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박상원 / 충청일보 기자
'충북의 민족문화와 직지 고인쇄 문화' 학술세미나
10월 6일 오후 3시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북의 민족문화와 직지 고인쇄 문화' 학술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세열씨 (충청전문대 열람계장, 서지학자)가 「직지의 역사적 성격」이라는 논문에서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발표해 학계에 관심을 모았다.
원고지 9백여 매에 이르는 논문에서 이씨는 흥덕사의 창건 연대는 흥덕사지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로 보아 신라 신문왕 5년(685년)에서 고려 초기인 광종 5년(954년) 사이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1377년 직지가 간행되던 해까지 존재했던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직지의 경제적 자치는 1911년 경매가격 산출로 4억 8백만 원이었으니 현재의 직지 가격은 추정하기 어려우며 직지심경은 경전이 아니기 때문에 '경'을 붙일 수 없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또한 중국이 금속활자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중국은 광대한 지역으로 많은 책을 찍는데는 부적합했고 우리나라는 잦은 전란으로 소실이 많아 많은 종류의 책을 소량으로 긴급히 찍어 배포해야 하는 필요성으로 인쇄문화가 발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지금까지 연구가 전무했던 직지간행의 재정적 후원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묘덕 스님이 후원자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묘덕은 정안군의 부인 임씨로 추정되는데 당시 고려 사회가 혼인제도의 무질서로 후실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당대의 정치가이며 문장가인 목은 이색과의 관계라든가 또는 여자로서 막대한 경비가 드는 사찰건립(경기도 양평군 용문사 내 암자인 윤필암)이나 서적의 간행(직지)에 기부를 한 것 등이 왕실 제정이 아니고서는 어려웠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또한 직지 초록 장소는 괴산 성불산 성불사라고 주장하는 이씨는 '목판본 발문에 1372년 9월에 성불산에 머물던 백운이 직지를 초록하니 당시 나이 75세였다' 라는 것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성불산은 충북 괴산(일명 송명신)과 함북 길주, 황해도 평산에 있었으나 백운의 활동 근거지로 볼 때 경기도 이남지역에서 활동했고 「조선불교통사」에 '충청도 괴산군 성불사는 성불산에 있다' 라는 글로 보아 청주지역이 인쇄문화의 발상지였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이씨의 논문에서는 직지의 경제적 가치와 중국은 왜 금속활자가 발전되지 못했는가, 직지 간행에 관여한 후원자에 대한 연구, 괴산 성불산 성불사가 가지는 의미 등 새로운 견해로 직지연구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한·중 서예교류전
그윽한 묵향이 가을의 정취를 감싸면서 한·중 문화를 퍼 올렸다.
지난 1995년 11월20일∼28일까지 중국 청도박물관에서 청주해동연서희와 중국 산동성 청동시 화평서화사가 제2회 한·중 서예교류전을 가진 이래로 10월 11일∼18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3회 교류전을 가져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 서예교류전은 서예의 본류인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문화를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는 동시에 서체에 흐르는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격년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정기적으로 개최되 있는 국제 서예전.
이번 전시회에서는 강언부, 고소암, 곽립, 두송금, 맹경태, 이정동, 임전서, 장경, 전세경, 채성로, 하중상, 화악 등 중국 서예가 41명의 작품 57점이 전시됐고 해동연서회에서는 강주관, 김동연, 김상훈, 김시운, 김주성, 나미옥, 민철식, 오근석, 오순자, 이영희, 임복순, 임상희, 장헌석, 정춘일, 진효숙(가나다 순) 등 66명의 작품 66점이 전시됐다.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한문서체와 궁체 판본체등 한글서체, 사군자 등을 총망라해 선보인 한국서예가들은 특히 예서, 해서가 중국은 행서, 초서가 많이 출품됐다.
중국의 서체는 어떤 틀에 맞추지 않고 자유자재로 붓놀림을 통해 여러 가지 서체를 만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고 한국서예가들은 대부분 법첩에 의해 쓰고 있는 것이 특징.
