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 사이버 문화의 새로운 비전. 사이버 문화의 수용과 발전 방향

국가산업으로의 육성과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




최선중 / 공연기획가

■정보화 사회와 사이버컬처

산업혁명을 계기로 기계화에서 시작된 산업사회는 19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정보화 사회로 급속히 옮아가고 있다. 미래사회에서는 정보화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될 것이며, 미래를 일구어 가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사이버컬처 Cyberculture의 근간을 이루는 정보화 사회는 이미 오래 전에 예견되었다.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농업에 기반한 사회 현상의 변화와 발전을 제1의 물결로, 기계화의 발전으로 인한 제조업의 발달을 통한 자본·노동 그리고 그에 따른 하드웨어들의 구축과 발전을 제2의 물결로, 끝으로 토지·자본 등을 대체하는 정보화 사회를 제3의 물결로 상정한 바 있다. 정보화는 정보기술의 사회적 확산과 그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총칭하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는 공상과학, 사이버펑크, 그리고 컴퓨터 해커문화를 기반으로 NASA, 컴퓨터회사들, 군부를 포함한 제도들, 비행 시뮬레이션 등의 발전을 통한 가상현실의 구체화를 이루어냈으며, 컴퓨터 운영체계와 화상, 휴대용 시연장치, 통신 프로토콜과 하부구조, 입력과 추정장치 등의 발달로 인해 저변확대를 이룰 수 있었다. 그 기술적 핵심에는 기억과 연산의 정보처리 기계로서 컴퓨터의 발달과, 심해와 우주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통신망의 구축이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해 정보화 사회는 컴퓨터와 같은 정보처리장치뿐만 아니라, 인공위성과 같은 정보소통장치의 발달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 사회의 발달은 사이버스페이스, 사이버컬처 등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중 사이버컬처는 기계화의 최신 국면으로 정보화가 낳은 문화적 산물이며, 기계문화의 한 변형이다. 이 문화는 컴퓨터라는 정보처리기계의 이용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포괄적인 변화를 함축하며,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컴퓨터통신이나 오락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가상기술현상을 그 중요 구성요소로 가지고 있다. 정보문화의 산물인 동시에 기계문화가 낳은 불안감이 고도로 증폭된 사이버컬처는 1960년대 사회의 대항문화로 존재했던 히피문화를 시발로 기존의 문화현상에 반대하고, 새롭고 창조적인 문화를 창출하려는 일군의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들은 기존 문화에 대항하는 문화를 양산, 보급하는 장으로 사이버스페이스를 활용하였다. 사이버컬처 안에서의 대항문화는 사회적으로 비판적이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기존의 부패한 체계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는 개인주의적 영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이버스페이스와 사이버컬처의 수용

사이버컬처를 언급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 문화를 양산하는 공간인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문자 그대로 보편적인 생체 전자적 환경 universal bioelectronic environment이다. 이 공간은 전화선, 동축케이블, 광섬유라인이나 전자기파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존재한다. 컴퓨터의 급속한 발달과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실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컴퓨터를 조금만 다룰 줄 안다면 아주 쉽게 가상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그 공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사이버스페이스 안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환상이 현실적 공간으로 재현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제한적 지식이 양산될 수 있는 곳이며, 그러한 지식의 공간 이동이 물리적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로우며, 정보의 유출이 자유롭고 제어할 수 없는 탈중앙 집중화되어 있는 세계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그 어떤 국가적인 혹은 지역적인 영역들도 유입되는 정보를 통제하거나 규제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가상현실의 정보는 초기에는 일방적인 공간으로 존재하였다. 즉, 인터넷이나 컴퓨터내의 정보제공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현재는 정보교환의 쌍방향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컴퓨터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가상공간에 제공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정보제공자간의 의견교환과 경제적 가치창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스페이스의 본질은 사이버컬처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유추해 볼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한다. 가상공간은 우리들의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하며, 새롭고 창조적인 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반면 통제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저급하고, 파괴적인 문화를 대량으로 양산하여 무차별적인 보급이 가능하다.

작금의 우리 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우리는 서구의 진보적 사상이나 최근의 발전된 문화경향을 취득하며, 그러한 문화현상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견 개진은 보다 비판적이고 올바른 형태의 문화를 양산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에 인터넷이나 통신망을 통해 여과되지 않은 저급문화(포르노나 음란통신 등)의 유입으로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문화적 환경을 전파시키기도 한다. 또한 사이버스페이스내의 다국화된 정보국가의 형성은 개인의 두뇌를 도구처럼 사용하는 '다국인'의 등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가상현실 안에서 인간은 개성을 상실하고, 그들의 삶과 아무런 연관도 가지지 않는 '공감각적 환상' 안에서 기술적 인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가상현실은 인간의 경험을 상품화하려는 서구자본주의 사회의 경향이 확장되는 공간일 수도 있다.

