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프로그램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변화와 향후 방안 / 문화산업
 

애니메이션산업과 만화문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전략 모색

한 장 완 / 세종대학교 영상만화학과 교수
1990년대초 문민정부때부터 시작된 영상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의 관심은 실제 지속적인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창작업계의 희망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영상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의 개발동기가 해외성공사례와 국내 제조업의 수치적 비교에서 비롯되었듯이, 문화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문화산업이 내재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기초적인 연구작업이 부족하였던 것이 실제 영상산업의 정책수립과정에 많은 어려움과 정책실패를 야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문화상품의 잠재된 가능성, 그 올바른 이해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롭게 발족된 문화관광부에서도 영상산업에 대한 관심은 더욱 구체적으로 제안되고 있으며, 특히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표방되고 있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산업에 대해 많은 정책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우리가 반드시 주지해야 하는 것은 영상산업을 포괄하고 있는 문화산업의 특성과 그러한 문화산업이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문화상품의 잠재된 가능성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통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래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는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일종의 ‘이데올로기 조정기능’의 개념이다. 산업혁명이후 갑자기 등장하게 된 신흥자본가들이 기계를 움직이기 위한 노동력과 반복적인 작업을 분업화 시키면서 발생되는 비인간화의 노동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고급문화에 국한되었던 문화라는 유형을 대중문화로 전환 및 확대시키면서 문화는 대중적이고 상품적인 개념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결국 초기에 등장한 문화산업의 개념은 통제적인 이데올로기를 양산하기 위한 문화산업화의 메커니즘이었고, 연구자들은 그러한 개념을 통해 사회적 권력과 자본이 양산시키는 문화담론의 이데올로기를 분석하여 왔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산업이 실제 현 시점에서 이해되고 있는 자본창출적 문화생산성으로 재개념화 된 것은 60년대 이후 하위문화의 본격적인 등장과 자생력을 갖춘 팝문화의 상품화로 시작된다. ‘히피문화’로 시작된 하위문화는 90년대말 ‘사이버펑크’로까지 확대재생산되며, 위에서 아래로의 문화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의 자생적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고, 확장된 중산층을 중심으로 막대한 상품성을 지닌 잠재력 있는 산업으로 개념화되기 시작한다.
하위문화는 저항의 이데올로기를 보이면서 그동안 일종의 기치문화로 제한되어 왔던 다양한 대중문화 양식들을 수면위로 부상시키기 시작했고, 한국사회에서도 그러한 분위기는 90년대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학가 주위에 얼터너티브 록밴드나 펑크밴드의 언더그라운드 공연이 상품성을 획득하게 되고, 어린이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져 왔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인 문화상품으로 등장하게 된다.

