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프로그램

신춘문예의 계절, 그 화려한 설레임

-90년대 신춘문예 당선 소설 분석




김한식 / 고려대 강사

1. 신춘문예가 가진 매력

자연의 변화는 보통 네 계절로 나뉘지만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문학도들에게 11월∼12월은 가슴 조이는 또 하나의 계절이다. 작가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은 이 때가 되면 밤을 지새며 글을 다듬고 생각을 정리한다. 한해 농사를 거두는 농부의 마음처럼 설레임과 기대에 부푼다. 설레임을 넘어 심각한 열병을 앓는 이도 적지 않다. 등단을 꿈꾸는 예비작가들만이 아니라 이미 등단을 경험한 기성 문인들도 이 시기가 되면 자시도 모를 설레임에 들뜬다고 한다.

이 설레임의 원인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춘문예에는 다른 매체가 가지지 못한 독특한 매력이 있다. 새해 벽두를 여는 첫 신문에 발표되면서 문학으로 들어서는 그 화려한 길은 신춘문예만이 보장해 주는 특별한 배려이다. 신년호의 신문 두 면을 온전히 차지하는 화려함은 고작 수 천부 이하가 발행되는 잡지나 동인지 등을 통한 등단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다.

설레임과 화려함만이 신춘문예가 주는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에게는 누구의 추천이 아니라 당당히 경쟁을 뚫고 등장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러한 자부심은 신춘문예 초기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이다.

1930년대 김유정, 김동리 등의 작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엘리트 의식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또 현재의 중견 작가들 대부분이 신춘문예 출신이라는 점은 신춘문예의 공신력을 한층 높여 준다. 신춘문예 출신자들에게는 문단에 이르는 정도를 밟았다는 의식이 은연중 남아있는 것이다. 물론 부수적이지만 상금이 주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들어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춘문예 당선 상금은 평소에 쥐기 어려운 큰 돈이었다. 굳이 경제적인 이득을 따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글에 대한 온당한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상금은 여전히 중요한 매력이다. 신춘문예는 문단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하다. 신인 작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신춘문예 소설들은 우리 소설의 현재수준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기성 문단에서 신춘문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1990년대 신춘문예 당선 소설을 분석하고, 그를 통해 1990년대 문학의 현주소를 파악해 보려 한다. 분석의 대상은 5대 일간지와 서울신문 당선 단편소설 42편으로 한정 하였다. [표1]은 기간 내 신춘문예 당선 소설 일람이다.

[표 1] 1990년대 신춘문예 당선작품 일람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국

1991년

김소진

「쥐잡기」

정윤우

「아내의 행방

불명에 관하여」

윤이나

「눈오는날」

최임순

「외출」

강금희「천국에서의 하루」

윤명제

「개마고원」

1992년

한융희

「한고조」

윤재인「상자를 찾아서」

문영심

「지하의 방」

송윤지

「건조지」

김영진

「늦가을」

노경실

「오목렌즈」

1993년

김정산

「수지」

유성식

「아주 사소한

류씨 이야기」

서재영

「그 여름의

유산(遺産)」

김재진

「외로운 식물의

꿈」

이상림

「색맹지대」

소을석

「무한궤도」

1994년

서지한

「바리케이트」

김승희「산타페로 가는 사람」

한강현

「붉은 달」

박은철「회전목마와 도서관」

신상대

「떠 있는 섬」

김재찬

「사막의 꿈」

1995년

민선기

「빙괴」

유승찬「희극을 찾아서」

한동림

「변태시대」

강만진「앵무새의 죽음에 관하여」

장경식

「거미여행」

박숙희「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날개가 아니다」

1996년

이한음「해부의 목적」

조경란「불란서 안경원」

하성란

「풀」

정지아

「고욤나무」

윤일수「알람시계들이 있는 사막」

이환제「높고

마른 땅」

1997년

우광훈

「유쾌한

바나나씨의

하루」

유경희

「전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김창식「아내는 지금 서울에 있습니다」

류시영

「시 쓰는 남자」

은현희

「향기와 칼남」

김혜진

「어머니의 산」



2. 당선작의 경향

(1)주제 분석

어떤 주제를 다루든 소설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삶과 사회적 조건 사이의 불화를 탐구한다. 그것이 때에 따라서는 개인의 내면을 추적하는 방법으로 드러나고, 때로는 사회문제를 사실적으로 들추어내는 쪽으로 그려진다. 그 사이에서 수많은 종

류로 주제와 내용이 갈라지게 된다. 따라서 소설의 분류는 어느 정도 작위적일 수밖에 없다.

