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용능력 향상에 따른 미래지향적 정책 수립되어야…
-국민문화향수 실태와 과제
이선실 / 르포라이터
해방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1인당 국민 총생산은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6·25 직후의 67달러에서 현재 1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러한 경제 발전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민의 문화적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절대빈곤에서 탈피하자 사람들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현재, 실제 문화 소비와는 무관하게 국민의 문화욕구는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된 1972년을 기점으로 국민문화수요와 관련한 문화정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그 방안의 일환으로 국민문화향수 실태를 조사해 왔다. 이들 자료를 토대로 우리 국민들의 문화 관심도는 어느 정도인지, 가장 좋아하는 문화예술 분야는 어떤 분야인지, 계층별 문화 선호도는 어떤지, 문화 향수의 지역적 차이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국민의 문화 향수 실태를 알아보도록 하자.
문화·여가활동 관심도
우리나라의 일반국민들은 문화·여가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문화복지 수요조사'(1996,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과반수가 훨씬 넘는 67.2퍼센트가 관심이 많다는 답을 했다.
[표 1] 문화여가 활동에 대한 관심도
구 분 |
매우 관심이 많다 |
대체로 관심이 있는 편이다 |
별로 관심이 없다 |
거의 관심이 없다 |
평 균 |
|
연령 |
20대 30대 40대 50대 |
18.9 22.6 14.9 12.7 |
57.0 49.9 47.5 39.0 |
19.8 22.2 26.2 27.2 |
4.3 5.3 11.3 21.1 |
63.53 53.28 55.33 47.79 |
직업 |
전문/경영/관리직 사무/기술/서비스직 자영업 생산/노무직 주부 학생 기타 |
39.0 21.8 14.7 3.7 16.5 20.0 20.1 |
44.1 50.9 48.4 54.2 48.9 56.7 43.5 |
13.6 22.9 27.9 31.8 22.0 21.1 22.8 |
3.4 4.4 8.9 10.3 12.7 2.2 13.6 |
72.89 63.38 56.32 10.47 56.39 64.83 56.71 |
학력 |
중졸이하 고졸이하 대졸이하 대학원이상 |
9.9 15.9 26.1 30.0 |
35.3 53.0 55.7 51.7 |
32.2 25.2 14.3 13.3 |
22.6 5.9 3.9 5.0 |
44.16 59.68 68.04 68.90 |
주거형태 |
다독주택 아파트 연립/빌라/기타 |
15.2 22.8 19.2 |
45.9 55.2 50.5 |
27.3 17.0 20.2 |
11.7 5.1 10.1 |
54.85 65.22 59.63 |
도시규모 |
서울특별시 광역/직할시 중소도시 군/읍/면 |
21.1 14.2 21.0 14.8 |
51.1 53.5 48.1 43.8 |
18.4 25.3 21.7 28.7 |
9.5 7.0 9.3 12.7 |
61.27 58.34 60.2 53.56 |
연령별로는 20, 30대가 각각 75.9퍼센트, 72.5퍼센트로 40대의 62.4퍼센트, 50대의 51.7퍼센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전문/경영/관리직(83.1퍼센트), 학생(76.5퍼센트), 사무/기술/서비스직(72.7퍼센트) 순이었으며,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81.7퍼센트), 고졸 이하(58.9퍼센트), 중졸 이상(45.29퍼센트) 순으로 문화관심도의 차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기혼보다 미혼이, 군·읍·면 거주자보다 도시 거주자가 높게 나타났으며, 주거 형태별로는 아파트 거주자가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표1]. 이러한 현상은 문화 접촉 기회가 많은 사람들이 문화 접촉 기회가 적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에 대한 관심도와 함께 국민들은 선진복지국가의 조건으로 경제적·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문화적 풍요가 더욱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경제적·물질적 풍요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6.1퍼센트에 불과하며, 정신적·문화적 풍요가 더욱 중요하다는 응답이 43.2퍼센트, 양자가 똑같이 중요하다는 응답도 30.7퍼센트에 이르러, 1990년대 들어 경제보다는 문화를 중요시하는 국민들의 의식 변화를 알 수 있다.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만큼 우리의 문화소비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운동과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컴퓨터를 비롯한 새로운 매체에 대한 소비 욕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문화예술 활동은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 있다.