폭넓은 문화상품으로 인정받기 시작
본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상품기획단계에서부터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기호와 흥미에 맞추어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90년대이후 미국과 일본에서 블록버스터로 제작되어 세계적인 상품으로 인정받은 작품들은 이제 가족단위와 성인을 상대로 한 애내메이션과 만화로 특화되고 있다. 결국 만화와 애니메이션산업이 연령의 한계를 지닌 부분적인 문화산업이 아닌 독특한 이데올로기를 내재한 폭넓은 문화상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의 만화애니메이션 및 영상산업 추진현황
서울시  서울애니메이션센터 (5월 개관예정)
부천시  만화도시추진 (만화정보센터, 만화주식회사설립, 만화교육기능 확충, 부천국제대학 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최 등)
춘천시  애니타운건설, 춘천국제만화축제 개최
인천시  송도미디어밸리내 애니메이션과 게임산업 적극유치 (계획)
대전시  엑스포과학공원을 중심으로 테크영상단지 구축 (계획)
전주시  전주영상단지에 컴퓨터애니메이션 시스템의 구축 (계획)
부산시  국제영상도시로의 중점육성(부산국제영화제, 부산환타스틱애니메이션영화제 개최)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국내행사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조직위원회  1995년 창설, 96, 97, 99년 진행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DIFECA) 동아일보사, LG그룹 1997년 창설, 98, 99년 진행
춘천국제만화축제 춘천시 1997년 창설, 98, 99년 진행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 사)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1999년 창설
부산국제환타스틱애니메이션영화제 부산방송 1999년 창설
MBC애니메이션엑스포  MBC 1997년 창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포스트모더니즘 내에서 치열한 경쟁구조의 사회메커니즘이 성인들의 유아회귀본능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고, 초기 산업에서 보여주었던 상품신뢰도의 표본인 관제표시들(KS마크, G마크 등)이 후기 산업사회에 오면서 캐릭터상품의 가상신뢰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산업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제기된 근복적인 이유는 해외수출액에서부터 출발한다.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산업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값비싼 자국의 노동력으로는 상품생산이 어렵게 되고, 결국 하청생산기지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약 20여년동안 지속적인 하청생산구조를 만들어 왔고, 매년 1억불이상의 하청수출을 하게 된 것이다. 정부측에서는 일반실사영화가 거의 수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비교하여 엄청난 물량을 수출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정책적 관심을 집중하게 되었고, 애니메이션의 기본작업인 만화에 대해서도 산업진흥을 위한 필요성을 공감하게 된 것이다.
당시 문화체육부에 의해 1995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이 창설되었고, 이로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새로운 정보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정책이 시도되기 시작한다. 이후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정부정책이 꾸준하고 다양하게 제시되었고, 대학에서는 관련학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중앙정보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만화애니메이션 관련행사와 제작인프라들이 설립되기 시작한다.

1999년 3월 현재 전국 만화애니메이션 관련학과 및 교육기관 형황
4년제
세종대학교 영상만화과 (서울) 주간 40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천안) 주간 40
순천대학교 만화예술과 (순천) 주간 30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만화과 (서울) 주간 15
한서대학교 영상미술과 (천안) 주간 40
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과 (천안) 주간 60 / 야간 60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서울) 주간 40
경기대학교 다중매체과 애니메이션전공 (서울) 주간 9
명지대학교 디자인학과 만화창작전공 (용인) 주간 30
목원대학교 만화예술학과 (대전) 주간 10
호서대학교 디자인학과 (애니메이션전공) (천안) 주간 70
홍익대학교 조형학부 (디자인-애니메이션전공) (조치원) 주간 18

2년제
경민대학 만화예술과 (의정부) 주간 40 / 야간 80
계원조형예술대학 디자인계열 애니메이션전공 (의왕) 주간 80
공주문화대학 만화예술과 (공주) 주간 80
부산예술대학 만화예술과 (부산) 주간 80
공주영상정보대학 애니메이션과 (공주) 주간 80
청강문화산업대학 애니메이션과 (이천) 주간 80 / 야간 80
인덕대학 디자인멀티미디어과 (서울) 주간 80 / 야간 80
대구미래대학 애니메이션과 (대구) 주간 120 / 야간 80
부천대학 디자인계열 캐릭터 애니메이션전공 주간 40 / 야간 40
안동정보대학 애니메이션과

* 추가 교육기관
- 세종대학교 영상교육원 애니메이션과 
                                  / 출판만화과
-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만화창작예술과
- 한겨레문화센터 만화전문학교
- 애니메이션전문학원 10여개소

* 영화진흥공사주관 애니메이션아카데미 개관 (1999. 3.)
* 개설 대학원 및 추가 개설예정 대학원
-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대학원 애니메이션 전공
- 중앙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애니메이션 전공
- 홍익대학교 산업대학원 애니메이션 전공
- 상명대학교 멀티미디어 대학원 애니메이션 전공
- 세종대학교 대학원 영상만화과 (주간) : 예정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만화과 대학원 (주간) : 예정
 

