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예술을 찾아서 
 
하늘과 통하는 듯 느긋한 정서의 편안함
-장신구 속 '실용'과 '예술', 노리개

 

심현삼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박물관 관장
 

일반적으로 미의식이란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 등 모든 분야를 그대로 잘 반영하여 표현되고 있으며 이러한 미의식은 자연히 인간본연의 본능으로서 누구나가 갖게 되는 것이다.
문헌적인 사료나 고고학적인 유물을 통하여 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장신구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고대에서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재료와 형태 및  문양, 그리고 그 사용하는 범위가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생활과 더불어 쓰여진 장신구에 실용성과 예술적 차원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조화시킬 줄 알았고, 따라서 어떤 종류의 장신구를 보아도 그 시대적 상황과 장신구에 나타난 재료, 형태, 양식, 문양  등 그 실태를 파악해 보면, 유물을 유물자체로서 그 화려하고 고귀한 아름다움만을 감상할 것만이 아니라 현대여성들의 장신구에 전통적으로 보여준 미적감각과 기법, 민속적인 전통미를 개발하여 현대생활에 응용되는 문화사업으로서의 관광자원이나 산업디자인에 활용하고자 하는 총체적 노력이 아쉽기만 할 뿐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장신구류도 재료, 형태 그리고 기능면에서 매우 다양하지만 우선 전통복식에 따른 장신구로서는 ‘노리개’가 있고, 고대로 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수식(首飾)의 변천에 따라  발달되어온 ‘비녀(簪),  뒤꽂이, 떨잠’,  이식(耳飾)으로서 ‘귀걸이’  그리고 ‘팔지’나 ‘가락지(指環)’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금속공예에 해당된다.
우리 한국의 전통민속공예품에서 복식에 따른 장신구 중 ‘노리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것은 어제 오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예로 부터 선조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여성복식 생활 속에 위치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조형성이 뛰어나  아름답고 화려한 장신구로서의 전승공예품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유물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의 수려한 조형역량이 발휘된 조선시대의 노리개는 일상생활속에서 실용성과 장식성을 겸한 장신구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발달하여 왔던 것이다.
조선시대 노리개의 용도는 신분의 표시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한 상징성과 장식성을  강조하여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이들은  사대부나 상류계급으로 갈수록 격이  높고 우아하며 귀한 소재의 선택 및 수작(手作)으로 이루어 낸 공예적 장식성과 미감  그리고 형태 또한 다양하므로 이것은 곧 의상의 다양성과 복식의 장식성 모두가 관련되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전통의상인 한복에 잘 어울리는 고유한 장신구 노리개가 관습과  실생활에 적합하도록 발전되어 오는 동안 독창적인 형태의 아름다운 노리개를 창안함으로서 우리  민족의 생활감정과 예술적 창조능력을 바탕으로 하나의 특이한 감각을 성립시켜 왔던 것이다.
이러한 소박하고도 간결한 아름다운 의장은 민예적인 아름다움을 시현할 뿐만 아니라  장식의장은 물론 노리개를 비롯한 수많은 창의가 이루어져 ‘한국미’의 본바탕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고래로 우리나라에서는 금은보옥(金銀寶玉)으로 된 여성용  장신구류를 일반적으로 패물(佩物)이라고 부른 예가 있었으며, 이것은 상의 위에 패용하는 노리개가 여성 장신구의 으뜸이
었던 데서 오는 관용어였음을 뜻한다. 즉, 노리개는 한국 여성의 전통 의상인 원삼·당의 등 예장(禮裝)과 통상복인 저고리 옷고름에  차는  패식물(佩飾物)이었으며 때로는 치마허리에 차는 예가 있으나 이것은 격식차린 상례라고는 할 수 없다.
노리개는 원래 궁중에서 예장으로 비롯되어 상류사회로 번져 나갔고 이것이 조선시대  후기에는 일부 서민계층에까지 보급되면서 의식 때의 예의뿐만 아니라 평상복에도 간략한  소삼작(小三作) 노리개를 상의에 패용하는 것이 유행하였다.
오늘날과 같이 옷고름에 차는 순수한 노리개는 그 양식과 형태에 있어서 중국이나 또 다른 나라의 영향없이 우리 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모양으로 독창적인 발전을 하여온 것이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저고리의 길이가 짧아지고 치마가 길어지는 옷의 변형 때문에 그 단조로움을 보완하고 그런 복식에 어울리는 형태로 노리개도 변하여졌기 때문이다.
주체(主體)는 저고리에 어울리고 매듭과 술은 치마에 걸맞듯이  길게 늘어뜨려 노리개의 모양이 치마 저고리에 어우러지게 하였고, 화려한 술이 노리개를 더욱 돋보이도록 했다.
여인의 몸 치장 가운데 대표적인  패물, 노리개는 저고리의 겉고름이나 안고름,  치마허리에 차 단조로운 의상에 장식미를 주어 화사한 분위기로 한층 더 우아함을 나타내 보이게 하므로써 아름다움을 다스렸다. 그리고 이 노리개는 궁중에서나 민가에서나  경사가 있을 때 특별히 더 장식했으며 간단한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즐겨 사용하였다.

