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현장 / 한국문화경제학회 창립기념

경제와 문화의 시대를 여는 학술 세미나




편집실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회장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는 지난 9월 6일,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경제와 문화의 시대를 여는 학술 세마나’를 개최했다. 한국문화경제학회 창립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학술 세미나는 무한경쟁시대의 기업과 문화의 상호보완적 유대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뜻깊은 자리였다.

윤병철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부회장의 개회 인사와 이현재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 송태호 문화체육부장관의 축하 연설로 시작된 이번 학술 세미나는 연세대학교 박태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주제 발표는 강용선 박사, 손원익 박사, 홍승찬 교수의 순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주제 발표에 나선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강용선 박사는 <문화경제 시대의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인 문화경제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향후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강용선 박사는 문화경제에 대해 '문화와 경제가 접목됨으로써 좀더 문화적인 경제활동, 또는 경제적인 문화 활동을 지향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린 뒤, 존 러스킨이 문화경제를 처음 제창한 1830년대의 영국 사회와 현재 우리 사회를 비교하면서 금전만능주의의 부작용을 비판했다. 강박사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대량실업사태나 무역적자의 증가, 외채증가와 같은 경제 성장의 어두운 면이 더욱 악화된다면 과거 남미의 몇몇 국가들이 경험했던 경제 후퇴가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였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활동 방식은 인간의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경제활동, 문화적 요소를 고려한 경제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문화경제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본 문화와의 접목으로, 대중사회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체제하의 변화하는 경제환경에서 앞으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문화적 개성에 바탕을 둔 수요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또한 기업경영의 세계화 추세에서 우리 경제가 세계에 성공적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와의 동반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로 이미지 제고를 제시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외 현지에 우리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문화, 나아가 한국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시키면 특정기업의 가치도 저절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 문화의 이해와 함께 우리 문화를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문화의 측면에서 바라본 경제와의 접목이다. 우선 거시적으로 볼 때 문화와 경제는 정비례한다는 전제하에서, 문화활동에도 경제적 마인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의 공연예술 관련자들은 주먹구구식 경영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비용과 수익분석을 한 연후에 작품의 공연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문화예술인들이 경제마인드를 갖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를 지적한 뒤, 그 대안으로 문화 매니저의 육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문화예술계의 시급한 과제로 문화인프라의 확충을 언급하면서, 장기적인 계획성을 갖고 문화의 공급을 도모하는 것이 결국 문화예술을 진흥시키는 길임을 촉구했다.

강용선 박사는 그 세부적인 방안으로 경제적 측면에서의 정부와 기업이 해결해야 할 주요 정책과제들을 제시했으며, 그 과제와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우선 문화의 산업화는 선진국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산업의 중심이 과거 제조업에서 정보, 서비스, 지식산업 쪽으로 대폭 이동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상대적으로 후발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초기단계부터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문화인프라의 구비는 지역과 밀착되는 소규모 문화공간과 문화공간의 전문화 그리고 복합문화공간의 확보, 세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해결 방안으로 성급하게 새로운 시설을 건축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기존의 공공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 과제의 문화예술 창조자의 육성과 지원,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도 문화 예술인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 그를 위해 문화예술인들의 사기진작이 필요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면에서는 미국의 NEA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와 같은 기금 설치를 통해 개인이나 기업의 지원을 좀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위한 관련세제상의 조치 등 각종 제도적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강용선 박사는 문화예술의 진흥과 이를 통한 경제발전의 지속은 문화예술인 같은 특정집단만의 과제가 아니라고 강조한 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 3자가 합심해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 번째 주제발표는 한국조세연구원의 연구 위원인 손원익 박사의 「문화예술진흥과 조세제도」로, 문화투자에 대한 현황과 관련세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손원익 박사는 서론에서 국민소득 만 달러시대를 맞아 문화와 예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증대되고 있지만, 정부의 예산만으로 이러한 국민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따라서 문화투자에 대한 민간분야의 적극적 참여가 요구된다는 전제하에서 논의를 전개했다.

손박사가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제시한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투자 현황을 개괄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은 크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구분된다. 우선 공공기관에 의한 지원을 살펴보면 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진흥사업,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교류지원사업 및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공익자금 등이 포함된다.

각 기관별 공공지원의 규모는 1994년의 경우 지방행정예산, 정부예산, 문예진흥기금, 공익자금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공지원의 총액은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정부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으나, 1996년도 정부 총세출 예산은 전년대비 16퍼센트 증가한데 비해 문화예술 부문 예산은 30퍼센트가 증가해 정부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민간지원은 주로 기업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지원은 기업재단을 통한 지원, 문예진흥원을 통한 조건부기부금 및 순수기부금, 개별기업의 지원으로 분류된다. 그중 문화예술 지원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기업재단을 통한 활동으로, 1994년의 경우 전체 지원 금액의 63.6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기업재단은 민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여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기업, 기업인 또는 개인이 출연하여 설립한 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을 총칭하는 것으로, 1995년 현재 정부에 등록된 기업재단은 총 89개로, 89개 기업재단이 1994년 한 해 지출한 문화예술 분야 지원금액은 총 464억 4천6백만 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정부 예산의 약 40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러한 문화투자 현실에서, 기업의 기부금 형태로 이루어지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투자는 사회의 균형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기부금을 비용으로 볼 것인가 또는 이익의 분배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손원익 박사는 비영리투자 관련세제 중에서 기부금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행 세제 및 외국의 세제에 대한 고찰을 통해,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활동 유도를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손박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세제는 기부금의 성격에 따라 손금산입(損金算入) 한도를 정하고 있다. 기부금의 종류는 현생 세법에서 인정하는 손금산입 범위에 따라 법정기부금, 지정기부금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법정·지정기부금 이외의 기타 기부금은 비지정 기부금이라 하여 전액 손금불산입된다.