'국민문화복지 수요조사'에 따르면, 수입과 여가 활동에 대해, 45.3퍼센트가 운동, 34.4퍼센트가 여행이라고 답한데 비해, 문화예술활동은 9.7퍼센트, 공연·전시회 관람은 고작 4.8퍼센트에 머물러, 스포츠나 여행 등 여가 활동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민 휴일 여가 활동을 보면, 지난 1987년 문화감상이 20.3퍼센트로 다른 여가 활동에 비해 활발했던 것에 비해, 1993년에는 5.0퍼센트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독서, 생활문화, 문화 참여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항목은 모두 감소한 반면에 스포츠, 산책 등은 증가하고 있은 것을 알 수 있다
[표2] 휴일 여가 활동
구분 |
휴식 |
산책 |
운동 |
낚시 |
문화 감상 |
독서 |
여행 |
스포츠 관람 |
생활 문화 |
과외 학습 |
문화 참여 |
기타 |
시간 없음 |
무응답 |
1987 |
14.6 |
0.9 |
2.7 |
1.8 |
20.3 |
4.9 |
2.4 |
0.3 |
7.2 |
3.7 |
2.0 |
20.2 |
8.8 |
10.4 |
1993 |
37.1 |
13.0 |
12.6 |
6.6 |
5.0 |
4.8 |
3.4 |
3.1 |
1.4 |
1.1 |
0.5 |
4.4 |
5.9 |
1.3 |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소비 양상이 개편되고 있으며 문화예술과 여가 생활 간의 불균형이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문화예술 활동만 국한시켜 놓고 볼 때, 20대(15.5퍼센트), 30대(10.2퍼센트), 40대(6.4퍼센트), 50대(3.7퍼센트)로 세대간 격차가 심하며, 직업별로는 전문/경영/관리직(15.3퍼센트), 학생(18.9퍼센트), 사무/기술/서비스(10.2퍼센트), 주부(10.6퍼센트), 자영업(4.3퍼센트), 생산/노무직(3.7퍼센트)로 문화예술 향수의 사회적 편중 현상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도시 규모별로는 문화예술 활동과 공연, 전시회 관람 등은 중소도시 거주자들, 운동은 광역/직할시 거주자들, 여행은 군/읍/면 거주자들이 타도시 거주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역내 공연장, 극장, 체육관, 문화센터, 도서관과 같이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갖춰져 있는 문화충족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35.2점으로 매우 낮아, 일반 국민들이 여가 활동을 할만한 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문화충족도를 권역별로 보면 특히 호남권과 중부권이 거주지 근처 문화시설이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광역도시 규모의 경우,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광주시가 그런대로 만족하는 응답이 52.4퍼센트로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국민 문화향수 실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예술 활동 참여는 대단히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 활동 참여는 크게 간접참여와 직접참여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간접참여는 전시회를 비롯한 공연예술의 관람을 의미하며, 직접참여는 문화예술 강좌를 수강하거나 문화예술 동호회 등에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분은 1990년대 이후, 사회교육 분야의 활성화로 타나난 새로운 문화예술 활동 유형으로, 문화예술 저변인구의 확대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화예술의 직접참여는 새로운 유형이므로 따로 살펴보기로 하고, 1987년 이후 문화예술 활동의 간접참여 실태를 먼저 분석하고자 한다.
[표3]의 문화예술 참여 실태를 보면, 우선 우리나라 국민들의 가장 보편적인 문화예술 활동은 독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 독서 실태가 조사된 3년 평균 71.3퍼센트로, 1년 동안 적어도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국민이 10명 중 7명으로 집계되었다(직업과 관련된 책이나 잡지 제외). 그러나 성인 1인당 평균 독서량은 1987년 16.97권에서 1993년 11.3권, 1994년 9.5권, 1995년 9.6권, 1996년 9.1권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다(한국출판연구소 '국민 1인당 평균 독서량'조사).
1995년도 조사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바빠서'가 56.1퍼센트로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관심이 없어서'가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즐겨 읽는 책의 종류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 문학류가 44.1퍼센트로 가장 선호하는 쟝르이며, 교양서적, 취미·오락서적, 예술서적, 종교서적 순으로 나타났다.