작위적이라는 가능성을 전제하고라도 기간 내 당선소설의 주제를 분류해 보면 대략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표2]참조).

[표2]주제별 분류


사회적

존재론적

일상적

풍속적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아

한국

4

0

0

1

3

2

0

4

4

4

1

3

1

2

2

2

3

1

2

1

1

0

0

1

소계

10

16

11

5


소설의 관심이 개인보다는 사회 문제에 집중되는 경우를 사회적 주제라 부를 수 있다. 사회문제에 집중한다고 해도 개인이 사라지는 소설이 있을 수는 없지만, 개인의 내면보다는 사회구조적이고 억압적인 문제에서 접근하는 소설로 이해할 수 있다. 김소진의 「쥐잡기」(1991)는 가족사에 음각된 불행한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최임순의 「외출」은 전교조라는 당시의 첨예화된 문제와 광주라는 오래전 경험을 박교사라는 인물을 통해 함께 다루려고 하였다. 노경실의 「오목렌즈」(1992)는 유복한 환경의 여인과 가난한 공장 노동자의 극복하기 어려운 의식 차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서지한의 「바리케이트」(1994)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 같은 해 신상대의 「떠 있는 섬」은 외국 교포의 지난한 생활이 그려진다. 사회적 주제의 소설은 정통 소설기법에 충실한 경우가 많다.

존재론적 주제의 작품은 주로 개인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그것이 실존적 고뇌와 절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물과 사회의 관계는 기억이나 무의식 안에서 처리되며 외부와 격리된 내밀한 삶이 그려진다. 현대사회의 소외 문제를 다루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여기에 해당된다. 소을석의 「무한궤도」(1993)는 현대사회의 익명성과 소외의 문제를 지하철 2호선의 끝없는 순환으로 상징하여 형상화한 작품이다. 집을 떠난 가장이 돌이킬 수 없이 허물어지는 과정이 절제된 문체로 묘사된다. 유승찬의 「희극을 찾아서」(1995) 역시 집단에서 소외된 불행한 인물의 행적을 추적하는 형식의 작품이다. 정윤우의 「아내의 행방불명에 대하여」(1991)는 부부관계에서 윤재인의 「상자를 찾아서」(1992)와 윤일수의 「알람시계들이 있는 사막」(1996)은 일상에서 각각 존재의 위기를 발견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삶에서 생의 의미를 찾아내거나, 되풀이되는 고통을 되새김질하 듯 그려내는 작품들을 일상의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 존재론적 심각함을 가지고 있지만 내면으로 침잠하기보다는 현실의 고달픔과 발견 자체에 치중하는 경향이다. 송윤지의 「건조지」(1992), 은현희의 「향기와 칼날」(1997)은 가족을 배경으로 하여 일상의 아픔을 과장 없이 담아낸 작품들이다. 정지아의 「고욤나무」(1996)와 조경란의「불란서 안경원」은 작은 가게를 경영하는 여인들의 하루가 과거와 교차되며 그려진다.

풍속적 주제는 일상의 주제보다 고민의 정도가 낮거나 시대의 문제를 재치 있게 다룬 경우이다. 작품이 창작될 당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읽기에는 편하나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발견하기는 어려운 작품들이다. 「수지」(1993)는 미군 기지촌 여인의 일상을 다룬다. 「아주 사소한 류씨 이야기」는 50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미래의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작품 발표 당시 문단의 이슈이던 패스티쉬 문제를 재치 있게 건드리고 있다. 우광훈의 「유쾌한 바나나씨의 하루」(1997)역시 섹스와 광고라는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이야기 전개의 주요 축으로 삼는다.

