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예 / 일본의 문화진흥과 문화복지(2)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봉사자로 성숙되게 하는 전문과정들

-볼런티아 대학과 문화강좌의 실태




서연호 / 본지 편집자문위원, 고려대 교수

■카나자와 시의 볼런티아 대학교

카나자와 시에는 일본에서 유일의 볼런티아 대학교가 1994년 9월이 문을 열었다. 일본에서는 주당 2일 휴무제에 따라 사람들의 여가시간이 증대되었고, 평균수명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와 더불어 마음의 풍요를 구하는 사람들도 증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자원봉사 volunteer 활동을 통해서 사회에 공헌함으로써 보람있고 충실하게 하루하루의 생활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증가되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은 스스로 정신적 세계를 넓히고 보람의 의식을 높이는 생애학습의 하나로서 향토애를 키우고, 봉사의 정신을 함양하는 등 활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의식의 변화와 함께 고령화사회, 청소년시대에 대응하는 방법으로서 시민생활에 밀착된 자원봉사자로서의 지식, 기술, 지도력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볼런티아 대학교는 나가마치 연수관(長町硏修館)에서 별도로 운영된다. 사용하지 않게 된 과거 초등학교의 부지를 시가 인수해서 새로운 연수관 건물을 지어 놓았다. 시 측에서 투자한 것이지만 민간단체와 시민단체의 대표가 사단법인 이사회를 결성하고 학교장을 선임하며, 사무국을 두어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자금 1천만 엔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재원도 살림살이도 많이 늘었다. 1997년도 예산을 보면 이사회 측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는 연간 총액 겨우 30만 엔에 그치고, 일체의 수강료는 무료이다. 수강자들은 학습자료 구입비로 연간 총액 75만 엔 정도를 낸다. 나머지 운영비 2천2백만 엔은 전부 시의 보조비로 충당되고 있다.

카나자와 시민이면 누구나 연령에 제한 없이 수강할 수 있지만, 인근지역 사람들도 입학이 가능하다. 현재 13퍼센트 정도가 인접지역에서 오는 수강자들이다. 수강코스는 복지(주야간 정원합계 70명), 국제(70), 환경(70), 관광(주간 30) 등 4개가 있으며, 주간과 야간은 따로 모집한다. 관광코스는 주간만 운영된다. 매년 9월초부터 다음해 6월초까지 개강하고 여름방학이 3개월간이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수강자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수강자들의 평균연령은 43세이다. 현재 최고연령자는 77세, 최소연령자는 18세이다. 수강자들의 수료율은 평균 90퍼센트에 달하고, 수료자의 78퍼센트가 현재 단체 혹은 개인 자격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실제 참여하고 있다. 시민 가운데서 매년 190여 명의 전문자원봉사자가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각 코스의 학습내용

각 코스는 교양과정 5회, 전문과정 17회(첫회는 코스 안내, 마지막회는 자신의 활동방향 발표), 모두 22회로 진행된다. 강사는 분야별·학과별로 전문가가 담당한다. 복지코스는 매주 화요일 주간, 야간에 개설된다. 전문과정에서는 1)복지제도와 봉사자(카나자와 시의 복지제도와 봉사자의 역할) 2) 고령사회와 봉사자 (고령사회의 제문제와 봉사자의 바람직한 자세) 3) 병간호 기술의 초보(환자 간호를 위한 여러 가지 초보적 간호기술) 4) 카운슬러의 초보(카운슬러와 봉사자 활동과의 관계) 5) 고령자와 봉사자(고령자를 위한 봉사자의 서비스 방법) 6) 받는 측에서 본 봉사자(혜택을 받는자 측의 심리상태 분석) 7) 지적장애자 시설의 견학 8) 정신장애자와 봉사자 (정신장애자의 이해와 봉사자의 역할) 9) 청각언어장애자와 봉사자(간단한 수화 습득과 봉사방법) 10) 시각장애자와 봉사자(장애자의 보행을 보조하는 방법) 11) 젖먹이 아이의 심리와 행동(유아 보육법 습득) 12) 유익한 구급법Ⅰ(인공호흡, 심장 마시지 등 구명법) 13) 유익한 구급법 Ⅱ(응급처치법) 14)봉사자 활동의 즐거움(실제 봉사자의 경험 청취 및 대담) 15) 봉사활동을 위한 설명회(참여방법, 단체, 활동정보 등 안내·문답)등을 강의, 실습한다.

국제코스는 매주 수요일 주간, 야간에 개설된다. 전문과정에서는 1)외국의 봉사자(자원봉사의 역사 이해) 2)다른 문화의 이해(외국인과 마음을 여는 방법 및 기술) 3)국제 생활체험(홈스테이를 통한 교류방법) 4)국제협력사업단(JICA의 내용, 필요성과 봉사자의 자세)의 활동 5)외국에서 활약하는 일본의 봉사자들(해외협력대의 활동) 6)카나자와에 체류하는 외국인에 대한 봉사(유학생 포함) 7)외국인의 생활문화Ⅰ(외국인을 위한 옷차림새, 습자교실 등을 통한 교류) 9)외국인과 만나는 방법 (외국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 10)외국인이 본 카나자와(외국인의 눈에 비친 카나자와의 여러 측면을 들어서 시민과의 관계를 고찰) 11)카나자와의 전통문화(외국인에게 카나자와를 올바르게 소개하기 위한 전통문화의 이해) 12)이해하기 쉬운 대화방법(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 13)내가 생각하는 국제교류의 방법(각자가 생각하는 국제교류의 방법 발표) 14)봉사자 활동의 즐거움(상기 방식과 동일) 15)봉사활동 위한 설명회(상기 방식과 동일) 등을 강의, 실습한다.