독서 다음으로 국민들의 참여가 높았던 문화 활동은 고궁, 명승, 유적지 방문과 박물관 방문을 들 수 있다(엄격한 의미로, 독서와 이 두 항목은 여가활동에 포함되어야 하나 독서는 예술 분야의 하나인 문학에 대한 간접 참여로, 박물관과 고궁, 명승, 유적지 방문은 전통 문화에 대한 간접 참여로 문화예술 활동에 포함시켰다).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박물관 방문과 고궁, 명승, 유적지 방문은 증가 추세인데 이는 여가 생활에 대한 국민 관심도의 증대와 자동차의 보급 등에 기인하는 현상으로 파악된다.
그밖에 공연, 관람 분야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영화 관람으로, 타 공연 예술에 비해 2배가 넘는 참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급격한 감소 추세를 나타낸다. 이는 비디오, 케이블 TV, 멀티미디어 등 새로운 영화 수용 형태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며, 이러한 경향은 극장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층이 점차 2, 30대로 고정되는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도 영상수요 자체는 증가하겠지만 극장영화 관람층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순수 공연예술 활동 참여 실태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미술전시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95년 한 해 동안 미술전시회를 관람한 사람은 16.8퍼센트이며, 연도별로도 큰 변동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 수요는 여타 공연, 관람 예술에 비해 미술전시회 행사 개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표3].
[표3] 연도별 문화예술 활동 참여 실태
|
음악회 관람(국악제외) |
국악 공연 관람 |
미술 전시회 관람 |
연극 공연 관람 |
무용 공연 관람 |
영화 관람 |
독서 |
박물관 방문 |
고궁,명승, 유적지방문 |
1987 |
무응답을 평균 87.5퍼센트로 분석대상 제외 |
55.1 |
67.7 |
34.4 |
|||||
1989 |
8.1 |
3.3 |
17.7 |
19.7 |
3.9 |
53.3 |
|
27.1 |
38.1 |
1993 |
10.5 |
4.4 |
19.4 |
18.8 |
3.2 |
44.7 |
79.3 |
23.4 |
38.0 |
1995 |
13.4 |
7.9 |
16.8 |
12.4 |
2.6 |
22.5 |
66.8 |
31.2 |
54.0 |
미술전시회 다음으로 1995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자주 찾은 것은 13.4퍼센트의 음악회(국악 제외)로 나타났다. 1987년의 8.1퍼센트, 1993년의 10.5퍼센트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음악회 다음으로는 연극공연 관람이 12.6퍼센트로 국민 선호도가 높은데, 연극은 1993년도까지만 해도 미술전시회와 함께 관객 참여 면에서 1, 2위를 다투던 것이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1995년도에는 음악회보다 국민 선호도가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극 공연 개최수도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인다.
국악 공연은 1989년 참여율 3.3퍼센트에 불과하던 것이 1995년 7.9퍼센트로 239퍼센트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통문화가 사회적으로 재인식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무관심한 것은 무용으로 나타났다. 무용 관람은 1995년 2.6퍼센트에 불과하며 그나마 1989년 3.9퍼센트에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표5-1]의 문화예술 활동 장애요인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무용 관람을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과반수가 넘는 52.8퍼센트가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을 했다. 그러나 개최 건수에서는 다른 공연이 감소하거나, 안정세를 유지하는 반면에 무용 공연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국민들의 무용 관람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표4] 연도별 문화행사 개최수
구 분 |
전시회 |
국 악 |
양 악 |
무 용 |
연 극 |
1987 |
3,014 |
278 |
2,138 |
301 |
1,168 |
1990 |
3,719 |
1,192 |
2,719 |
527 |
727 |
1993 |
5,758 |
1,002 |
2,696 |
778 |
593 |
1995 |
3,447 |
1,146 |
3,047 |
1,080 |
717 |
문화예술 장애요인은 편의상 [표 5-1]과 [표 5-2]로 구분했다. [표 5-2]는 비정기적으로 실시되어 온 국민문화향수 실태 조사에 의한 것으로, 시대별로 장애요인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지표이며, [표 5-2]는 1996 '문화수요예측' 조사에 의한 것으로 [표 5-2]에서 빠져 있는 국민 관심도를 보강한 1995년도 조사 결과이다.