해동연서회 회장 김동연씨는 "청주와 중국 청도시를 2년마다 오가며 교류전을 갖는 이 서예전시회는 동양문화를 한자리로 모으는 행사로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서예인들이 참여해 다양한 서체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씨는 "이 교류전을 통해 청주시와 청도시의 우호가 지속적으로 증진되는 한편 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 타 예술장르에까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잇단 전시회로 가을 화단의 운치 더해
본격적인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청주화랑가에서는 잇따라 전시회가 열려 가을 화단의 운치를 더했다.
최빈 작품전(원천갤러리 10월8일∼14일)과 김태철 판화전(무심샐러리 10일∼15일) 등 장르가 서로 다른 작품들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최빈의 이번 전시회는 서울 인사갤러리(10월 1일∼7일)에 이은 전시회로 지난 1990년 동덕미술관의 수채 파스텔전 이후 7년만의 작품전으로 변화를 모색한 작품이 전시됐다.
구상을 위주로 한 수채화 작업에서 벗어나 유화와 실크스크린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 특징. 구상과 수채화로 표현하는 것에 많은 한계와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이끌어 낸 성찰의 세계를 표현하기에 미진함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여행과 답사를 통해 전체에서 개체로의 이행과 풍경전체를 살피는 눈을 통해 본 개체의 세계는 작가에게 근본적인 의문으로 다가서면서 우리 땅에 대한 애정과 자손의 끈, 산과 그 속에 지킴이처럼 앉아있는 산사 등이 하나의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다.
판화가 김태철씨의 작품은 물질의 가치에 몰입되어 격동의 세상, 혼돈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극히 단편적이고 외형에 편중된 삶의 모습인 옷차림, 생김새, 느낌, 사고 등을 소재로 다루었다.
사람마다 치장된 삶과 그 속에 내재된 정신이 혼미를 통해 실상과 허상, 소유와 무소유, 존재와 소멸, 증오와 사랑 따위의 상대적인 대비를 통해 각양각색의 사람모습과 종이배를 통해 표현해 냈다.
종이배는 물위에서 어디론가 떠나려는 방향성의 의미와 함께 미래에 대한 동경이며 잠재된 의식의 바람과 꿈의 실현을 간직하고 있다.
일관된 작품을 추구해 온 김씨의 이번 작품은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함에 있어 주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몸짓들을 색의 결체의 실루엣으로 단순화시켜 외향적 단순함 속에 내재된 삶의 복잡함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어린 시절 천진난만한 동심을 상징하는 종이배와 대비시켜 인간의 감춰진 내면세계를 추구했다.
제15회 전국대학무용경연대회 성료
제15회 전국대학무용경연대회에서 정경표(세종대)의 발레「라 에스메랄다」가 영예의 대상(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차지했다.
금상(한국문예진흥원장상 및 도지사상)은 김상학외 14명(대전대)의 한국무용 「태평무」와 김정기(단국대)의 한국 전통무용 「승무」에 각각 돌아갔다.
충북도와 충북예총이 주최하고 한국무용협회 충북지부 주관으로 10월 10일∼11일 이틀 동안 청주시민회관에서 열린 이번 무용경연대회에는 전국에서 73개 팀이 참가, 열띤 경연을 벌였다.
심사위원은 김성일(발레협회 이사), 이명자(한국무용협회 이사), 장익근(평론가), 박재희(청주대 교수), 김혜정(단국대 교수), 양정수(수원대 교수), 이상진씨(충북무용협회 지회장)가 맡았다.
심사위원장인 김성일씨는 "전반적으로 질적인 향상을 보였으나 일부는 기본기가 떨어지는 작품도 있다"면서 "앞으로 기본기는 물론 독창성을 함께 갖추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3시 30분 청주시민회관에서 있었으며 대상은 5백만 원, 금상은 각 3백만 원, 은상은 각 1백만 원, 동상은 각 70만 원, 지도자상은 1백만 원의 상금과 상패가 주어졌다.
