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탐방 / 전주서천초등학교


문화예술 축제로 참다운 교육실현

- 전주서천초등학교를 찾아서




송명헌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복지부

지난 6월26일,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에 소재한 전주서천초등학교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행사가 열렸다. 1995년 10월에 개교하여 아직 두 돌도 되지 않은 이 학교가 작년에 이어 벌써 두 번째로 '서천예술제'라는 축제를 연 것이다. 교실과 복도마다에는 수업시간과 특별활동 시간에 갈고 닦은 솜씨를 맘껏 부린 그림과 시화, 서예 작품들이 빈틈없이 놓여 있었다. 오전 10시 40분, 이 학교의 강당에서는 전교생의 합창과 합주에 이어, '깨앵 깽깽 깽깨깽' 하는 힘찬 꽹고리 가락에 이끌린 어린이 풍물패의 신나는 사물놀이 연주가 서천예술제 공연의 막을 올렸다. 이어서 소고춤, 가야금 병창, 판소리, ,플룻 합주, 개구쟁이 2학년 꼬마들의 에어로빅, 탈춤에 이어 뮤지컬 '외다리 거위'로 축제의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고, 계속된 합창, 현대무용, 고전무용의 순서가 한껏 고조된 흥을 다스려 주었으며, 끝으로 엄마들의 합창에 이은 엄마와 어린이가 함께 부른 전체합창이 약 한 시간에 걸친 공연의 끝을 상큼하게 마무리하였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5월 8일에도 학부모들을 모셔놓고 예술제를 열었다. 역사가 짧은 이 학교가 이렇게 예술제를 성대하게 치를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각별한 이유가 있겠지만 특별히 김팽수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의 참교육에 대한 열의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과 전라북도 교육청의 문화 예술교육 시범학교 지정은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그러면 잠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학교 문화 예술교육을 지원하게 된 배경과 교육부가 시도별로 시범학교를 지정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을 적극 권장하게 된 사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최근 다양한 입시제도의 실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벽한 제도란 기대하기 어려우며 사회 전반적으로 학벌주의가 타파되지 않는 이상 입시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과 함께, 최근에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폭력문제 등 청소년문제들이 입시제도 때문에 교육의 본질적 기능인 인간교육이 외면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는 문제의식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사회, 학교, 가정에서 한결같이 입시에만 관심을 두고 청소년을 바라볼 때 경쟁에서 뒤지거나 메마른 지식교육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은 수업으로부터 소외되고, 입시 이외에 아무 것도 없이 공동화(空洞化)된 현실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아를 상실하여 차츰 일탈(逸脫)로 빠져든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위협들로부터 청소년들을 지켜줄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대안으로 진지하게 접근할 가치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하여 교육법 제2조 6항에서는 '심미적 정서를 함양하고 숭고한 예술을 감상, 창작하고 자연미를 즐기며, 여유의 시간을 유효하게 사용하여 화해 명랑한 생활을 하게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요컨데 심미적 훈련을 통한 창조적 능력 제고, 협동 활동을 통한 사회성의 육성등이 직접적인 예술교육의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규 교과과정만으로 충분한 감상기회와 창작 체험을 맛볼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활동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한국문화 예술진흥원은 교육이 안고 있는 이러한 현실적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청소년들에게 문화를 돌려주는 한편, 예술공급의 측면에서 예술에 재능있는 어린이를 조기에 발견하여 키워줄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한국 예술문화의 질적 고양을 도모하고, 예술수요의 측면에서 보통의 많은 어린이에게 문화예술 접촉을 통하여 친근감을 길러줌으로써 장기적으로 문화예술의 향수층을 넓혀 나가기 위하여 1990년 이래 학교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지원해 왔다. 교육부에서도 그 필요성과 효과에 공감하여 매년 각 시도별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각 한 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하여 뒷받침하는 한편 이웃학교에서도 그 연구결과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근거로 할 때 특별활동으로 익힌 저마다의 솜씨를 뽑낸 이날 '서천예술제'는 특별활동의 활성화가 교육의 질적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서 관심있게 보아야 할 일이었다.