우선 [표 5-1]에서 나타난 문화예술활동 장애요인을 보면 독서와 영화를 제외한 공연 예술 전반에 걸쳐 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간이나 비용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건들 때문에 문화예술활동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어서 활동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분야별 국민 관람 욕구를 보면, 영화가 가장 높고 무용공연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심이 없어서' 라는 항목과 '일 때문에 바빠서' 라는 항목은 반비례 관계를 형성하는데, 관람욕구가 가장 높은 영화의 경우, 시간문제가 높게 나타났으며, 관람욕구가 가장 낮은 무용은 시간상의 문제가 적게 나타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은 있지만 하지 못하는 경우의 가장 큰 이유는 '공연 및 전시 프로그램이나 시간, 장소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연극이나 국악의 경우 정보가 없어서라는 이유가 5.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용 4.3퍼센트, 미술 4.2퍼센트, 음악 3.6퍼센트, 독서 0.8퍼센트, 영화 0.3퍼센트의 순으로 대중문화 분야의 홍보는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순수예술 분야의 공연 및 전시에 대한 홍보는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문화수요 정책의 과제로 남아 있다.
문화예술 활동 장애요인의 시대별 변화를 살펴보면 1987년 27.7퍼센트를 차지하던 경제적인 이유가 1989년 19.2퍼센트, 1993년 12.1로 감소되고 있어, 비용은 문화예술 활동장애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간이 없어서' 라는 항목은 차츰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30퍼센트 대를 웃도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회 구조상의 문제로 파악된다. 실제로 1987년 조사에서 하루 평균 여가시간 3시간 9분이었던 것이, 1995년에는 2시간 40분으로 감소되었다(여가시간의 조작적 정의 : 여가시간은 근로, 취침, 식사, 출퇴근, 학업, 주부의 가사노동 등을 제외한 시간이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은 '관련시설, 프로그램이 없어서'의 항목으로, 1997년 12.5퍼센트에서 1989년 3.7퍼센트로 감소했던 것이 1993년 조사에서 20.1퍼센트로 급상승한 점이다. 국민 문화예술 욕구의 질이 높아진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장애요인 급부상 했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발전이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기대된다.
이밖에 예술 분야별로 관람 및 감상활동을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들이 제시되었는데, 특히 산업적 발달에 따른 문화용품의 일반적 보급은 음악회와 영화 관람유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음악회의 경우 '대중매체에서 볼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4.6퍼센트를 차지했으며, 영화는 '비디오로 볼 수 있어서'라는 이유가 19.0퍼센트를 차지했다. 또한 순수예술의 경우, 그 분야에 대한 감상능력의 부족이 문화예술 활동에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는데,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서라는 이유가 미술 분야와 무용 분야에서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연극의 경우, '시설이나 공연시간이 부적절해서'라는 이유가 4.0퍼센트, 무용 3.0퍼센트, 음악 3.1퍼센트, 미술 2.7퍼센트 등이 같은 이유로 감상 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문화향수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세대간, 계층별, 지역별 문화향수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세대간이나 직업별, 학력별, 소득별 격차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의 활성화나 경제성장 등 사회의 제반 조건이 성숙될 때 해결이 기대된다. 하지만 지역별 문화의 격차는 문화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인프라의 지역별 편중에 의해 문화소비를 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표5-1] 1995년도 조사 문화예술 활동 장애 요인