(2)제재 분석

소설의 제재가 될 수 있는 배경이나 소재가 특별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쓰여진 소설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삶의 진솔한 모습을 발견하고 드러낸다. 그러나 작품에 따라서는 특별한 제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제재의 선택 자체가 주제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신춘문예 당선 소설들의 제재를 대략 여섯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표3] 참조). 가족, 일상, 직업에서 제재를 취하는 방법은 고전적인 리얼리즘 소설에서부터 널리 사용 되어오던 것이다. 관념이 우위에 서거나 미래나 해외를 배경으로 한 경우는 특별한 제재로 분류할 수 있다. 관념적인 소설의 경우 사고의 현란함이나 이미지의 제시 자체가 소설의 내용이 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경우는 그것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은연중 작품에 드러난다. 해외를 소재로 한 경우도 낯선 곳에서의 어려운 삶이 주제로 등장하게 마련이다.

[표3] 제재별 분류


가족

일상

직업

관념

미래

해외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국

1

1

3

1

1

0

2

4

2

4

3

5

2

0

0

1

2

1

1

0

2

1

0

0

0

1

0

0

0

1

1

1

0

0

1

0

소계

7

20

6

4

2

3


가족을 제재로 한 작품은 부부간의 문제나 세대간의 갈등을 주로 드러낸다. 가족은 개인의 일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요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가족을 제재로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 의미로 확대되느냐 혹은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심화되느냐에 따라 작품을 나눌 수 있다. 김소진의 「쥐잡기」가 앞의 경우라면 정윤우의 「아내의 행방불명에 관하여」는 후자의 경우이다. 문영심의 「지하의 방」(1992)과 송윤지의 「건조지」는 불행한 가족사가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그리는데 그친다.

일상적 제재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에서 소재를 찾는 경우이다. 과거의 친구를 만난다거나 거리에서 인상적인 사건을 경험한다던가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별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에피소드처럼 그려질 수 있다. 유승찬의 「희극을 찾아서」는 친구의 죽음을 우연히 접하고 그것을 계기로 자신과 친구의 과거를 추적하게 되는 소설이다. 류시영의 「시 쓰는 남자」(1997) 역시 평론가가 우연한 기회에 시인을 만나 문학적 견해를 주고받는 내용이다. 매일매일 중 하루를 독립시켜 기록한 듯한 소설들도 여기에 속한다. [표3]에서 보듯 일상적 제재를 취한 작품의 편수는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직장이나 직업을 제재로 한 경우는 비교적 높은 사회성을 띠고 있다. 직업을 얻는다는 것은 곧 사회라는 조직 속으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에 대한 개인의 반응은 비판이 되기 마련이다. 모든 소설에 직업이 나오지만 그것이 작품의 주제를 이끌어 낼만큼 중요한 경우를 이 부분에 포함시킬 수 있다. 한융희의 「한고조(寒苦鳥)」(1992)는 군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미군부대에서의 카투사 체험과 월남전의 체험을 교차시켜 현대사에서 희생당한 개인에 대해 다룬다. 서지한의「바리케이트」역시 외국인 노동자가 밀려드는 현실에 대처하지 못하는 우리의 자세를 지적한다. 이환제의 「높고 마른 땅」(1996)은 사향산업인 탄광에 직업을 얻기 위해 찾아든 네 명의 인물들을 형상화한다.

관념적인 분위기를 보이는 작품은 모두 네 편이다. 관념적으로 느껴지는 소설은 형식상으로 특별한 시도를 하고 있거나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에서 사건을 전개한다. 한동림의 「변태시대」(1995)는 극장 안에서 벌어지는 병리적인 인간들의 모습과 주인공의 내부에서 벌어지는 고민의 과정이 중심이다. 「회전목마와 도서관」(1994)은 극도로 상징화된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도서관장과 주인공이 벌이는 관념적 논쟁을 다루고 있다. 이한음의 「해부의 목적」(1996)은 생물학 강사의 요설적인 강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이다.