손박사는 이러한 기부금 관련 세제를 외국제도와 비교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 현행 세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와 일본, 프랑스는 기부금의 공익성에 따라 법인단계에서의 손금한도를 차등화하고 있다는 면에서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개인이 지출한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는 우리나라가 소득의 5퍼센트로 25퍼센트의 일본, 30∼50퍼센트의 미국에 비해 세제 혜택 면에서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문화예술의 보급을 위하여 주요 경쟁국들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손원익 박사는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감안할 때, 부족한 정부의 역할을 보완하기 위하여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민간부문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부금 손금산입 한도의 확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학술 세미나의 마지막 주제 발표자로 나선 한국예술종합학교 홍승찬 교수는 「공연기획 사례를 통해서 본 예술경영의 과제」라는 주제로,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예술경영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홍교수는 '이강숙 초청 시리즈’3회와 4회 공연의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공연기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각 문제에 대한 보완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이강숙 초청 시리즈’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부분은 홍보였다. 홍보나 광고를 위한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주요 일간지의 지면을 할애 받았고 각종 방송에서도 대담과 인터뷰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한 홍보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처럼 언론의 주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공연의 기획의도가 특별하면서도 공감할만한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홍보에서 거둔 이러한 성과가 바로 매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차례 공연에서 유료 관람객이 전체 관람객의 절반에 그쳤으며, 별도의 홍보 비용이나 대관료가 전혀 지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

홍승찬 박사는 그 원인을 공연장의 지명도와 선호도, 그리고 기업 협찬에서 찾고 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유명 성악가와 대중가요 가수가 출연하는 3회 공연 쪽에 협찬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드러난 문제점은 우선 공연에 대한 기업의 협찬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기준과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단계적인 절차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으며, 공연 예산에서 협찬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노출이 되었다.

지출의 측면에서는 인쇄비가 두드러지게 부각이 되어, 4회 공연에서는 지출 총액의 3분의 1이 인쇄비로 지출되었다.

홍승찬 박사는 이러한 공연예술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개선책들을 제시했다.

먼저 홍보의 측면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홍보와 매표를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관람객에 대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보수집을 제시했다. 통계를 바탕으로 한 관객들의 기호와 성향 분석을 도모하며, 좌석 등급에 따른 서비스의 차별 제공 같은 예술경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찬에서 제기된 문제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마다 공연을 위한 예산의 편성을 정례화 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고 그 지출의 기준과 신청의 절차 선정과정을 명시화할 필요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에 대해서는 당장의 홍보효과보다는 특정 분야나 특정 주제와 관련된 공연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여 기업이미지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지출의 문제에서는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쇄비를 예로 들어, 공연 주체의 지명도와 기획의도에 따라 인쇄물을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포스터 등은 수집가들을 위한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홍승찬 박사는 이런 모든 공연예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들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문제 제기로 주제 발표를 끝맺었다.

이번 세미나의 결실이라면, 다가오는 21세기의 세계적 경제질서에서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총체적인 국가 경쟁력의 제고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가 벌어졌으며, 문화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대안들이 학술적 이론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에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술 세미나 직후, 같은 장소에서는 한국문화경제학회 창립총회가 개최되었다. 한국문화경제학회의 출범은 그 동안 경제발전과 문화예술과의 연관에 대한 학술적 논증이 빈약했던 상황에서 문화예술의 창조력과 기업 경영과의 연대의 중요성에 대한 이론적 연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격적인 문화경제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문화경제학회의 활동이 기대된다.

한편 9월 26일∼27일 무주 티롤호텔에서‘21세기 기업과 문화예술 포럼’이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공동 주최, 문화체육부, 문예진흥원 후원으로 열렸다. 21세기에 대한 문화적, 경제적 특성을 점검하고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와 기업이 감당해야 할 각자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취지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이어령 박사(전 문화부장관), 김중웅 박사(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 강영철 박사(매일경제신문 기획특집부장)가 각각‘21세기는 왜 문화의 세기인가?’,‘21세기 환경 변화와 문화자본주의’,‘기업의 경영전략과 문화예술’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주제발표‘21세기는 왜 문화의 세기인가’를 통해 정치나 경제, 사회도 문화를 통하지 않고는 모두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기술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세기가 즉 21세기라고 피력했다.

또한 김중웅 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은‘21세기 환경 변화와 문화자본주의’라는 주제를 놓고 한국적 자본주의는 한국 고유의 선비정신을 기본 개념으로 한 문화주의를 의미한다. 왜냐하면 선비정신은 인간의 능력과 존엄성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는 인내천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인간의 개별적 자유와 창조 능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시대사상과 가장 잘 합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한 문화주의 구현이 바로 21세기 한국의 과제다. 경제의 선진화나 정치의 발전도 문화 수준의 향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비정신에 입각한 문화 수준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을 확대하고 문화를 중시하는 한국적 자본주의의 가치관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영철 매일경제신문 기획특집부장은 '기업경영전략과 문화예술’을 주제로 기업이 문화예술을 경영에 활용하는 데는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혜택’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면 선뜻 '비용’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함에 있어 단기적인 이익에만 치중한다면 대다수의 지원이 일회성, 행사성으로 치우치기 쉽다. 문화에 대한 투자의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문지상에 광고를 내는 것보다는 문화예술단체의 문화공연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해외시장 개척에도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