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광 주




채복희 / 전남일보 기자

제2회 광주 비엔날레 개막

제2회 광주 비엔날레가 9월 1일 개막됐다. 오는 11월 27일까지 장장 3개월 동안 계속될 이번 비엔날레는 '지구의 여백 Unmapping the Earth'이라는 주제 아래 5개의 소주제를 선정, 각 소주제별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각 소주제는 속도/물(水), 공간/불(火), 혼성/나무(木), 권력/쇠(金), 생성/흙(土)으로 주제별 커미셔너가 한 개의 전시관을 확보하고 작가들의 작품을 주제의식에 따라 배치했다. 속도의 커미셔너는 하랄드 제만이며 작가는 요셉 보이스, 스넨 더글라스, 펭 뱅보, 라이너 가날, 프란츠 게르취, 게리 힐, 이브 클라인, 빌 리올라 등 2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공간은 박경씨가 커미셔너. 참여작가는 존 골링스, 가브리엘로 바실리코, 에벳 가윈, 시레루 반, 아라타 이소자키, 마가렛 모든, 하네스 브루너, 임정의, 민선주씨 등이다. 리차드 코살렉과 에리카 클라크가 커미셔너인 혼성전에는 압솔루트노, 존 케이지, 길리그룹, 르네 그린, 나빈 라완차이굴, 첸젠 등과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자 강익중씨 등이 출품했다. 권력전은 성완경씨가 커미셔너이며 에릭 불라토프, 알베르토 브레시아, 하룬 파로키, 린닐 존스, 브루스 노만, 수빙 등과 한국의 박보, 손봉재, 박흥천씨 등이 참여 작가. 마지막으로 생성전은 베르나르 마카데씨가 커미셔너, 루이스 부루주아, 황용평, 폴 맥카시, 아네뜨 베사제, 신디 셔먼, 바라코 모리, 김범씨 등이 참여했다.

주제가 철학적이며 다소 무겁지 않느냐는 일반적인 지적에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전시기획실(기획실장 이영철)의 설명은 “단어의 의미를 떠나 쉽게 생각해달라. 즉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유와 숨통 트이는 공간 등을 생각하면 된다”는 것. 미술에서의 여백이란 비(非)미술이라는 부정적인 조건의 총체로 다시 새겨 넣은 미술, 생성중인 미술, 카오스의 구성물로서 미술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현재 존재하는 사물들의 무질서 혹은 새로운 세계 경계화 질서를 포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속도를 말할 때, 한국의 근대화라는 개발 이데올로기의 속도 개념은 권력주도형 속도강박증의 한 전형으로 일컬을 만하다. 전체적으로는 진보의 환상에 기반한 자본주의적 속도 개념, 그 기반으로서의 서구 합리주의의 직선적 시간관이 떠올려진다. 그 같은 시각에서 비롯된 속도전에서 하랄드 제만은 서구 미술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과 전남 담양에 위치한 전통 정원 소쇄원의 배치도를 나란히 내걸었다. 원근법과 해부학적 지식에 따라 작품을 스케치한 다빈치는 미술사의 한 장을 열었던 역사적 인물이다. 다빈치의 스케치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담겨 있다. 그러나 누군가 그렸을 소쇄원도는 원근을 무시하고 전지적 시각에서 그려져 있다. 마치 어린이의 그림처럼 하늘에서 본 소쇄원은 건출물은 서 있으나 나무는 누워 있다. 소쇄원은 계곡의 물과 바위 등을 그대로 두고 건물을 사이사이에 알맞게 배치, 자연 경관을 최대한 살려낸 정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공간전'에서 커미셔너 박경은 새로운 것들을 보여준다. 사람의 삶이 담겨있는 도시가 그의 공간전의 대상이다. 전쟁의 포격에 의해 파괴된 베이루트 시가지, 이데올로기의 구현체인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도시 건축현장, 그리고 1980년 군부에 의해 희생된 광주 등 도시의 생성과 발달, 파괴 혹은 쇠퇴는 권력에 의해 좌우돼 왔다.

광주 비엔날레는 이같이 5개의 소주제를 내용으로 한 본전시와 잔치상처럼 풍부한 볼거리를 차려놓고 있다. 특별전으로 해방이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를 담은 '일상, 기억 그리고 역사'전과 한국의 무속과 현대미술을 내용으로 한 '삶의 경계'전, 동서양의 걸작들을 모은 '동서 명작전', '청년정신'전,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도시의 꿈' 전시 등이 비엔날레 본관 전시실과 시내 남봉갤러리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또 망월동 5·18묘지에서 열리고 있는 광주 동일미술제가 있으며 기념전으로 광주 화랑협회가 예술의 거리에서 마련한 '작은 그림축제', 조흥문회관의 '호남남화전' 인재갤러리의 '장애인 미술인전', 비엔날레 본관의 '전화황전'등이 있다. 그리고 후원전으로 중외공원 북한관에서 열리고 있는 '북한미술공예품전'과 라인미술관의 미국 샌안토니아시 현대작가전이 마련돼 있다.

9월 20일 현재 이곳 광주 비엔날레 행사장에는 국내외 저명한 미술평론가들이 다녀갔다. 미국의 유명한 미술잡지 「아트 인 아메리카」의 편집장 리차드 마인씨는 “매우 흥미롭게 짜여진 전시”라고 총평했다. 그러나 마인씨는 “뉴미디어를 이용한 작품이 대부분이고 대중적인 페인팅이 너무 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휘트니 미술관장 데이비드 로스씨도 개막하자마자 전시장을 찾아 “유럽 비엔날레들이 답답한 느낌을 주는 반면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은 공간이 트여 있으며 카셀 도큐멘타보다 더 우수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상파울로 비엔날레 수석 큐레이터 파울로 헤르킨호프씨는 “동양적인 5개의 주제해석이 탁월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런가 하면 제1회 비엔날레 전시 기획자였던 고려대 이용우 교수는 “광주 비엔날레가 아시아 유일의 비엔날레로 정착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살폈다.

전시와 함께 비엔날레는 3개월의 기간 내내 각종 공연을 유치, 관람객에게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장이 있는 중외공원내 야외공연장에는 매일 각국에서 찾아온 공연단과 전국 시도별 공연단의 공연, 관람객이 함께 참여하는 어울한마당 등이 펼쳐지며 민속박물관과 문예회관 극장에서는 각종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중국 잡기단과 스위스 민속 무용단, 미국 드리니티유니버시티 무용단, 베트남 국립전통예술단, 스웨덴 소프렌스카라카스 무용단과 이집트 레다민속단, 칠레의 전통 민속춤, 일본 류큐 무용단 등이 계속 야외공연 무대를 장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