환경코스는 매주 목요일 주간, 야간에 개설된다. 전문과정에서는 1)균형을 잃은 지구환경(지구온난화, 산성비, 오존층파괴, 삼림감소 문제) 2)카나자와의 삼림과 푸르름(카나자와의 자연, 삼림의 생태계, 생활환경의 특징) 3)시가지의 푸르름(시가지의 푸르름과 강가의 푸르름을 비교한 환경보전의 실태) 4)시민생활과 쓰레기(매립지, 수질관리 시설 견학) 5)살기 좋은 환경과 경관의 창출(푸른 환경 및 경관 만들기, 용수의 재생 방법) 6)카나자와에 사는 동물들(동물환경의 파악 및 자연보전 계획) 7)아름다운 생활방법Ⅰ(물, 대기, 에너지 등의 사용실험을 통한 소비자의 행동학) 8)계절감이 있는 생활방법(잎, 줄기, 꽃 등을 응용한 작품 만들기) 9)기업의 환경보존(기업활동이 지역의 환경보전을 실천하는 방법) 10)아름다운 생활방법Ⅱ(공기정화의 방법) 11)재생의 교육(여러 가지 재생방법) 12)생물이 자라나는 환경(숲속, 강가에서 자라는 생물 보전방법) 13)유기재배(실제 꽃가꾸기를 통한 실험) 14)윤택한 생활환경(여러 가지 식물재배 실험) 15)봉사활동 위한 설명회(상기 방식과 동일) 등을 강의, 실습한다.

관광코스는 매주 토요일 주간에 개설된다. 전문과정에서는 1)관광도시 카나자와(지역의 역사 및 특색) 2)숨겨진 카나자와의 재발견(지역을 재발견하는 노력) 3)카나자와의 전통공예(전통공예 및 미술공예의 인식) 4)전통공예시설의 견학 5)풍요한 카나자와의 문화(예술 및 생활 속에 남아 있는 문화의 발견) 6)문화시설 견학(특색 있는 시설, 선인의 유적) 7)카나자와의 대표적 관광지(유래, 특징 및 장소) 8)관광 봉사자의 마음(관광 봉사자의 의의, 역할) 9)가이드의 예절과 말하는 방법(관광 가이드로서의 여러 가지 자세와 방법) 10)카나자와의 미각과 전통(기후, 풍토, 전통행사로부터 이루어진 여러 가지 음식문화) 11)관광코스의 현지 연수Ⅰ 12)관광코스 책정의 방법(가이드 하는 경우 코스를 실제 작성하는 방법) 13)관광코스의 현지 연수Ⅱ 14)숨겨진 관광지를 재발견하는 현지 연수 15)봉사활동을 위한 설명회(상기 방식과 동일) 등을 강의, 실습한다.

볼런티아 대학교에서는 정규교과가 아닌 시민을 위한 특별강연도 개최한다. 나아가서 이상과 같은 전문교육만이 아니라, 봉사자들의 효율적인 활동을 위하여 관련창구를 개설해 놓고, 개인과 단체에 항시 연락이 가능하게 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다. 유아원(5개), 정신박양자시설(11), 신체·심신장애자시설(10), 양로원(11), 노인복지센터(8), 데이서비스센터(20), 구호시설(2), 모자원(2), 기타 시설(24), 아동관(27), 국제교류관계단체(51), 사회교육시설(47), 공민관 및 연합회(61) 등 279개 시설에서 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봉사자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볼런티아 보험제도」를 개설해 놓았다. 기금 1억 엔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봉사자의 사망, 장해, 입원, 수술, 간호, 통원치료, 대인사고, 대물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1인 매월 3백 엔을 1구좌로 하여 보험료를 적립한다.

■시민을 위한 문화강좌

앞서 언급한 나가마치 연수관은 볼런티아 대학교 이외에 여러 가지 시민강좌를 개설할 뿐만 아니라, 해외 기술연수생을 위한 국제교류센터로 운영된다. 이런 비용은 모두 시측이 부담한다. 연수관의 시민강좌는 약간의 수강료를 내고 요리, 양재, 미술, 음악 등 여러 분야를 실제로 배울 수 있고,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모든 시설은 편리하고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다. 1996년도 연수관 이용현황을 보면, 모두 4천975건에 8만 1천776명이나 될 정도로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다. 외국인으로서 일본의 각종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이 교류센터를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기관 및 시설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 국제교류센터는 카나자와 국제교류재단이 운영하는데, 40개의 관련단체를 지니고 있다. 물론 한국인들도 많이 이용한다.

시민강좌를 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중앙공민관을 들 수 있다. 카나자와에는 1947년에 3개의 지구공민관(地區公民館)이 개설된 이후 현재 59개의 지구공민관이 있다. 이 지구공민관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기관이 중앙공민관이다. 여기에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사(高砂)대학교와 대학원(역사민족과, 화수원예과, 문학미술과, 보건체육과), 고전문학, 한시, 고향탐방, 국제이해, 사진, 영화 등 여러 가지 강좌들이 개설되어 있고, 숱한 그룹활동과 전시, 공연 등이 계속된다. 1995년도 중앙공민관의 사업이용 현황을 보면 모두 5천99건에 16만 798명이 이용했다.

앞서 볼런티아 대학교의 전문과정 내용을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봉사자는 단순한 협조자의 수준을 넘어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봉사자로서 성숙되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지역이 그러하지만, 특히 카나자와에서는 모든 시민이 봉사자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동시에 실제 각 분야에서 봉사활동이 진행 중이다. 시민문화강좌는 프로그램의 질과 수준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참여자들이 많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들의 이용률은 실로 놀라운 현상이다. 오늘날 일본 사회의 내적 충실성과 장래성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