미래를 제재로 한 작품은 모두 두 편이다. 미래를 제재로 했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래 사회를 예상하여 흥미위주의 공상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서 맹아가 발견되는 문제점을 미래라는 가정아래 추정하고 비판하는 소설들이다. 윤명제의 「개마고원」(1991)은 개인이 없어지고 컴퓨터가 지배하는 미래사회를, 유성식의 「아주 사소한 류씨 이야기」(1993)는 거기에 글쓰기 방식의 변화라는 문제까지 덧붙인다.

해외를 배경으로 창작된 작품은 우리 소설의 영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착의 어려움이나 인종차별, 그리고 인간적 타락이 다루어진다. 민선기의 「빙괴」(1995)는 입양아와 도피성 국제결혼녀의 만남을 보여주는데,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떠 있는 섬」(1994)은 미국에 정착한 한국인들의 우울한 삶을 그리고 있다. 강도와 피살 등의 문제는 심각하게 다가온다.

(3) 90년대 신춘문예 당선작에 대한 평가

이전과 비교할 때 90년대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대신 존재에 대한 성찰과 일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흔히 90년대적이라 부르는 사회 문화적 현상이 신춘문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뉜다. 90년대 초 개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이 감소하자 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70∼80년대 우리 소설이 시대와 역사에 치어 온 측면이 없지 않았기에 이런 변화는 90년대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 정도로 비추어졌다. 사회적 문제에 압도되었던 개인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면에 드러나는 것을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았다. 소재의 확대나 여성 작가의 진출은 그 직접적인 결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면서 개인의 강조는 부정적인 편향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주제의 깊이보다는 문장의 세련에 힘쓰고 인생에 대한 성찰보다는 무난한 주제를 기술적으로 다루려는 성향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의 동력을 인간이나 세상에 대한 남다른 통찰에서 얻으려 하지 않고, 글쓰기 자체에 대한 연습과 자족적인 체계에서 찾으려는 듯 하다.

이러한 결과는 1인칭 소설의 유행으로 대변된다. 지난 7년간 1인칭 소설은 모두 19편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모든 신문에서 1인칭 시점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1인칭 시점은 3인칭 시점에 비해 작은 제재를 면밀하게 다룰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기만의 작은 공간으로 소설을 가두어버릴 위험도 있다. 그래서 최근의 심사평에서는 오히려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교과서적 글 구성, 묘사가 강조되기도 한다. 작가는 쓰려는 바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해야 하고 전달하는 방법도 효과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기본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겉멋에만 치우쳐 내실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소설, 새롭기는 하나 격이 없는 소설이 양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양성에서 출발한 최근의 경향이 또 다른 획일성을 낳았다면 다시 소설의 기본원리로 돌아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표4]는 앞서 언급한 기간 내 당선 소설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모두 네 개의 기준에 의해 나누었다. 성별, 인칭, 주제분류, 제재분류 순이다.