전주서천초등학교 4,5,6학년 어린이들의 17개 교과 선호반을 비롯하여 취미클럽 31개반, 방과후 상설 문화예술클럽 10개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어린이들의 특별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특별활동의 활성화는 단순한 지식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창의적 능력과 인성 배양을 추구하는 인간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최근에 망국병이라고까지 불리는 과외 열풍을 치유하고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비(私敎育費)문제를 학교를 통해 해결하고자 교육당국에서는 소위 '학교과외'라고 불리는 방과후 활동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학교 과외는 그간 방과후 사설학원을 통해 채워온 다양한 배움의 욕구들을 학교에서 수용하여 교사나 또는 외부 강사의 도움으로 학생의 예체능 실기 등을 지도하는 것이다. 물론 비용은 수익자인 학부모가 부담하지만 사설학원에서 드는 비용보다는 훨씬 싸면서 질적으로 훨씬 나은 지도를 받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활동으로 서울지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영어, 수학, 컴퓨터, 바이올린이라고 하는데 전주서천초등학교에서는 미술, 단소, 탈춤, 가야금, 고전무용, 현대무용, 플롯, 바이올린, 소고, 에어로빅 등 10개반으로서 문화예술 종목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한편 이날 공연 중에서 관심을 특별히 끈 것은 사물놀이, 가야금 병창, 판소리, 탈춤, 고전무용 등 전통문화예술 종목이었다. 이들은 한때 우리의 교육과정에서 완전히 외면당한 적이 있으며 지금 교육과정에 다시 포함되어 있다 해도 여전히 그 비중이 매우 약한 형편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최근 대중가수들의 주요 고객은 초, 중학생(이미 고등학생도 이 대열에 끼지 못한다고 한다)이라는 문화현상을 염두에 두고 볼 때 과연 어린이들이 조상들이 즐기던 전통예술을 기꺼이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울러 정규 교육과정에서 전통예술을 전혀 다루지 않은 교사들이 이에 대한 지도의욕이나 능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공연실황을 본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날 공연되 모든 종목이 다 훌륭했지만 국악 종목이 오히려 더 훌륭했다는 생각을 하고 사뭇 놀랐다. 그래서 가야금병창과 판소리에 고수로 반주를 맡아주신 지도교사 노관숙(46세, 3-5 담임)선생님을 만나 봤다. 노관숙 선생님도 아이들을 지도해보기 전에는 '서양음악만 들어온 이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따라줄까?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하고 몹시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니 아이들이 의외로 잘 해내고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노선생님은 국악을 배우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게 된 동기가 매우 우연하다고 한다. 5,6년 전에 임권택 감독의 영화「서편제」를 보고 감동하여 도립국악원에 등록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국악계에서 50년 동안 국악진흥을 위해 애쓴 것보다 「서편제」라는 한 편의 영화가 더 큰 일을 했다는 세간의 평을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노선생님처럼 각자 우연한 기회에 감동을 느끼고 국악을 배우기 시작한 교사들이 모여 전북국악교사협회라는 단체도 만들었으며 사물놀이를 지도한 반석윤(6-6담임)선생님이 총무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이들 교사들은 벌써 3회에 걸쳐 발표회를 가진 바 있으며, 올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임실에 가서 좌도풍물굿을 배울 예정이고 11월초에서 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라 한다. 노선생님은 자신도 취미로 시작하여 아직도 배우고 있는 처지라 작년에는 도립국악원에서 강사를 초빙하였지만 올해는 학생지도를 직접 맡아 하겠다고 나설 만큼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이날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을 진흥코자 지원해 온 문화예술제 행사인 동시에 전라북도 교육청이 지정한 문화예술교육 시범학교 운영보고회를 겸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범학교 운영보고회라는 행사의 특성상 이웃 학교의 교장 선생님, 연구주임 선생님을 비롯하여 교육청 장학사등 교육계 관련인사들이 주요 관객이었으며, 공연 전 이 학교 연구주임 황연수 선생님의 연구보고와 공연 후 토론과 평가의 시간이 있었다. 다만 지역주민과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관람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실질적인 축제가 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웠다.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가 같이 참여하였으면 어울림 속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반응까지 시범 학교 운영결과로 평가될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특별활동을 통한 예능의 숙달 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무대에서 발표되는 어린이들의 진지한 자세나 감각은 앞으로 이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평생토록 영향을 미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현재 학생수가 2촌384명이나 된다. 올해 9월에 바로 이웃에 학교가 설립되어 학생중 절반이 전학할 것이라 한다. 그런 사정으로 금년 발표회는 앞당겨서 6월에 개최했지만 이들이 문화예술 특별활동은 2학기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 학교는 내년에도 여전히 서촌예술제를 개최 계획이며 이를 위해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전라북도 교육청이 게속 지원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팽수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이 학교모든 선생님들은 교육계에 몸담고 계시는 분이나 자녀의 교육을 위해 관심을 갖는분이 언제든 찾아와 현장을 참관하고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