구 분 |
독서 |
음악 |
국악 |
미술 |
연극 |
무용 |
영화 |
관심이 없어서 |
32.0 |
34.3 |
41.7 |
43.6 |
35.6 |
52.8 |
18.1 |
일 때문에 바빠서 |
56.1 |
37.8 |
32.9 |
34.9 |
36.7 |
24.6 |
43.8 |
비용부담 때문에 |
0.6 |
4.1 |
4.1 |
3.0 |
5.6 |
3.5 |
4.5 |
정보가 없어서 |
0.8 |
3.6 |
5.2 |
4.2 |
5.2 |
4.3 |
0.3 |
[표5-2] 연도별 문화예술 활동 요인
|
돈이 없어서 |
시간이 없어서 |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 |
관련시설, 프로 그램이 없어서 |
같이 활동할 사람이 없어서 |
기타 |
|
1987 |
27.7 |
44.4 |
14.0 |
12.5 |
|
1.4 |
100.0 |
1989 |
19.2 |
48.9 |
14.4 |
3.7 |
4.3 |
9.5 |
100.0 |
1993 |
12.1 |
33.2 |
9.8 |
20.1 |
1.3 |
23.5 |
100.0 |
[표6-1]의 1993년도 도시규모별 문화예술행사 관람실태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의 문화예술행사에서 도시에 비해 읍면지역 거주자는 절반 정도의 참여율만을 보이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 관람의 장애요인으로 '비용'이나 '시간적 여유'의 문제는 타 지역에 비해 낮은 반면에, '거리가 먼 것'이 36.8퍼센트로 타 지역에 비해 2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읍면지역 거주자들의 문화욕구가 타 지역과 다를 바 없지만, 시설이나 프로그램의 문제상 문화예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공연정보의 부족’에서는 중소도시의 거주자들 4.2퍼센트에 비해 읍면지역 거주자들은 3.4퍼센트에 불과해 읍면지역 거주자들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고 있다【표 6-2】.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는 공연, 전시 시설을 읍면지역으로 확산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각 예술단체 및 개인의 공연·전시회의 도시, 지방간 분산 개최 노력도 요구된다【표 6-3, 6-4 】
[표 6-3] 지방 공연/ 전시 시설현황
|
공 연 시 설 |
전 시 시 설 |
||||
|
종합전시장 |
일반공연장 |
소공연장 |
박물관 |
미술관 |
화 랑 |
부산 광역시 |
3 |
3 |
8 |
15 |
1 |
38 |
대구광역시 |
2 |
1 |
4 |
5 |
|
38 |
인천광역시 |
4 |
2 |
3 |
4 |
1 |
11 |
광주광역시 |
2 |
2 |
3 |
8 |
2 |
6 |
대전광역시 |
3 |
8 |
4 |
10 |
|
14 |
강원도 |
5 |
6 |
4 |
15 |
|
6 |
경기도 |
5 |
2 |
5 |
8 |
10 |
11 |
경상남도 |
3 |
4 |
6 |
8 |
1 |
17 |
경상북도 |
2 |
7 |
2 |
10 |
1 |
4 |
전라남도 |
2 |
6 |
|
7 |
5 |
2 |
전라북도 |
5 |
2 |
|
11 |
2 |
4 |
제주도 |
1 |
|
1 |
3 |
3 |
5 |
충청남도 |
3 |
3 |
1 |
6 |
|
2 |
충청북도 |
|
3 |
5 |
19 |
|
5 |
계 |
40 |
49 |
46 |
129 |
26 |
163 |
(자료 : 1995 문예연감) [표6-3] 지방공연 / 전시 시설 현황
달라지는 문화향수 유형
1990년대 들어 문화예술 향수의 유형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문화예술향수가 공연이나 전시회에 직접 가서 관람을 하는 간접 참여의 양식이었다면, 1990년대 들어서면서 대중매체를 통한 문화예술 간접 참여와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두 가지 경향이 대두되고 있다.