[표 4] 신춘문예 당선 소설의 경향 및 특징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국

1991년

1992년

1993년

1994년

1995년

1996년

1997년

남/1/사회/가족사

남/3/사회/군대

남/3/일상/일상

여/3/사회/외국/노동자

여/1/사회/해외

남/1/일상/관념

남/1/일상/풍속

여/1/존재/부부

여/1/존재/일상

남/3/풍속/미래

여/3/존재/해외

남/3/존재/일상

여/1/일상/일상

여/1/일상/일상

여/3/일상/일상

여/3/일상/가족

남/3/존재/가족

여/3/존재/일상

남/3/존재/관념

여/3/존재/관념

남/1/일상/부부

여/3/사회/학교

여/3/일상/가족

남/1/존재/일상

남/3/존재/관념

남/1/존재/일상

여/3/일상/일상

남/1/존재/일상

여/3/일상/일상

남/3/사회/농촌

여/1/사회/일상

남/3/사회/해외

남/1/일상/기차역

여/3/존재/일상

여/1/일상/가족

여/일상/미래

여/1/사회/계급

남/3/존재/지하철

남/1/존재/일상

여/1/존재/일상

남/3/사회/탄광

여/1/풍속/일상



3. 심사과정과 심사위원 현황

(1)신춘문예의 심사과정

신문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매년 응모되는 단편소설의 양은 4백편 내외이다. 응모작 수를 1997년 기준으로 보면 「동아일보」가 495편, 「조선일보」가 439편 그리고 「중앙일보」가 607편이었다. 세 신문이 비교적 영향력이 크다고 볼 때 다른 신문의 응모작 수는 조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1996년「경향신문」은 352편, 「서울신문」은 300여편), 「중앙일보」에 응모작의 수가 유독 많은 이유는 신문사가 「문예중앙」이라는 문학잡지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두세 명의 심사위원이 읽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문사별로 2∼3인의 예심 심사위원을 두고 10여편 안팎의 본선작을 선정하게 된다. 본선에 오르는 데만도 평균 30대 1 이상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본선 심사위원의 손에 이르기도 전에 탈락되고 만다. 작품의 시작이 엉성하거나 거친 문장의 작품이라면 본선보다 예선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선 심사위원은 보통 젊은 작가나 평론가가 담당하게 되고 본선은 중견 작가나 평론가들이 맡는다. 따라서 최종 당선작이 되기 위해서는 젊은 심사위원의 손과 중견 심사위원의 눈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12월 10일을 전후하여 작품응모를 마감한다. 작품의 정리가 끝나면 보름 이내에 모든 심사과정을 마치고 성탄절 하루나 이틀 전에 개별적인 연락을 완료한다.

보름의 기간은 사실 작품을 꼼꼼히 읽기에 충분한 시간이 못된다. 거기다 예심과 본심을 나누면 심사에 허용된 시간은 각각 일주일 정도이다. 작품 수로 보아 본심보다 예심의 심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간이 촉박하다고 하여 심사가 허술하게 진행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예로 1995년의 신춘문예를 들 수 있다. 그 해 「동아일보」는 당선작을 내지 않고 가작만을 발표하였다.

그 이유는 당선작으로 예정되었던 작품이 '동일작품 중복투고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중복 투고란 같은 작품을 각기 다른 신문사에 응모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 해의 경우 중복투고 된 작품이 두 신문사 이상에서 본선에 올랐거나 당선되었기 때문에 중복투고가 밝혀질 수 있었다. 성의 없는 심사가 이루어졌다면 중복투고가 밝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본선에서의 심사는 어느 정도 신뢰할만하다. 반대로 예심에서는 응모자들이 예기치 않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심사자들의 성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은 양 때문이다. 원고의 양이 규정에 어긋난다거나 페이지 한 쪽이 떨어져 나가는 등의 사소한 실수가 예선에서는 탈락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심사위원 현황

각 신문사마다 자주 위촉되는 심사위원이 있게 마련이다. 또, 한번 위촉된 심사위원은 자주 바뀌지 않는다. 기간 내 단편소설 본선 심사를 맡았던 인원은 총 28명이다. 이중 소설가가 20명이며 평론가는 8명이다. [표5]는 다섯 차례 이상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나 평론가 일람이다. 표만으로 볼 때 「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는 특정 심사위원에게 지속적으로 심사를 맡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에 반해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서울신문」은 한 심사위원에게 여러 번의 심사를 맡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다. 소설가로는 김원일이, 평론가로는 김윤식이 9회와 8회로 가장 많은 심사를 맡았다.

[표 5] 신문사별 주요 심사위원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국

소계

김원일

김윤식

김치수

김주영

이문구

이제하

최일남

최인훈

1

1

1

1

4

2




2

2


3

1

5

3

1



3

4

2

3

1

2


2

6

2

9

8

7

6

6

6

5

5


각 신문사의 심사위원 위촉 내용과 당선작품의 경향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기간 내 신문사의 심사위원 명단은 아래의 [표6]과 같다).