국제적 체계 갖춘 만화애니메이션산업
1999년 3월 현재 2년제 10개교, 4년제 12개교, 등 총 22개 대학에 만화애니메이션관련학과가 설립되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서울시의 ‘애니메이션 서울센터’를 비롯하여 부천시와 ‘만화정보센터’, ‘만화주식회사’ 등 만화도시에 대한 각종 계획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또한, 만화애니메이션관련 국제행사도 ’99년 현재 5~6개에 이르고 있어서 피상적인 산업의 규모와 사회현상으로는 가히 국제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내 현실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국내 만화애니메이션산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현재 변화되고 있는 현실의 패러다임과 현재 구축되고 있는 제작인프라들의 체계적인 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90년대 초반부터 하나의 부가가치담론으로 제시된 만화애니메이션산업의 개념은 최초의 패러다임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저급한 대중적 의식의 전환’이었다. 당시에는 대중적 관점의 위상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신세대적 문화상품의 변화된 흐름을 공개하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산업의 가능성을 계량화시켜 공개하는데 정부정책이 집중되었다.
패러다임의 변화시기와 패러다임의 정책주제 변화로는 1시기 1990년부터 1995년까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저급한 대중적 의식의 전환. 2시기 1996년부터 1997년까지 만화산업과 애니메이션산업의 문화산업적 가능성 확대. 3시기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산업육성을 위한 인프라설정과 직접적 지원책의 모색. 4시기 2000년 이후 전문인력을 기반으로 한 투자패러다임의 시너지효과 구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중적인, 특히 신세대 중심의 새로운 소비 이데올로기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점을 전환시키면서, 제2기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정책경향은 ‘만화산업과 애니메이션산업의 문화산업적 가능성 확대’였다. 이 시기에는 특히 미국의 월트디즈니와 일본의 지브리스튜디오 등 해외사례의 성공적 투자전략을 확대해석함으로써 국내산업의 투자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데 정책적 관점이 집중되었다.
이어서 등장하게 된 최근의 제3기 패러다임은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육성을 위한 인프라설정과 직접적 지원책의 모색’으로 등장하게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차지원이 복합적으로 시행되면서 만화 및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지원금제도 및 제작인프라 구축에 대해 다양한 정책적 투자가 실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초기부터 3기에 걸친 만화애니메이션관련 정책의 패러다임은 대중적인 관점을 긍정적인 산업마인드로 전환시키고, 사회적 인프라의 확충과 제작비 지원시스템의 구축 등 다양한 효과를 진행시켜 왔다. 이러한 과정에 발생한 대학의 학과증설과 관련국제행사의 활발한 개최는 국내 만화애니메이션산업의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특히 1998년 10월부터 시행된 <국내 TV 애니메이션시리즈 방영쿼터제 실시>는 국내 창작애니메이션의 꾸준한 제작가능성과 국내 캐릭터산업의 투자가능성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지향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조건과 변화되는 패러다임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21세기형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육성 정책 패러다임은 ‘전문인력을 기반으로 한 투자패러다임의 시너지효과 구축’으로 귀결된다. 확보된 사회적 제작인프라와 교육인프라, 그리고 투자가능성 및 윈도우확보가능성(공중파 채널의 국내 애니메이션 방영가능성 확대) 등을 체계적으로 결합시켜 성공적인 시너지효과를 발생시킬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화문화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산업의 사이버스페이스화 가속화를 위한 교육인프라의 보강 및 새로운 프로젝트의 개발로 지속적인 창작애니메이션의 제작프로젝트를 창출시켜 제작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일본의 사례처럼 국내시장의 활성화가 선결되어야만, 해외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상품이 개발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애니메이션산업은 이제 새로운 시도에 직면하고 있다. 준비된 인프라의 제작전문이력, 잠재된 투자자본 등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연계시키고, 그로부터 연관산업, 즉 캐릭터산업과 음반산업, 그리고 게임산업과 테마파크산업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기획력의 새로운 시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