이외 입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대상누락
·금상누락
·은상(한국무용협회이사장상): 김안윤(전북대) 「청산」, 정연수(세종대) 「노란신을 신을 원숭이」, 박은영(계명대)「신화」, 이수지(세종대)「흑조」
·동상(충북무용협회장상): 정세훈(세종대)「빈터」, 안정연(이대)「바람꽃」, 서원호 외 16명(한성대)「해적」, 김지영 외 10명(청주대)「파키티」
·지도자상(충북예총회장상): 임현선(대전대)
충북무용협회 회원발표회
제39회 충북예술제 일환으로 지역무용인들이 펼치는 '무용발표회'가 10월 12일 저녁 7시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 무대에 올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김명희 교수(서원대)가 이끄는 '댄스 엔 원스'의 「마흔셋-그해 겨울II」(안무 김명회)와 류명옥 무용단의 「♀과 ♂」(안무 류명옥)가 그것.
「마흔셋-그해 겨울II」는 지난 5월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열린 '춤작가 12인전' 에 참가한 작품으로 중년여인의 삶의 반항, 목마름, 감지돼있던 마성 등 심리상태를 표현한 춤사위.
기존 발레작품에 현대무용을 도입, 과감함 표현을 살려 내고 있는 이 춤은 모던발레의 기수 역할로 우리 무용의 역사에 있어서 여성의 심리를 과감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무대인의 무대인 격자무대로 꾸며진 이 작품은 나만의 공간속에 삶의 무게로 비유되는 한 남자가 등장하고 남자와의 애정과 애증이 중첩되면서 남자를 살해하고 다시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이 전체 얼개.
음악은 타악기와 여자의 목소리를 접목해 경쾌하면서도 절규에 섞인 비명소리로 특이한 음악을 연출했다. 의상은 남자의 경우 찢어진 청바지로 현실의 남자를 대변했으며 여성은 깔끔한 이미지를 풍겨주는 간결한 옷으로 정숙과 욕망이라는 이중성을 극대화했다.
김명희, 정운식(서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출연.
「♀과 ♂」는 인간생활의 일상성을 주제로 한 춤사위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여성과 어깨가 축 처져 삶의 의욕에 상실되고 있는 남성의 모습을 담은 시대적 고발 작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고 황혼기를 맞이하는 시간적 흐름을 통해 남성(부)과 여성(모)이 각각 느끼는 인생의 모습을 반추한 이 작품은 예술적인 무대보다는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무대형식을 빌려 대중성을 확보했다.
음악은 현대음악과 재즈음악을 접목해 경쾌한 리듬을 사용했으며 춤사위는 역동적이면서 부드러운 곡선을 최대한 살리는 등 극적 긴장을 표출했다.
류석훈, 조영주, 김효정, 조규리, 이연경 출연.
제2회 홍명희 문학제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제2회 홍명희 문학제'가 10월 7일 오후 4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번 문학제에서는 권순긍 교수(세명대)가 「임꺽정」의 작품배경이 됐던 곳을 직접 답사, 취재한 후 강의에 나섰고 '제2회 임꺽정 독서감상문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조혜정씨의 작품발표와 주강현 교수(경희대)의 '벽초의 임꺽정과 풍속의 사회사'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권교수는 일곱 도둑을 교화시킨 혜소국사 사적비, 일곱도둑이 홀연히 잠적한 칠현산, 일곱 나한을 모셔놓은 나한전과 소나무 등 소설 「임꺽정」의 모티브가 되었던 사건들과 배경, 작품에 실재하는 녹박재개자리 양주관아 양주감옥터 임꺽정이 부하들을 훈련시켰다는 고석정 등을 슬라이드를 보면서 자세하게 설명,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우리 문학의 수수께끼」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주교수가 임꺽정에 등장하는 무당이나 수많은 가객, 노래, 속담, 전설, 시장판, 색주광, 장돌배기, 도둑예인집단 등 다양한 당시 민중들의 생활과 생활사, 변혁의 문제와 관련한 특별한 의미를 짚어냈다. 임꺽정이 집필되던 시대에 찍었던 여러 사진첩이나 최근에 찍은 슬라이드를 중심으로 당시의 신앙풍습 등을 보여주었다.
이어 김승환 교수(충북대)가 벽초 생가 보전 모임 경과 보고와 도종환씨(충북민예총문학위원회 위원장 시인)가 벽초문학비 건립추진위 구성에 대해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이날 문학계의 식전 행사로 가수 장사익씨와 풍물굿패 '씨앗누리'가 나와 드라마「임꺽정」의 주제가와 「찔레꽃」등 히트곡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