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예부흥을 주도할 삼척 문화예술회관
김태수 / 시인, 삼척시청 학예연구사
강원도 최남단에 위치한 전통문화도시 삼척. 시의 중심지인 남양동의 죽서교 입구에서 남산의 강변 바위벽에 설치된 인공폭포의 시원한 바람 맞으며 다리를 건너서면 오십천의 물길을 돌리며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 그 천길 푸른 벼랑 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살포시 앉아 있는 죽죽선녀의 모습 같은 루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관동 제일의 절경을 자랑하는 죽서루(보물제213호)이다.
멀리 두타산에서 불어오는 깨끗한 바람 따라, 동해바다에서 날아든 갈매기 따라 당장이라도 날아 갈 듯 생동감 넘치는 죽서루가 건너다 보는 곳이 가람마을, 산 끼고 밥 짓는 연기 외로운 마을, 강위엔 청산, 산 아랜 마을,죽서팔경 중 한 곳인 가람마을 입구에 삼척문화예술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남산의 우람한 떡갈나무 숲을 배경으로 하고 서서 죽서루와 다정한 눈길을 주고 받는 삼척문화예술회관은 7천여 평의 대지 위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1천6백 평 규모인데 죽서루의 전통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외형이 주변 자연환경의 일부같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잘 그려진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어떨까.
나즈막한 돌담장을 지나 회관 정문을 들어서니 절로 마음이 즐거워진다. 전시관과 소공연장 앞, 두 곳의 분수대에서 솟구쳐 오른 물줄기가 작은 산봉우리를 만들고 분수대 안에 '어제,오늘,내일의 빛' 이란 명제의 석재 조형물 3점이 각양각색의 물보라와 함께 어우러져 한낮의 햇살을 희롱하고, 대공연장 앞자리의 '대지와 바다, 바람과 태양의 노래'를 부르는 청동조형물, 정문 좌측의 8각 정자인 '죽서정'…… 야외공간 자체가 잘 꾸며진 미술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쯤해서 실내로 들어가 보자.
실내 문화공간으로는 864석의 대공연장과 248석의 소공연장의 공연 제작의 필수 작업공간인 분장실·대기실·소품보관실·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3백 평의 전시관은 1층 제1실, 2층 제2, 3실로 나누고,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제 2, 3실을 개폐식으로 꾸몄다.
또한 무대·조명·음향설비를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으로 구성하고 16평 원형 회전무대와 8미터 높이의 승강무대, 오케스트라 피트, 수평이동무대(4기)등을 갖추고 있어 국내 유명 공연단체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렇게 '예술적인, 너무나 예술적인' 삼척문화 예술회관이 건립된 시기는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에 따라 지속적인 문화 수요의 증대와 더불어 국민의 삶의 질이 중시되면서 국민의 문화향수권과 참여권을 신장하는 문화복지의 개념이 도입되던 1990년대에 해당된다. 즉, 문화복지 실현을 위한 정부의 시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1990년 6월 설계공모를 시작하여 1991년 11월 30일 착공, 1994년 5월 30일 준공, 같은 해 6월 4일 개관한 삼척문화예술회관은 '지방화시대에 부응하는 지역문화 창달과 시민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문예활동을 통한 공동체의식 함양과 다목적 문화공간 제공'이란 건립목적에 부응하고자 전 직원이 뜨거운 열정으로 휴일도 접어두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것은 그동안의 공연횟수 및 관람객 수에서 입증된다. 1994년 79건 66,684명, 1995년 118건 77,840명, 1996년 139건 123,037명, 1996년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관람객수가 63퍼센트 이상 증가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삼척문화예술회관의 운영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기본방향은 4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서울은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국내 정상의 예술단체를 초청하여 시민들에게 수준높고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푸른음악회'(서울팝오케스트라), 양희경의 모노드라마「늙은 창녀의 노래」(극단 '완자무늬'), 뮤지컬「애랑과 배비장」(서울예술단), 국악 '우리 가락, 우리 춤'(국립국악원), 도예가 '김광면 초대전', 무용「신의 소리춤」(서울예술단),'민태홍 화백 초대전' 등이 그것이다.
둘째, 향토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예총 삼척지부 산하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연 2회의 정기발표회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초청 형식의 자리도 마련하는데 그예가 '김종남 피아노독주회', 극단 신예의「신의 아그네스」, 향토작가 '최영월 초대전', '향토사진작가 전시회', '두타시 낭송회', '원일안 도자조형전' 등이다.
셋째, 시민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직접체험 기회 제공이다.
삼척문화원 문화학교 수강생, 농협 주부대학생들의 국악·사물·부채춤 등의 공연과 꽃꽂이·사진·동양화 등의 전시회를 매년 1회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넷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차원의 프로그램 비중을 높게 하여 유년시절부터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소양을 깊이있게 체득하게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음악발표회', 뮤지컬「피터팬」,「머털 도사와 또매」,「별나라 녹색 우주선」, '모자 사생대회 출품작 전시회', 연극「오즈의 마법사」,「인어공주」,「깨비깨비 도깨비」, '소년소녀 교향악단 연주회' 등의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그와 함께 삼척문화예술회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야외공간의 활용도가 다른 회관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회관의 위치가 교통 접근이 쉬운 시내 중심부인 데다가 야외공간 자체의 전원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인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새벽 산책코스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예비 부부의 야외사진촬영장으로, 전통혼례마당으로, 시민 휴식처로 밤 늦게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회관측에서 그 기간 동안 시민들이 꾸리고 시민들이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작은 음악회', '거리의 악사공연', '즉석 노래자랑' 등 소규모 이벤트 행사를 개최하므로써 회관 광장은 자연스럽게 성황리에 또 하나의 무대에술의 공간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것은 곧 무대예술 공간의 확장이며 '문화의 생활화', '문화복지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 종소리이다. 새벽 종소리, 그렇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21세기 삼척의 문예부흥을 선도하기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김종근 관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공연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 무대·음향·조명·기술진의 전문성 심화, 관람객 편의를 위한 탁아소 운영, 읍·면지역 순회공연·전시, 국내외의 문화예술 정보를 보다 폭넓고 신속하게 제공해 줄 문화정보센터 신설 등등.
"할 일은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은 태산 같은데……."
그러나 김관장의 한숨은 결코 절망이 아니다. 오히려 싱싱한 희망이다.
문화예술회관으로 부임하고부터는 출근 때마다 머리속에 새하얀 종이를 넣어두고 끊임없이 새 그림을 구상한다는 김관장의 창의적인 의지와 눈시리게 파랗던 하늘에 저녁놀이 피어나면서 회관 직원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분주한 몸놀림을 보면서 필자가 삼척시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