‘1995, 문화수요예측조사’에 따르면, 1995년 12월 한달 동안 TV를 통해 예술프로그램을 시청한 응답자의 비율은 53.5퍼센트에 이른다. 이는 공연 및 전시회의 간접 참여율에 비해 4∼5배 높은 참여율로, 국민들이 비록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직접 가지는 않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하여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들을 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매체의 발달은 이제, 집에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문화향수 유형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TV예술프로그램 시청 실태【표 7-1】를 보면, 예술관련 다큐멘터리가 21.2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국악, 클래식 음악의 순이었다. 특히 국악 공연이 간접 참여 면에서 무용 다음으로 저조한 것에 비해, TV를 통한 참여는 대단히 높은 참여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공연장 참여를 꺼리는 중·장년층의 참여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무용 프로그램은 여전히 가장 낮은 참여율을 나타내 국민의 무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예술관련 다큐멘터리가 예상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단편적인 예술 작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접근을 통하여 해당 문화예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예술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는 이유로는 관심이 없어서가 37.6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예술프로그램 역시 일반인들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국민들이 휴일 하류 동안 TV 시청하는 시간은 평균 3.59시간으로, 3.30시간의 구경, 나들이, 2.02시간의 운동, 1.95시간의 문화예술 활동 투여 시간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앞으로 문화예술 참여 양식의 변화도 TV나 뉴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7-1] TV 예술프로그램 시청 실태
프로그램 종류 |
예술관련 다큐멘터리 |
국악 |
클래식 음악 |
예술정보 프로그램 |
연극 |
무용 |
음악 (서양음악) |
없다 |
비율(%) |
21.2 |
17.7 |
16.4 |
13.4 |
6.2 |
3.7 |
2.2 |
46.5 |
[표7-2] 대중매체 이용량
매 체 |
이 용 량 |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도서 비디오 |
평일 평균 2시간 40분 평일 평균 50분 평일 평균 1시간 30분 연 평균 9.0권 월 평균 3.5권 |
1990년대 들어 달라진 또 하나의 문화향수 유형은,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직접 참여이다. 이는 백화점이나 언론사, 공공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강좌들이 새로운 문화향수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관람이나 방문 등을 통한 문화예술활동에 간접적으로 참여한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에 비해, 문화예술 강좌를 수강하였다거나 동호회에 직접 참여한 경험은 각기 20.4퍼센트, 22.2퍼센트로 관람이나 방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국민들은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직접 참여하여 문화예술활동을 즐기는 것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이러한 추세는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여진다. 또한 경제가 안정되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21세기가 되면, 이러한 문화예술 직접 참여는 더욱 증가하여, 보편적인 문화향수 유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맺음말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향수 실태를 연대별과 선호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연대별이라고는 하지만 확보된 자료가 1987년 이후 자료에 불과해, 경제성장이나 사회발전적인 측면과 문화향수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조사 항목도 조사 연대별로 약간씩 차이가 났지만,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근 조사 항목에 기초해 재배열을 했음을 밝혀둔다. 서로 상관도가 약한 항목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시키거나 기타로 분류했다.
국민의 문화향수 실태 현황분석에서는 가장 최신 자료인 1994년 (문화향수 실태 조사)와 (문화수요 예측 조사)를 주로 참고하였다. 문화라는 것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국민의 전반적인 문화향수 실태를 살펴보기란 불가능했고, 여기서는 문화예술 분야(공연, 전시 및 독서, 전통문화)만 검토의 대상으로 삼았다. 자료 자체가 설문조사 방식으로 되어 있는 까닭에, 도표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문화향수 지도는 충분히 그려졌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방대한 자료 중 임의로 취합을 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자료가 누락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며, 이것은 향후, 문화수요 예측조사에서 보다 세밀하게 다루어지리라 기대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 관심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생활에서의 문화생활은 문화예술 외적인 분야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여행이나 관광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으며 대중매체에 대한 의존도가 현재에 이를수록 더욱 심화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문화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기호 문제라기보다는 그 동안 문화를 고급과 저급으로 양분하던 문화계의 근본적인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화를 고급과 저급으로 구분함으로써 일반인들을 소외시켰고, 그 결과 일반인들의 문화수용 능력이 개발되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통계자료에서 보여지듯이 연령이 어릴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문화예술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평생교육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국민의 문화 수용능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적을 했듯이 현재 우리 문화향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간의 격차로, 이 부분은 국가적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내년이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21세기를 여는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많은 정책적 과제를 떠맡아야겠지만,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임을 감안할 때, 문화에 대한 보다 미래지향적인 정책들을 수행할 수 있는 문화정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국민문화복지 수요조사(1996. 한국문화정책개발원) 문화수요 예측조사(1996, 한국문화정책개발원) 문화향수 실태조사(1994, 문화체육부·한국문화정책개발원) 문화향수 실태조사(1991, 문화부·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 한국의 문화예술 향수 실태와 정책 대응 방안(1989,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 문화예술 통계자료집(1989,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 문화예술 수용 및 향수능력 실태조사연구(1988,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