성산업은 이미 구축된 전산망을 통해 보다 빠르게 성경험을 여타의 나라에 판매하고 있으며, 인간의 모든 경험들은 상품으로 구분되고 준비되고 판매된다. 다시 말해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는 정보를 만들어 내는 집단이나 사람들의 이데올로기가 정보를 제공받는 집단이나 사람들에게 이식될 수도 있다. 가상현실 안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보의 노예가 되어 새로운 형태의 정보식민지화 혹은 가상공간에서의 새로운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형성이 이루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속에서의 사이버컬처

초기의 컴퓨터는 대단히 비쌌고 일반인은 접근할 수도 없었다. 주로 군대나 대학, 대기업 등에서 연구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데 사용되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은 정보화 사회의 지평을 여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간 컴퓨터는 정보통신의 발달과 맞물려 사이버컬처를 양산해 내는 장이 되었다. 이제 컴퓨터는 단순한 상상처리기가 아니라 현실생성기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은 가상현실을 일반인들에게 전파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가상현실에서 비롯된 가상문화는 컴퓨터 게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키보드를 이용한 단순한 게임으로부터 시작된 컴퓨터 게임은 게임을 작동하는 주체가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는 게임의 기본 틀에서 스스로가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다시 말해 가상현실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가상현실은 점차 상상력의 공간을 구체화시키려는 영화산업에도 이용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건축과 의학 등 생활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는 가상현실 세계를 실제로 느끼고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변화될 것이다.

생활양식으로서의 컴퓨터문화는 이미 우리사회에서 보편적인 주류문화가 되었다. 이러한 컴퓨터문화 속에 스며들어 있는 영상, 음향, 문자, 데이터 정보, 통신 등이 양산해 내는 문화의 다른 이름이 바로 사이버컬처인 것이다. 즉, 사이버컬처는 컴퓨터통신의 문화인 것이다. 컴퓨터통신의 문화는 가명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사회관계에서 통용되는 이름과는 다른 흔히 ID라고 불리는 일종의 가명을 사용하여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로부터 통신망을 통해 맺어지는 새로운 사회관계에서는 통신망 밖의 나 아닌 나로서 살아가면서,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새로운 삶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컴퓨터 통신의 익명성과 탈맥락성을 이용하여 다른 존재로 행세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 같은 행세는 상당한 쾌감을 줄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통신중독증 같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컴퓨터통신 문화는 가상의 문화, 이미지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통신은 그래픽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시공간 압축의 효과를 넘어서 지리적 대척점에 놓인 곳의 문물을 방안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컴퓨터 통신 속에서의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사회적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컴퓨터 통신을 통해 양산되는 사이버컬처는 사회구성의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핵심적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이버컬처를 창출해 내는 공간으로서의 인터넷은 간단히 말해 지역별 혹은 단체별로 운영되는 지역 네트워크 망 LAN : Local Area Network을 거대한 네트워크로 다시 연결함으로써 네트워크간의 자유로운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한 이른바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network of network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제공되는 정보는 그 유형에 따라서 텔넷 Telnet 등 원격 자료접속, 전자메일 E-Mail, 뉴스그룹 Newsgroup, 파일전송 FTP : File Transfer Protocol, 그리고 월드 와이드 웹 WWW : World Wide Web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전세계 컴퓨터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 중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언제든지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은 기존의 전화선과 케이블 TV망, 기업의 지역통신망 등과 상호 연결됨으로써 가정과 기업, 정부기관이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망에 연결된다. 인터넷은 이러한 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망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터넷의 대중화는 전세계의 가정과 기업, 정부기관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망으로 연결함으로써 현대사회의 정치와 경제, 문화생활, 그리고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월드 와이드 웹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인터넷 이용자들 간에 영상, 음향, 문자, 데이터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의 시간적·공간적 장벽을 넘어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상호 작용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제공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제는 인터넷 이용자들 간의 상호 작용적 정보교환은 커뮤니케이션의 지구촌화를 실현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컬처를 양산하는 중요한 장으로서의 인터넷의 문제점은 바로 사이버컬처의 문제점인 동시에 그 수용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지표가 된다. 인터넷상에서의 첫 번째 문제는 지적소유권과 복사물에 대한 로열티의 문제이다. 현재, 인터넷 시스템상의 모든 것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아무런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인터넷이 유익하고 가치 있는 정보의 보고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보제공자들이 자신의 정보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해커뿐만 아니라 마약 거래자나 범죄자들이 불법적인 활동을 위해 컴퓨터 네트워크를 이용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제재를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즉, 해커들의 악의적인 활동이나, 혹은 인터넷상에서 타인을 정신적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이른바 '가상추행 Virtual Harasment' 행위,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음란물을 미성년자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접근하는데 따른 부작용 등을 예방하기 위해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인간을 다른 세계로 데려다 주는 인터넷상의 가상현실 환경으로 인한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세계 간의 갭의 문제이다. 눈으로 인지할 수 있으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세계를 현실이라고 정의하면,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세계도 현실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의 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빠지게 되면 자칫 가상공간이 주가 되어 실제의 세계는 의미가 없어지는 가치전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내의 컴퓨터 인구는 이미 천만을 넘어서고 있으며, 인터넷 사용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정보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 이를 국가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며, 이러한 사회의 문화가 되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사이버컬처를 보다 풍부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컴퓨터와 인터넷망 속의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양산되는 사이버컬처는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래사회의 문화양식으로, 미래산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