[표 6] 심사위원 명단


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국

1991년

1992년

1993년

1994년

1995년

1996년

1997년

이청준, 김원일

김주영, 송영

조세희, 송영

최일남, 이청준

이문구, 최일남

최일남, 김병익

최일남, 김윤식

김윤식, 이문열

김윤식, 이문열

이문열, 조남현

조남현, 이문열

이문열, 조남현

조남현, 한수산

한수산, 조남현

이호철, 최인훈

이호철, 김원일

이호철, 김원일

서기원, 김병익

김주영, 최인훈

최인훈, 김주영

김화영, 윤흥길

황순원, 서정인

서정인, 황순원

김윤식, 김원일

김윤식, 김주영

김치수, 김윤식

김윤식, 김치수

김윤식, 김치수

김주영, 송 영,

김치수

김치수, 이문구,

김원일

이청준, 이문구,

김주영

김원일, 송 영,

김치수

김원일, 백낙청,

최일남

김치수, 김원우,

오정희

김치수, 이문구,

박범신

최인훈, 박완서,

이제하

박완서, 이제하,

이청준

박완서, 이제하,

최인훈

박완서, 이제하,

이문구

김원일, 이호철, 최원식

이제하, 김병익,

김원일

이제하, 이문구,

김승옥



⸁경향신문 : 1995년까지는 2명의 소설가가 심사를 맡았다. 그러나 1996년과 1997년은 평론가와 소설가 1인씩으로 바뀌었다. 최근 4년간은 소설가 최일남이 계속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동아일보 : 평론가와 소설가 1인으로 구성된다. 최근 4년간은 평론가 조남현이 계속 심사를 맡았다. 전체 횟수는 이문열과 조남현이 각각 4회로 가장 많다. 1996, 1997년은 조남현과 한수산이 심사를 맡았다. [표4]를 볼 때 최근 「동아일보」에는 사회적 문제에 민감한 작품이당선된 적이 없다. 이는 심사위원의 성향보다는 응모작품의 수준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 : 이호철과 최인훈이 각각 3회 심사를 맡았다. 소설가가 주로 심사를 맡고 가끔 평론가가 맡기도 한다. 특이한 점은 3인칭 시점의 소설이 유독 많이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1997년부터는 이전에 심사에 참여하지 않은 새로운 심사위원이 등장했다.

⸄조선일보 : 1993년부터 평론가 김윤식이 계속 심사를 맡아오고 있다. 1995년부터는 김윤식과 김치수 2인이 심사를 보았다. 특이하게 소설가가 아닌 평론가들만으로 신춘문예를 치른다. 당선작들은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중앙일보 : 3인이 심사를 맡는다. 평론가 1인과 소설과 2인으로 구성된다. 평론가 김치수가 4회로 가장 많은 심사를 맡았다. 1997년에 작가 박범신이 새로 심사위원이 되었다.

⸆한국일보 : 소설가 3인의 체제에서 1995년부터 평론가 1인과 소설가 2인 체제로 변화하였다. 1995년을 제외하고 소설가 이제하가 심사를 계속 맡았다. 일상적인 주제보다는 삶의 깊은 통찰을 다룬 작품을 주로 뽑아왔다.

4. 맺는 말

지금까지 90년대 신춘문예 당선 작품들을 분석하여 우리 문학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또, 신춘문예 응모자를 위해 심사과정과 심사위원 현황도 살폈다. 마지막으로 신춘문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신춘문예의 존재이유는 새로움에 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당선작의 신선함이 떨어지고 있어 아쉬움을 준다. 응모자들이 신춘문예를 하나의 성취며 완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신춘문예는 완성된 당선작 한 편보다 미래에도 계속적인 작가활동을 할 수 있는 신인들을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춘문예 작가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패기와 열정이다. 신인들에게 있어 노련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설프다 해도 패기 있는 실험정신, 기존 문단에 문제를 던지는 신선함, 이를 녹여내려는 끈기와 치열함이 신춘문예에서 기다리는 작가상이다. 이러한 요구가 충족될 때 우리 문단에서 신춘문예가 차지하는 위치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ⶀ참고문헌

신춘문예 당선 작품집. 예하, 1991∼199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