이렇게 여인들에게서 애용되던 노리개는 친가나 시가에서 예물로 받았고, 이것을 또 자녀들에게 물려 주었으므로 자연히 대를 잇게 되어 가풍을 전하고  정을 담아 주는 가보(家寶)로 여겼다.
노리개는 단순히 치장하고 꾸미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문양이나 형태에서 액을 피하며 평안과 건강, 장수,  건각(健脚), 부귀, 다복, 다남(多男),  결단력 있는 행동이나 사고같은 여러가지 좋은 뜻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곱게 물들인 색실  매듭 술과 화려한 보석이 어루어진 노리개의 우아함은 우리 한복의 단순미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절제를 미덕으로 여겼던 민가의 여인들은 계절이나 한복의  색깔에 맞춰 단작(單作) 노리개를, 특별한 날에는 삼작(三作) 노리개를 달았다.
그러나, 궁중의 의상은 화려하기 때문에 노리개도 크고 호화스런  大三作을 혹은 五作의 노리개를 달기도 하였으나 오작(五作)이나 대삼작(大三作)의  노리개는 너무 무겁고 거치장스러워 궁중 혼례나 대례식과 같은 특정한 날에만 패용하였다.
화려하면서 은은함과 단아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고 있는 우리 노리개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왠지 옛날의 아름다움만 같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노리개의 구성은 띠돈(帶金), 주체(단작 또는 삼작), 끈목(多繪), 매듭(每緝), 술(流蘇) 등으로 되어 있다.
노리개는 원칙적으로 삼점(三點)이 일식(一式)으로 구성되며, 따라서 삼작노리개, 대삼작, 소삼작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식(主飾)과 매듭, 술이 지니는 색감의 조화는 조선 특유의 중간 색조에 특색이 있으며, 이것은 노리개 전체의 조형구성에 나타난 순정적이고도 품위가 숭상된 조선적 상류사회의  여성 풍정(風情)을 반영한 것이다.
재료는 금속재료로서 금, 은, 칠보,  동, 옥석류는 백옥, 비취,  자마노(紫瑪瑙), 홍옥, 청강석(靑剛石), 진옥(眞玉), 금강석(金剛石), 공작석(孔雀石) 등이며 보석류로서는 밀화(密花), 산호(珊瑚), 진주(眞珠), 금패(錦貝), 호박(琥珀)  등이 있다. 색사(色絲), 주단(綢緞),  금은사(金銀絲) 등도 사용하였다.
하늘에 떠있는 해와 달, 별, 구름, 땅위에 있는 산, 물, 바위, 갖은 새, 짐승, 꽃, 곤충, 나무열매 심지어는 이름모를 풀꽃에 이르기까지 선인들의 눈길은 스치지  않은 것이 없다. 알뜰한 삶의 슬기와 품격 높은 옛 여인들의 자연과의 대화는 바로 그들의 희노애락의 근원이 되고 정신적 바탕이 됨을 우리는 깨달을 수가 있는 것이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살면서 그 속에서 공존하는 모든 것에 사랑을 주고 그것들을 소재로 형태, 문양, 색채, 구성 등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조상들이 살아온 발자취를 부각시켜  주며, 하늘과 통하는 듯한 조바심 없고 느긋한 정서의  평안을 우리에게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장신구들인 것이다.
이상 단편적으로나마 서술된 조선시대의 여성 장신구 노리개는 외형상 섬세하고 호화로우며 다채롭고 다양하며 화려할 뿐만 아니라 그 정신적인 배경에는 그 시대의 행복관을 근저로한 기복신앙적 차원의 호신부적(護身符籍)으로서도 의미를 크게 부여받고 있다. 또한 당시 한방의학에 입각한 과학적, 영적, 신적 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인식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 여성들의 수많은 장신구들은 외국과의 교역으로 쏟아져 밀려 들어와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무시한 채 널리 애용되고 있어 항상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과 풍습 및 생활양식을 통한 문화적 정신적 전통성만은 계승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목록으로

지난호보기  

98년9월 
98년8월 
98년7월
98년6월  
98년5월  
98년 4월  
98년 3월  
98년 1월  
97년12월  
97년11월  
97년10월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