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리뷰 / 전통

사물놀이가 대중문화 경향과 접목하여 만들어낸 또 하나의 활로

-환퍼포먼스의 「난타」




이영미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새로운 공연 형태, 성장한 예술

사물놀이는 태생부터 창조적이었다. 우리의 많은 전통예술 분야의 예술활동이 일차적으로 원형 보존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 비해, 사물놀이는 첫 출발부터 그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처음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라는 명명으로 일종의 고유명사였던 '사물놀이'란 말은, 이제 연주회용 앉은반 풍물의 양식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심지어 '풍물'이란 말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농악' 이라는 일본이 만든 말을 대신하여 풍물 일반을 지칭하는 말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와 함께 이러한 앉은반 풍물인 사물놀이 형태의 연주를 전통적인 풍물판굿보다 더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추세이다.

두루 아시다시피 사물놀이는 판굿 형태가 일반적인 전통 풍물을 바탕으로 하여 음악적 측면만을 고도화시킨 연주회용 풍물이다. 이러한 재창조는, 공동체적 분위기 속에서 함께 풍물 판굿을 즐기는 태도의 관객이 줄어든 대신 전통예술을 그야말로 무대에서 감상하는 예술로 받아들이려는 1970년대 이후 새로운 고학력 관객의 증가 속에서 가능했다. 무형문화재로서 보존되는 예술과는 달리,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공연 형태로 재조직된 사물놀이는, 그래서 이단이지만 현대 우리 사회 속에서 살아 있는 관객의 지지를 통해 성장한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사물놀이와 재즈와의 만남 같은 실험(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실험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이러한 창조성 덕분일 것이다.

환퍼포먼스가 제작한 「난타」(김덕수 예술감독)는 이러한 사물놀이가 1990년대의 예술의 총체화로 대중문화화 경향과 재빠르게 접목하여 만들어 낸 또 하나의 활로로 보인다. 일상생활 속의 소리를 리드미컬하고 유머러스하게 배치한다는 기본 발상이 작년에 내한 공연한 「스텀프」로부터 빌어온 것이 너무도 분명하여 적잖이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단순히 탭댄스 스타일을 모방하지 않고 풍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한국인으로서는 지극히 정당한 발상 덕분에 그 발빠름이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는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쌓아온 실험적 성과 돋보여

이 공연에 이르면, 이제 더 이상 풍물과 사물놀이는 '과거', '한국' 이라는 질감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며, 사물놀이가 지녔던 음악적 편중성으로도 벗어난다. 슬랩스틱 코미디나 장난스러운 무언극과 춤의 요소가 중요해지며 이는 뮤지컬 경험이 있는 두 명의 연극 배우를 두명의 사물놀이 연주자와 결합시킴으로써 해결한다. 그래서 가끔 장단이 삐고 복잡한 장단을 연주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공연의 흐름을 이끄는 연극배우 김문수의 적극적인 표정 연기는 이 작품을 관객의 웃음 속에서 이끌어가는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엌이라는 설정도 좋았다. 손발을 두드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스텀프」는 탭댄스와 흑인적인 미국문화의 전통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가죽 악기와 쇠악기를 두드리는 우리의 풍물을 해학적으로 뒤집어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냄비 뚜껑이나 후라이팬 두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엌이란 배경은 쓰레기통이 뒹구는 미국식 뒷골목 분위기와는 다른, 한국적 해학성이 있었다. 공연 전체에서 장난기를 잃지 않도록 하면서도 작은 소리와 큰 소리, 쇳소리와 나무소리와 플라스틱 소리, 빠른 리듬과 비교적 느린 리듬 등으로 흐름을 조율한 연출력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음이 보였다. 특히 네 명의 주요 출연자의 타악 소리가 줄어들 때에 적절히 차고 들어오는 밴드의 연주도 좋은 발상이었는데, 이러한 서양 대중음악과의 크로스 오버는 놋주발과 다듬잇돌, 물독과 바가지 등 전통적인 생활 용구를 이용한 과거의 소리들을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따로 배치한 부분과 함께 그간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쌓아온 실험적 성과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장단과 가락이 단순하여, 다양하고 화려한 풍물 가락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감이 크다. 특히 풍물판굿의 여러 요소들, 개인 놀음, 여러 종류의 진짜기, 미지기나 짝드림 등의 전통적 자산을 충분히 이용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춤적 요소가 약한 것이 큰 흠이었다. 특히 「스텀프」에서는 무대 장치와 소도구를 이용한 뮤지컬 댄스의 전통이 보이는 춤적 요소들이 작품의 시각적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비해 「난타」는 춤적 요소가 크게 약할 뿐 아니라 무대 장치의 이용도도 떨어져 호암아트홀의 큰 무대를 메우고 있는 대형 무대장치가 (마지막의 대고 이중주 장면에서 별 계기 없이 대형 환풍기가 돌아가는 데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별 기능 없이 과시적인 감이 컸다. 또한 언어 없이 일상적 삽화들로 짤막한 소극적(笑極的) 장면을 만들어 가는 연극적 구성력 역시「스텀프」에 비해 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