역과는 다른 스코틀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극장 Baden-Wirtembergisches Staatstheater 은 중북부 독일 지역인 프로이센과는 구별되는 남부 독일의 지역인 프로이센과는 구별되는 남부 독일의 정체성 identity을 강조한다. 글래스고우와 뮌헨은 런던이나 베를린과는 작은 규모의 도시이지만, 그 지경의 역사에서 경제활동과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수도와 경쟁의식마저 갖고 발전되 도시이다. 그러므로 이 도시의 대표적 문화공간은 이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과 자부심까지도 표현해 주는 역할도 있다. 이를 시위하듯이, 뮌헨의 바이에른 극장은 실제로 그 크기와 행사 내용에서 베를린의 대극장보다 작지 않고, 행사가 더 풍성한 때도 많다.
이런 연유로 그래스고우의 시민극장과 뮌헨 바이에른 국립극장, 슈투트가르트의 바덴뷔르템베르크 국립극장 Baden-Wiirtember gisches Staatstheater 은 자기 고장 출신의 작가와 연출자를 배려하는 공연 계획을 마련한다. 음악같은 연주행사 속에서는 그 지역의 전통과 민속음악이 포함되면서 이들의 예술행사들은 자기 지방의 문화·사회·역사가 연결되는 점들을 보여준다. 독일 서쪽의 산업지역인 루르 지방은 도시 밀집 지역으로서 많은 인구가 있으나, 하나의 대도시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문화행사들이 여러 도시에서 분산 개최된다. 이 지역에서는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도르트문트, 피나 바우쉬가 있는 부퍼탈, 본고 쾰른을 포함하여 여러 도시 등이 있는데, 편리한 대중 교통체계(전철망)를 만들어 놓아서 각 도시의 중앙역에서 다른 도시로 보통 1시간 내에 이동이 가능하다. 이곳 도시의 극장들에서는 본 Bonn의 비엔날레 Biennale, 뮐하임 Miilheim 연극제, 루르 예술제가 열린다. 본의 비엔날레는 '최근 유럽 희곡의 연극제' 이고, 뮐하임 연극제는 '현재 독일어권의 드라마 작법'을 표방하며, 루르 예술제는 국제적인 단체들을 초청하여 진행되는 큰 규모의 행사이다.
그 외에도 영국의 버밍엄 종합극장 Hippodrome Theatre 같은 경우는 런던과 가까운 관계로(기차로3시간) 자체 공연제작을 하지 않고, 대관 위주의 운영을 하고 있다. 이 극장에는 발레단만을 전속 단체로 보유하고 있고, 제작비가 많이 드는 모험을 하지 않으면서 관객 동원에 안정성이 있는 공연 행사, 즉 이미 성공적인 뮤지컬 공연, 국제적으로 이름있는 연주단체나 무용단의 공연들을 합당한 조건으로 런던에서 데려오고, 또 영국 중북부 지방의 공연단체를 초청하는 방법을 취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프로그램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관객은 버밍엄 시 (인구 110만)에서 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오게 되므로 마케팅 담당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